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며칠 전에, 미국의 하원이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에 우크라이나에 608억 달러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페북에 올렸었다.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주 초인 23일에 상원을 통과해 24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되었다고 한다. 우크에 보낸다는 608억 달러는 이스랄에 보낼 264억, 타이완 등에 보낼 80억 달러가 포함되어 총 950억 달러를 이루는 전체 예산의 한 부분이다(합산해보면 608+264+80=952인데 왜 950억이라고들 하는지 모르겠다. 또 많은 언론에서 우크에 보내는 금액을 610억 달러라고들 하는데 그 까닭 역시 알 수 없다). 보다시피 950억 가운데 우크에 배정된 금액이 가장 많아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미국이 그만큼 우크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는 셈이고 또 중시한다는 표시라고 하겠다.

미국이 우크에 거액의 돈을 보내는 것을 보고 도대체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했다. 608억 달러의 사용 내역을 알아보려고 나름대로 여러 소식통을 뒤져봤는데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리된 내용을 접하지 못하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인트메리대학과 산타클라라대학의 정치경제학 교수라는 잭 라스무스가 쓴 글을 읽으니 이해가 좀 되는 것 같아서 소개한다. 라스무스에 따르면, 우크에 “배정된” 예산 중 우크에 가게 되는 돈 액수는 사실 많지 않고 대부분 미국에서 쓰일 모양이다.

우크에 배정된 전체 안보 지원금 가운데 232억 달러는 이미 생산되어 우크에 보낸 미국 내 무기업자들에게 가고, 138억 달러는 미국의 무기 재고 가운데 이미 생산되어 선적되었거나 추가로 생산될 무기의 보충을 위해 배정되어 있다고 한다. 라스무스가 보기에 아직 생산되지 않은 무기에 쓰일 돈은 많아야 100억 달러이고, 250〜300억 달러는 이미 우크에 배송되었거나 배송되고 있는 무기에 쓰일 예정이다. 정리해보면, 이번에 우크에 지원하기로 한 608억 달러 가운데 1/3에서 1/2에 가까운 액수는 미국 측이 사전에 우크에 보낸 무기의 값이라는 말이고, 새로 보낼 무기는 100억 정도로 전체 지원 예산의 1/6밖에는 되지 안 되는 셈이다. 우크에 이미 보냈거나 보내는 중인 무기, 그리고 앞으로 새로 만들어서 보낼 무기 구매에 들어가는 돈 이외에는 우크 전쟁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미군(비밀리에 우크에 파견되어 활동하는 정보요원이나 우크 군 훈련과 무기 운용 지원 전문 요원 등)에 지원할 113억 달러, 우크 정부의 재정을 지원할 78억 달러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은 미국이 이번에 우크에 지원한다고 하는 608억의 대부분은 미국 안에서 쓰이고 우크에 도달하는 액수는 사실 많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크의 재정을 지원하는 데에 쓰이는 78억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이 미국의 방산업체들과 미군 병력에 들어가는 셈인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챙기는 것은 물론 방산업체들로 보인다.

그저께 올린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바이지만 이번에 우크 지원 법안이 통과되는 데에는 6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은 풀뿌리 민심을 대변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이 그들의 관점을 대변해 법안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존슨이 마지막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 군산업체의 로비에 휘둘린 결과라고 한다. 사실 군산업체로서는 법안 통과가 되지 않으면 큰 낭패를 입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무기를 이미 우크에 보내지 않았으면 보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기 전에 승인받을 것을 전제로 군산업체로부터 미리 무기를 받아 우크에 지원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의 예산집행 관행을 잘 알지는 못하나 행정부가 대놓고 불법 저지르는 것이 예사인 듯한데 과연 그럴 수 있는지, 그래도 되는지 궁금하다. 미국이라는 나라 이상하게 돌아가누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문제의 예산안을 놓고 20일 미 하원에서 의원들이 표결한 결과는 찬성이 310명, 반대는 111명이었다고 한다. 310명 가운데 210명은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었으니, 공화당 의원 가운데 100명이 찬성한 셈이다. 라스무스 교수는 이런 표결 분포를 놓고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지지하는 하원 의원이 적어도 3/4인 셈이고, 상원에서는 그 비중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원의장이 6개월간 법안 상정을 거부하며 버티다가 막판에 태도를 싹 바꾼 이유가 그런 점 때문 아니었나 싶다. 의원의 절대다수가 군산복합체의 명령을 듣고 있는 판에 존슨인들 어떻게 할 수 없었을 법하다.

하지만 존슨은 이번에 소속 정당에서는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는 공화당 출신으로 미국 남부 국경에서의 외국인 유입 문제를 놓고 바이든 행정부와 각을 세워왔는데 막판에 굴복하고 법안 표결을 허용하고 말았는데, 이것은 공화당 내 다수의 의사와는 배치된다. 공화당 의원 211명 가운데 이번 법안에 반대한 의원은 111명으로 당내 다수에 해당한다. 그런 점 때문에 존슨이 자당의 강경파에 의해 불신임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하원의장직에서도 쫓겨날 수 있다. 하원의장 신임 투표가 이뤄지면 민주당 의원들이 존슨을 축출하려는 공화당 다수파 쪽을 지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존슨의 전임인 케빈 매카시도 그런 식으로 의장직을 잃은 바 있다.

어쨌거나 이번에 ‘지원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러샤 군의 진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크는 당분간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어 버틸 힘을 조금 번 셈이다. 하지만 정말 조금일 뿐이다. 작년에는 608억보다 훨씬 더 큰 액수의 지원을 받았고 또 자국군의 병력도 아직 상당히 남은 상태였는데도 우크는 6월 초에 시작된 ‘반격’ 두어 달 만에 대패했다. 지금 우크 군이 전선 전체에서 패퇴하고 있는 것도 작년의 반격이 대실패로 끝난 이후 군사적으로 아무런 만회도 하지 못한 양상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608억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사정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지원 예산이 새로 배정되었다고 해도 실제로 지원될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것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새로 들어올 무기가 적은 것도 문제이겠으나, 더 큰 문제는 예산이 배정되어도 배정된 돈에 상당하는 무기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배정된 예산으로 우크에 보내주기로 한 100억 달러에 상당하는 무기 가운데 당장 우크에 보낼 수 있는 무기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100억의 절반을 상회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무기를 생산하려는 데에도 수년이 걸린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것은 이번에 미 의회가 배정한 예산으로 우크가 올해 안에 지원받을 수 있는 무기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런 점을 모를 리 없는 바이든 행정부가 예산 법안 통과를 요청한 것은 11월 선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체 608억은 950억의 64%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우크에 보낸다는 예산 가운데 실제로 우크에 가는 금액은 액수도 적으려니와 특히 무기와 관련한 예산은 미국 자체의 무기 생산력 저하로 당장 집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실상이라면, 미국의 정치계급은 왜 온갖 수를 써가며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일까? 당장은 방산업체의 로비가 막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원의장 존슨, 존슨에게 법안을 상정하라고 압박을 넣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전임 법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이번에 안보지원법안에 찬성한 100명의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전원, 게다가 올 대선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등이 모두 방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손을 함께 잡은 셈이다. 나아가서 바이든 정권은 우크가 얼마 되지 않지마는 이번에 받는 예산으로 11월 대선까지는 러샤에 패배당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볼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를 쓰고 우크에 돈을 보내려 하는 것은 11월까지만 우크 군이 버텨주기를 바라고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바람대로 우크 군이 전선을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생명이 희생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지원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우크의 희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전선에서 들리는 소식을 놓고 보건대 여름쯤이면 모든 전선에서 우크 군대가 와해할 기미도 보인다. 우크 군으로서는 차라리 빨리 패배하는 것이 희생자를 줄이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바이든의 재선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재임 기간 세계 전체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바이든이 혹여라도 재선될 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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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침스럽다, 득돌같다, 안쫑잡다, 점직하다, 툽상스럽다, 푸닥지다, 후파문하다, 훈감하다···


한글로 쓴 말인데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진기한 외계어다. 글자는 낯익지만 뜻은 처음 대하는 한자어보다 낯설다. 요즘 이 진기한 외계어 공부를 곡진히 한다. 나지막이 발음해 보면 묘한 매력을 풍기며 다가들지만 그렇다고 뜻 한 자락을 슬쩍이라도 내어주는 법은 거의 없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한평생 무지렁이 말글 부역자로 살아왔다는 딱 부러진 증거들이다. 부끄럽다가 슬프다가··· 마침내는 어이가 없어진다.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는 일이라 맥마저 풀린다.


30년쯤 전에 어떤 스님이 내게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내 전생이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죽은 고려말 어떤 임금이라 했다. 그땐 웃어넘겼지만 70년 가까이 살아보니 마냥 허튼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글로 된 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한시(漢詩)가 빨리 외워진다. 아니, 한시는 한 번 읽으면 그냥 통째로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배운 적도 없는데 한시를 짓는다. 나중에 다시 보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기도 한다. 전생이 흘린 증거 아닐까, 갸웃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천재 신진서가 보지 못하는 수를 AI가 제시하는 세상에서 꺼내기 민망하다. 이 민망함도 사실은 부역자가 지녀온 가짜 자의식이다. 제국과 그 부역 국 상위 1% 인간 100%가 미신에 기대어 사는 게 더 핍진한 현실이니 말이다. 제국의 찬란한 우주 과학은 휴거 미신 덕이고, “The kyong can do no wrong!” 확신은 천공에서 발원하니 내가 유서 깊은 부역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에 전생 이야기를 들먹이는 일이 뭐 그리 우스꽝스럽겠는가.

 

아까 점직하다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뜻이다. 점직해서 나는 외계 모국어를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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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4월 20일 미국의 하원이 우크라이나, 이스랄, 타이완을 지원하는 9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법안들을 가결한 데 이어 오늘은 상원도 가결 절차를 거쳤다. 950억 가운데 608억은 우크라이나, 264억은 이스랄, 80억은 타이완 및 기타 인도·태평양 국가에 지원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지원안이 통과되는 데까지는 6개월이나 소요되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공화당 출신인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이 의회에 상정하는 것을 계속 거부한 것이 그 이유다. 존슨이 그렇게 한 까닭은 공화당 의원 다수가 법안 상정에 반대한 데에 있다. ‘풀뿌리 민심’을 대변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남쪽 국경을 넘어오는 외국인 불법 유입 급증이 위중한 사안이라며 그 방지를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안보 지원 법안 통과를 허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 왔다.

이번에 존슨이 태도를 바꿔 법안 상정을 추진한 것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가 수그러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 강경파 의원들은 존슨이 법안 상정을 시도하면 존슨의 선임 케빈 매카시처럼 의장직에서 축출하겠다는 위협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존슨이 자당 의원들의 반발을 외면하고 안보 지원 법안을 상정한 것은 여당인 민주당 측만이 아니라 공화당의 지도부를 포함한 미국의 이른바 딥스테이트의 압박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안 상정 이전에 CIA 국장 윌리엄 번스가 찾아와 만났다고 보도되었고, 전임 대통령 트럼프까지 존슨에게 법안 통과를 종용한 모양이다. 존슨은 공화당의 기성 지도부가 트럼프를 경원시하는 것과는 달리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다.

올 11월에 치러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는 그동안 바이든의 우크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하루 만에 전쟁을 종식할 것임을 공언해왔다. 그런 그가 우크에 가장 큰 예산이 배정되는 안보 지원 법안 통과를 슬쩍 지지한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그가 얼마나 양면적인 인간인지,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딥스테이트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딥스테이트는 군산복합체와 한통속이다. 트럼프가 존슨에게 법안 통과를 종용했다면 그것은 대선을 앞둔 그가 정치자금의 젖줄인 군산업체의 이익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존슨에게 압박을 가한 공화당의 기성 지도부도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들은 존슨이 풀뿌리 민심을 고려해 대 우크 지원보다는 미국의 ‘국경 수비’ 즉 외국인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예산의 확보에 더 신경을 쓰는 태도를 보고,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하원의장직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알려진다. 존슨은 강경파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6개월 동안 법안 상정을 미뤄왔으나, 이제는 자당 원로 지도부의 위협, 자신이 지지하는 전임 대통의 설득을 받게 되면서 결국 굴복한 셈이다.

6개월 동안 특히 우크 지원을 문제 삼아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의회 상정을 막아오던 존슨이 태도를 바꾸도록 한 것을 보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미국의 정치를 옭아매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사실 미국에서는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유력 정치인은 모두 군산업체의 로비 대상이며, 군산업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여당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 쪽만이 아니라 공화당 쪽도 군산복합체의 일원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은 군산복합체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키매트까지 작동한다. 미키매트(MICIMATT, Military-Industrial-Congressional-Intelligence-Media-Academy-Think Tank)는 미국이 그동안 세계를 대상으로 벌여온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옹호하고, 홍보하는 거대한 연계 세력이다. 이번에 트럼프까지 자신의 지지자인 하원의장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어 우크에 가장 큰 예산이 배정된 안보 지원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면 그 세력의 마수가 얼마나 널리 그리고 깊숙이 퍼져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번 법안을 두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통과를 반대하는 의견이 별로 표출되지 않았던 것은 미키매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증좌인 셈이다.

우연일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608억 달러가 책정된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눈에 띄는 뉴스 하나가 올라왔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일이지만 미국의 방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155밀리 포탄 가격을 현재 한 발 당 8천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올린다는 소식이 뜬 것이다. 포탄 한 발에 10만 달러라니 믿어지질 않는데, 자주 접하는 텔레그램 채널 <슬라비안그라드>에 올라온 21일 자 단신을 눈을 씻고 살펴보니 그렇단다.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는지 인상된 금액이 10만 달러가 아니라 1만 달러 아니냐고 묻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더라. 개인 생각으로도 10만 달러는 오기인 것 같고 1만 달러가 새로 책정된 가격일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포탄 한 발 값으로는 너무 비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만 달러는 한화로는 1천374만 원이다. 참고로 미국이 생산하는 155밀리 포탄과 맞먹는 러시아의 152밀리 포탄 가격은 한 발 당 500〜600달러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하원이 우크에 군사 지원을 할 것을 결정한 날은 4월 20일이다. 그와 관련해 슬로바키아 의회 부의장 루보스 블라하가 눈길 끄는 논평을 내놓았다. 4월 20일은 히틀러의 생일이란다. 다음은 <슬라비안그라드>에 실린 그의 발언 내용이다. “미국인들은 소련의 2천700만 인민을 없애버린 나치 짐승 놈을 상징하는 날에 맞춰 러시아를 겨냥해 수십억 달러 패키지를 승인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가? 자기 개돼지를 시켜 러샤인, 유대인, 폴란드인, 슬로바키아인을 상대로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한 나치 부역자 반데라를 내놓고 찬미하는 정권에 돈을 보내다니. 나는 언제나 파시즘을 증오했으며, 이 말을 정말 진정으로 하고 있다. 날짜가 4월 20일인 것이 우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미국에는 히틀러가 우리—러샤인만이 아니라 모든 슬라브인—를 죽여 없앴어야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본다.”

블라하의 생각처럼 미 하원이 대 우크 지원안 통과 일자를 일부러 히틀러의 생일날인 4월 20일에 맞춘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 히틀러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지적이 전적으로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지원하는 현 우크 정권은 블라하의 지적대로 나치 부역자인 스테판 반데라를 국부로 모시는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은 러샤를 견제하고 전략적으로 패퇴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우크를 앞세워 러샤와 대리전을 벌임으로써 사실상 신나치 세력을 지원하는 셈이다.

608억 달러를 지원해도 우크가 러샤를 이겨낼 공산은 전혀 없다. 계속 접하고 있는 전황 소식에 따르면 우크 군은 지금 계속 궤멸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우크를 지원한다며 거액을 쓰려는 것은 한편으로는 미국이 엉뚱하게도 친나치 세력을 지원하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산업체가 떼돈 벌게 하는 일이다. 한 발에 1만 달러씩 나가는 포탄을 만들어 우크에 보내려 하지만 우크도 미국도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가망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전쟁을 계속하면 이득 보는 집단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쿠이 보노? 이득 보는 자 누구인가? 군산업체 즉 전쟁상과 그들을 지원해서 이득 취하는 자들, 다시 말해 군산복합체, 딥스테이트, 그리고 미키매트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들 때문에 우크에서는 마지막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전쟁이 계속된다. 그뿐만 아니다. 가자지역에서도 수많은 민간인이 이스랄 점령군에 의해 집단 학살당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안보 지원 법안에는 타이완에 대한 지원액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동아시아에서도 전쟁의 불길이 타오를 공산이 없지 않다. 미키매트가 그 영향력을 계속 발휘하는 한 세계가 전쟁과 죽음의 도가니에서 벗어나길 기대할 수는 없을 듯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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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계획은 없다. 조금 일찍 집을 나서면서 간단한 느낌 하나로 행로를 정한다: 버스 타기 싫다. 나는 걸어서 바리메 숲길로 들어선다. 출근길에는 택하지 않는 외딴길을 따라간다. 천천히 걷다 보니 전에 없던 음성이 들려온다. 유아 숲 체험장이라고 하지만 노인들만 득실대는 공간에서 꽤 나이 든 버드나무와 회화나무가 부르는 소리다. 버드나무가 좀 더 오래돼 보인다. 밑동이 비어간다. 건강을 빌며 천천히 돌아 나와 생태 다리를 건넌다.


 

물론 여기도 아주 익숙한 길이지만 영 다른 음성을 듣는다. 단 한 번도 직접 본 적이 없는데 눈에 띄자마자 그 이름을 직감한다. 섬밀하게 관찰하며 이미 시드는 중인 꽃들을 가려 사진에 담는다. 친절하게도 나무가 사람 음성을 빌어서 내 직감이 맞았음을 확인해 준다. “오매, 여그 탱자나무요이?” 남도 사투리를 쓰는 장년 부부가 지나가면서 커다란 소리로 말한다. 황매 흐드러진 언덕을 돌아 애기똥풀 지천인 비탈에 이르자 꽝 벼락이 떨어진다.

 

작은 산은 있어도 작은 숲은 없다.”

 

산은 울멍줄멍 올망졸망 차이 나지만 숲은 팡이실이 거대한 전체로서 하나다. 인간만이 이 진실을 모른다. 작은 산자락 작지 않은 숲을 업신여겨 거침없이 파괴한 현장을 보는 일은 이제 진부한 일상이다. 살피재 가까운 숲에서 그 꼴을 본다. 관목이지만 교목 수준으로 자라 깊은 그늘 거느린 사철나무 군락 일각이 무참히 무너져 있다. 왜 이 짓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주위 집 몇 채가 헐린 것으로 보아, 뭔 토건 질을 또 벌일 모양이다.


 

그 너머 까치 능선 기슭에서도 아픈 광경 앞에 다시 서고 만다. 수관 절반이 톱에 잘려 생명력을 빼앗긴 싸리나무 노거수가 심지어 꺾여 있기까지 하다. 누가 왜 어떻게 꺾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슬프고 분한 마음 끌어안고 마지막으로 물 한줄기 부어드린다. 다행히도 그 뿌리 근처에 후계목이 자라고 있다. 제발 이 아이만큼은 손대지 말아 주기를 기도한다. 그런데 어쩌나, 인간이 지나다니는 길가다. ‘작은놈이 걸리적거리면 가차 없겠지.

 

죽은 이는 있어도 없는 이는 없다.”

 

더 깊은 쪽으로 들어간다. 맨발 걷기 하는 인간 소음이 새소리를 밀어낸 숲은 더 이상 푸르지 않다; 파리하다. 나는 서둘러 거기를 벗어난다. 기억을 좇아 연달래(철쭉) 울창했던 기슭으로 간다. 비 온 뒤라 연달래는 대부분 뭉그러지고 떨어져 누웠다. 다가가 보니 낙화가 더 곱다. 처연함이 싱싱함을 넘는다. 자동차 소음에 닿기 직전 돌아선다. 내가 죽은 청년 하나를 위하여 통곡하던 숲으로 간다. 그는 똑 거기 있다. 죽은 이가 산 이를 건넌다.


 

숲은 죽은 존재와 죽은 존재로 여겨지는 존재를 모두 품은 큰 존재다. 외연이 커서 크지 않고 작디작게 배어드는 내포가 커서 크다. 그렇게 크기 때문에, 인간은 숲을 함부로 죽이고 그래서 죽은 존재로 여긴다. 그러나 죽은 존재는 없는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맡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는 엄밀 존재로 어디에나 있다. 나는 숲에서 그렇게 엄밀하게 보고 듣고 맡고 만지는 사건으로 열린다. 유심히 없어져서 무심히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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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현지시각으로 19일 새벽 5시 23분에 인구 200만이 넘는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 인근 공군기지에서 들린 폭발음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한편에서는 그것은 이스랄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이란의 격이었다는 설, 다른 한편에서는 몇 대 안 되는 드론을 이란이 격추하는 소리였다는 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드론 공격이 이스랄 외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잠입한 세력의 소행이라는 설 등이 나와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헷갈린다. 이번 ‘공격’을 누가 어떻게 한 것인지 아직 불분명한 것은 ‘범인’일 공산이 큰 이스랄 측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공격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피해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란 측은 소형 드론 3대를 쏘아 떨어뜨렸고 피해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 때문인지, 러시아의 관영매체 스푸트니크는 피습 이후 이란 측이 즉각 반격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한다. 매체는 이란 관리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사건의 외국 출처는 확인된 바 없다. 우리는 외부의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검토해 보니 공격보다는 잠입 쪽인 것 같다.” 외부 다시 말해 이스랄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라면, 이란 측이 구태여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이스랄을 지목하여 반격에 나설 필요는 없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공군기지 공습 시도에 이스랄이 무관할 리는 없다. 이스파한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NBC와 CNN 등 미국의 소식통들은 일제히 이스랄이 지난 13일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반격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중동의 매체들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보도들이 난무하여 사태를 쉽게 정리하기는 어려우나, (1) 이스파한 기지에 대한 공습은 이스랄의 작품이라는 것, (2) 이란이 공습으로 피해 본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 때문인지, 이스랄 내각의 최고 강경론자로 꼽히는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리브는 자신의 X 계좌에 “변변찮았다”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인들의 반응도 이스랄의 공습이 변변찮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자아이가 종이비행기를 아파트 건물에서 장난스럽게 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널리 공유된 모양이고, 에산 사파르네야드라는 사람은 X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롱을 올렸다. “급보. 이스파한에 대한 이스랄의 공격으로 이란인 5명 사망, 20명 부상....과도한 웃음이 원인.”(아래 사진 참조)



이스랄의 어제 ‘반격’은 반격 같지 않은 반격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벤그비르 같은 인물이 그렇게 보고 있고, ‘공격당한’ 이란 측도 그렇게 보고 있다. 이스랄의 이런 모습은 매우 예외적이다. 지금까지 자국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열 배, 백 배 갚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이스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아주 미약한 반응밖에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행한 공격과 관련해서도 입 다물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이스랄이 본격적인 대 이란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은 4월 13일에 있었던 이란의 대 공습에 대한 반격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면서 양국의 갈등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것이 이스랄의 태도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이스랄의 뒷배인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의 대규모 공습 직후 이스랄에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두 곳의 전쟁으로도 이미 버거운데 이스랄이 지역 강대국 이란과 전쟁을 치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상황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스랄은 지금 조심하고 자제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이스랄이 지난번에 이란에 받은 드론 및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어제 한 것과 같은 시시한 수준의 반격을 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것은 서아시아 지역 세력 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이스랄은 미국이 뒤에 있다는 것을 밑천으로 삼아 그동안 정말 안하무인의 행동을 해왔다. 4월 1일에 다마스쿠스 이란 대사관을 공습한 것도 그런 태도의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란이 13일에 보복으로 이스랄 본토를 직접 공격하자 이스랄은 미국과 더불어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이란은 이스랄이 비엔나협약을 무시하고 자국 대사관을 공습한 뒤 정당 반격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공습 계획에 대해서도 미국, 그리고 우회적으로 이스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며 민간이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군사 시설만 골라서 공격했다.

이란의 공습은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먼저 수백 대의 값싼 드론을 보내 이스랄과 그 우방—미국과 영국, 프랑스, 요르단—의 대공 미사일 망을 교란하고, 그다음 낡은 순항 미사일을 보내 적의 요격 능력을 더욱 소진시킨 뒤 마지막으로 탄도미사일로 목표물을 타격한 것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99% 요격에 성공했다는 것이 이스랄의 주장이지만, 지난 13일의 공격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였다는 것이 많은 정세분석가의 평가다. 이란은 외교적으로는 이스랄의 자국 대사관 공습에 대한 반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안보리에 제소하는 절차를 거쳤고,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인 공격을 자제했으며, 자국의 피해보다 더 적은 피해를 이스랄에 입힘으로써 자신들의 반격이 과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군사적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이스랄 방공망을 뚫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하는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지난번 공습에서 이란은 네게브 사막의 네바팀 공군기지와 라몬 공군기지, 그리고 골란고원의 정보센터 등 이스랄의 군사자산 세 곳에 대한 타격을 성공시켰다고 알려진다.

이번에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란의 공습 규모가 매우 미미했던 것은 지난번 이란의 이스랄 공습 성공이라는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이 워낙 정교하게 잘 이뤄진 것을 보고 자신들이 섣불리 대응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이스랄과 미국은 뼈저리게 깨달은 듯하다. 지난번 자신들의 공습 이후 이란은 만약 이스랄이 또 자국을 공격하면 그때는 훨씬 더 큰 보복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었다. 이스랄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면서도 공격 같지 않은 공격을 한 것은 이란의 그런 경고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

서아시아에서 이스랄이 안하무인으로 인근 국가들을 공격하던 시기는 이제 끝나가는 것 같다. 이란의 존재가 이스랄의 만행을 억제하는 시기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이란은 서아시아에서 형성된 ‘저항의 축’에서도 주축이다. 저항의 축의 힘이 더 커져서 이스랄의 만행이 하루라도 빨리 중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자 지역에 벌어지는 이스랄의 학살행위도 중단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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