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현지시각으로 19일 새벽 5시 23분에 인구 200만이 넘는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 인근 공군기지에서 들린 폭발음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한편에서는 그것은 이스랄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이란의 격이었다는 설, 다른 한편에서는 몇 대 안 되는 드론을 이란이 격추하는 소리였다는 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드론 공격이 이스랄 외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잠입한 세력의 소행이라는 설 등이 나와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헷갈린다. 이번 ‘공격’을 누가 어떻게 한 것인지 아직 불분명한 것은 ‘범인’일 공산이 큰 이스랄 측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공격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피해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란 측은 소형 드론 3대를 쏘아 떨어뜨렸고 피해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 때문인지, 러시아의 관영매체 스푸트니크는 피습 이후 이란 측이 즉각 반격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한다. 매체는 이란 관리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사건의 외국 출처는 확인된 바 없다. 우리는 외부의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검토해 보니 공격보다는 잠입 쪽인 것 같다.” 외부 다시 말해 이스랄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라면, 이란 측이 구태여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이스랄을 지목하여 반격에 나설 필요는 없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공군기지 공습 시도에 이스랄이 무관할 리는 없다. 이스파한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NBC와 CNN 등 미국의 소식통들은 일제히 이스랄이 지난 13일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반격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중동의 매체들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보도들이 난무하여 사태를 쉽게 정리하기는 어려우나, (1) 이스파한 기지에 대한 공습은 이스랄의 작품이라는 것, (2) 이란이 공습으로 피해 본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 때문인지, 이스랄 내각의 최고 강경론자로 꼽히는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리브는 자신의 X 계좌에 “변변찮았다”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인들의 반응도 이스랄의 공습이 변변찮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자아이가 종이비행기를 아파트 건물에서 장난스럽게 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널리 공유된 모양이고, 에산 사파르네야드라는 사람은 X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롱을 올렸다. “급보. 이스파한에 대한 이스랄의 공격으로 이란인 5명 사망, 20명 부상....과도한 웃음이 원인.”(아래 사진 참조)
이스랄의 어제 ‘반격’은 반격 같지 않은 반격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벤그비르 같은 인물이 그렇게 보고 있고, ‘공격당한’ 이란 측도 그렇게 보고 있다. 이스랄의 이런 모습은 매우 예외적이다. 지금까지 자국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열 배, 백 배 갚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이스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아주 미약한 반응밖에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행한 공격과 관련해서도 입 다물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이스랄이 본격적인 대 이란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은 4월 13일에 있었던 이란의 대 공습에 대한 반격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면서 양국의 갈등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것이 이스랄의 태도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이스랄의 뒷배인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의 대규모 공습 직후 이스랄에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두 곳의 전쟁으로도 이미 버거운데 이스랄이 지역 강대국 이란과 전쟁을 치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상황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스랄은 지금 조심하고 자제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이스랄이 지난번에 이란에 받은 드론 및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어제 한 것과 같은 시시한 수준의 반격을 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것은 서아시아 지역 세력 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이스랄은 미국이 뒤에 있다는 것을 밑천으로 삼아 그동안 정말 안하무인의 행동을 해왔다. 4월 1일에 다마스쿠스 이란 대사관을 공습한 것도 그런 태도의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란이 13일에 보복으로 이스랄 본토를 직접 공격하자 이스랄은 미국과 더불어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이란은 이스랄이 비엔나협약을 무시하고 자국 대사관을 공습한 뒤 정당 반격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공습 계획에 대해서도 미국, 그리고 우회적으로 이스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며 민간이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군사 시설만 골라서 공격했다.
이란의 공습은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먼저 수백 대의 값싼 드론을 보내 이스랄과 그 우방—미국과 영국, 프랑스, 요르단—의 대공 미사일 망을 교란하고, 그다음 낡은 순항 미사일을 보내 적의 요격 능력을 더욱 소진시킨 뒤 마지막으로 탄도미사일로 목표물을 타격한 것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99% 요격에 성공했다는 것이 이스랄의 주장이지만, 지난 13일의 공격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였다는 것이 많은 정세분석가의 평가다. 이란은 외교적으로는 이스랄의 자국 대사관 공습에 대한 반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안보리에 제소하는 절차를 거쳤고,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인 공격을 자제했으며, 자국의 피해보다 더 적은 피해를 이스랄에 입힘으로써 자신들의 반격이 과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군사적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이스랄 방공망을 뚫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하는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지난번 공습에서 이란은 네게브 사막의 네바팀 공군기지와 라몬 공군기지, 그리고 골란고원의 정보센터 등 이스랄의 군사자산 세 곳에 대한 타격을 성공시켰다고 알려진다.
이번에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란의 공습 규모가 매우 미미했던 것은 지난번 이란의 이스랄 공습 성공이라는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이 워낙 정교하게 잘 이뤄진 것을 보고 자신들이 섣불리 대응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이스랄과 미국은 뼈저리게 깨달은 듯하다. 지난번 자신들의 공습 이후 이란은 만약 이스랄이 또 자국을 공격하면 그때는 훨씬 더 큰 보복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었다. 이스랄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면서도 공격 같지 않은 공격을 한 것은 이란의 그런 경고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
서아시아에서 이스랄이 안하무인으로 인근 국가들을 공격하던 시기는 이제 끝나가는 것 같다. 이란의 존재가 이스랄의 만행을 억제하는 시기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이란은 서아시아에서 형성된 ‘저항의 축’에서도 주축이다. 저항의 축의 힘이 더 커져서 이스랄의 만행이 하루라도 빨리 중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자 지역에 벌어지는 이스랄의 학살행위도 중단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