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호두 - 제1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10
서동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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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주인공 ‘호두’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엄마가 없고 아빠가 두 명인 것이다. 호두의 엄마는 호두가 막 태어날 무렵에 하늘 나라로 떠나버렸고, 무슨 이유인지 모를 선택으로 두 아빠를 호두에게 남겨둔 것이다. 과연 호두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두 명의 아빠를 호두 곁에 두게 한 것일까.

자극적인 소재들의 소설들이 교보문고 매대에 널리고 널린 지금 <특별한 호두>의 출간은 그야말로 가뭄 속의 단비처럼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기에 요즈음의 문학계에선 SF 장르의 소설들이 유행을 타고 있다보니 그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배경을 그려내고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인물들의 갈등이 꽤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듯한 소설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라 하여 예외는 아니다. (물론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겠다만) 최근의 청소년 문학도 SF 장르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작품들이 자주 출간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그리는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쩐지 조금 속상한 기분이 든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읽은 <특별한 호두>는 어쩐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위의 첫 문단에서 말한 내용을 제외하면 이 소설에서는 특별하다고 할 법한 사건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꼽으라면 ‘작은아빠’가 운영하는 카페에서의 ‘선인장 도난 사건’ 정도…? 하지만 이마저도 그리 주요하게 다뤄지지는 않는다. 이 작품이 주인공 호두가 이 사건을 파헤치며 겪는 일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 아니기도 하고, 이 사건은 그저 호두의 새로운 중학교 일상 속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그마한 ‘문제’ 정도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래서 이 주인공 호두가 일상 속에서 친구들과 교류를 점차 키워나가고 내적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는 그 ‘청소년 소설의 맛’을 오랜만에 <특별한 호두>를 읽으며 만끽할 수 있었다. 혹시 도파민이 폭발하는 요즘 소설들 속에서 차분하고 담담한 분위기를 찾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어보는 게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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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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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호흡이 짧은 단편이나 초단편 소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에 내게 ‘김동식’은 평소 외면해오던 작가였다. 더군다나 찝찝한 여운보다는 행복한 분위기의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대쪽같은 취향으로 인하여 그 유명한 <회색 인간>이 아닌 <백명 버튼>으로 입문했던 것이다. 기왕 찝찝한 분위기를 이겨내야 한다면 여러 소설이 실려있는 작품집 보다는 하나의 작품으로만 맛보고 싶었기에.



그러나 <백 명 버튼>은 내게 기대 이상의 재미와 여운을 선사하였고, 그리하여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검색하다가 <인생 박물관>을 발견한 것이다. 다른 김동식의 작품들과는 달리 <인생 박물관>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인간의 선하고 따뜻한 본성을 다루며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완벽하게 나의 취향에 부합한다. 읽는 동안 눈물이 날 뻔할 만큼 감동적인 작품들도 여럿 있었고, 그저 흐뭇하게 미소를 짓게 되는 작품들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이 책을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며 몇 개의 감명 깊었던 소설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벌금 만 원]

읽고 나서 아주 많이 놀랐다. <백 명 버튼>에서 읽었던 김동식이 아닌데?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분량이 짧은 만큼 내용 또한 간단하다. 가난에 허덕이는 삶을 살고 있던 한 남자가 돈을 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동창회에 참석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 근데 이 동창회에서는 외국어를 쓰면 벌금 만 원을 내야 하는 일종의 게임(?)이 있었던 것이다. 이 남성은 돌아갈 차비 만으로 겨우 만원만을 들고 왔는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정도만 소개해도 대충 결말이 예상될 것이다. 나 또한 읽으면서 ‘이렇게 되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이 소설의 결말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다시 생각해도 뭉클하다.



[인생의 조언]

가방끈이 짧은 어느 한 가장이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옆에 있던 친구들은 술맛 떨어지게 무슨 고민이 있어서 한숨을 쉬냐고 물으니, 대학생인 아들이 과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인생의 조언’을 한마디씩 구하고 있다는데 배운 게 없는 본인이 무슨 말을 하든 고학력의 아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내용의 걱정인 것이었다. 이에 친구들은 물론 그 식당에 있었던 주변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인생은 어떻더라 내지는 이렇게 살아야 하더라 등의 조언을 퍼부으며 분위기는 과열된다. 결국 아버지는 한 문장을 정하여 아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문자를 확인한 아들은 울면서 아버지에게 전화할 정도로 감동을 받는데, 과연 그 ‘인생의 조언’은 무엇이었을까? 꼭 그 내용을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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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최선
문진영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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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잠잠해졌다고 생각했던 ‘젠더 갈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여성 알바생이 숏컷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가 하면 모 유튜브 채널에서 출연자들이 말한 ‘유모차’를 ‘유아차’라고 표기해 자막을 달았다는 이유로 다수의 구독자가 이탈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세상사에 관심 없는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이정도인데, 기사화되지 않는 일상에서 혹은 수면 아래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얼마나 많은 젠더 갈등이 벌어지고 있을지 상상하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다.



독후감이나 적을 것이지 왜 갑자기 사회적인 이슈를 논하느냐 묻는다면, 한줄평에도 적었듯 이 책에 대한 리뷰의 내용이 이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즈음의 한국 문단문학 계열 소설들에는 ‘페미니즘’ 등 여성서사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이 있고 이번에 읽은 문진영의 <최소한의 최선> 또한 역시 그렇다. 다만 <최소한의 최선>은 다른 작품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여성서사를 담은 작품들을 읽으며 느꼈던 아쉬운 부분들을 완전히 해소해주기도 하여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페미니즘’이란 대체 무엇인가, 사전에 검색해보면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나오고, 나무위키에는 ‘남성중심주의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여성의 권익 신장을 논하는 사회적 운동 및 사상’으로 나온다. 이러나 저러나 여성의 권리 향상 및 양성평등이 목표라는 점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나 역시 여성의 권리 향상이 필요하고 양성평등을 추구해야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성들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성별을 불문하고 남녀 모두가 사회적으로 연대하여 노력하는 것이 너무도 필수적이고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사회를 보면 여성과 남성이 서로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이 여간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인터넷과 뉴스를 보다보면 어쩐지 목표와 수단이 대치된 모습이다. 양성 평등을 위한 투쟁이 아닌, 본인과 다른 성을 비난하기 위한 무의미한 싸움 말이다. 이러한 모습은 문학계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여성 서사’를 담은 작품들을 읽노라면 마치 남성을 그저 ‘적’으로만 보는 듯한 기분이 자주 느껴지곤 한다. 여성과 남성이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에 싸움을 거는 듯한 소설은… 내겐 그저 불편하기만 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소한의 최선>은 내가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여성 서사를 담은 작품이다. 바로 ‘남성’에 대한 고발이 아닌 (결혼 등의) ‘사회 풍습’에 대한 고찰이 담긴 소설 말이다. 수록된 [내 할머니의 모든 것]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 할아버지는 성실했으며 폭력적이지 않았고, 술과 여자를 가까이 하지도 않았다. 당시의 기준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는 남편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109-110p)

이 소설은 주인공의 엄마가 어렸을 적에 자신을 떠난 할머니와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혼사유를 누구의 개인적인 책임으로 돌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저 할머니가 결혼 제도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으로 묘사되며, 오히려 할아버지를 떠난 할머니를 욕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듯하다. 



다른 작품 [네버랜드에서]에는 ‘결혼 제도’에 대해 보다 직접적으로 고찰하는 문장이 나온다.

🗣 아니, 그냥 더는 아등바등하고 싶지 않아졌달까. 구멍이야 있든 말든, 신경쓰고 싶지 않아졌어. 네 형부를 만나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그냥 나이를 먹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게 됐고, 지금은 편해. (중략) 근데 너는 나랑 다르잖아. 행복해지기 위해서 결혼하려는 거면, 희욱이랑 살면서 그게 가능할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해. (191p)

이 소설 역시도 주인공 언니의 남편인 형부나 주인공의 예비 남편인 희욱을 악한 남성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 그저 ‘결혼’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을 뿐이다. 그래서 이 소설들이 다루고 있는 서사들이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일상적으로 느껴졌다. 훨씬 더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게 말이다. 이러한 작가의 시선이 나의 가치관과 너무도 잘 부합한 덕에 지금까지 읽지 않은 문진영의 글과 앞으로 보게 될 문진영의 글 모두 기대감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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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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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주인공 ‘윤옥’은 주변 사람들에게 평가가 엇갈리는 중등 국어 교사였다. 누군가는 그녀를 ‘고집스럽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반면, 또다른 누군가는 ‘단단하고 외로워 보이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윤옥은 눈이 쌓인 빌라 단지의 오르막길을 걷다가 넘어지며 도로 턱에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게 되었고, 이후 1년 정도를 혼수상태에 머물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 소설은 윤옥의 삶의 마지막을 초반에 독자들에게 제시한 뒤, 그 후에 윤옥의 삶을 차분한 어조로 따라간다.



윤옥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서 느낄 수 있듯이 윤옥은 자기만의 신념이 확고하고 올곧은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당연스레 받던 촌지 등은 절대 받는 법이 없었고, 주변에서 모두 만류하거나 탈퇴를 권유하던 교원 노조에도 가입하여 (직접적인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끝까지 그곳에 머무르다 결국 교직에서 파면을 당하기도 한다. 소설의 내용이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관계없이, 나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좋았다. 주인공 윤옥의 올곧음 말이다. 개인적으로 스스로를 ‘줏대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는 나로서는, 윤옥만의 그 ‘올바름을 향한 고집’이 너무도 부럽고 존경스레 보였다.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감상을 남겨보자면, 사람의 인생을 차분히 톺아보는 형식을 취하는 소설이어서 그런지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등이나 긴장감이 고조되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아서추리소설같은 긴박감 넘치는 전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을 같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그러나 나는 좋았다. 주인공윤옥 삶을 바라보는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주인공 자체일 텐데, 개인적으로 인물이 너무도 닮고 싶은 인간 군상이었기에 더더욱 좋게 느껴졌달까. 이런 소설을 만나게 되어 행복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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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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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하늘로 떠나보냈던 형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주인공이 겪는 일을 그린 이 소설은, 특별히 이렇다할 커다란 사건 하나 없이 그저 인물들의 일상을 나지막히 그리고 있는 청소년 소설이다. ‘메타버스’가 상용화된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며 그를 주요한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이 작품이 다른 청소년 소설들과 차별화된 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소설은 어쩐지 호불호가 조금 갈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이야기를 끝까지 이끌어가는 부분은 주인공의 형이 운영하던 메타버스 게임 속 세계를 누군가가 지금도 계속 보살펴왔다는 사실을 주인공이 알게 되며, 그 형의 세계를 꾸준히 관리해준 사람이 누구일지 궁금해하며 진행되는 것이다. 음… 작가가 나름의 ‘반전’이라 할법한 결말을 바랐던 걸까? 글쎄, 읽으면서 너무도 예상이 가능했고, 그래서 내 예상이 틀리기를 바라기도 했건만 어김없이 그 예상이 들어맞으며 이야기는 맥없이 끝났다. 이전의 <페인트>나 <테스터>의 결말에서 느꼈던 충격의 전율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아쉬움을 피할 길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이 나쁘기만 했던 것은 분명 아니다. 작품을 통괄하고 있는 잔잔한 분위기에서 비롯하는 평화로운 마음은 나름의 적적한 여운을 독자에게 선사하기도 한다. 인상적인 장면 또한 있다. 주인공의 친구가 같은반 이성 친구로 인해 곤혹을 겪게 되자 주인공이 여학생에게 일침을 가하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부분은 직접 읽어보기를 바라는 마음에 자세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글을 줄이도록 하겠다. 기존의 이희영 작가 작품들과는 사뭇 다른 결이어서 실망하기도 했지만, 작품만의 매력이 분명하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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