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며칠 전에, 미국의 하원이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에 우크라이나에 608억 달러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켰다는 내용의 글을 페북에 올렸었다.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주 초인 23일에 상원을 통과해 24일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되었다고 한다. 우크에 보낸다는 608억 달러는 이스랄에 보낼 264억, 타이완 등에 보낼 80억 달러가 포함되어 총 950억 달러를 이루는 전체 예산의 한 부분이다(합산해보면 608+264+80=952인데 왜 950억이라고들 하는지 모르겠다. 또 많은 언론에서 우크에 보내는 금액을 610억 달러라고들 하는데 그 까닭 역시 알 수 없다). 보다시피 950억 가운데 우크에 배정된 금액이 가장 많아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미국이 그만큼 우크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하는 셈이고 또 중시한다는 표시라고 하겠다.

미국이 우크에 거액의 돈을 보내는 것을 보고 도대체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궁금했다. 608억 달러의 사용 내역을 알아보려고 나름대로 여러 소식통을 뒤져봤는데 한눈에 알 수 있게 정리된 내용을 접하지 못하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세인트메리대학과 산타클라라대학의 정치경제학 교수라는 잭 라스무스가 쓴 글을 읽으니 이해가 좀 되는 것 같아서 소개한다. 라스무스에 따르면, 우크에 “배정된” 예산 중 우크에 가게 되는 돈 액수는 사실 많지 않고 대부분 미국에서 쓰일 모양이다.

우크에 배정된 전체 안보 지원금 가운데 232억 달러는 이미 생산되어 우크에 보낸 미국 내 무기업자들에게 가고, 138억 달러는 미국의 무기 재고 가운데 이미 생산되어 선적되었거나 추가로 생산될 무기의 보충을 위해 배정되어 있다고 한다. 라스무스가 보기에 아직 생산되지 않은 무기에 쓰일 돈은 많아야 100억 달러이고, 250〜300억 달러는 이미 우크에 배송되었거나 배송되고 있는 무기에 쓰일 예정이다. 정리해보면, 이번에 우크에 지원하기로 한 608억 달러 가운데 1/3에서 1/2에 가까운 액수는 미국 측이 사전에 우크에 보낸 무기의 값이라는 말이고, 새로 보낼 무기는 100억 정도로 전체 지원 예산의 1/6밖에는 되지 안 되는 셈이다. 우크에 이미 보냈거나 보내는 중인 무기, 그리고 앞으로 새로 만들어서 보낼 무기 구매에 들어가는 돈 이외에는 우크 전쟁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미군(비밀리에 우크에 파견되어 활동하는 정보요원이나 우크 군 훈련과 무기 운용 지원 전문 요원 등)에 지원할 113억 달러, 우크 정부의 재정을 지원할 78억 달러가 있다고 한다.

이런 점은 미국이 이번에 우크에 지원한다고 하는 608억의 대부분은 미국 안에서 쓰이고 우크에 도달하는 액수는 사실 많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크의 재정을 지원하는 데에 쓰이는 78억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이 미국의 방산업체들과 미군 병력에 들어가는 셈인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챙기는 것은 물론 방산업체들로 보인다.

그저께 올린 포스팅에서 이미 언급한 바이지만 이번에 우크 지원 법안이 통과되는 데에는 6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이 소요된 것은 풀뿌리 민심을 대변한다는 공화당 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강경하게 반대하고, 하원의장인 마이크 존슨이 그들의 관점을 대변해 법안 상정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존슨이 마지막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 군산업체의 로비에 휘둘린 결과라고 한다. 사실 군산업체로서는 법안 통과가 되지 않으면 큰 낭패를 입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무기를 이미 우크에 보내지 않았으면 보내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로부터 예산 승인을 받기 전에 승인받을 것을 전제로 군산업체로부터 미리 무기를 받아 우크에 지원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의 예산집행 관행을 잘 알지는 못하나 행정부가 대놓고 불법 저지르는 것이 예사인 듯한데 과연 그럴 수 있는지, 그래도 되는지 궁금하다. 미국이라는 나라 이상하게 돌아가누나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문제의 예산안을 놓고 20일 미 하원에서 의원들이 표결한 결과는 찬성이 310명, 반대는 111명이었다고 한다. 310명 가운데 210명은 여당인 민주당 의원이었으니, 공화당 의원 가운데 100명이 찬성한 셈이다. 라스무스 교수는 이런 표결 분포를 놓고 군산복합체의 이익을 지지하는 하원 의원이 적어도 3/4인 셈이고, 상원에서는 그 비중이 더 높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원의장이 6개월간 법안 상정을 거부하며 버티다가 막판에 태도를 싹 바꾼 이유가 그런 점 때문 아니었나 싶다. 의원의 절대다수가 군산복합체의 명령을 듣고 있는 판에 존슨인들 어떻게 할 수 없었을 법하다.

하지만 존슨은 이번에 소속 정당에서는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는 공화당 출신으로 미국 남부 국경에서의 외국인 유입 문제를 놓고 바이든 행정부와 각을 세워왔는데 막판에 굴복하고 법안 표결을 허용하고 말았는데, 이것은 공화당 내 다수의 의사와는 배치된다. 공화당 의원 211명 가운데 이번 법안에 반대한 의원은 111명으로 당내 다수에 해당한다. 그런 점 때문에 존슨이 자당의 강경파에 의해 불신임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렇게 되면 그는 하원의장직에서도 쫓겨날 수 있다. 하원의장 신임 투표가 이뤄지면 민주당 의원들이 존슨을 축출하려는 공화당 다수파 쪽을 지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존슨의 전임인 케빈 매카시도 그런 식으로 의장직을 잃은 바 있다.

어쨌거나 이번에 ‘지원 법안’이 통과됨으로써 러샤 군의 진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크는 당분간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어 버틸 힘을 조금 번 셈이다. 하지만 정말 조금일 뿐이다. 작년에는 608억보다 훨씬 더 큰 액수의 지원을 받았고 또 자국군의 병력도 아직 상당히 남은 상태였는데도 우크는 6월 초에 시작된 ‘반격’ 두어 달 만에 대패했다. 지금 우크 군이 전선 전체에서 패퇴하고 있는 것도 작년의 반격이 대실패로 끝난 이후 군사적으로 아무런 만회도 하지 못한 양상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번에 608억 달러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고 사정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지원 예산이 새로 배정되었다고 해도 실제로 지원될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것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라고 한다. 물론 새로 들어올 무기가 적은 것도 문제이겠으나, 더 큰 문제는 예산이 배정되어도 배정된 돈에 상당하는 무기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배정된 예산으로 우크에 보내주기로 한 100억 달러에 상당하는 무기 가운데 당장 우크에 보낼 수 있는 무기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100억의 절반을 상회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무기를 생산하려는 데에도 수년이 걸린다는 말까지 들린다. 이것은 이번에 미 의회가 배정한 예산으로 우크가 올해 안에 지원받을 수 있는 무기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그런 점을 모를 리 없는 바이든 행정부가 예산 법안 통과를 요청한 것은 11월 선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전체 608억은 950억의 64%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우크에 보낸다는 예산 가운데 실제로 우크에 가는 금액은 액수도 적으려니와 특히 무기와 관련한 예산은 미국 자체의 무기 생산력 저하로 당장 집행되기 어렵다는 것이 실상이라면, 미국의 정치계급은 왜 온갖 수를 써가며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일까? 당장은 방산업체의 로비가 막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원의장 존슨, 존슨에게 법안을 상정하라고 압박을 넣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상원 전임 법사위원장 린지 그레이엄, 이번에 안보지원법안에 찬성한 100명의 공화당원과 민주당원 전원, 게다가 올 대선의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등이 모두 방산업체의 이익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손을 함께 잡은 셈이다. 나아가서 바이든 정권은 우크가 얼마 되지 않지마는 이번에 받는 예산으로 11월 대선까지는 러샤에 패배당하지 않기를 기원한다고 볼 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기를 쓰고 우크에 돈을 보내려 하는 것은 11월까지만 우크 군이 버텨주기를 바라고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바람대로 우크 군이 전선을 지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생명이 희생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지원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우크의 희생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지금 전선에서 들리는 소식을 놓고 보건대 여름쯤이면 모든 전선에서 우크 군대가 와해할 기미도 보인다. 우크 군으로서는 차라리 빨리 패배하는 것이 희생자를 줄이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바이든의 재선도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재임 기간 세계 전체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바이든이 혹여라도 재선될 것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그렇다고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지도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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