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우연 - 제1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63
김수빈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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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에 연이어서 읽은 청소년 문학, 역시나 가슴 뭉클하게 하는 여운을 만끽했다. 작품 전체를 통틀어서 따져본다면 (결말이라든지, 인물들의 매력이라든지) <훌훌> 쪽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만, 책을 읽는 동안만 놓고 보면 <고요한 우연>을 읽을 때 마음이 더 크게 동했던 것 같다. 그건 바로 주인공에게서 내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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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우연>의 줄거리 요약은 따로 하지 않겠다. 다만 주인공의 성격은 말해볼까 한다. 일단 나랑 닮았다고 생각한 점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서 좋아한다는 표현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적고 나니 상당히 부끄러운데, 뭐랄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행여나 내가 그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 그 사람과 멀어질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에 쉽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그런 내 마음이 <고요한 우연>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너무도 적나라하게 비쳐졌다. 아주 속상하면서도 그래서 더욱 극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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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랑은 닮지 않았지만, 주인공에게서 닮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마음속 깊은 곳까지 아주 선(善)하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한 적이 있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겉으로는 당연히 그랬을 지언정 속마음까지도 완벽하게 선했던 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고요한 우연>의 주인공은 다르다. 주인공의 엄마가 말해주는 일화가 있는데, 그 부분이 얼마나 흐뭇한 미소가 절로 지어지고 가슴이 따뜻해지던지… 이는 지금의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어린 시절만의 단단한 다정함이었다.

🗣 (180p)

 - “물론 걱정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어. 맛있는 간식, 예쁜 장난감이 있으면 친구들에게 다 줘 버리고 놀이터에서 누가 밀어 넘어뜨려도 그냥 툭툭 털고 일어서는 너를 볼 때면 가슴이 아팠지. 저 여린 마음으로 이 험한 세상을 잘 버텨낼 수 있을까.”

 - “한번은 너를 밀었던 그 개구쟁이 녀석이 넘어졌는데, 네가 달려가더니 그 애를 일으켜 주는 거야. 그 애는 부끄러웠는지 네 손을 휙 뿌리치고 도망을 갔는데, 세상에! 다음 날부터 다른 녀석들이 네 근처에만 와도 저 멀리서 뛰어와서는 슬금슬금 그 애들 앞을 막아서더라고. 혹시라도 너를 밀거나 너랑 부딪힐까 봐. 눈썹이 새까맣고 코가 아주 예쁜 남자애였는데, 진짜 귀여웠어.”

 - “그때 알았지. 아, 수현이 너는 너만의 방식이 있구나. 나는 참으로 다정하고 단단한 아이를 낳았구나. 코끝이 찡해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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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감상과 글은 조금 다를 같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닿을 만한 구절들이 차고 넘쳐나기에, 책의 매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글을 남기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지 못할 같기도 하고, 나와 주인공을 동일시하면서 어쩐지 치부를 드러내는 같기도 하여 상당히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감상을 남기는 속시원한 것도 있어서 글을 남긴다. 나도 작품 주인공처럼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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