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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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기계가 살인 기계로 전도되다!’, ‘악을 없앨 방법은 악 밖에 없을까?’ 라고 쓰인 뒷표지 문장에 이끌려 홀린 듯이 이 책을 구입하였다. (민음사 패밀리데이 행사로 아주 저렴한 값에 살 수 있었다.) 최근 들어 계속 묵직하고 교훈적인(?) 작품들만 읽다보니 쉬이 잘 읽히는 소설을 읽고 싶었고, 그중에서도 한국 소설을 읽고 싶었다. 아무리 쉽고 재밌다고 해도 번역이 엉망이면 가독성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놓았던 추리, 스릴러 장르의 <달고 차가운>을 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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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니 ‘애거서 크리스티’가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지금까지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과 느낌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장점부터 말해볼까? 먼저, 미친(?) 속도의 전개와 흡입력 넘치는 문체를 들 수 있다. 나는 이틀 동안에 이 작품을 다 읽었는데, 솔직히 마음 먹으면 하루 만에 완독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정도로 가독성이 좋았고, 정말 쉽게 페이지가 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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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한가지, 뒷통수 후려치는(?) 반전의 결말 역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과 닮은 것 같았다. 후반부를 읽으면서 육성으로 ‘뭐????’라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소리를 질렀다는 건 조금 과장이고, 헉 하는 들숨을 상당히 큰 소리로 냈다는 정도…?) 물론 이런 점이 추리소설 등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테지만, 나에게 이런 점은 조금 단점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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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에서 반전 결말이 어떻게 단점이 되냐 싶을 수도 있겠다. , 맞는 말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초중반부의 전개에 살짝씩 떡밥 등을 뿌려놨다가 결말에 반전을 주면서 한번에 회수하는 구조라면 나도 찬성이지만, 그게 아니라는 점이다.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의 중간중간에 단서를 흘려놓거나 하기 보다 결말부에냅다반전을 던지는 듯한 느낌 말이다. 그런 기분을 <달고 차가운> 읽으면서도 느꼈다. (물론 내가 그런 반전의 단서들을 놓친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그렇다면 작가님이 너무 꼭꼭 숨겨놓은 것일 수도우물쭈물…) 그래서 아주 재밌던 전개와 약간 아쉬운 마무리를 남긴 책장을 덮었다. 가볍게 읽을 만한 추리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겐 책을 추천하고 싶다. 그와 동시에 이렇게 묻고 싶다. ‘당신은 반전의 근거를 찾을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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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스 딜리버리 안전가옥 쇼-트 4
전삼혜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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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읽고서 크게 감동을 받았다거나 묵직한 교훈을 느끼지는 않았다. 안전가옥의 쇼-트 시리즈가 대부분 가볍게 읽을 만한 작품들을 모아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애초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도 않았다. 다만 이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아직은 덜 자란 청소년들이어서, 그런 미성숙함에서 비롯하는 행동들이 그냥 귀엽고… 사랑스럽고… 무슨 사고를 칠까 조마조마 하면서도 내심 응원하게 되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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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 [위치스 딜리버리]에는 친구를 구하기 위한 예비 마녀 ‘보라’의 우당탕탕 좌충우돌 모험기(?)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줄평에서 언급한 ‘항마력’이 이제 ‘마녀’라는 소재를 비롯하여 마녀의 ‘주술’이라든가, 빗자루 대신 청소기를 타고 하늘을 난다는 설정이라든가 등등…에서 필히 요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꾹 참고 읽다보면 ‘보라’의 마음과 행동들이 조금은 무모하더라도 결국 응원하게 된다. 따뜻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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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소설 [에어프라이어 콤비의 탄생] [위치스 딜리버리]보다 심하다. 주인공미카엘라세이 초능력자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나는초능력 소재로 작품들을 읽지 못한다.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고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오글거린다. (그렇게 재밌다는 <돌이킬 있는>이라는 작품도 중간에 하차했다.) 하지만 작품은 그럼에도 끝까지 읽었다. 그럴 있던 이유는 주인공들이 너무 귀여워서…, 아주 사고뭉치 같은 놈들(?)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냥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게 된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을 찾는 사람들, 머리를 리프레시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사람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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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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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와 김금희 작가의 <나의 사랑, 매기>를 완독하지 못했다.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도 수록된 첫 단편만을 읽고는 그대로 책장에 보관 중이다. 조해진 작가의 <여름을 지나가다>는 겨우 다 읽긴 하였으나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네 권의 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혹시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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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이 소설들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는 불편함과 어두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게 이 작품들은 인물들의 처절하고 절박한 사연들을 그저 나열하기만 한 듯한, 그래서 소설에서 흔히 볼 법한 ‘기승전결’의 구조와는 거리가 있는 듯이 느껴졌다. (혹은 서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보다 인물들의 사연이 나의 감상을 압도하여 ‘기승전결’의 구조가 미미하게 느껴진달까.) 그래서인지 지금껏 많은 소설을 읽으며 깨우친 나의 취향 중 하나는 바로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싫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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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를 읽는 동안 위 소설들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작품 역시 정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절박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몸이 아픈 엄마를 부양해야 하기에 자신의 허벅지를 훑는 거래처 직원의 손길을 강하게 뿌리칠 수 없는 여성, 1년 가까이 연체된 월급 때문에 보증금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겨 사장에게 한달치라도 달라고 하자 옆에 끼고 있는 아이를 내다 팔아버리라는 말에 홧김에 그를 죽인 남성 등등… 이 남성은 더이상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체념 끝에 자신의 아이와 함께 호수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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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아이가 앞선 한줄평에서 언급한 ‘곤’이다. 곤은 양쪽 귀 뒤에 생긴 아가미 덕에 살아날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난 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작품의 극초반에 해당할 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물론 곤이 살아돌아왔다고 해서 이 작품의 분위기가 따뜻하거나 밝은 것은 아니다. 곤을 거둬 들인 사람들의 서사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도 들고고, 여러모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버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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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다 읽은 뒤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그 이유를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결말이 꽉 찬 해피엔딩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그래도 조심스레 추측해보면, 주인공 ‘곤’의 순수함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따뜻함’ 덕분인 것 같다. 이 글의 분량이 넘칠 듯하여 소개하지 않은 인물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살아나온 곤을 거둬준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다. 특히 강하의 경우, 방식은 잘못되었지만 곤을 위하는 마음이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 독자의 마음을 애잔하고 뭉클하게 하는 인물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강하를 떠올리니 왠지 코 끝이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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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는 이쯤이면 충분한 같다.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은 절대 읽는다 사람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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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무해한 사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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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이해해야 하는 쪽은 언제나 정해져 있을까. (‘모래로 지은 집’, 120쪽)

🗣 공무의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나를 조금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를 강요받고 있었다고. (…) 어른이 되고 나서도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나는 그런 노력이 어떤 덕성도 아니며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은 아닐지 의심했다. (…) 이해라는 것, 그건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택한 방법이었으니까. (같은 작품, 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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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무수히 많이 만났다. (아마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나와는 다르겠지…) 나와는 다르기에 그 사람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게 즐거운 적도 물론 있었다. 나에게 없는 면모를 상대가 채워주기도 하고 혹은 반대로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고, 흔히들 말하는 ‘티키타카’가 맞는달까.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지는 않았다, 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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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그들을 대했는가 하면, 무작정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한 방식이 도덕적으로도 올바르고, 정신적으로도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것이 정말 힘든 감정 노동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더라도 싫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판단하고 계속 노력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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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을 읽으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했던 것은, 어쩌면 그 사람들에게도 내가 이해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 바람이 행여라도 꺾이게 되면 나 혼자서 또다시 실망하고 속상하고 분노했다. 이런 마음은 사실 이 작품이 말하는 ‘그저 덜 상처받고 싶어 택한 비겁함’이었던 걸까? 차라리 나와는 다른 사람들을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들은 그들로서 그대로 두기만 하면 될 것을, 구태여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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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돌아보게 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치관을 성찰하는 , 이것이 내가 소설을 읽는 가장 이유인 같다.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생각하고 노력하고 싶어서,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인소설 읽는다. 글은 작품집에 수록된 <모래로 지은 > 읽으며 떠오른 생각들을 적은 것이다. 작품을 읽은 지금도 나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옳기만 하다는 과거의 편협함에서는 벗어난 같다. 앞으로 사회를 더 경험하고 사람들을 상대하며, 그리고 책을 읽으며 방법을 찾아나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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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
임선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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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3위에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볼 이유는 충분했다. 수록된 모든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울린 작품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 두 편에 대한 감상을 남길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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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의 마음으로]

어느 날 갑자기 문득 나와 똑같은 모습의 유령이 내 눈 앞에 나타난다. 유령은 자신을 두고 유령이 아니라 ‘너 자신’이라고 하지만 주인공의 눈에는 그저 유령일 뿐이다. 이 유령은 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사실 주인공에게는 2년 째 의식불명인 상태로 병실에 누워있는 남자친구가 있다. 주인공은 매주 토요일마다 남자친구의 병실을 방문하기를 2년동안 반복하고 있는데, 그 마음은 무엇일까, 아니 어떤 상태일까.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2년을 그렇게 꾸준히 매진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랑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 또한 점차 무뎌질 것이고,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깨닫고선 도리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유령은 그래서 주인공 앞에 나타났을 것이다. 무거운 마음을,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지금껏 속에 담아두기만 해왔던 주인공이기에 그 마음을 대신해서 감당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주인공의 마음을 조금은 덜어주고 싶어서, 그리고 바깥으로 표출해주고 싶어서. 실제로 이 작품에는 주인공이 느낄 법한 감정들을 유령이 대신해서 느끼는 장면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렇기에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감정의 압박을 점차 훌훌 털어내는 모습을 보며, 독자인 나로서는 행복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는 단단하게 살아갈 주인공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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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나지 않아요]

인간을 해파리로 변하게 만드는 ‘좀비 해파리(?)’라는, 다소 파격적인 소재를 담은 이 작품은 앞선 <유령의 마음으로>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조금은 무겁다. 처음에는 인간과 해파리의 치열한 투쟁을 그린 이야기일까 싶었지만, 전혀 아니었다. 

소설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밴드를 하다가 잘 안돼서 도망치듯 해변가 마을로 오게 된 백수 남녀이다. 공과금이 밀리고 생활비도 빠듯하게 살아가야하는 이들에게 ‘좀비 해파리’의 등장은 그들에게 일거리를 제공해주는 구실이 되었다. 남자는 죽은 해파리들을 치우는 미화원이 되었고, 여자는 더이상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해파리로 만들어주는 직업이었다… 읽는 동안 나의 마음을 가장 무겁게 만든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 살기에는 지쳤고 죽기에는 억울한 사람들은 해파리만큼이나 많았다. (48p)

작품의 후반부 내용이나 결말은 스포일러가 듯하여 말을 삼가겠다. 다만 척박한 사회를 살아가는 너무도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자꾸만 그때의 내가 떠올라서 감정적으로 크게 동요했다는 것과, 그럼에도 사회를 살고 싶은 마음을 (‘미련이라 있을까)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역설적으로 위로를 받기도 했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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