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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그림 찾기 : 스페인 여행 나를 위한 힐링 놀이북
몽땅연필 지음, 박민지 그림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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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생활의 대부분을 모바일과 TV에 빼앗겨 있는 아이들도 문제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무엇이 있을까는 늘 나의 고민이었다.
보드게임, 퍼즐 등도 재미있지만 새로운 놀이감이 눈에 띄면 기분이 좋았다.
다른 그림 찾기는 가끔 인터넷에서 찾아다 해본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다른 그림 찾기에는 색다른 묘미가 숨어 있다.

두 그림을 비교하면서 다른 그림을 찾는 재미도 있지만
아이들에게는 생소한 나라, 스페인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정말 틀린 그림을 찾느라 얼마나 꼼꼼히 들여다보게 되는지
사진이 머릿속에 그대로 박힐 지경이다.ㅎ

책에는 총 50곳의 정보가 제공되며 사진과 일러스트 그림으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간단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다.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여 자주 만나볼 수밖에 없는 나라, 스페인~!
세계문화유산의 보고인 만큼 건축, 미술, 문화, 음식 등 볼거리 천국인 곳이다.
먼저 마드리드 왕국의 아름다움을 시작으로
에스파냐 광장, 시벨레스 광장, 세고비아 대성당, 도시의 전망과 문화축제 등의 사진을 보며
스페인의 아름다움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책에서는 5분 안에 찾을 것을 권하지만 다른 그림을 찾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림이 아주 세밀하거나 복잡할 경우에는 특히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10개 중 9개까지 찾고 나서 나머지 하나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때는 눈에 피로가 몰려온다.ㅎㅎ
사진보다 그림에서 더욱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절대 뒷면의 답지를 참고하지 않고 찾는 일이 중요하다. 이건 서로 지켜야 하는 룰이라고나 할까.
서로 서로 먼저 찾겠다고 머리를 모으고 있는 모습이 우스웠다.

잠시 모바일을 던져놓고 가족들과 힐링의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스페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어 보며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어떨는지.
또한 손그림에 컬러도 입혀보면서 머리를 식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하드커버에 좋은 사진들이 많아서 소장하기 참 좋은 책인듯 하다.
이 책의 이전 시리즈 일본편도 장만해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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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웅진 모두의 그림책 6
이적 지음, 김승연 그림 / 웅진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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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쥐던 날, 큰 아이반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동화책을 읽어 주던 기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아이들과 함께 할 책을 선택하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그때만큼 동화책에 열의를 가져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그림 동화책은 무엇보다 글과 그림이 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기에 짧지만 그 여운이 오래간다. 게다가 지나치기 쉬운 책의 표지와 속지까지 곳곳에 그림작가의 숨겨진 여러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또 다른 묘미이다. 그렇게 선택하였던 단행본들을 여태 간직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펼쳐든 동화책 한 권이 무척 반가웠지만 내용은 묵직하다. 이와 같이 가족 구성원을 둘러싼 이야기 중 죽음이나 치매에 관한 동화책을 몇 권 소장하고 있는데 그 책들을 꺼내보며 내용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이 책은 가수 이적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그래서 조금 놀라웠다. 요즘 심심찮게 숨겨둔 끼를 발산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의 음유시인다운 면모를 맘껏 느껴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요라는 믿기지 않는 사실을 아이의 시선으로 애처롭게 그려내고 있지만 담백한 일러스트가 그 슬픔을 절제하여 덜어내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이별 앞에 홀로 선 이들에게 바치는 위로의 이야기처럼 가슴 한켠에 머문다.

 

 

항상 자신의 공간에서 늘 자리를 지키고 계셨던 할아버지였는데.. 어느 날 학교를 다녀온 뒤 시간이 멈춘 것처럼 할아버지는 어디서도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소년의 시선이 머무는 곳곳마다 주인 잃은 할아버지의 물건들과 흔적들은 쓸쓸함과 상실감으로 되돌아온다. 마치 내가 없는 시간에만 나타나시는 건 아닐까 하는 착각에 혹시나 하여 할아버지의 공간을 들락거려보지만 점점 희미해져만 가는 듯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데요라는 말만 해 주던 어른들 때문일까, 어쩌면 소년은 할아버지가 돌아갔다는 그곳이 어디일지 고민에 빠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리움으로 잠든 시간 소년에게 다가온 깜깜한 밤은 우주였다. 소년의 머릿속은 금세 우주공간으로 가득 찼고 그렇게 머나먼 우주 속에서 혼자 분주하신 할아버지를 보았다. 이곳에서의 일상과 다를 바 없는 모습 그대로~

죽음과 이별 뒤 맞을 수밖에 없는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나가는 아이의 모습이 온량하다. 의식 저 너머이자 아이의 깊은 마음속에 머물러 있을 할아버지와의 추억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끈이 될 것이다.

 

 

 

잠시 옛 기억을 꺼내보니 조부모님들 중 나와 삶의 끈으로 잠시나마 연결되었던 분은 외할머니셨다. 하지만 너무 어렸던 걸까. 할머니의 죽음보다 엄마가 통곡하는 모습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러나 내 아이들은 조부모님의 존재가 가까이에 있고 그들의 죽음 앞에 충분히 슬픔의 정을 드러낼 것이다. 존재했던 그 무엇들이 사라져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슬퍼하고 위로받는 일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니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와 같이 삶과 죽음이라는 코드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는 동화책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이 다른 이가 읽어주는 책을 들어볼 기회가 잘 없을 것이다. 도서 속에는 이적이 읽어주는 <어느 날>의 미공개 영상이 담겨 있으니 꼭 들어보길. 그림들이 살아움직이는 동안 잔잔하게 퍼지는 이적의 목소리에 그 감흥이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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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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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고요한 밤의 눈] 이후로 두 번째 만나는 혼불문학상 작품이다. [고요한 밤의 눈]을 통해 사회를 통찰하는 시각을 키웠다면 [칼과 혀]는 한중일 세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들의 시선을 따라 펼쳐지는 긴장감과 미묘한 심리전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독특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의 묵직함이 깔려있지만 맛있는 요리의 재료처럼 신선했고 추억과 기억 속을 헤매는듯한 몽환적인 장면에 인간적 냄새를 찾느라 코를 벌름거렸다. 그래서 조금은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짚어내기에 어려움이 따랐다. 적군의 목을 따기 위한 과정이라지만 첸이 줄기차게 바치는 요리에 과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본디의 목적보다 요리에 미쳐있는 건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가 내 요리에 맛을 들이고, 계속해서 요리를 먹어주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기회가 된다면 나는 그 점에 대하여 진심으로 허리를 굽힐 용의가 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는다는 것, 그것이 설령 내가 죽여야 할 상대라 하더라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p.241

우선 이 소설은 만주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더 필요했고 미식가였다면 첸이 만들어내는 요리에 군침이 돌았을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온갖 요리 재료들에 익숙해져야 했으며 그 음식들이 전하는 다양한 감각들을 글로 나마 익혀야 했다. 마치 요리의 위대함을 전수받고 있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각종 요리에 정신없이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소설의 막바지에 도달하게 되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이다. 1932년 일본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를 앞세워 만주국을 세운다. 실질적 통치는 관동군 사령관이 통치하였으며 소설은 일본이 패망하고 도망가던 시기까지를 다룬다. 소설에 등장하는 일본 사령관 야마다 오토조는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고증된 사실에 근거하여 전쟁을 기피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으며 그 자신을 요리 애호가이자 예술비평가로 칭한다. 불상을 향해 늘어가는 욕망과 전진과 후퇴 사이에서 전전긍긍하며 기회를 엿보는 인물이다.
그런 오토조를 중심으로 그를 암살하기 위해 제 발로 황궁을 찾은 중국인 요리사 첸과 조선인 여인 길순까지 이렇게 세 명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짜 맞춰지고 있다.

소련군의 심상찮은 움직임 따위는 옆으로 밀어놓으며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그의 관심사 안으로 들어온 건 요리사 첸이었다. 그의 등장을 의심하면서도 첸의 거친 손을 바라보며 그의 손에서 탄생할 각종 요리에 이미 반은 마음을 빼앗긴다. 요리에 관해서만큼은 자신만의 엄격한 잣대를 드리우며 첸을 시험에 들게 한다.

순수성만이 요리의 정신에 부합되니까, 단 하나의 오점도 없는 재료들이 요리사의 손길을 거쳐 불과 물과 한바탕 섞일 때 가장 완벽한 모습으로 거듭난다. 하나의 요리가 장인의 손을 떠나 인간의 혀와 맞닿는 최초의 순간, 세상의 진귀한 요리는 바로 그 한순간으로 존재한다. 어머니가 화로에 정성껏 구워주던 쇠고기도 첫 번째 입안에 넣어진 게 가장 맛이 훌륭했듯이, 남은 접시의 음식은 오로지 그 첫 젓가락을 위해 존재한다. -p.32

그렇게 일 차전을 앞둔 첸의 모습에서 긴장감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독자를 자극하는 긴장감과 오토조의 촉수를 건드린 건방짐에서 첸의 강한 면모가 엿보인다. 그렇게 오토조를 향한 첸의 증오는 그가 다스리는 불과 함께 강하게 타오른다.
어느새 첸의 요리에 오토조의 혀는 조금씩 길들여지고 그렇게 두 사람이 음식으로 무언의 소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착각을 하는 사이 첸이 계획한 독살 파티는 실패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미 오토조의 혀는 첸에게 저당잡힌 뒤였고 반대로 첸의 목숨 또한 오토조에게 저당잡힌 꼴이 된다. 그렇게 지독한 몰골로 첸은 더 혹독하게 자신의 도마와 씨름한다.

여기서 또 다른 조선의 여인 길순은 첸과 오토조와의 관계 사이에서 무채색 같은 느낌을 전한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을 떠돌며 조곤조곤 구어체로 전하는 음성에서 슬픔과 한이 묻어난다.

저 모래바람이 물러가고 나면 거기 내가, 아니 우리가 원래 가야 했던 그런 길 하나쯤 보이게 될까? -p.43

오빠를 만나러 가는 길에 납치를 당해 위안소로 끌려가고 고단하고 몸서리치는 나날들을 보내지만 첸은 그녀의 인생에 구원자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를 괴롭히는 오빠의 존재는 환영이라는 이미지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길순의 상반된 내면이 아닐까. 혁명의 소모품으로 사라질 것인지와 지친 몸뚱이 하나 편히 누이고픈 욕망이 내면에서 계속 싸우는 듯하다. 오토조의 곁에 머무는 동안 기회와 연민 사이를 줄타기하는 모습에서 여성의 여리고 인간적 면모를 들여다볼 수 있다.

국수 한 그릇을 먹을 시간만은 주고 싶어. 어차피 죽게 될 테니까. 앙숙처럼 상대를 겨누던 칼과 매일 끓여 바치던 요리는 뜨거운 국수 한 그릇으로 화해하게 되겠지. 나는 그 마지막 순간을 저들에게서 빼앗고 싶지 않아. -p.273

결국 진정한 승부는 칼이 아닌 혀가 가려낸 것인가.
유난히 반가상에 집착하는 오토조는 불상과 함께 돌아가려던 허황된 집념에 발목이 잡힌다. 그리고 대륙의 요리가 아닌 길순의 구수한 청국장을 한술 한술 떠넘기는 사이 오토조의 영혼은 한 알 한 알 허공으로 흩어져 간다. 조금은 허황된 느낌의 캐릭터와 대사가 와닿지 않는 면도 있었지만 강자와 약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요리라는 매개체로 그 모든 상황이 뒤엉키는 모습이 흥미롭다. 하지만 여전히 첸과 오토조의 마지막을 이해하고 넘어가기에는 모자람이 있다. 오토조가 자신을 공격하던 닭을 혀로 맛보며 증오를 덜어내는 장면을 끌어와서 첸과의 관계를 이어붙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될 듯도 하지만.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한 요리와 그렇게 비워진 접시. 그리고 감흥. 왜 이 삼박자가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

가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문 하나가 저 부엌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어느 부엌이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주린 배를 채울 무언가가 숨어 있게 마련이지. 죽이고 죽는 전쟁쯤은 잠시 잊어도 좋은 그곳.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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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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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떼고 나면 누구나 글쓰기에 대한 압박에 시달린다. 일기와 독후감 쓰기에 대해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 수두룩하고 시험지에서도 주관식만 나오면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아이들도 부지기수다. 물론 나도 그 평범한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다. 지금은 다독과 글쓰기가 어느 정도 비례하지 않을까 하여 나름 열심히 독서도 하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에도 나름의 공식이 있음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하는 직장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글을 쓰고 싶다는 동경도 없었기 때문이다. 쓰는 글이라고는 서평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눈에 들어오는 서평을 보며 이제는 좀 더 잘 쓰고 싶다는 고민에 빠졌다. 글은 곧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글은 머리 좋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이 잘 쓰지 않습니다.
사연이 많은 사람이 잘 씁니다." -p.70

 

 

글이라는 것은 종류에 따라 갖추어야 할 요건과 형식이 있다. 특히 이 책은 주로 직장인들에게 필요한 글쓰기 노하우를 알려 주고 있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각종 문서와 씨름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다. 또한 진정한 어른들의 문장을 쓰고 싶다는 바램이 있다면 이 책은 적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먼저 잘못된 글쓰기에서 고쳐야 할 점을 배울 수 있겠다. 그러한 사례를 들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게 지적을 당하고 나면 평소 지나칠 수 있는 홍보문이나 공지문 등을 유심히 보게 될 것이고 또한 좋은 문장을 골라내는 안목도 길러질 것이다.
한편 누구에게나 글쓰기에 대한 막연함과 서툰 솜씨에 대한 부끄러움이 늘 고충일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한 나름의 공식은 늘 품고 있던 의문에 답이 되어 앞으로 글을 쓸때 심사숙고하게 될것이다. 특히 수동적 글쓰기로 인해 늘어지는 듯한 문장이 해결될 듯하고 불필요한 반복에 대해 신경을 써서 글이 장황하고 늘어지지 않게 쓰는것이 중요하겠다.

불필요한 말을 줄여, 더 이상 뺄 요소가 없는 상태의 글이 가장 좋습니다.
'뺄 수 있는 글자는 반드시 뺀다'라는 원칙이 필요합니다. -p.82

이처럼 한 문장 안에서, 혹은 전체 글에서 같은 단어나 표현을 여러 번 쓰지 않는 것. '중복 금지 원칙'입니다.
표현이 겹치지 않아야 세련된 글이 됩니다. 피할 수 있으면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의도적인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p.86

'자신 없는 언어' 문화는 자라는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돼 각인됩니다. 그러다 보니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같은 말이 넘칩니다. 불편한 진실입니다. -p.91

과유불급이라 했습니다. 과잉은 오히려 결핍이 됩니다. 글을 잘 쓰려다 못 쓰게 되는 꼴입니다. -p.98

 

 

3장부터는 글쓰기의 기본기를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장이 열려있다. 장르에 따라 주제나 핵심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주어진 과제에 대한 분석적 사고가 왜 필요한지, 공감능력을 강조한 설득문은 어떻게 작성하는지, 직장인들에게 주어지는 문서나 이메일 작성 시 필요한 조건들은 무엇이 있는지 배워볼 수 있다. 이처럼 글을 쓴다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한 일임을 수전 손택의 말을 통해 한번 더깨달았다.

만약 글쓰기가 고작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타자기를 내다 버렸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위이다.
작가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 수전 손택(미국의 비평가)

책장을 넘길수록 밀려왔던 낯 뜨거움이 새로운 열정으로 피어올랐다. 마치 선생님에게 혼이 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다. 특히 6장에서 만나보았던 8가지 습관에 귀를 기울여야겠다. 결국 좋은 글이란 훈련임을 느끼면서 어휘공부를 통해 글의 풍미를 키워야겠다.
정말 잘 쓰고 싶다면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라. 쓰기에도 공식이 있음을 놓치지 마라. 분명히 나의 능력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글이란 무엇인지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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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남 오빠에게 - 페미니즘 소설 다산책방 테마소설
조남주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처럼 태생부터 다른 남녀의 차이와 시각의 차이를 부정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사회는 그러한 차이를 넘어서 여성에 차별과 편견이 뿌리깊은 나라였다. 
그러나 그러한 남성주의의 가부장적 사회에 점차 균열이 일고 남녀평등을 부르짖는 목소리로 여성인권이 신장된것은 분명 반가운 현상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사상 첫 여성 대통령까지 보며 여성인권 신장에 한층 더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 끝은 암탉이 울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에 보조를 맞추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는 정치적 이슈를 덮어놓고 보더라도 많은 여성들에게 심한 자괴감을 떠안겼다. 아마도 주위에서 이래서 여자는 안돼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었을 것이다. 그렇듯 여성을 비하하고 아줌마를 제삼의 성별로 취급하며 유별나게 편을 가르는 이 사회에서 늘 여성은 약자로 피해를 당해왔다. 굳이 페미니즘이라고 분류하지 않았어도 여성차별과 인권유린에 대한 소설들은 많이 쓰여왔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가슴에 한(恨) 한덩어리씩 묵혀두고 사는 여인들의 사연은 충분히 소설의 소재로 대중들의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떠들썩했던 [82년생 김지영]을 향한 여성들의 반응만 보아도 놀라운 일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여성주의를 표방하며 여성작가 일곱명이 뭉쳤으니 이슈의 주축이었던 조남주를 시작으로 7편의 단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조남주의 [현남 오빠에게]는 그나마 시작에 불과하다. 어쩌면 현남 오빠는 이름 그대로 실 속 자로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성이다.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예전에 알던 남성분하고 아주 흡사해서 소름이 돋았을 정도였다. 사연의 주인공은 자의반 타의 반 그렇게 현남과의 오랜 관계를 유지한다. 현남의 인생에 안성맞춤 여성으로 잘 길들여질뻔하였던 그녀는 서서히 알게되고 드디어 깨닫는다. 자신의 인생이 결혼과 동시에 무덤이 될 수도 있음을. 물론 남성들 시선에서는 반박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어쩌면 현남의 변명도 들어보아야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단편에서 말하고자 하는건 그런 상황에 썰물처럼 휩쓸려 버리고 후회의 멍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한 외침이자 깨우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자식아'라는 마지막 단어에서 느껴지는 울분과 통쾌함이 맞춤 여성을 찾는 남자들을 한 방 먹인듯하여 속이 후련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통쾌함도 잠시 두 번째 소설 [당신의 평화]에서는 목을 죄는 답답함에 미쳐버릴 듯하다. 정말 공감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가부장적 사회에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이 사라져버린 지금 나의 엄마들 세대의 이야기다. 무신경한 남편에 더하여 지독한 남아 사상이 몸에 밴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온 그녀의 인생에 이미 그녀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녀의 삶에 애처로움을 느껴야 하지만 마냥 그럴 수도 없다. 그로 인해 지친 딸 유진의 삶을 다독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당하고 억울했던 상황들은 그녀의 자아를 좀먹듯 갉아먹어버렸고 엉뚱하게도 피해 망상적 증상에 시달린다. 엄마의 주변 모든 상황들에 대한 날선 불만들은 행복해야 할 딸의 인생마저도 발목을 잡는다. 가여운 엄마, 하지만 동시에 이해불가의 엄마, 아무리 달래고 다그쳐보아도 이미 유진의 머릿속에서 엄마라는 이미지는 편안하고 안락한 세상이 아니다. 아무리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다지만 비중 있게 드러나지 않았던 남편이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쯤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아내의 존재는 그저 자신의 인생을 뒷치닥거리나 하는 사람정도로만 여기는 무신경의 끝판왕이다.

여자 알기를 우습게 아는 남자들의 이야기는 세 번째 단편 [경년]에서 폭발한다. 갱년기 몸뚱이를 각종 약물에 의지하고 있는 중년 여성의 삶부터가 이미 버겁게 느껴지는 이 단편에서는 요즘 청소년들의 성 이야기로 초점이 넘어간다. 중학교 아들의 섹스 스캔들이란 소재도 충격이지만 섹스를 본능 따위로만 치부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에서 그 어떤 성적 배려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화나고 슬펐다. 곧 나도 그녀와 비슷한 지점에 도달할 텐데 나라면 어떤 액션을 취할 수 있을까 제일 고민이 많았던 이야기였다.

자궁은 '子宮'이라고 쓴다. 삼십여 년 전, 나는 이 단어를 '아들이 자라는 궁궐'이라는 뜻으로 배웠다.
2017년 초등학교 성교육 시간엔 아기집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p.121

그다음 단편들부터는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의미의 확장과 공상과학소설같은 분위기에서 페미니즘과 인간적인 요소를 찾기 위해 작가노트를 뒤적였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라는 단편의 분위기에 조용히 압도되었고 결말의 소름 돋음은 나도 모르게 굳어져 있는 여성 혐오가 존재하지는 않는지 되짚어 보았다. [이방인]은 내겐 좀 난해한 느낌이었다. 남성들의 세계에서는 여성이라는 존재를 이방인으로 설정한 것인지, 그녀가 어떠한 실수를 계기로 이방인이 되어버린 건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에서는 남성에 대한 통쾌한 보복전이 펼쳐지지만 그렇게 튀어오른 피들이 내 몸에도 묻은 듯 찝찝함과 불쾌한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오히려 마지막 단편 [화성의 아이]가 편하게 다가온 이유도 남성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생물과 무생물이 공존하며 새생명을 돌보며 함께 생활을 만들어 내는 세상이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이 폐허가 더 이상 냉혹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가 생활이라는 리듬을 함께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p.267

여전히 주변을 돌아보면 현남오빠가 많고 남편과 아들을 떠받드느라 생을 다 바치는 여인들도 많다. 여전히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여성은 불리한점 투성이고 직장에서 차별대우 또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대간의 충돌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게다가 연이어 터지는 성추행과 성폭력은 드러나지 않은 것들까지 계산한다면 훨씬 많을 것이다. 잘난 여성들 때문에 불쾌감을 드러내는 남자들, 게다가 빗나간 여성 혐오주의까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와 그리고 넘어야 할 고개가 수도 없음을 느낄 것이다. 이런 소설을 들고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띄우며 질타하고 싸우자는 게 아님을 잘 알 것이다. 조금만 더 나와 가까운 이야기로 여기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사회로 바뀌어가길 원하는 것이다. 나부터라도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지워내고 주체적인 생각을 설파해야겠다.

그나저나 표지를 한참 들여다보다 우측 사인의 영문TO T 뒤는 무슨 글자가 가려진 것일까 나름 고민했다. 여성의 삶을 정중앙으로 그려내고 싶었다는 의도에 맞추어 TO THE FUTURE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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