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3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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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속세의 때도 필요하다. 난 경험치 없는 사람들의 설교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한참 마음이 삐딱선일땐 더 그랬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이들의 조언이 더 와닿을 수밖에 없는 건 그들도 나와 같은 아픔과 쓰라림을 견뎌냈다는 사실에 내가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도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고통 뒤에 느끼는 행복이 더 가치 있고 속세의 어리석음은 속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음을 말이다.

짧게 요약하자면 한 성직자의 진정한 자아 찾기로 속세에 머물면서 인간의 온갖 욕망과 쾌락을 경험한 뒤 자아반성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는 이야기다. 특히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며 집을 떠나왔던 순간을 자신의 아들의 행동을 보며 떠올리게 된다.

너 같은 자식 낳아서 부모 맘 한번 느껴봐라는 말과 어쩜 그리 일맥상통하는지.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는 부분은 지극히 현실적인 깨달음이다. 아버지 역시 지금 자신이 아들 떄문에 겪고 있는 것과 똑같은 고통을 겪는 것이 아니었을까? -p.153

싯다르타는 카스트제도의 제일 꼭대기층 계급의 삶을 충분히 누리고 있었다. 그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물이자 장차 브라만의 수장이 될 재목이었다. 하지만 그는 점점 심각한 고뇌에 빠지고 자아에 대한 불만족감은 점차 불만의 싹으로 자라나기 시작한다. 즉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맘속 깊이 신뢰하지 못한다. 세상만사에 대한 모든 이치를 배움으로만 터득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리 목욕재계를 해 본들 아무리 명상을 해 본들 그의 삶 자체가 너무나 평온해서 개운하지도 불안이 해소되지 않았다. 즉 씻을 영혼도 긴장의 삶도 그는 가져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는 한때 보았던 사문의 무리를 떠올리며 자신도 그와 같은 수행이 필요함을 인지한다. 싯다르타는 아버지의 걱정을 뒤로하고 의지대로 밀고 나간다. 싯다르타를 따르던 친구 고빈다도 그를 따른다.

 

 

 

 

싯다르타는 우선 비우기로 한다. 그리고 직접 고통을 참아내며 호흡을 조절한다. 위대한 사문의 가르침에 따라 도를 닦는다. 하지만 그는 부족함을 느낀다. 비천한 자들 즉 인간의 삶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싶어 한다. 마침 부처 고타마에 관한 소문을 들은 두 친구는 다시 길을 떠나 고타마의 아래에 머물지만 싯다르타가 처음 느꼈던 고행의 틈은 계속해서 그의 수행을 방해한다. 그는 다시 떠나기로 한다. 브라만의 싯다르타가 아닌 한 개인의 싯다르타가 되어서.

정말이지 세상 그 어떤 것도 나의 자아만큼, 내가 살아 있다는 이 수수께끼만큼, 내가 다른 모든 사람과 구별되는 남다른 존재라는 수수께끼, 내가 싯다르타라는 이 수수께끼만큼 나를 그토록 상념에 빠지게 한 것은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싯다르타에 대해 이 세상 어떤 것보다도 모르고 있다니! - p.51

자기 자신조차도 모르는 자가 어떻게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싯다르타는 그 점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고뇌에 찰 때마다 꿈을 꾼다. 꿈은 그를 속세와 가깝게도 하고 멀게도 한다. 꿈을 통해 깨달음의 힌트를 얻기도 한다.

 

나는 사색할 줄 압니다. 나는 기다릴 줄 압니다. 나는 단식할 줄 압니다. -p.73

 

어떠한 불신도 없이 바라본 세상은 아름다웠고 그는 그 속의 일부가 되고자 한다. 강을 건너 도착한 도시에서 그는 새로운 감정들을 경험한다. 대신 그가 늘 하던 사색과 기다림과 단식(욕망)은 최대한 활용하면서.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과의 사랑(욕정과 쾌락), 부의 축적(소유와 탐욕)이 늘 그를 따라다니자 그는 점점 세속에 물들어간다.

우리는 세상을 알아갈수록 불안을 떠안고 살며 삶의 즐거움을 잃어간다. 싯다르타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돈의 노예가 되고 돈 앞에 악랄해진다. 영혼의 타락은 삶의 죽음과도 같았다. 그의 얼굴은 그가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본뜨고 있었고 그는 그런 스스로의 얼굴을 보며 환멸을 느끼고 다시 떠난다.

 

 

 

 

 

어떠한 목표도 없이 타인의 삶만 쫓다 보면 자신의 본연의 삶의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 만족(욕망)의 끝은 없다. 싯다르타는 한없이 부를 축척하고 사랑의 유희를 즐겼음에도 다시 허망함을 느꼈다. 죽음으로써 삶을 놓아버리려 했으나 그제서야 깨닫는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고행에서 느꼈던 틈(경험)의 일부였단걸.

자신을 잘 아는 것과 영리함은 별개다. 영리하지만 나뭇잎 같은 존재도 있다. 고타마처럼 하늘에 떠 있는 별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싯다르타는 고타마를 떠올리며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강을 건넌다.

그는 강가에서 고빈다를 만나 인생의 덧없음에 대해 고백하자 삶이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보이게 된다.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만 같은 기분은 인생의 첫 시작점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한걸음 나아간다는 진리를 몸소 깨달은 것이다. 어리석었던 과거의 모습도 결국 나임을 자각해야 하고 다시 자신의 방향을 찾아 나아가야 한다. 그가 자신의 과거에 환멸을 느끼고 죽어버렸다면 그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없다.

강물 앞에서 자신을 내던지려 했지만 흘러가는 강물을 보며 깨달음을 찾자 싯다르타는 강에 머무르기로 한다.

그곳에서 강의 가르침에 따라 살고 있는 뱃사공을 그의 마지막 삶의 스승으로 삼는다.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고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언제나 그곳에 존재하며 매 순간 같은 강물이면서도 새로운 강물이라는 것이다! 아, 과연 누가 이것을 파악하고,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p.121

비수데바(뱃사공)는 싯다르타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것은 그가 가진 훌륭한 미덕임을 싯다르타는 깨닫는다. 게다가 비수데바는 자신이 아닌 강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인간은 자연에서 삶의 이치를 깨달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세속에서의 찌든 삶의 해독제 역할은 자연이다. 이 부분에서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포스터가 떠올랐다.

자연과 더불어 자연이 극복하고 자연이 내어주는 것을 잘 받아들이며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삶. 그것이 바로 그가 찾고자 한 배움이었다. 강물이 흐르는 모습 속에서 현재가 주는 귀함을 깨닫는다.

하지만 인생사가 물 흐르듯 차분히 흘러가지만은 않는 법. 그에게 아들의 등장은 다시 한번 그를 인생의 고뇌에 빠뜨린다. 그는 뱃사공이 되어 배 안에서 무수한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한다. 유치하고 어리석다고 여긴 그들의 삶 속에서 삶의 가치를 다시 보게 된다. 강물의 소리에서 그리움과 외로움, 고통의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야 귀 기울여 듣는 법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p.157

그는 배 위에서 고빈다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는 그가 여지껏 살아온 삶이 떠나온 이유였음을 말한다. 지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그것이 진리임을 전한다. 지식은 전할 수 있어도, 지혜는 전할 수 없다네. -p.164

싯다르타를 해탈의 경지에 이르게 한 강물은 <작은 것들의 신>에서도 깨끗하고 신성한 존재로 언급된다. 강은 세속의 때를 씻어 내주고 지친 인간에게 위안을 준다. 하지만 강의 오염으로 강은 더 이상 인간에게 그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함도 떠올랐다. 생명의 순환이 오염(인간의 이기심)으로 막힌다면 끔찍한 결말을 초래하게 될 것이기에.

싯다르타는 종교적 색채를 떠나 한 인간의 내면의 성장을 보여준다. 모든 것은 헛되고 지나친 욕망에서 기인한다. 싯다르타가 중시했던 사색, 기다림, 단식은 이 같은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게 해 주는 행위들이다. 직접 보고 듣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현재 내 모습에서 필요한 덕목이 무엇일까 고심해볼 수 있겠다. 지금 나에겐 단식이 필요하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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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youkwon 2020-04-23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세하면서도 정갈한 책 리뷰 감사드려요~~~~

건빵과 별사탕 2020-04-23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한 달의 교토 - 디지털 노마드 번역가의 교토 한 달 살기
박현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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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living you.

저자는 제대로 해석(언제나 아미타불이 당신을 살아가고 있어)을 했지만 나에겐 이런 의미로 다가왔다.

인생은 당신을 데리고 잘 사는 것이다.

 

나를 잘 데리고 산다는 것이 무얼 의미할까. 나는 가끔 여행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한번씩 이 질문을 한다. 일에 쫓기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새도 없이 살고 있는 나! 잘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 말이다. 그만큼 여행 에세이는 나의 일상을 가끔 흔든다. 설레임과 기대감으로.

 

지금 전 세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과하고 있다. 이쯤에서 멈춰주었으면 하지만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이미 모든 사람들은 일상을 빼앗겼고 불안과 두려움의 공기에 젖어 있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작년 여행기가 어쩜 이리도 소중하고 귀할까.

봄이 선사하는 화려하고 기품 넘치는 풍경, 역사가 묻어나는 공간에서의 따뜻한 차 한 잔, 낯선 곳임에도 분명히 전해오던 온기, 잘못된 방향에서 만난 행운 같은 시간.

 

 

 

저자는 프리랜서 번역가다. 예전에 그녀의 책을 리뷰한 적이 있다. 그녀의 직업을 부러워하는 이들이 많을 것임에는 틀림없다. 일상에 매어있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기에 특히 나는 그녀의 직업이 부럽다. 타향에서 한 달간 여행이 가능한 직업이니까.

뭐 일 년 프랑스를 여행한 기자분의 책도 읽으면서 많이 부러워했었지.ㅎ

 

아무리 나를 데리고 최선을 다해도 한 번씩 슬럼프가 온다. 그럴 땐 공간이동만큼 좋은 게 없다. 저자처럼 교토에서 한 달 살기를 결심하기까지는 도전정신과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 속에서 비워내고 채워가는 과정을 통해 분명 달라진 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2019년 4월이 일기처럼 쓰여있다. 블로그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나름 단단히 준비하고 나섰음에도 계획이 틀어진 날도 있었으며 무계획으로 움직인 날도 있었다. 4월임에도 날은 생각보다 추웠고 일본어를 잘 알아도 매번 잘못된 방향의 버스를 따서 시간과 돈을 허비한다. 가고자 한 곳이 문을 닫았거나 방문 시간이 늦어 들어가지 못하기도 했지만 혼자 하는 여행에서 그게 무슨 대수랴. 조금 이르게 도착해서 만발한 벚꽃을 보지는 못했어도 한 달의 끄트머리에선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멋진 벚꽃 풍경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런 것이 혼자만의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참, 이 책은 교토 한 달 체험기라기보다는 여행기라는 점이 중요하다.

 

 

 

 

교토는 작년에 교토의 오래된 가게를 소개한 책을 리뷰한 적이 있어서 그 느낌은 조금 안다. 오래되고 고풍스러운 건물이 많아서인지 벚꽃과 함께한 풍경이 지금 내가 사는 동네의 풍경과는 너무나 달라 보인다. 어쩜 이렇게도 곳곳이 작품인지.

사진찍는걸 좋아해서 저런 풍경들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한가득이다. 그런점에서 더 부러운 여행이다.

분명 인파는 상당했을 것 같다. 사람들을 헤치고 지나가야 한다는 말에 그 모습이 그려지니까. 하지만 혼자서라면 이런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두근거릴 것만 같다.

 

저자의 다도체험이 인상적이었다. 지난가을 서울구경할 때 다도체험을 준비하던 모습을 본적 있다. 주로 외국인들이 많았겠지만 그땐 별생각 없던 것이 지금은 해보고 싶은 맘이 생겼다. 아쉬운 대로 국내에서 다도체험을 꼭 한번 해 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저자는 사쿠라 모치가 먹고 싶어 가게에 들렀지만 그 떡이 없어 다른 떡을 사려 했지만 양이 많아 결국 시식용 떡을 두 개 집어먹고 나온다. 시식용 떡이 커서 더욱 미안했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시식용 떡이 큰 건 작가처럼 미안해서라도 사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읽다 보니 눈이 번쩍하는 단어가 보인다. BTS!!

저자는 6일차는 카페 투어를 계획한다. 그곳에서 노트북을 하며 정리도 할 겸. 전통 가옥 모양에 호기심 반을 안고 들어간 카페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만난 것도 행운이었지만 카페 직원은 저자가 한국인인 걸 알고는 수줍게 자기는 아미라며 고백을 한다. 어쩜~~^^ BTS 엄청 좋아한다며 영상까지 함께 보았다는 내용에 내가 다 흐뭇해진다. 역시 방탄 포에버~!

 

 

 

 

저자는 틈틈이 일도 하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매일 가 본 곳의 정보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중간중간 역사적 해설이 필요한 부분도 필요한 만큼 할애를 하고 있다. 일본 여행 책자에서 보았던 장소가 소개될 땐 좀 더 친근감을 느꼈다. 일본의 건축물은 참 화려하고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듯하다. 고즈넉하게 잘 관리된 풍경이나 오래된 가게들은 부럽기도 하다. 또한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관광 코스마다 직원들도 친절해 보인다.

허나 맨션의 관리인은 한국인이라고 더 쪼아대는듯한 인상의 나마저도 불쾌한 마음이 든다.

 

그녀의 실수담은 그곳을 방문하려는 이들에겐 알짜배기 팁이다. 버스 정기권을 너무 늦게 구매한 점이나 정확한 버스 정류장을 찾기 어렵다는 점, 호텔이 아닌 맨션에서의 한 달 살이가 오히려 더 불편하고 힘들었다는 점등은 꼭 참고해야겠다.

참, SNS의 모습이 다가 아니라는 점도 마찬가지. 금각사에서는 금각사 외 볼 거리가 없다는 글이 많았지만 금각사만 보아도 충분할 만큼 금각사의 모습에 압도당했다는 그녀의 말이 충분히 와닿았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감성이 다 다른법이니까.

 

개인적으로 인파가 너무 몰리는 곳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소도시 여행을 좋아한다. 하지만 교토의 유명한 관광 지도 한 번쯤은 방문해보고 싶다. 저자의 한 달 여행기가 독자들의 공간을 이동시키기에 충분했음에도 지금 그럴 수가 없으니 더욱 아쉽기 그지없다. 그녀의 발걸음이 내년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오늘 슈퍼핑크문이 떴다. 밤 12시쯤 창문을 열고 머리 위를 올려다보며 소원도 빌었다.

언능 이 사태가 끝나서 나를 데리고 철학의 길을 걷고 싶어요.라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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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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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내내 무거운 책만 읽었더니 뽀송뽀송 이야기가 그리웠다. 머리를 식히거나 뒤숭숭할 땐 동화나 어린이 명작을 즐긴다. 무민 시리즈도 그런 책 중 하나다. 연작소설은 8권 중에 4권은 읽었었다. 무민의 삶의 방식은 현대인의 삶의 독소를 빼 준다. 핀란드의 휘게처럼 읽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히 지금처럼 일상이 뒤틀려있을 땐 더더욱.

 

이번 책은 무민 골짜기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다. 작은 무민 가족 중 아빠는 시작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 책이 쓰였을 당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심리적으로 무사한 이가 얼마나 있겠는가. 무민 엄마와 무민은 무서운 세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무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당시 토베 얀손이 꿈꾸던 일상과 인간 본연의 따스함을 그리워함을 느낄 수 있다.

 

 

 

 

무민과 무민 엄마는 살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그러다 도착한 어느 숲속에서 두려움과 맞닥뜨리게 된다. 길 위의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둠 속에서 만난 낯선 이는 경계대상이다. 그쯤에서 나는 역시나 끄덕하는 첫 문장을 만났다.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더 비관적으로 보이지. -p.11

하지만 용기를 내 다가가보니 울적해 하고 있는 낯선 작은 동물일 뿐이다. 그 친구는 혼자라서 더 외로워 보인다. 결국 무민 엄마는 함께 가기로 한다. 가는 내내 그 작은 동물의 투덜거림까지 다 받아주는 무민과 무민 엄마의 모습에 인정이 넘친다.

 

왕뱀을 만나 죽을뻔한순간 툴리파(불빛이 나는 튤립꽃에서 나온 소녀) 덕에 위기를 넘기지만 무민이 두 눈을 가리고 잡아먹히길 기다렸다는 대목에서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진짜 기다림을 이런 데다 쓰면 어떡해.ㅎㅎ

 

이렇게 넷은 빛을 찾아 걷는다. 그 빛이란 새로운 세상을 의미한다. 벽난로 속이 고향이었던 무민 종족은 추위에 약하다. 오래전 사람들 곁에서 함께 공존하였지만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점점 변하자 무민들의 삶도 달라지게 된다. 그들은 다시 안전한 집을 찾아 떠돌게 된다. 현재 무민과 무민 엄마가 그런 것처럼.

 

무민 아빠 생각에 슬픔에 빠져있던 일행에게 어느 노신사는 그의 집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그곳은 세상과는 별개의 새로운 세계였다. 가짜 태양이 있으며 온통 달콤하고 맛있는 것 천지였다. 마치 헨델과 그레텔의 과자집처럼. 역경 속에서 만난 달콤함은 금세 정신을 취하게 만든다. 하지만 무민 엄마는 진짜 태양(세상)을 찾길 원한다.

 

전쟁이 인간의 삶과 인간 본성을 뒤흔들어 놓는 것처럼 진짜 세상을 찾는 과정이 수월할 리가 없다. 위험한 상황을 만날 때마다 서로 도와가며 위기를 넘긴다. 물론 작은 동물의 투덜거림은 계속되었지만. 바다 트롤의 도움으로 무사히 항구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또 그들은 또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난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큰 홍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무민 엄마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도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걷고 걷고 또 걸어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임에도 빗속에 떠내려가던 고양이 가족을 구하기도 하고 대머리 선생의 안경도 찾아준다. 그 와중에 작은 동물은 병 하나를 줍게 되고 병 속 편지에서 무민 아빠의 생사를 알게 된다. 대머리 선생의 도움으로 가족들은 다시 만난다. 그리고 홍수로 인해 집을 잃은 생명체들에게 따뜻한 수프도 대접받는다.

안녕하십니까. 앉으세요. 수프가 곧 다 됩니다. -p.81

이처럼 대머리 선생이 받았던 도움은 릴레이가 되어 또 다른 선행을 낳았다. 무민 가족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에게 따스한 수프 한 그릇을 받음으로써 다시 한번 행복감을 느낀다.

 

스토리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전쟁이나 재난이 닥칠 때마다 필요한 건 서로 간의 따스한 정이다. 큰 재난앞에 인간은 한낱 작은 존재이지만 그것이 기반이 되어야 각자의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일궈나갈 수 있다. 가족과 내 이웃과 함께 평화로운 세상에서 오래도록 말이다. 토베 얀손은 그런 세상을 꿈꾸며 무민을 탄생시켰고 많은 이들에게 무민 철학을 심어주었다. 지금은 그런 작은 것들의 힘이 필요할때다.

 

참, 무민은 하마가 아닙니다.ㅋㅋ 하마같이 생긴 친구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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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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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제 서적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자식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돈(부동산이나 토지)과 교육 중 훗날 어떤 것이 더 큰 자산 가치가 될까 하는 설문이었다. 당장 생각해 보면 빌딩 하나 물려주면 돈이 돈을 벌 수도 있단 생각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교육이야말로 더 넓고 더 나은 경제시장을 키울 수 있기에 가치가 더 크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그만큼 교육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교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찾아내고 향상시킨다. 결과적으로 교육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내쳐졌던 약자들에게 세상의 빛이 되어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러나 과거 여성의 삶은 교육에서 많이 비껴나 있었다. 여성을 옭아매던 제도는 여성의 삶을 사소하고 무가치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여성들은 차별의 그늘에서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남성들 틈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쓰고 싸우고 살아남았다. 그들 중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조차 없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책은 늘 곁에 두었다. 책은 치유이자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들은 태생이 작가였듯 쓰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책은 글을 쓰며 세상과 싸워나간 여성작가 25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목차가 참 인상적이다. 글을 쓰는 여자는...이라는 명제에 걸맞은 그들의 삶이 무척 인상 깊게 다가왔다.

 

글을 쓰는 여자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글을 쓰는 여자는 결국 승리한다.

글을 쓰는 여자는 빛난다.

 

그들은 글을 쓰기 위해 거주지를 옮겨 다니기도 했고 부정부패에 맞서다 위험을 감수하기도 했으며 비난과 무시를 견뎌내기 위해 더욱 쓰는 일에 매달렸다.

 

 

 

 

 

 

남성우월주의는 글을 쓰는 여성을 조롱하고 멸시했다. 여성의 사회진출은 여성 혐오와 차별의 공기를 뚫어야만 일어설 수 있었다. 똑똑한 여자=피곤한 여자라는 생각의 밑바탕에는 두려움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고전도 여자가 읽으면 나쁜 생각으로 둔갑하고, 문학은 여자의 일이 될 수 없다고도 했으며, 사회활동에 뛰어들면 창녀 취급을 하던 시절도 있었다. 남자형제들에게 밀리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같은 여성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대의 아이콘이 된 긴스버그는 여성이 여성을 존중해야 된다는 말로 여성운동에 일침을 가했다.

 

신화를 다시 재해석한 볼프는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희생되었던 여성의 삶을 재조명했다. 1500년대는 소빙하기 시대로 혹독한 추위가 온 세상을 얼려버렸고 페스트로 유럽 인구 절반 이 사라졌었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희생양을 필요로 했고 마녀사냥이 자행되었다. 메데이아를 재해석함으로써 그녀는 세상에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글을 쓰겠다는 일념과 돈은 별개였다.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오로지 스스로 혼자 일어서고 온갖 시련 속에서 삶을 지켜온 이들의 모습은 존경 그 이상이다. 영화 <조용한 열정>을 보고 난 뒤 느꼈던 감정이 딱 그랬었다. "여자로 일주일만 살아보라."고 맞받아치던 그녀의 심정이 얼마나 부조리한 세상으로 들끓었을까.

불행한 가정환경에도 글쓰기가 전부였던 뒤라스와 박경리. 그들의 삶은 액운의 연속이었지만 억압과 차별을 견디며 살기 위해 쓸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대부분 문학의 힘을 믿었다. 펜을 든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은 콜레트는 자신의 생애를 소설로 남겼고, 유방암을 극복하고 인권 운동가로 활동한 수전 손택은 문학은 자유의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권이라 했으며, 나딘 고디머는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고, 헤르타 뮐러는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최적의 방법으로 문학을 선택했다.

 

작년에 읽은 <숨그네>와 <빌러비드>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었다. 올해 들어 읽은 <솔로몬의 선택>과 <시녀 이야기> 또한 강렬한 울림을 남겼다. 헤르타 뮐러, 토니 모리슨, 마거릿 애트우드는 글로써 아픈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반문하며 치유의 메세지를 남겼다.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은 글이자 문학이다. 시대의 흐름을 보면 여성작가들이 인정받고 주목받는 기간이 점점 단축됨을 알 수 있지만 지금도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지금 내가 글을 읽고 내 생각에 당당해질 수 있기까지 세상의 벽을 글로 뚫어 온 여성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여자는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또 늘었다. 소개된 작품들 중 대표 작품만이라도 꼭 읽어야겠다. 그들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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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드 데이즈 - 건강하고 가볍게 하루 한 끼 채소 습관
홍서우 지음 / 비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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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코로나로 바뀐 일상이라면 샐러드를 자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내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고

 면역력 있는 일상을 위해 식단의 변화를 꾀하고 있단 증거이기도 하다.

퇴근 후 저녁 준비는 늘 고된 업무의 연장만 같았다.

 국, 반찬, 밥 이 세 가지도 쉽지 않은데 샐러드까지 차려 낼 기운이 없었다.

 괜찮은 레시피를 만나면 한두 번 시도는 해보았지만 낯선 재료와 익숙지 않은 조리법 등에 막혀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하지만 바뀐 일상으로 매끼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다 보니 아이들 먹거리에 신경이 쓰였다.

 샐러드는 아이들이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는 레시피가 필요했다.

 곁에 두고 자주 보기에는 책만 한 것이 없다.

 동영상이 이해를 돕는데 더 좋지만 영상 보랴 요리하랴 분잡스러운 느낌이었다.

 이 책 저 책 보다가 고른 책이 샐러드 데이즈다.

 

 

 

 

책 표지만 봐도 난이도가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샐러드 채소와 토핑만 준비하면 충분히 시간도 단축하고 매일 다양한 종류의 샐러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레시피를 보면 단계가 많지 않고 조리법도 어렵지 않다.

 

주재료의 종류에 따라

 채소, 고기, 야채, 해산물, 곡물 5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측면을 보면 보기 좋게 색상별로 구분해서 찾기 수월하다.

 

들어가기에 앞서 요리의 기본이 되는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재철 재료, 채소 준비와 보관, 샐러드에 많이 쓰이는 잎채소&허브, 시판 재료, 기본 드레싱, 계량 법,

 남은 재료 활용법 등이 소개되어 있다.

 남은 재료 활용법에 각종 수프 레시피도 딱이다.

 

 

 

재료별로 열 개씩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레시피와 과정 컷만으로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해산물과 고기 샐러드를 가끔 내놓으면 야채 섭취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드레싱은 주로 시판용을 썼었는데 몇 가지 만들어 놓고 먹어도 문제없어 보인다.

 

 

 

간단하고 쉬워 보이는 레시피를 골라 저녁 식탁에 올렸다.

 낯선 재료는 동네 마트 가면 허탕치기 일쑤다.

 자주 해 먹기로 했다면 대형마트를 가거나 아님 온라인 구매를 하는 편이 좋다.

 채소는 사진으로 보아도 아리송한 경우가 있어서 온라인 구매가 더 편했다. 치즈도 마찬가지.

 이것저것 준비하니 오래간만에 냉장고에 야채가 한가득이다.ㅎ

 

드레싱 소스가 없을 땐 여러 소스를 믹싱해서 맛을 냈다.

 해당 레시피에 없는 재료는 패쓰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했다.

 먹어보고 좀 심심하다 싶은 것들은 드레싱을 달리해보기도 했다.

 병아리콩 대신 렌틸콩을 쓰고 샐러드 채소도 있는 것들로 구성했다.

 냉장고 속 재료로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니 몇 번 해보면 익숙해질 것 같았다.

 단호박이나 치킨 샐러드는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해 보였다. 샐러드를 먹기 시작하니 밥 양도 자연스레 줄었다.

 

면역력 있는 일상을 위해 1일 1샐러드가 필요한 시기다.

 나뿐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예쁜 접시에 멋스럽게 담아내면 기분도 달라진다.

그 모습에 초등 딸아이도 해보겠다며 돕는 모습이 귀여웠다.

 

간단하지만 건강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샐러드 요리!

 이참에 한번 시도해보길.

 

 

 

만들어 본 구운 단호박 렌틸콩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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