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차일드 비채 모던 앤 클래식 문학 Modern & Classic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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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네뷸러상과 휴고상을 동시에 수상한 단편 <블러드 차일드>가 수록된 옥타비아 버틀러의 소설집이다. 트위터에서 누가 이 책을 극찬하기에 선뜻 구입해 읽어보았는데 아쉽게도 나와는 잘 맞지 않았다. 작품이 문제가 아니라 SF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문제인 것 같다. 


표제작 <블러드 차일드>는 남성도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세상을 상상한 작품이다. 외부 생명체로부터 알을 받아 몸에서 그 알을 키우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알을 낳아서 기르는 역할은 여태껏(그리고 지금도) 여성이 전담하고 있다. 만약 이 역할을 남성도 하게 된다면 어떨까. 작가는 외계 생명체의 알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남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성을 숙주로 삼아 유지되고 번성하는 남성 중심 사회, 가부장제를 풍자한다.


이 밖에도 근친의 문제에 주목한 <가까운 친척>, 언어가 사라져가는 세상에서 대상화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말과 소리>, 억압에 길들여진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넘어감>, <특사> 등의 작품이 실려있다. 작품마다 작가 해설이 실려 있으며, 흑인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SF계 작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두 편이 책 말미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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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4 21: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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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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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다. 먼저 읽은 두 작품에 비해 <한국이 싫어서>는 훨씬 가볍고 읽기 쉽다. 장강명 작가 특유의 예리함과 신랄함은 여전하다. 


주인공 계나는 20대 후반의 여성 직장인이다. 서울의 모 대학을 졸업한 후 어렵게 종합금융회사 신용카드팀 승인실에 취업한 지 올해로 3년째다. 직장에선 더 좋은 부서나 직급으로 옮길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집에선 세 딸 중에 유일하게 밥벌이를 하는데도 부모로부터 '돈줄' 이상의 취급을 받지 못한다. 대학 때부터 사귄 남자친구는 언론사 시험을 준비하느라 여태 취업을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에서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계나는 무작정 호주로 떠난다. 


계나를 보면서 일찌감치 '탈조선'에 성공한 지인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한때는 '한국이 싫어서 한국을 떠난들 외국은 천국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 소설에 따르면, 그들은 적극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다. 말로만 절이 싫다고 하고 평생 눌러앉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절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다.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과 말할 수 없는 사람. 바꾸고 싶은 걸 바꾸는 사람과 바꾸지 않는 사람. 어느 쪽이 성공할까. 어느 쪽이 행복할까. 지금의 한국이 싫은 걸 싫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 바꾸고 싶은 걸 바꾸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남아 있는) 나라라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이 소설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제7권으로 출간되어 수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은 그나마 희망적이다. 어쨌든 그들은 이 소설의 제목에 이끌릴 만큼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부분을 싫어한다는 것이고, 이 소설을 읽고 내가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부분을 싫어하는지 알았다면 그 부분을 바꿀 가능성도 생길 테니. 나는 이 소설을 읽고 내가 한국의 추운 날씨를 더없이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추운 날씨는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 병든 사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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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곽재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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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연말이다. 헌 술은 헌 부대에 담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도 있듯이, 올해에 읽은 책은 올해 안에 리뷰를 다 쓸 생각이다. 그러니 한 눈 팔지 않고 부지런히 리뷰를 쓰겠다(과연?).


이 책을 쓴 곽재식은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사기꾼의 심장은 천천히 뛴다>, <140자 소설> 등 다수의 장단편 소설을 쓴 프로 작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낮에는 화학자로 일하고 밤에는 소설가로 글 쓰는 비결을 알려준다. 망한 영화를 보며 질문해보자, 모기의 시점이 되어본다, 이도 저도 안 될 땐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등 재기 발랄하면서도 실용적인 조언들이 다수 실려 있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조언은 어떤 글이든 일단 많이 읽어보라는 것이다. 다만 글 한 편을 다 읽고 나면 무엇이 좋았고 무엇이 안 좋았는지 골똘히 생각해보고 꼼꼼하게 기록해둘 것.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안 좋아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안 좋은 글도 쓸모가 있다니!).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알면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도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책이 얇고 문장이 시원시원해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화학자로 일하면서 6개월간 단편 4편을 완성하는 저자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일하면서 글쓰기, 정말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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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러시아
시베리카코 지음, 김진희 옮김 / 애니북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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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을까? 특별한 날에는 어떤 음식을 먹을까? 추위를 잊을 만큼 독한 보드카 말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식으로는 뭐가 있을까? 러시아 사람들의 음식 문화와 일상생활이 궁금하다면, 러시아 남성과 결혼한 일본 여성 시베 리카코가 1년간 러시아에서 지내면서 겪은 일들을 담은 만화 에세이 <맛있는 러시아>를 읽어보길 권한다. 


오늘 같이 날씨가 끄물끄물하고 몸이 으슬으슬 추운 날에 러시아 사람들은 '보르시'라는 음식을 먹는다. 보르시는 쇠고기 육수에 비트, 당근, 양배추, 감자, 고기 등을 넣고 뭉근하게 끓여 만든 러시아식 수프다. 저자는 시큼한 맛이 나는 러시아식 흑빵에 '스메타나'라는 러시아식 크림을 발라서 먹는 걸 좋아한다. 이 밖에도 러시아 사람들이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생선 요리, 고기 요리, 디저트, 홍차, 술 등이 나온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공수할 수 있는 재료로 대체해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다. 대부분 자연에서 방금 채취한 채소나 신선한 생선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서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저자 부부의 첫 만남이다. 어느 날 저자가 길을 걷고 있는데 한 외국인 남자가 다가와 길을 물었다. 길을 알려줄 겸 같이 걷다가 연락처를 교환하게 되었고, 연락을 주고받다가 친해지게 되었다. 그 남자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나라면 길에서 우연히 만난 외국인 남자와 부부가 되고, 그 남자를 따라 외국에 가서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살 수 있을까. 저자가 접한 음식과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이 책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은 저자와 남편의 연애 & 결혼 생활 또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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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 - 18세기 산업혁명에서 20세기 민족분쟁까지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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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나 지명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되지만, 아플 때 찾는 상비약처럼 필요할 때마다 들춰볼 수 있는 역사책 한 권이 곁에 있으면 그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는 바로 그런 용도로 맞춤한 책이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도쿄교육대학 사학과를 졸업했고,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여 년간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를 집필해 왔다. 


이 책은 2001년에 출간한 이후 20만 부 이상 팔리며 세계사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린 동명의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제1부 '18,19세기의 세계'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고 국민국가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근대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제2부 '20세기의 세계'는 전신, 전화 등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에 맞는 산업 시스템, 경제구조가 완성되기 시작한 현대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대략 산업혁명이 시작된 1760년대부터 제국주의 시대가 시작된 1870년대까지를 근대(1부)로 하고 187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현대(2부)라고 하고 있다. 여느 세계사 책들과 마찬가지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역사를 왜곡하여 서술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조일 수호 조규나 청일 전쟁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배우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메이지 정부는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영토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연안 측량이라는 명분으로 운요호를 조선에 파견에 강화도 포대의 포격을 받았다는 구실로 조선에 개국을 촉구하고 불평등 조약인 조일 수호 조규(강화도 조약)를 체결했다. 그리고 청일전쟁에 승리해 조선에서 청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청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규슈 야하타 제철소 등 군수 공장을 세워 제국주의 침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책은 주관적인 서술을 최대한 자제하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의 서술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교과서를 연상케 한다. 지도와 연표 등의 자료도 다양하게 첨부되어 있어서 세계사를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을거리 또한 다채롭고 풍부하다. 대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중국과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고 싶은 대만의 갈등을 다룬 '중국과 대만의 끝없는 전쟁',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대한민국 역대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짚어보는 '남북한은 통일을 실현할 수 있을까' 등의 칼럼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정치 이슈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두 문제를 야기한 원인 중의 하나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면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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