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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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가 그렇게나 재밌다고들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세이를 좋아하지도 않고 잘 읽지도 않는 터라 괜히 손이 가질 않았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하루키의 소설에 빠져들고 있는 참이기도 했고, 이번에 읽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가 ‘소설가’를 주제로 쓰인 에세이다보니,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쓰인 에세이라 어쩌면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 누구나에게 추천할 수 있는가 묻는다면, 솔직하게 그렇다고 답하지를 못하겠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철저히 ‘소설가’로서 하루키의 생각들이 담긴 에세이여서, 소설을 좋아한다거나, 특히 소설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그리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표현을 뒤집어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내게는 이 책이 정말 재밌었다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지금 소설을 쓰고 있는 나로서는, 하루키가 소설가를 꿈꾸며 그리고 소설가로 활동하며 겪었던 고민들이 담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안을 받았다.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에서 인물들을 어떻게 설정할지 혹은 풍부하게 묘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등의 고민은 아니었다. 앞으로 이야기를 계속 쓰려면 어떤 시야와 안목을 가져야 할까, 그리고 좋은 소설을 쓰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등의 다소 추상적이고 막연한 고민들을 계속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답이 눈앞에서 떠먹여주듯 이 책에서 그대로 알려주었다.



소설 한 편을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뛰어난 소설 한 편을 써내는 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간단한 일이라고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못 할 것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소설을 지속적으로 써낸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28~29p)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군조 신인상을 탔을 때, 당시 내가 경영하던 가게에 고등학교 동창이 찾아와 “그 정도의 소설로 괜찮다면 나도 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물론 불끈했지만, 동시에 비교적 솔직하게 ‘그래, 저 녀석 말도 분명 맞다. 그 정도의 소설이라면 아마 누구라도 쓸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107p)



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에는, 소설가가 되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우선 중요한 것은 책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흔해빠진 대답이라서 죄송하지만, 이건 역시 소설을 쓰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빠뜨릴 수 없는 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다음에 할 일은 - 아마 실제로 내 손으로 글을 써보는 것보다 먼저 - 자신이 보는 사물이나 사상을 아무튼 세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붙이는 것이 아닐까요.(118~119p)



만일 당신이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주위를 주의 깊게 둘러보십시오 - 라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결론입니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합니다.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멋진 것은 그런 게 기본적으로 공짜라는 점입니다. 당신이 올바른 한 쌍의 눈만 갖고 있다면 그런 귀중한 원석은 무엇이든 선택 무제한, 채집 무제한입니다.

이런 멋진 직업, 이거 말고는 별로 없는 거 아닌가요? (140p)



물론 하루키의 생각이 언제나 ‘정답’은 아닐 것이다. 글을 쓴다고 해서 모두가 똑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는 건 아니듯, 작가마다 각자 고유한 방법이나 가치관이 있을 것이고 때문에 하루키가 말한 내용이 다 나에게 들어맞는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하고 있는 고민들을 하루키도 비슷하게 했었고 그에 대해 내린 결론으로 지금까지도 소설가로서 그 명맥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내겐 더할 나위 없이 큰 위로와 감동이 되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소설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나 또한 소설을 계속 쓰고자 노력할 것이고, 쓰는 게 더뎌지거나 막막해질 때마다 이 책을 꺼내들어 몇 번이고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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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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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인터넷에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카더라 통신, 찌라시, 사이버렉카 등의 용어가 흔하게 쓰이고 있는 시대다. 도무지 ‘신뢰’를 갖기가 쉽지 않은 지금 이 사회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의 차원에서 우리는 신뢰라는 개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책의 부제는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이다. 즉 신뢰란 부제에서 말한 것처럼 인간 행동의 근본으로서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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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이것이다. 바로 우리는 타인을 ‘쉽게’ 믿는다는 것. 어째서일까? 이 책에서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를 든다. 첫 번째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 평판에 대한 우려, 사회적 비난이나 배척 등의 사회적 요인들이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성격]. 이 책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은 선천적인 성격 때문에 타인을 잘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런 성격이 ‘호구’같다며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타인을 불신하는 성격보다 오히려 이런 성격이 훨씬 더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마지막은 [신뢰가 형성되는 방식]에 있다. 인간은 최대 열 가지 특성을 고려해 신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는 시간적 여유, 역량, 일관성, 신중함, 공정함, 도덕성, 신의, 열린 마음, 약속 이행, 수용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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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신뢰의 문턱이 낮다는 것, 다시 말해 쉽게 믿는다는 것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신뢰가 깨져버렸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 속도 또한 신뢰가 형성되는 데 소요되었던 빠른 속도처럼 무너지는 속도 또한 매우 빠르다.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과 그에 맞는 해결 방법 또한 각양각색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이에 대한 전부를 요약하는 것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될 듯하다. 우리가 타인에게 갖는 신뢰도는 0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 즉 우리는 의외로 낯선 이에게 바로 높은 신뢰도를 보인다는 것. 그리고 서로 신뢰하는 사이에서 그 신뢰가 만약 무너졌다면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발생했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회복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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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왈제네거,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돌체앤가바나 등의 사례를 통해 이 책은 그 신뢰의 매커니즘을 보다 쉽게 직관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마냥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이 책을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평소에 이런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쉽고 재밌게 ‘신뢰’를 풀어나가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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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의과학_승준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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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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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출근할 때마다 신문의 한 지면에 소개되길 희망하는 수많은 신간 서적들을 만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들이 모두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기자의 선택을 받은 일부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버려진다. 그리고 이렇게 버려지는 책들은 모두 ‘안전’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안전한 책’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이렇게 정의한다. 세상과 불화할 가능성을 애초에 제로로 가정하고 집필되어 독자의 정신에 아무런 생채기도 내지 못하는 책. 반면 안전한 책과는 달리 ‘위험한 책’에는 금서라는 딱지가 붙고, 또 금서 중에서도 정말 위대한 책은 독자의 내면에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온다. 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에 반발심을 품는달지, 혹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관념에 너무도 날카로운 의문을 제기하는 것 등등. <나쁜 책>은 그런 위험한 책들을 다루고 있다. 왜 이런 책들이 금서로 지정되었는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지길래 금서라는 낙인이 찍혔는지 말이다.

정말 흥미롭고 다양한 주제와 담론이 풍부하게 담긴 책이었다. 우리는 왜 금서를 읽는가. 검열이 심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받는 시기이므로 금서를 읽는다는 건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인 행위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다. 금서 지정 행위는 놀랍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공산주의 정부를 비판하기만 해도 바로 검열 및 삭제 조치가 취해지는 중국의 출판 문화계는 말할 것도 없고, 너무도 유명한 조지 오웰의 <1984>는 2022년 벨라루스 정부에서 금서로 지정되기도 하였단다.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나쁜 책>이라는 도끼로 다시 한번 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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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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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흥미롭게 읽은 미국의 정치 역사서다. 1929년의 대공황을 기점으로 출현한 ‘뉴딜 질서’의 흥망성쇠와 그에 이어서 등장한 신자유주의 정치 계보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단지 미국이라는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만을 기술한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세를 통합적으로 관철하고 있으므로 보다 깊은 이해와 사유가 가능했다.



뉴딜 질서는 자본주의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도록 강력한 중앙집권 정부를 구축하여 경제 시스템을 좌우할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되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비롯한 고전적 자유주의의 반발에서 비롯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 방식의 자유방임 경제 체제가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으로 인해 적절하지 않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하게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대공황의 직격탄을 맞은 뒤 곧바로 미국 정권을 잡게 된 루스벨트 대통령은 ‘케인스 주의’ 경제학(이론)을 받아들인다. 케인스 경제이론은 경기 순환이 바닥에 있을 동안에는 정부 수입을 초과하는 정부지출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며, 거기에서 생겨나는 재정적자는 나쁜 것이 아니라는 명제를 공리로 삼고 있다. 도로, 교량, 공항, 댐, 학교, 도서관 등 수많은 공공 일자리를 만들어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이는 강력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조건으로 충족되어야 했고, 그렇게 루스벨트와 뉴딜주의자들은 중앙집권 국가의 힘을 비약적으로 증대시키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대공황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게 만든 뉴딜 질서에도 위기는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법이다. 바로 1970년대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가 불황인 속에서도 물가가 끊임없이 오르는 현상을 뜻하며,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안좋은 점만을 합친,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 상황을 야기한 요인으로는 오일 쇼크를 비롯한 수많은 정치, 사회적 요인들이 있었다. 이런 위기를 여전히 뉴딜 질서로만은 극복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새롭게 들어선 이론이 바로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의 근간은 성장, 혁신, 자유를 가두어 놓는 정부의 규제와 통제에서 시장의 힘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들은 ‘탈규제’를 원칙으로 천명하며, 정부가 시장의 작동에 더이상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완전히 규제를 하지 않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자유방임주의와는 다르다. 신자유주의에서는 그보다는 국가개입을 더 필요로 삼고 있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를 줄이고자 하는 데에는 같은 맥락을 취하고 있으므로 자유주의의 결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신’이라는 접두사를 붙여 둘을 구분짓고 있다.



분량이 넘쳐나서 더이상 글을 쓰지 못해 안타깝다. 책에서는 뉴딜 질서보다도 신자유주의에 대해서 보다 깊이 다루고 있으니 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더불어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은 단순히 특정 정치 체제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체제가 정착할 있었던 이유로 공산주의의 몰락을 다룬다던지 미국의 양당 체계에서 어떤 정당이 승기를 잡아 권력을 휘두를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풍부하게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므로 훌륭한 사회과학 서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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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티시 - 광신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김다봄.이민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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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북서퍼2기

제목에 있는 컬티시(cultish)의 컬트(cult)는 무슨 뜻일까?에 대한 답을 설명하는 것부터 이 글을 시작하겠다. ‘cult’를 사전에 검색하면

‘(생활 방식, 태도, 사상 등에 대한) 추종’,

‘(기성 종교가 아닌 종교의) 광신적[사이비] 종교 집단’

네이버 어학사전

으로 검색된다. 좁게만 바라보면 ‘사이비 종교 집단’으로 볼 수 있지만, 조금 더 시야를 넓히면 ‘무언가에 광적인 믿음을 가지는 집단‘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단어의 뜻을 후자의 경우로 해석한 듯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단순히 종교적인 내용 뿐만이 아니라 ‘다단계 회사’의 경우나 심지어는 ‘피트니스 센터’까지도 확장하였기 때문이다. 다단계는 그렇다 쳐도 피트니스 센터가 컬트적이라니?? 의아함을 절로 품을 수 있지만, 이 책을 읽는다면 결국 고개를 끄덕이게 되리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왜 ‘컬트’에 빠지는 걸까? 저자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두어 설명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심화될 때 이는 ‘고립감’이라는 더 깊은 감정으로 빠지게 되고,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어떠한 공동체에 소속되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된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사람들을 취약하게 만든다. 더욱 쉽게 ‘컬티시 언어’에 휩쓸리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나 다단계 회사의 문구를 본다면 코웃음 치며 무시하기가 보다 쉽겠으나, 고립감에 허우적대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언어학’적으로 접근한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말’은 우리가 가장 먼저 바꿀 준비가 되어 있으면서도, 가장 마지막으로 포기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볼까, 어떤 특정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재산을 내놓는다거나 주거지를 바꾸는 것보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쉽다. 그리고 그 집단에서 나오고자 할 때의 경우 재산은 다시 벌면 되고 주거지는 다시 옮기면 되지만 이미 입에 붙어버린 말은 고치기가 훨씬 어렵다. 즉, ‘컬티시 언어’는 매우 효율적으로 사람들의 행동과 신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컬트’를 바라본다면, 첫문단에서 말한 ‘피트니스’를 컬트적으로 본 것도 그리 이상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 헬스장에서 운동하면 다이어트를 쉽게 할 수 있어요!”라든지 “우리가 파는 보충제를 먹으면 근육이 쉽게 붙어요!” 등등...) 그렇다면 이렇게 피트니스 센터가 사용하는 컬트적 언어가 과연 나쁜 것일까? 저자는 이 또한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컬트는 ‘스펙트럼’으로서 좋은 것부터 나쁜 것까지 무수히 많은 종류와 범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을 분별하여 수용할 수 있는 기준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세상에 널리고 널린 컬티시 언어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자신만의 논리적 사고와 감정적 직감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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