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 - 202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미래주니어노블 5
크리스천 맥케이 하이디커 지음, 이원경 옮김 / 밝은미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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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무서워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유독 둘째 아이가 미스터리 호러에 꽂혀서 나도 최근에야 덩달아 찾아보게 되었는데 무서움 아래 인생의 교훈도 있어 조금씩 흥미를 붙이게 되었다. 뉴베리상 작품은 다 찾아보진 못했지만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즌에 걸맞게 납량특집이다. 하지만 어린 여우를 위한 무서운 이야기라고 해서 시시하게 무서운 건 아닐까 했는데 이건 무서움의 방식(갑툭튀나 피철철이 없는)이 좀 달라 무서웠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그렇게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졸랐다. 정말 동화책이 없었다면 그 많은 밤을 으찌 보냈을까 싶다. 그만큼 아이들은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책에 등장하는 일곱 마리 새끼 여우들도 엄마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른다. 하지만 엄마는 이미 밑천이 바닥난 상태였고 대신 새끼 여우들의 호기심을 자극해놓고 잠들어 버린다.

 

새끼 여우들은 꼬리가 하얗게 변할 만큼의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습지 동굴로 향한다. 새끼 여우들을 본 늙은 이야기꾼도 새끼 여우들의 담력을 자극하며 호기심을 부추긴다. 무서운 이야기가 단순히 공포만을 전하는 것이 아님을 이야기꾼은 강조한다. 이는 이야기 속에서 찾아야 할 메세지이자 희망이다.

 

 

 

늙은 이야기꾼은 한편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면서 꼭 새끼 여우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는 위기에 처한 어린 두 여우가 등장한다. 스승님과 형제들이 이상한 노란 악취에 오염되어 좀비처럼 변하자 엄마와 도망치다 그만 인간에게 붙잡히고만 미아. 태어날 때부터 한쪽 다리에 이상이 있어 누나들의 놀림감이 되고 심지어 아빠한테까지 위협을 받게 되어 홀로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던 율리.

이야기는 각각 인물과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였으나 죽을 위기에 처한 미아가 율리의 도움을 받으며 가까스로 탈출하게 되면서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사건이 거듭될수록 이야기를 듣던 새끼 여우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한 마리씩 집으로 돌아간다. 의외였던 건 처음과는 달리 제일 겁을 내었던 막내 여우가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킨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야 만나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뭘까?

노란 악취? 인간(덫을 놓은, 포터 부인)? 오소리와 같은 천적? 자신보다 강하고 난폭한 여우?

두 어린 여우는 각각 엄청난 위기에 직면하고 죽을 위기를 넘기며 어른으로 성장한다. 여우들의 모험담에 푹 빠져 이따 보면 정작 무서운 건 그런 것들이 아님을 알게 된다. 미아가 포터 부인에게 잡혀 인형이 될 위기에 처했을 때보다 미아에게 온 다섯 마리 아기 여우에게 닥칠 위기감이 훨씬 두려웠다. 율리가 발톱 마왕(아빠)에게 죽임을 당할까 무서운 것보다 불완전한 자신을 포기해 버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더 컸다. 하지만 둘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조금씩 두려움을 극복해나갔다. 의지할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와 지혜가 생겨난다. 미아는 율리를 위해 라일락 왕국에서 더 대담한 용기를 내었고 율리는 그런 미아를 위해 지혜를 짜내어 탈출에 성공한다. 누가 더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준 것이다.

 

미아와 함께 있는 하루하루가 율리에게는 결코 알아서는 안 될 비밀을 깨닫는 순간 같았다. -p.342

 

덫에 걸렸다 율리의 도움으로 빠져나온 미아는 한쪽 다리를 거의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마침내 미아는 율리의 입장과 똑같이 마주하게 된다. 그런 미아의 눈에 불완전한 몸으로 위기를 극복한 율리가 더 대단해 보이지 않았을까.

 

 

 

물론 이야기꾼의 말처럼 야생에서는 어떠한 새끼 여우도 안전할 수는 없다. 발톱 마왕에게 자신의 왕국이 중요하듯, 포터 부인에게는 자신의 동화가 중요하듯 공포를 불러오는 자들도 각자의 타당한 이유가 있으며 죽음의 그림자는 언제나 불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니까.

 

본능이라는 껍질을 벗겨내면 그곳은 여느 인간사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어쩌면 인간사는 그보다 더 잔인하게 무섭다. 어린아이들이 살아가기엔 말이다. 암흑 같은 세상에 가족보다 더 따스한 우정을 바탕으로 서로에게 더한 밝은 미래가 되어준 두 어린 여우의 이야기를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심해보면 어떨까. 위기가 닥쳤을 때 미아와 율리는 원망보다는 방법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지 않았는가. 그렇듯 무서운 일들은 언제든 우리 앞에 대기하고 있을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가면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네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두려움을 이겨 내고 꼭 필요한 일을 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구했다고 생각해. -p.329

 

나는 포터 부인이 등장하는 장면이 가장 무서웠다.ㅋ 동물을 잡아다가 이야기에 써먹고 눈과 내장을 파낸 후 솜을 채워 인형을 만든다는 설정이 왜 이리 끔찍한지. 포터 부인하면 피터 래빗의 작가 비아트릭스 포터가 떠오르는데 이 설정은 뭐지??했다. 실제로 그녀는 동물과 대화하고 그들의 신체구조와 행동방식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스케치하는 등의 일상으로 무료함을 달랬다고 한다. 동화작가이자 식물학자이며 환경운동가였던 그녀가 공포를 불러오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 동화에서는 역할이 180도 바뀌어 등장하니 그것도 재미난 설정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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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도
조동신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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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있다. 돈과 권력으로 더럽게 때가 묻기 시작하면 오염을 제거할 방법은 죽음뿐이다. 이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구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안타까운 순간들을 놓치고 산 결과는 멸망뿐이다.

 

아름다운 제주의 섬 아귀도는 인간이 만들어낸 탐욕 덩어리로 변해버렸다. 환경을 위해 시작한 착한 사업은 두 괴물을 낳고 말았다. 바다의 괴물과 욕망의 괴물. 섬주위는 이제 재앙의 징조를 알리는 괴상한 소문들만 무성하다.

 

15년 전 한 여자아이의 아버지가 불어난 물을 건너다 죽는다. 어떤 검은 형체에 의해.

15년 뒤 한 청년의 아버지가 탄 고기잡이배가 아귀도 섬 근처에서 실종된다. 어떤 검은 물체에 빨려.

 

 

 

 

몇 달 전 초딩 딸아이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사달라고 했다. 물론 읽다가 어려워서 덮었지만.

평소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는 즐겨보지 않아서 아가사 크리스티의 아주 유명한 작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었다.

 

이 책은 그녀의 작품 100주년을 맞아 쓴 오마주 작품이라고 한다. 클로즈드 써클(고립된 곳에서 한 사람씩 죽어나감)과 크리쳐 호러(호러물의 하위분류 중 하나로, 주로 사람을 잡아먹거나 살해하는 괴물이 나오는 작품)가 무슨 의미인지도 몰라 찾아보기까지 했는데 호러물에 필요한 여러 요소들에 묵직한 주제까지 얹혀 있지만 그리 호러스럽지만은 않았다. 생각만큼 전율이 오진 않았단 얘기.

 

한 회사에서 진행된 환경 프로젝트에서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진행했지만 실험은 실패하고 거대 괴물 물고기가 탄생한다. 이만하면 해양 호러라고 볼 수 있겠지만 실은 그 괴물조차 인간의 손에 조종당하며 살인 병기로 쓰인다. 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환경오염뿐 아니라 자연 생태계까지 교란하는 인간의 욕망이 씁쓸하다.

 

누군가가 보낸 메일 한 통. 그렇게 만들어진 일행.

등장인물들은 이 연구와 관련된 사람들이 아귀도란 섬에 갇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5년 전 여자아이(희주)와 15년 후 청년(승진)은 같은 과 선후배이자 죽음의 원인이 비슷하다는 이유 한배를 탄다. 아귀도로 다다를 무렵 엔진 이상으로 배가 불타자 섬에 머무르던 아가씨의 도움으로 일행은 무사히 아귀도로 피신한다. 하지만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슬슬 공포감이 엄습한다.

 

갇힌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은 극도의 공포감과 서로를 향한 불신을 낳는다. 함께 있어도 따로 떨어져도 어떻게든 진행되는 죽음. 칼을 든 범인과 거대한 괴물의 정체 속에 또 다른 퍼즐 조각을 풀어내야 한다. 각자의 연결고리를 찾아내서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만 살 수 있다. 서바이벌 생존게임 또는 방탈출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했지만 그 속에 숨은 생태학적 의미도 흥미롭다. 이해도가 떨어진다면 쉽게 생각하면 된다. 인류의 멸망이 먼 얘기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섬뜩함.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처럼 두뇌회전이 월등한 인물이 있다. 탐정해도 될 만큼 실력을 뽐내는 자가 누군지 궁금하다면! 이런 미스터리 호러를 즐긴다면! 이 긴 장마가 지겹다면! 읽어야 할 때다.

그리고 난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펼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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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쓸모 - 마케터의 영감노트
이승희 지음 / 북스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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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하려면 뭔가 써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쓰는 것도 습관이 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다이어리를 쓰고 있지만 점점 게을러져서 쓰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고 책 일기도 두 달 쓰다 힘들어서 포기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은 책 리뷰 쓰는 용도 외엔 거의 방치 수준이다. 업무일지도 새해 초반에만 쓰고 다시 뒤죽박죽이니 기록하는 일엔 젬병인 셈이다.

 

기록의 필요성을 알고 있고 쓰는 힘의 중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왜 자꾸만 게을러지는 걸까.^^ 어쩌면 나의 완벽주의적 성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성격은 금방 지쳐버린다.

 

일 잘하는 사람은 잘 쓴다.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이사님이 내게 강조한 것이 메모였다. 사소한 고객 전화부터 고객과의 면담 시에도 하나도 빼먹지 않고 기록을 남기게끔 지시했었다. 하지만 그땐 업무의 하나라고만 여겼었지 습관으로 남지 못했다. 포스트잇에는 일정만 기록되었고 수첩은 매번 다시 서랍형이었다. 나도 저자처럼 좀 더 일찍 깨달음이 왔다면 지나온 나의 시간이 더 풍요로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담 난 어느 정도 기록을 하고 있을까.

나도 쓰긴 쓴다. 책 리뷰를 부지런히 쓰고 있으니 그것이 나의 자산이긴하다. 게다가 사진은 나의 기록이다. 담아내는 순간이자 매일 내가 살다간 흔적이다.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온다. 카메라를 손에 쥐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게 되고 삶의 힌트를 얻게 된다고.

그러니까 나는 사진과 글로 나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일 년 결산은 읽은 책과 사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늘 여기까지였다. 그냥 늘 머무름에 만족하고 살았으니까.

 

저자와 나의 기록에서 다른 점을 찾자면 움직임이다. 나는 정적인 기록인 반면 저자의 기록은 날개를 달고 움직인다. 저자의 기록물들은 곧 저자의 가치관을 성장시켰고 일상의 틈을 단단하게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고 있었다.

 

 

 

 

모든 기록은 나름의 쓸모가 있다.

 

최근엔 메모장을 가끔 연다. 읽은 책을 생각하다 떠오른 잔상이나 유튜브를 보면서 기억하고픈 정보를 적는 용도로 쓰고 있다. 하지만 종이 메모는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시도는 해보았지만 금방 시들해지기 일쑤였다. 무언가 더 나은 방향을 찾으려면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단 걸 느끼고 있었던 차에 이 책은 여러모로 자극이 되었다.

 

다시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인스타에도 자주 피드를 올리고 있다. 소통의 부재는 여전히 숙제지만(이건 성격상 힘들 듯 ㅎㅎ) 찬찬히 시작해야겠다. 서랍장에 한가득인 메모지들을 여기저기 비치해두어 아이들에게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려 한다. 집안 곳곳 포스트잇으로 도배가 되는 날이 곳 오기를.ㅋㅋ

 

저자는 오로지 기록의 습관으로 자존감을 높여나갔다. 어쩌면 기록하는 습관이 그녀의 숨은 재능의 시작이었을는지도. 왜냐!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했듯이 부지런해야 한다. 그런 습관으로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찾게 되고 지금도 나아가고 있다.

 

역시 사람은 어떤 습관을 들이느냐에 따라 인생 방향이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 쓰는 습관을 아이들에게 귀가 닿도록 얘기할 참이다. 온라인 클래스 수업 중에도 필기조차 하지 않고 있는 중딩녀석에게 이 책을 쥐여주려 한다. 왜 써야 돼요?라고 묻던 녀석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어야 할 텐데.

 

기록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 기록의 필요성을 깨닫는 게 급선무이겠고 기록의 필요성을 알고 있다면 기록할 꺼리를 찾으면 된다. 기록할 꺼리를 찾았다면 쓸 맛나는 글이 되게끔 방법을 찾으면 롱런할 수 있다. 나는 필사를 하면서 유독 잘 써지는 펜을 찾거나 디자인이 예쁜 포스트잇을 찾는 것으로 쓰는 재미를 붙이려 하고 있다.

 

요즘은 혼자만의 여행이 로망이다. 주부가 되면 이런 일상이 로망이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장소에서 오로지 혼자 맞는 기분이 궁금하기도 하고 색다른 영감이 떠오를 것 같기도 하다. 작은 두려움도 설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고 걱정도 기대로 묻어둘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내게 필요한 건 소통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의 기록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덜 꼼꼼하련다. 인스타에 책 사진과 아주 짧은 피드를 올렸더니 영감 노트 계정과 연결이 되었다. 영감 노트에서 영감을 찾을 수 있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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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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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아직 읽지 못했지만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읽은 적이 있다. 죽음의 천사가 언제 자신에게로 오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는 꼭 돌아올 거라는 할아버지의 말과 어느 여인에게서 받은 손수건에 희망을 걸고 수용소에서 살아남는다. 그 소설(실화를 바탕으로 한)을 읽으며 인간은 마음에 따라 극한상황을 이겨낼 수도, 금방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았다. 물론 그는 트라우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수용소로 만들어 버렸지만.

 

이 책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빅터 프랭클의 책을 모티브로 한 심리치유책이다. 정신과 의사 이시형과 심리 상담가 박상미 두 분이서 공동 집필을 하셨는데 지금처럼 힘든 시기에 불안한 마음을 다잡기에도 참 좋은 책이다. 인생은 어떤 상황에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습니다. -p.49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이 책에서 다시 읽으니 뭔가 찌릿하게 다가온다.

 

프랭클이 끔찍한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과정은 운도 따랐지만 그의 의지력도 상당했다. 그는 단순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다. 이것이 즉 삶의 의미다.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낙관과 그가 글을 써야만 한다는 의지가 그를 죽음에서 살려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낙관적 미래를 그리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 그의 의지력이 과연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암튼 신이 그를 일찍 데려가지 않은 것은 그에게 특별한 의무를 주고자 한 것은 아니었을까. 고통이 있기에 삶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진리를 전하도록. 그래서 이러한 책도 탄생한 것일 테고.

 

로고테라피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는 있지만 의미치료라고 하면 어떤 치료일지 조금은 짐작이 된다.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 한 송이에도 전 우주의 기운이 담겨 있습니다. -p.34 라는 의미는 모든 생명체의 소중함을 어필한 문장이다. 이는 곧 어떤 순간이든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의미를 부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통을, 위기를,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로고테라피 즉 로고스의 힘은 감성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는 마치 힘든 상황이 왔을 때 자연 속에 심신을 치유하는 것과 닮아있다. 섬세한 내면성을 지닌 사람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요 며칠 투명하게 맑은 날씨 덕에 각종 SNS에 하늘 사진이 엄청 올라왔었다. 다들 감탄사가 백 개라도 모자란 듯 사진과 글 속에서 감성뿜뿜 기운이 느낄 수 있었는데 다들 요즘 같은 시기에 다들 그 맑은 하늘을 보며 어떤 삶의 의미를 떠올렸을까.

난 어지러운 머릿속이 잠깐씩 맑아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듯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 바라보는 시선, 느끼는 감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데 너무나 절망적인 순간에는 이 모든 게 무뎌지기 마련이다. 책에는 삶의 의미를 찾는 구체적인 방법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창조가치(능동적)

체험가치(수동적) - 자연, 예술, 사랑

태도가치

 

이 세 가지 가치에 관한 질문에 나름의 답을 써보면 나의 장단점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혹 비관적 운명론에 빠진 자라면 바꿀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해서 짚어보자. 그렇게 적다 보면 나의 부정적 태도를 돌아볼 수 있겠다.

결국 이것은 나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일 것이다.

 

 

 

의미치료가 정신분석과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실존적 현실, 즉 의미를 찾고자 하는 그의 의지뿐만 아니라 앞으로 성취해야 할 '실존의 잠재적 의미'까지 고려한다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스스로 존재 깊은 곳에서 진심으로 소망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p.147


의미치료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데 집중한다. 특히 스스로 답을 찾도록 이끄는 대화법은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배워야 할 방법이라 생각했다. 사례를 통해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고 수긍한다는 점이 대단해 보인다. 대부분은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말하는 방법이 대다수이지 않은가.

 

세상을 살아가는 유용한 기술 중 유머와 웃음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먼저 웃는 용기야말로 유용한 기술이다. 또한 슬플 때 실컷 우는 것도 필수다. 인간에게 눈물이 있는 이유도 고통을 치유하기 위함이니까.

난 기분이 꿀꿀하면 딸아이의 사진을 보며 털어낸다. 얼마나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지 볼 때마다 웃음이 절로 난다.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데 일기만 한 것이 없다.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잘 알기에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감사일기와 칭찬일기를 쓰는 것!은 정말 강추한다. 빅터 프랭클 또한 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이겨낸 것이니까.

 

빅터 프랭클은 모든 것을 치유하는 강력한 힘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이는 여러 소설에서도 하나같이 볼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사랑이 우리를 강하게 하고 나아가도록 한다는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절망적이고 의미 없는 세계를 뛰어넘는 힘은 '사랑' 그 자체에 있습니다. -p.185

 

게다 분노는 자신의 인생을 되려 갉아먹을 수 있음을 말하며 분노의 힘을 창조적 미래를 위해 쓰라고 조언한다. 이 문장을 읽으니 박경리 <토지>의 서희가 바로 떠올랐다. 서희는 분노를 복수하는데 모두 써 버렸지만 또 다른 분노가 다시 피어난다. 복수를 칼날을 거두었다면 주변인들과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 수 있었을 텐데. 친절한 금자씨의 복수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주기도 한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극이야말로 십 년 묵은 체증을 내려주기도 하니까. ㅋㅋ 생각이 자꾸만 딴 길로 새는구나.

 

의미치료는 뭐든 맘먹기 달렸다는 명제가 딱 들어맞는 치료인 것 같다. 명상치유도 참 좋다는 건 알지만 명상을 할 만큼의 시간 여유가 없어서인지 쉽지가 않다. 단 15분 만이라도 머릿속을 비우고 누워있어보아야겠다. 금방 잠이 들것 같기도 하고.ㅋ

 

위기가 있기에 기회가 있고 불행이 있기에 행복도 찾는 것이다. 불안한 마음이 있기에 대비도 하고 막상 고통이 닥쳤을 때 덜 흔들린다. 저자가 삶의 그늘에서 프랭클의 책을 만나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았듯 자신에게 하나쯤은 자신을 일으켜 줄 인생 책이 있다는 것도 행운이다. 독서야말로 흐트러진 마음을 다스릴 최고의 치유법이자 대비책일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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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말 - 2,000살 넘은 나무가 알려준 지혜
레이첼 서스만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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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21세기 기후재난 시나리오를 보았다. 기온이 상승하고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상에서 나무들은 얼마나 오래 버텨낼 수 있을까. 호주의 대형 산불, 시베리아의 산불, 무분별한 개발로 뽑혀나가는 산림. 나무의 말에 등장하는 이 오래된 나무들이 한 장의 사진으로 남을까 봐 걱정부터 앞선다.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생존방식을 지닌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형태로 성장하고 살아간다. 이는 동물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마찬가지다. 식물도 자신을 방어하고 산다. 분노하면 독성을 내뿜기도 한다. 영화 <해프닝>은 분노한 자연이 인류를 위협한다는 설정으로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그 영화를 본 후 바람에 속삭이는 나뭇잎이 아름답게만 들리지는 않았는데 자연의 마지막 경고음 같았달까.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는 설정이 지금 코로나 사태와 닮아 있다.

모든 생명체는 소멸하고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식물의 생존 유무는 정확히 가늠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긴긴 수명을 자랑하는 생명체는 마법처럼 신비롭다.

무려 2000천년 이상을 살고 있는 생명체를 보며 세월의 깊이만큼 거칠고 두꺼워진 껍질과 험난한 역사를 상징하는 상처들을 보며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된다.

나무와 우리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상처가 너무 깊지만 않다면 치유될 수 있으며 실제로 치유된다는 점이다. -p.187

미래는 과거에서 온 조각들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는 곧 현재는 미래의 자원을 빌려 쓰며 살아간다는 얘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우린 미래를 너무 당겨쓰고 있다. 마치 영원하고 무한하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당장 누군가의 생명이 끊어지는 것은 슬퍼하면서도 식물이 서서히 죽어가는 현상에 대해선 그냥 지나친다. 이젠 자연을 살뜰히 챙기며 살아야 할 텐데.



우선 생물 위치 지도를 보며 제일 오래된 나무부터 찾아보았다. 역시 시베리아 땅 위에 있었다. 환경오염으로 영구동토층이 녹고 있는 땅. 빈번한 산불로 신음하고 있는 땅. 음... 또 걱정이다.

저자는 일본에서 조몬 삼나무를 만난 뒤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조몬 삼나무도 미신 때문에 사람들에게 꽤나 시달려서 주위에 cctv가 있다고 한다. 쯧쯧) 다양한 종의 수명에 대한 고찰 또한 오래된 나무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을 부추기기도 했다. 오랜 생명체 앞에서 와~~~라는 감탄사 다음으로 드는 생각은 무엇일까. 아마도 저자는 그것을 알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예술의 경지 앞에 서면 누구나 겸허하고 소박한 마음이 생겨나지 않을까.


인스타를 하면 세계 곳곳 절경을 만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실인지 가상세계인지 구분이 안될 만큼 아름다운 경치뿐 아니라 믿을 수 없는 거대 나무나 숲을 보면 지구 곳곳 어딘가 미지의 세계도 존재할 것만 같다. 제일 먼저 등장한 자이언트 세퀘이아는 인 스타 덕에 알고 있는 나무였다. 나무에 비해 사람의 형체가 너무 작아서 처음엔 그 사진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그 거대한 나무를 보며 외국 땅은 나무 스케일도 다르구나 했던 기억이 있다. 무려 2000년 이상을 지구 깊숙이 뿌리내린 채 살고 있었다니. 나무의 거대함에서 긴 세월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나무들은 극단적인 생존 조건이었기에 더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 나무도 있었고 잘 알아볼 수 없는 형체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는 나무도 있었다.(사진을 보면서도 나무가 맞나 싶은 정도로 식별이 되지 않았다)

수많은 가지와 뿌리가 뒤엉켜 있는 판도의 사시나무 군락과 휴언 파인 군락지는 아름답다기보다는 스산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고 어린 왕자의 행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설이 있는 바오밥 나무의 기괴한 모습에 판타지 영화의 세트장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딘가 지하세계로 통하는 문이 있지 않을까. 한번 사라지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지하 삼림은 사진으로만 보아선 가늠이 잘되지 않았는데 뭔가 독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적 이유(이란)로 찾아가지 못한 곳도 있고 중간에 새로운 종의 기사를 접하기도 한다. 사진촬영을 하다 다치기도 하고 맘에 드는 사진을 얻지 못해 다시 찾기도 하는 등 저자는 최대한 생명체의 경이로움을 전하고자 했다.

어느 기사에서 생명체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이 업그레이드가 되면 더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겠지만 반면 기존의 주장들을 모두 갈아엎어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기사를 보았다. 박스 허클베리처럼 나이를 만 삼천 살에서 구천 살로 줄어드는 경우처럼 말이다. 그들의 정확한 나이가 어찌 되었든 그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가 그들의 모습을 문명이라는 껍데기 뒤편으로 밀쳐낸다면 더 이상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경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사진들을 보면서 우아한 소박함을 보았다. 나무는 그저 묵묵히 지나온 세월을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지구라는 행성에 터를 잡고 다른 생명체들과 유기적으로 얽혀 함께 공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2000살이 넘는 나무가 말하는 건 그런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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