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1주 1권 읽기의 첫번째 책으로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사람들>을 읽었다. 사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렇듯이 열린책들 35주년 책 20권 중 많은 책들을 이미 읽었을 것이다. 나만 해도 11권은 읽은 책이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20주 동안 한권씩 읽기로 했다. 우선 안읽어본 책을 먼저 읽기로 했고, 그래서 고른 첫번째 책이 <죽은 사람들> 이었다.

‘제임스 조이스‘ 하면 일단 떠오르는 작품이 <율리시스>일 것이다. 이 책은 정말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아직 읽으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제임스 조이스‘의 책을 아직까지 읽어보진 않았다. 저번달에 우연히 중고매장에서 구매한 <젊은 예술가의 초상> 한권만 가지고 있을 뿐. 그런데 열린책들 35주년 책들 중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다가 이 책을 선택했는데, 와 이렇게 좋은 작품을 이제서야 읽었다는게 후회될 정도로 좋았다.

<죽은 사람들>에는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에 수록된 세편의 단편만을 수록한 책이다. 단편의 제목은 <애러비>, <가슴 아픈 사건>, <죽은 사람들>이다. <더블린 사람들>에 있는 단편 15편 중 3편의 단편을 엄선해서 편집한 책이기 때문인지 3편의 완성도가 상당히 높게 느껴진다.(내 생각)


1. 애러비

이웃집 누나를 짝사랑하는 소년의 설레임을 담은 이야기다. 누구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게 사랑의 마음이다. 이웃집 누나는 소년에게 ‘애러비 바자‘에 가느냐고 묻게 되고, 소년은 누나에게 선물을 사다주겠다고 말한다. 이것이 소년과 누나의 첫 대화였다. 이 대화는 소년의 마음에 행복을 불어넣었고, 소년은 어떻게는 바자에 가서 선물을 사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우여곡절 끝에 바자에 가게 된 소년은 그러나 선물을 사지 못하고 돌아서게 된다.

[어둠 속을 바라보면서 나는 허영심에 속고 놀림당한 어리석은 내 자신을 보았다. 그리고 내 눈은 괴로움과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다.]  P.19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하나 해주지 못하고 돌아설 때의 그 안타까운 심정은, 어리고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비애는 어떤 느낌일까?



2. 가슴 아픈 사건

외로운 중년 남성 ˝더피˝는 우연히 음악회에서 ˝시니코 부인˝을 만나게 되고, 그녀와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그와 그녀는 점점 많은 시간을 함께보내게 되고, 이러한 만남은 그의 날카로운 삶을 감성적으로 변화시킨다.

하지만 정신적 관게만을 추구하던 ˝더피˝와는 다르게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시노코 부인˝은 그와 좀 더 가까운 관계를 바라게 되고, 이러한 그녀에게 환멸을 느끼게 된 그는 교제를 그만두게 된다.

[그가 말했다. 모든 관계는 슬픔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고.]  P.30

그렇게 그는 그녀를 떠나게 되고 4년이 흐른 어느 날, 그는 ˝시노코 부인˝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그가 그녀의 삶과 행복을 거부했다는 죄책감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혼자라는것을 깨닫게 된다.

[이제 그녀가 사라지고 없자 그는 매일 밤 그 방에 혼자 앉아 있었을 그녀의 삶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이해가 되었다. 그의 삶 역시 외로운 삶이 될 것이다. 그가 죽을때까지,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때까지, 누군가의 기억으로만 남게 될 때까지...그를 기억해 줄 사람이 혹시라도 있다면.]  P.37

왜 그때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던 걸까? 아니 왜 놓쳤던 걸까? 그렇지 않았더라면 혼자가 아니었을텐데. 이제 그에게는 침묵에 싸인 밤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3. 죽은 사람들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다른 생각을 하고, 같은 노래를 들어도 다른 감정을 가진다. ˝게이브리얼˝은 그의 부인 ˝그레타˝와 함께 이모댁에서 열리는 무도회의 참석하게 된다. 진보적 작가인 ˝게이브리얼˝은 무도회에서 자신의 미래지향적인 성향을 드러내면서 과거에 머물면 안된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그레타˝는 무도회에서 우연히 ‘오림의 처녀‘라는 노래를 듣게 되고, 그 노래와 관계된 옛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이런 추억에 빠진 그녀를 바라보는 남편 ˝게이브리얼˝은 그녀에게 어떤 신비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자세에는 그녀가 마치 어떤 것의 상징인 듯한 우아함과 신비로움이 있었다.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으며 어둠속에 있는 여성은 무엇인가, 무엇의 상징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가 화가였다면 그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을 것이다. 그 그림을 그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가 화가였다면. ]  P.94


하지만 숙소로 복귀한 후 ˝게이브리얼˝은 부인인 ˝그레타˝가 무도회에서 어떠한 것을 떠올렸는지, 그동안 어떤 감정을 가지고 그와 살아왔는지 알게 되고 이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부인인 ˝그레타˝가 품고 있던 감정은 오래전 병으로 죽은 그녀의 첫사랑에 대한 기억. 도대체 그녀는 이 감정을 어떻게 갑자기 떠오르게 된 걸까?

[그들 모두 망령이 되어 가고 있었다. 늙어서 비참하게 시들어 사라지는 것보다 차라리 열정이 가득한 영광의 순간에 다른 세상으로 용감히 뛰어드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P.113

죽은 사람들은, 떠나간 사람들은 남아있는 우리들의 삶에 얼마만큼이나 영향을 주는 걸까? 감추어져 있던 상대방의 감정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얼마만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죽은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세 단편이 모두 좋지만 그래도 역시 단편 <죽은 사람들>이 최고였다. 이야기 흐름도 너무 매끄러웠지만 특히 마지막 눈내리는 아일랜드의 풍경을 묘사한 문장은 정말 압권이었다.

[눈은 삐뚤어진 십자가들과 묘석들, 작은 문의 창살들, 앙상한 가시나무들 위에 두껍게 쌓여 있었다. 그리고 눈이 부드럽게 살포시 전 우주에, 살포시 부드럽게, 마지막 종말을 향해 하강하듯이, 모든 산 자들과 죽은 자들 위에 내려앉는 소리를 들으며 그의 영혼도 천천히 희미해져 간다.]  p.115

짧은 단편 세편을 읽었을 뿐이지만 나는 이미 ˝제임스 조이스˝의 팬이 된 것 같다. 그의 다른 책들을 빨리 만나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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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8-10 00: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앗, 1등!!!!
와~ 이제 이 시리즈 읽기 시작이시군요~ 이것도 뚝딱 다 읽으실 거 같아요~ 새파랑님 정말 능력자!
저도 제임스 조이스는 대학 시절부터 읽어야지 책도 모셔놓고 있었는데, 미니멀 하면서 다 정리해서 한동안 멀어졌었네요~ 새파랑님 극찬에 다시 귀 쫑긋~ 세상엔 읽을 책이 이리도 많아 행복하네요~ 하하하!!

새파랑 2021-08-10 00:15   좋아요 4 | URL
전 대학시절에 뭘한건지 ㅎㅎ 20주만 기다리시면 다 읽겠습니다~!! 이 책 완전 좋네요 🤗

scott 2021-08-10 0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
         |
          ノ,,∧
        //・ω・`)
      / /⊂ノ
      \ /ーJ
 ̄ ̄ ̄ ̄ ̄ ̄ ̄뺴꼼 ✌

새파랑 2021-08-10 00:23   좋아요 4 | URL
앗 2등이라는 의미군요. 나름 충격적 이모티콘이네요 😅

독서괭 2021-08-10 01:16   좋아요 3 | URL
귀여워요 ㅜㅜ 스콧님 이모티콘의 세계는 무궁무진…

scott 2021-08-10 01:17   좋아요 1 | URL
맥베스의 영혼이 진정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자들을 불러서
20주 완독을 향해 달려가게 만듬 !

    ○ ____
    ∥응원
    |합니돵!ㅎ
    ∥    |
    ∥    |
    ∥ ̄ ̄ ̄ ̄
  ∧_∧
 (`・ω・∥
 丶 つ0
  しーJ

청아 2021-08-10 00: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까? 새파랑님 밑줄에 스콧님 댓글보고 저는 <더블린 사람들>도 같이주문하려구요.
새파랑님 밑줄만 봐도 당장구매각ㅋㅋㅋ👍

scott 2021-08-10 00:25   좋아요 4 | URL
예전에 30주년 특별판도 금방 품절 되버렸어요

전 선물용으로 몇개(새파랑님-미니님에게 땡튜 날리고 다님 ㅋㅋ) 사서 선물 했는데 넘 좋아 하능 ㅋㅋㅋ

우선 세트 구성(작품들)이 넘 ㅎ 좋고
한손에 쏘옥 잡혀서 부담 없고

고전을 다시 읽는 기분도 좋음 ㅎㅎㅎ

새파랑 2021-08-10 00:25   좋아요 5 | URL
저는 내일 서점을 갈까 고민중입니다 🙄 왠지 없을거 같긴 하지만... 열린책들 버젼으로 구매해야 겠어요 ^^

청아 2021-08-10 00:28   좋아요 3 | URL
오오! 미드나잇만 사면 되는데 낼 반드시 주문해야겠군요!😉😍

파이버 2021-08-10 00: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세트 이제 시작이신가요 ㄷㄷ 한 주 한 권 읽기 응원합니다~!

새파랑 2021-08-10 00:26   좋아요 5 | URL
응원 감사합니다^^ 포기하지 않고 읽도록 감시 👀 부탁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08-10 00: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주 프로젝트의 시작이군요^^
전 아직 제임스 조이스는 읽지 앐았어요~~
단편집부터 시작하는것도 좋을것 같아요^^
저도 응원해요**

새파랑 2021-08-10 00:33   좋아요 4 | URL
이렇게 벌려놓기만 하고 과연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되는군요~!! 읽을 책은 쌓여만 가는데 🙄 그래도 너무 좋네요 ㅋ

scott 2021-08-10 01:13   좋아요 4 | URL
할 수 있습니다!
9일 부터 시작 하셨으니 추석 전까지

35주년 기념판 완독!!!
하신다에 한표! ✋✋✋

새파랑 2021-08-10 07:44   좋아요 4 | URL
추석전까지라니 ㅋ 알겠습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08-10 0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새파랑님은 범접불가 독서력. 이 책 조이스로 들어가는 문턱을 낮춰줄만한 단편이네요. 왠지 요 단편은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ㅋ 밑줄 긋기도 새파랑님 생각도 찐하게 와닿아요. 지두 응원합니다. 근데 배도 아파요. 샘 나서^^;;;

새파랑 2021-08-10 00:44   좋아요 3 | URL
범접불가 까지는 아닌데 ㅎㅎ 책이 얇아서 그렇습니다~!! 저 두꺼운 책 피하는 중 🙄 제임스 조이스의 명성(?) 듣고 망설였는데 단편은 좋네요 😆

바람돌이 2021-08-10 01: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제임스 조이스가 읽을 수 있는 책도 있다는 말이죠? 저는 조이스는 다 어려운줄 알아서 아예 도전할 생각도 안했는데요. 더블린 사람들 기억해뒀다가 꼭 읽겠습니다. ^^

새파랑 2021-08-10 07:02   좋아요 3 | URL
저도 이제 처음 읽어봤지만 정말 좋더라구요. 제가 오늘 다른 조이스 작품도 읽어보겠습니다^^

독서괭 2021-08-10 0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전 일단 모셔놓고 흐뭇해 하기만 하고 있었는데 벌써 프로젝트 계획을 세워 1권을 끝내시다니!! 저도 시작하고 싶어집니다.

새파랑 2021-08-10 07:03   좋아요 3 | URL
일단 포장을 뜯었으니 시작했어요 ㅋ 아직 엽서? 그건 안뜯어 봤어요 ㅎㅎ 같이 읽기 하시죠 ~!!

bookholic 2021-08-10 06: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1-08-10 07:04   좋아요 4 | URL
기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홀릭님은 왠지 저 20권 거의 다 읽어보셨을듯 😆

mini74 2021-08-10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시작하셨군요 ㅎㅎ 읽을만하다니 저도 용기 내서 ㅎㅎ ~

새파랑 2021-08-10 10:44   좋아요 3 | URL
시작이 반~!! 같이 읽기해요 미니님~!!전 가방에 다른 한권 더 넣어놓고 출근함 😆

mini74 2021-08-10 10:51   좋아요 3 | URL
들고 다니기 좋지요. *^^* 넵! 충성 ! ㅎㅎㅎ

새파랑 2021-08-10 11:22   좋아요 3 | URL
인증 기대하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1-08-10 20: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이 작은 편이었는데, 조이스도 단편집에서 온 내용인가봐요.
매일 새로운 책을 읽는 건 좋은 느낌일 것 같습니다.
새파랑님, 더운 하루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8-10 21:03   좋아요 1 | URL
매일 새로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거 같아요 😄

희선 2021-08-12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 하면 어려운 책을 쓴 사람이라 생각이 드는데, 단편은 괜찮았나 보네요 《율리시스》는 두껍기도 하죠 책이 나뉘어서 나오기도 했네요 제임스 조이스 시 예전에 봤어요 그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는 정도군요 열린책들 한주에 한권씩 만나실 거군요 새파랑 님 남은 책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새파랑 2021-08-12 07:01   좋아요 1 | URL
단편읽고 장편 읽으니 어려운게 맞는거 같아요 😅 시도 쓰셨군요. 책 읽는건 즐거운거 같아요. 못읽는 시간이 생기면 너무 아까워요ㅜㅜ

초딩 2021-08-15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금주 북플 서재 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ㅎㅎㅎ

새파랑 2021-08-15 20:55   좋아요 1 | URL
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찾아봐야겠네요 ㅎㅎ

초딩 2021-08-15 21:48   좋아요 1 | URL
회원 가입한 메일 함 보세요 ㅎㅎ

새파랑 2021-08-15 21:53   좋아요 0 | URL
아 저렇게 오는거군요. 초딩님의 명품 리뷰랑 같이 실려있어서 조금 부끄럽구요 😅 ㅋ 이런거 너무 좋네요. 다 아시는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