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4월 20일 미국의 하원이 우크라이나, 이스랄, 타이완을 지원하는 9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지원 법안들을 가결한 데 이어 오늘은 상원도 가결 절차를 거쳤다. 950억 가운데 608억은 우크라이나, 264억은 이스랄, 80억은 타이완 및 기타 인도·태평양 국가에 지원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지원안이 통과되는 데까지는 6개월이나 소요되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공화당 출신인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이 의회에 상정하는 것을 계속 거부한 것이 그 이유다. 존슨이 그렇게 한 까닭은 공화당 의원 다수가 법안 상정에 반대한 데에 있다. ‘풀뿌리 민심’을 대변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은 미국의 남쪽 국경을 넘어오는 외국인 불법 유입 급증이 위중한 사안이라며 그 방지를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면 안보 지원 법안 통과를 허용할 수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드러내 왔다.
이번에 존슨이 태도를 바꿔 법안 상정을 추진한 것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가 수그러들었기 때문은 아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 강경파 의원들은 존슨이 법안 상정을 시도하면 존슨의 선임 케빈 매카시처럼 의장직에서 축출하겠다는 위협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존슨이 자당 의원들의 반발을 외면하고 안보 지원 법안을 상정한 것은 여당인 민주당 측만이 아니라 공화당의 지도부를 포함한 미국의 이른바 딥스테이트의 압박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법안 상정 이전에 CIA 국장 윌리엄 번스가 찾아와 만났다고 보도되었고, 전임 대통령 트럼프까지 존슨에게 법안 통과를 종용한 모양이다. 존슨은 공화당의 기성 지도부가 트럼프를 경원시하는 것과는 달리 대표적인 친트럼프 인사다.
올 11월에 치러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트럼프는 그동안 바이든의 우크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하루 만에 전쟁을 종식할 것임을 공언해왔다. 그런 그가 우크에 가장 큰 예산이 배정되는 안보 지원 법안 통과를 슬쩍 지지한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그가 얼마나 양면적인 인간인지,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딥스테이트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다. 딥스테이트는 군산복합체와 한통속이다. 트럼프가 존슨에게 법안 통과를 종용했다면 그것은 대선을 앞둔 그가 정치자금의 젖줄인 군산업체의 이익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존슨에게 압박을 가한 공화당의 기성 지도부도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들은 존슨이 풀뿌리 민심을 고려해 대 우크 지원보다는 미국의 ‘국경 수비’ 즉 외국인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한 예산의 확보에 더 신경을 쓰는 태도를 보고,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하원의장직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알려진다. 존슨은 강경파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6개월 동안 법안 상정을 미뤄왔으나, 이제는 자당 원로 지도부의 위협, 자신이 지지하는 전임 대통의 설득을 받게 되면서 결국 굴복한 셈이다.
6개월 동안 특히 우크 지원을 문제 삼아 이번에 통과된 법안의 의회 상정을 막아오던 존슨이 태도를 바꾸도록 한 것을 보면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가 얼마나 미국의 정치를 옭아매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사실 미국에서는 공화당 민주당 가릴 것 없이 유력 정치인은 모두 군산업체의 로비 대상이며, 군산업체의 지원을 받지 않고서는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지금 여당인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 쪽만이 아니라 공화당 쪽도 군산복합체의 일원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오늘날은 군산복합체만 있는 것도 아니고 미키매트까지 작동한다. 미키매트(MICIMATT, Military-Industrial-Congressional-Intelligence-Media-Academy-Think Tank)는 미국이 그동안 세계를 대상으로 벌여온 전쟁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옹호하고, 홍보하는 거대한 연계 세력이다. 이번에 트럼프까지 자신의 지지자인 하원의장에게 은근히 압력을 넣어 우크에 가장 큰 예산이 배정된 안보 지원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한 것을 보면 그 세력의 마수가 얼마나 널리 그리고 깊숙이 퍼져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이번 법안을 두고 그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통과를 반대하는 의견이 별로 표출되지 않았던 것은 미키매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증좌인 셈이다.
우연일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으로 608억 달러가 책정된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과 동시에 눈에 띄는 뉴스 하나가 올라왔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일이지만 미국의 방산업체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155밀리 포탄 가격을 현재 한 발 당 8천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올린다는 소식이 뜬 것이다. 포탄 한 발에 10만 달러라니 믿어지질 않는데, 자주 접하는 텔레그램 채널 <슬라비안그라드>에 올라온 21일 자 단신을 눈을 씻고 살펴보니 그렇단다. 그래도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었는지 인상된 금액이 10만 달러가 아니라 1만 달러 아니냐고 묻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더라. 개인 생각으로도 10만 달러는 오기인 것 같고 1만 달러가 새로 책정된 가격일 것 같은데, 그렇더라도 포탄 한 발 값으로는 너무 비싸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만 달러는 한화로는 1천374만 원이다. 참고로 미국이 생산하는 155밀리 포탄과 맞먹는 러시아의 152밀리 포탄 가격은 한 발 당 500〜600달러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하원이 우크에 군사 지원을 할 것을 결정한 날은 4월 20일이다. 그와 관련해 슬로바키아 의회 부의장 루보스 블라하가 눈길 끄는 논평을 내놓았다. 4월 20일은 히틀러의 생일이란다. 다음은 <슬라비안그라드>에 실린 그의 발언 내용이다. “미국인들은 소련의 2천700만 인민을 없애버린 나치 짐승 놈을 상징하는 날에 맞춰 러시아를 겨냥해 수십억 달러 패키지를 승인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은가? 자기 개돼지를 시켜 러샤인, 유대인, 폴란드인, 슬로바키아인을 상대로 전쟁범죄를 저지르게 한 나치 부역자 반데라를 내놓고 찬미하는 정권에 돈을 보내다니. 나는 언제나 파시즘을 증오했으며, 이 말을 정말 진정으로 하고 있다. 날짜가 4월 20일인 것이 우연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나는 아직도 미국에는 히틀러가 우리—러샤인만이 아니라 모든 슬라브인—를 죽여 없앴어야 했다고 믿는 사람들이 다수라고 본다.”
블라하의 생각처럼 미 하원이 대 우크 지원안 통과 일자를 일부러 히틀러의 생일날인 4월 20일에 맞춘 것인지 알 길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 히틀러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다는 지적이 전적으로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지원하는 현 우크 정권은 블라하의 지적대로 나치 부역자인 스테판 반데라를 국부로 모시는 세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은 러샤를 견제하고 전략적으로 패퇴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우크를 앞세워 러샤와 대리전을 벌임으로써 사실상 신나치 세력을 지원하는 셈이다.
608억 달러를 지원해도 우크가 러샤를 이겨낼 공산은 전혀 없다. 계속 접하고 있는 전황 소식에 따르면 우크 군은 지금 계속 궤멸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우크를 지원한다며 거액을 쓰려는 것은 한편으로는 미국이 엉뚱하게도 친나치 세력을 지원하려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군산업체가 떼돈 벌게 하는 일이다. 한 발에 1만 달러씩 나가는 포탄을 만들어 우크에 보내려 하지만 우크도 미국도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가망은 전혀 없다.
하지만 전쟁을 계속하면 이득 보는 집단이 반드시 있는 법이다. 쿠이 보노? 이득 보는 자 누구인가? 군산업체 즉 전쟁상과 그들을 지원해서 이득 취하는 자들, 다시 말해 군산복합체, 딥스테이트, 그리고 미키매트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들 때문에 우크에서는 마지막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전쟁이 계속된다. 그뿐만 아니다. 가자지역에서도 수많은 민간인이 이스랄 점령군에 의해 집단 학살당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안보 지원 법안에는 타이완에 대한 지원액도 포함돼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동아시아에서도 전쟁의 불길이 타오를 공산이 없지 않다. 미키매트가 그 영향력을 계속 발휘하는 한 세계가 전쟁과 죽음의 도가니에서 벗어나길 기대할 수는 없을 듯싶다.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막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