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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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2020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의 리뷰를 남겼는데, 그때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을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하였으나, 막상 읽어보니 강화길 작가의 <음복>이 너무 좋았다는 후기를 남겼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중고 서점에서 해당 작품이 수록된 <화이트 호스>라는 소설집을 구매하였으나, 어쩐지 그때 당시 단편보다 장편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커서 계속 미뤄뒀다. 그러다가 갑자기 또 불현듯 단편소설집이 읽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어서 책장을 둘러보다 이 책을 바로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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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복>은 다시 읽어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작품들은 ‘그냥저냥’ 이었다. 뭐랄까, 수록된 작품들이 기본적으로 ‘여성 서사’를 품고 있는데 대체로 썩 유쾌하지 못한 분위기로 전개되어서 그런지 내 취향과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 몇몇 작품은 ‘호러’의 분위기를 뿜기도 하였으나 그런 작품들도 그다지 나의 흥미를 유발하진 못하였다. <음복>이 워낙 좋았어서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큰 탓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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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표제작인 <화이트 호스> 들어 설명하자면, 억울하게 죽은 여성 귀신의 느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인데귀신이라는 소재가 몰입감을 저해하는 듯한 것이다. 원래 나는 판타지 소설이나 환상문학 장르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엄청 재밌다고 소문난 <돌이킬 있는>이라는 작품도 읽다가 중간에 덮었는데, ‘초능력이라는 소재가 도무지 내게 와닿지 않아서 재미없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화이트 호스> 마찬가지였다. 귀신 이라니 작품집에서 그래도 표제를 담당한 작품이기에 기대를 많이 가졌건만, 오히려 기대가 독이 되었나보다. 절대 작품들이 별로였다는 아니다. 다만 기대가 워낙 컸던 터라 상당히 아쉽고 속상한 마음으로 책을 덮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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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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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에 연이어서 읽은 청소년 문학, 역시나 가슴 뭉클하게 하는 여운을 만끽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따져본다면 (결말이라든지, 인물들의 매력이라든지) <훌훌> 쪽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 놓고 보면 <고요한 우연>을 읽을 때 마음이 더 크게 동했던 것 같다. 그건 바로 주인공에게서 내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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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의 줄거리 요약은 따로 하지 않겠다. 다만 주인공의 성격은 말해볼까 한다. 일단 나랑 닮았다고 생각한 점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좋아한다는 표현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고 나니 상당히 부끄러운데, 뭐랄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행여나 내가 그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 그 사람과 멀어질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에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 내 마음이 <고요한 우연>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너무도 적나라하게 비쳐졌다. 아주 속상하면서도 그래서 더욱 극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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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랑은 닮지 않았지만, 주인공에게서 닮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마음속 깊은 곳까지 아주 선(善)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한 적이 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겉으로는 당연히 그랬을 지언정 속마음까지도 완벽하게 선했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고요한 우연>의 주인공은 다르다. 주인공의 엄마가 말해주는 일화가 있는데, 그 부분이 얼마나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가슴이 따뜻해지던지… 이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어린 시절만의 단단한 다정함이었다.

🗣 (180p)

 - “물론 걱정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어. 맛있는 간식, 예쁜 장난감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다 줘 버리고 놀이터에서 누가 밀어 넘어뜨려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서는 너를 볼 때면 가슴이 아팠지. 저 여린 마음으로 이 험한 세상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 “한번은 너를 밀었던 그 개구쟁이 녀석이 넘어졌는데, 네가 달려가더니 그 애를 일으켜 주는 거야. 그 애는 부끄러웠는지 네 손을 휙 뿌리치고 도망을 갔는데, 세상에! 다음 날부터 다른 녀석들이 네 근처에만 와도 저 멀리서 뛰어와서는 슬금슬금 그 애들 앞을 막아서더라고. 혹시라도 너를 밀거나 너랑 부딪힐까 봐. 눈썹이 새까맣고 코가 아주 예쁜 남자애였는데, 진짜 귀여웠어.”

 - “그때 알았지. 아, 수현이 너는 너만의 방식이 있구나. 나는 참으로 다정하고 단단한 아이를 낳았구나. 코끝이 찡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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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감상과 글은 조금 다를 같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을 만한 구절들이 차고 넘쳐나기에, 책의 매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을 남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할 같기도 하고, 나와 주인공을 동일시하면서 어쩐지 치부를 드러내는 같기도 하여 상당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감상을 남기는 속시원한 것도 있어서 글을 남긴다. 나도 작품 주인공처럼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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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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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위시리스트에 책을 많이 담아두어서 그런지 생일이 되었을 때 책선물을 정말 많이 받았다. (사실 위시리스트는 사고 싶은 책이 생길 때마다 장바구니처럼 넣어둔 거여서, 위시리스트에 쌓여 있던 책들을 보며 놀랐다는 친구의 말에 나도 놀랐었다.) 그 중에는 다수의 청소년 소설이 있었는데, 사실 최근들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따뜻한 소설들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에 적합한 책이 딱 청소년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이 작품을 읽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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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의 주인공 ‘유리’에게는 ‘입양아’라는 아픔이 있다. 화목한 가정에 입양되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까, 엄마밖에 없는 한부모 가정에 입양되었고 심지어는 그녀에게까지 다시 버림받으며 할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라게 되었다. 때문에 유리는 대학생이 될 때까지 2년만 버텨서, 대학생이 되는 순간 이 집을 떠나겠다는 다짐을 계속해서 되뇌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런 유리에게 ‘연우’라는 아이의 존재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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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에는 유리와 연우 말고도 많은 인물들이 나오고, 저마다의 아프고 슬픈 사연들이 작품 속에서 등장한다. 물론 250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이어서 그런지, 모든 인물의 서사가 촘촘하게 다뤄지지는 않았고 그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긴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인물들의 사연에 감정을 이입하고 그들의 상황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님의 필력 덕에, 하루 만에 이 작품을 다 읽을 수 있었고 더불어 꽤 오랜 시간동안 <훌훌>의 여운에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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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성장 문학의 매력을 정말 여실히 느낄 있는 작품이었다. 본인의 마음 속에 품고 있을 무거운 , 막막한 벽을 뚫을 있는 것은 본인 밖에 없다. 하지만 과정 속에서 주변 인물들의 도움 또한 아주 절실하다. 마냥 혼자만이 뚫을 없는 장벽을 무너트릴 방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로부터 차츰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전개되기에 독자들은 이야기에 몰입함과 동시에 인물들을 아주 기쁘고 뭉클한 마음으로 응원하게 된다. 전에 읽은 <인형의 >에서 채워준 부분을 <훌훌>에서 충분히 감상할 있었다. 읽은 뒤에 행복한 여운에 취하는 , 때문에 내가 독서를 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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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뒤에 쓴 유서 오늘의 젊은 작가 41
민병훈 지음 / 민음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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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민병훈 작가님이 쓴다면 이런 느낌일까, 물론 두 작품의 다른 점도 많기는 하지만 한없이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소설이라는 것, 그리고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는 공통점 만으로도 둘은 닮은 점이 많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단순히 ‘재미’만을 두고 보았을 때 이 작품은 그다지 ‘재미’있는 작품은 아니다. ‘흥미진진’이라든가 ‘긴박감’ 등의 단어들과는 거리가 먼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의 매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 또한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이 작품의 매력을 소개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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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 작품은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중대한 사건을 겪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이 문장 외에는 작품 내용을 더 설명하기가 힘들 것 같다. 하나의 큰 사건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게 아니라, 각 장면들이 별개로 주인공(아들)의 사유 혹은 그 사건으로 인한 영향 등이 서술되는 방식으로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즉, 이 작품에는 ‘소설’이라면 필히 가지고 있어야 할 서사성이 부족하다.(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그래서 일반적인 소설에 익숙한 분들에게는 이 책이 아주 난해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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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이 작품을 단순히 ‘소설’로만 읽지 않았다. 분명히 이 작품의 문장들은 소설의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긴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달력 뒤에 쓴 유서>에 담긴 이야기는 작가님의 실제 경험이 담겨있는 ‘자전적 소설’이므로, 아버지의 자살을 겪은 아들이 쓴 ‘에세이’를 읽는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읽었다. 그렇게 읽다보면 이야기가 진행이 끊겨도, 갑자기 인물이 딴소리를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물론 한번에 후루룩 읽기는 힘들지만, 끊어서 조금씩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로서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충분히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겉으로 눈물이 흘러내리는 슬픔이 아니라, 가슴 한켠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아픔이다.

맞습니다, 죽음이요. 저는 가족력으로 이어진 우울증이 제게 당도할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이겨내는 것이, 제게는 이 소설을 쓰는 일입니다. 그것이 악성종양처럼 점점 커지게 놔둘 수 없었어요. 나는 그렇게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를 이해해야 하고, 그의 선택을 추측해야 했습니다. 저는 죽음으로 향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를 대비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과정을 소설로 써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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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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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스터리/스릴러 소설을 잘 읽지 않았다. 예전에는 자극적인 전개가 주는 짜릿한 재미가 좋아서 많이 읽었지만 어쩐지 읽을 때마다 기가 빨리는 듯하고 지치는 느낌이 들어 요즘 들어서는 의도적으로 피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문득, 느닷없이 이런 류의 책을 갑자기 읽고 싶어질 때가 종종 있지 않은가. 그런 때에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광고를 보고선 호기심이 들어 곧바로 구매하여 읽기 시작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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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가독성을 제외한 모든 방면에 있어서 별로였던 책이었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책 뒷표지에 있는 설명에 대한 반박으로 이 글의 포문을 열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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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를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현실적’이라는 문구일 것 같다. 음… 전혀 동의할 수 없다. 물론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처럼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배경 요소는 현실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들은 전혀 현실적이지 못하다. 이를테면 주인공 ‘정하’는 남편이 피를 뒤집어쓴 채 귀가한 모습을 보고도 무어라 추궁하지 않고 그저 남편의 증거들을 묵묵히 없애기만 한다. 남편 ‘원우’라는 인물도 아주 가관이라 할 수 있고, 이 둘 뿐만 아니라 다른 등장인물들도 보면서 ‘현실에 저런 인물상이 있다고??’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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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떻게 비현실적인지를 설명하려면 줄거리를 언급하지 않을 없겠는데, 놀랍게도 뒷표지에 작품의 결말까지 아주 친절하게 나와있다. 물론완전한 스포일러 수준은 아니지만, 뒷표지에 나와있는아들의 실종 작품의 후반부에 전개되는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뒷표지에 적어놓은 출판사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무튼 이로 인해 작품의 후반부까지 긴장감 없이 그냥저냥 계속 답답한 채로 책을 읽어내려갔고, 완전한 스포일러 급의 결말도 전부 예상이 가는 내용이었다. 킬링 타임용으로도 아까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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