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그리는 여자들 - 여성 예술가는 자신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프랜시스 보르젤로 지음, 주은정 옮김 / 아트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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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회화책을 볼 때면 늘 여성화가의 비중이 적음을 아쉬워했었다. 시대가 그랬으니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만 여겼음에도 모래알 속에서 진주를 찾듯 눈에 띄는 여성작가들의 그림들을 만날 때면 강한 끌림을 받았다. 소포니스바 안귀솔라처럼.

 

이 책은 여성화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기도 했지만 자화상 위주로 언급이 되어 있다는 점이 더 신선하게 다가왔다.

자화상은 초상화와는 많이 다르다. 사진을 찍히는 것보다 셀카를 찍으려 할 때 우리는 더 분주해진다. 그만큼 자화상은 곧 자신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화상이 언급될 시기엔 사진의 역할뿐 아니라 그 외 다양한 이유로 제작이 되었다. 누군가를 존경해서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미래의 고객과 여성 화가에 대한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말이다. 어찌 되었든 여성화가들은 남성 중심의 시대에서 중심으로 뻗어 나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주어진 자신의 재능만큼 현재뿐 아니라 후대에서도 인정받길 원했고 그러한 염원들을 자화상에 고스란히 담고자 했다. 제아무리 남성들의 시선이 제자리걸음이라고 하여도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우아하고 아름답게, 그 순간만큼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시선을 그림 밖으로 던졌다.

 

 

 

5세기를 지나오는 동안 그녀들이 얼마나 세상의 벽을 허물기 위해 나름의 애를 써왔는지가 보인다. 시대순으로 소개된 180점의 그림들에서 여성화가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해 보게 된다. 여성과 미술가라는 연결점을 짓고 싶어 하지 않았던 관점이 저 아래 깊숙한 곳에서부터 겹겹이 쌓여있긴 했지만 불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한 여성들의 시도는 점차 대담해지고 과감해진다. 한 손엔 붓을 다른 한 손엔 팔레트를 들고 단정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성들의 몸짓이 점차 역동적이고 창조적으로 바뀌어 갔다. 금기를 깨고 당당하게 선을 뛰어넘은 그녀들의 삶에서 한편의 위인전을 보듯 에너지가 느껴진다.

 

여성의 자화상이 본격화된 건 17세기부터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는 여성 예술가들의 열망이 호의적이었다. -p.37그것은 여성에게 점차 배움에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여성은 결혼으로 인한 제약도 많았고 제도적 지원을 받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남성들과 평행선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언제나 여성 예술가들은 사적인 위치에 머물러야 했다. 그럼에도 여성은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하나하나 잡아나갔다. 화가가 여성의 직업으로 안착하며 그 수는 점차 증가한다. 여성 아마추어의 작품들이 판매의 제약을 받거나 그림 기법 또한 제약이 따랐으나 여성들은 자기들만의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성장해갔다.

 

 

 

 

가장 눈에 두드러졌던 건 여성적이고 아름다움이 주였던 자화상들에서 점차 그 관습이 벗겨져 나갔다는 점이다. 앞치마와 흘러내린 머리카락에서 작업의 열정을, 여성성을 벗어던진 모습에서 분노와 진지함을 표현했다. 20세기부터는 그러한 변화가 더욱 두드러진다. 여성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여성들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출간되기 이전부터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자기만의 방의 내면까지도 서슴없이 공개한다. 자신의 삶이나 가치관이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발현되었고 페미니즘 운동까지 끌어낸다. 1960,70년대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으나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대 자화상은 점차 복잡하고 난해해져 갔지만 무척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여성의 고정관념을 부수는 것부터 건강까지도 관심주 제로 등장한다.

미술가가 자신의 캔버스가 될 때 가장 극단적인 형식의 자화상이 탄생한다. -p.284

 

여성의 자화상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출발하였든 그녀들의 손에 들려 있던 거울은 그녀의 내면을 비추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억압과 차별로 인해 여성들은 스스로뿐 아니라 주변 환경에 대해 영리하고 창조적이 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한 작품들을 독자적으로 재해석하고 분석한 책을 만나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예술작품 앞에서 좀 더 열린 시각과 깊이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공부해야겠다.

 

p.s) 셀카 한 장을 찍더라도 좀 더 연구하는 자세를 가져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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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0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책 도판도 훌륭하네요. 인상주의 시대때도 여성화가들 꽤 활동 했었는데 남성위주 중심 미술계에서 제대로 전시도 못하고,,아르메테시아의 넘 불행한 일생(아버지 친오빠 남편)때문에 이책 마음 아플것 같아서 못읽어 봤는데 건빵님 리뷰 읽으니 구매 땡스 해야겠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