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침스럽다, 득돌같다, 안쫑잡다, 점직하다, 툽상스럽다, 푸닥지다, 후파문하다, 훈감하다···


한글로 쓴 말인데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진기한 외계어다. 글자는 낯익지만 뜻은 처음 대하는 한자어보다 낯설다. 요즘 이 진기한 외계어 공부를 곡진히 한다. 나지막이 발음해 보면 묘한 매력을 풍기며 다가들지만 그렇다고 뜻 한 자락을 슬쩍이라도 내어주는 법은 거의 없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한평생 무지렁이 말글 부역자로 살아왔다는 딱 부러진 증거들이다. 부끄럽다가 슬프다가··· 마침내는 어이가 없어진다.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는 일이라 맥마저 풀린다.


30년쯤 전에 어떤 스님이 내게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내 전생이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죽은 고려말 어떤 임금이라 했다. 그땐 웃어넘겼지만 70년 가까이 살아보니 마냥 허튼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글로 된 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한시(漢詩)가 빨리 외워진다. 아니, 한시는 한 번 읽으면 그냥 통째로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배운 적도 없는데 한시를 짓는다. 나중에 다시 보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기도 한다. 전생이 흘린 증거 아닐까, 갸웃한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천재 신진서가 보지 못하는 수를 AI가 제시하는 세상에서 꺼내기 민망하다. 이 민망함도 사실은 부역자가 지녀온 가짜 자의식이다. 제국과 그 부역 국 상위 1% 인간 100%가 미신에 기대어 사는 게 더 핍진한 현실이니 말이다. 제국의 찬란한 우주 과학은 휴거 미신 덕이고, “The kyong can do no wrong!” 확신은 천공에서 발원하니 내가 유서 깊은 부역자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에 전생 이야기를 들먹이는 일이 뭐 그리 우스꽝스럽겠는가.

 

아까 점직하다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뜻이다. 점직해서 나는 외계 모국어를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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