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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족 이야기 1 - 비밀의 샘 ㅣ 신비도서관
김춘옥 지음, 김완진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1년 9월
평점 :
청어람주니어에서 아이들을 위한 의미 있는 책이 나왔다.
<길족이야기>라는 제목의 판타지 동화인데 꽤나 철학적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다.
세상은 길에서 시작되고 길로 완성되는 것
아주 먼 옛날 사람 사이에 길이 없던 시절.
위태롭게 살아가던 인간 세상을 하늘나라 선녀가 개입하면서 길족이라는 종족이 생겨난다.
길을 만드는 길만족, 그 길을 다지고 돌보는 길찾족,
길찾족을 따라다니는 그림자족, 길만족의 발자국을 먹는 발먹,
길족이 만든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인 걸음족.
안타깝게도 하늘의 규율을 어긴 대가로 선녀는 샘물 지킴이가 되어 평생 노래를 해야 했고 그 대를 길만족이 이어가야만 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샘은 길족들의 생명수로 이 물을 마시지 않으면 죽게 된다.
문제는 그렇게 서로의 다리가 되어주어야 될 길이 그렇지 못하면서부터다. 길을 소유하고 통제하길 원했던 길찾족들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길찾족의 족장은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새로운 길을 찾는 길만족들이 평화와 안정된 삶에 걸림돌이 된다고 여겨 그들을 잡아 가둔다. 죽어라 일만하는 길만족과 그들의 발자국을 먹고 사는 발먹들은 길족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고 있었던 것이다.
즉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이 희생되는 불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졌고 소수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비도덕적인 질서가 자리 잡은 것이다. 전반적인 줄거리를 보면 우리가 걸어왔던 잘못된 역사를 반추하고 있다. 새로운 길을 열려고 하는 자들은 늘 그 길을 두려워하는 자들과 맞서야 했다. 그들의 투쟁이 오래되면 될수록 희망의 가치는 빛이 났지만 희생은 컸고 아픔도 오래갔다.
그런 길찾족들의 눈을 피해 엄마와 살고 있었던 길새는 열세 살이 되던 해 운명이 달라진다. 길족은 열세 살이 되면 길만족 혹은 길찾족으로 DNA가 결정된다. 생일날 엄마와의 약속을 마지막으로 길새는 혼자가 된다. 길새는 누군가의 쫓김을 피해 길족 마을에 들어선 뒤 자신의 숨은 능력을 만나게 된다. 나무와 풀을 움직여 길을 연 것이다. 길새는 예상대로 길만족의 아이였다.
그런 길새곁을 맴돌던 길포는 사냥꾼임에도 길새를 돕는다. 궁금한것 투성이던 길새는 의심을 조금 걷어내고 길포를 따라나서다 사냥꾼들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떤 동굴에 갇히게 된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부터다. 길새와 길찾족 족장 길모아와의 운명. 그리고 앞으로 길새의 활약으로 길만족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2권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길새가 길족마을에 들어섰을 때 길새는 유독 신발만 도드라졌던 길족사람들을 보며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각각의 신발 분위기와 발자국이 닮았다는 사실을. 우리는 각자의 걸음으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각자의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살아간다. 가끔은 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은 과욕이라고 여긴 적도 있었으나 어떠한 신발이든 제발에 맞추는 능력을 지닌 길만족의 능력만큼은 나도 물려받고 싶다.
길만족의 발자국을 신나게 먹어치우던 발먹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끼리 책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