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 - 18세기 산업혁명에서 20세기 민족분쟁까지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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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어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이나 지명이 가물가물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되지만, 아플 때 찾는 상비약처럼 필요할 때마다 들춰볼 수 있는 역사책 한 권이 곁에 있으면 그것도 괜찮을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 근현대 세계사>는 바로 그런 용도로 맞춤한 책이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도쿄교육대학 사학과를 졸업했고,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20여 년간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를 집필해 왔다. 


이 책은 2001년에 출간한 이후 20만 부 이상 팔리며 세계사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린 동명의 책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제1부 '18,19세기의 세계'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 자리 잡고 국민국가 시스템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근대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제2부 '20세기의 세계'는 전신, 전화 등의 새로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그에 맞는 산업 시스템, 경제구조가 완성되기 시작한 현대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대략 산업혁명이 시작된 1760년대부터 제국주의 시대가 시작된 1870년대까지를 근대(1부)로 하고 187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현대(2부)라고 하고 있다. 여느 세계사 책들과 마찬가지로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 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아시아 국가들과 아프리카 국가들에 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에 유리한 쪽으로 역사를 왜곡하여 서술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다만 조일 수호 조규나 청일 전쟁 같은 역사적 사건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배우는지 알 수 있었던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메이지 정부는 국민국가를 형성하고 영토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남하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연안 측량이라는 명분으로 운요호를 조선에 파견에 강화도 포대의 포격을 받았다는 구실로 조선에 개국을 촉구하고 불평등 조약인 조일 수호 조규(강화도 조약)를 체결했다. 그리고 청일전쟁에 승리해 조선에서 청의 영향력을 제거하고, 청으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규슈 야하타 제철소 등 군수 공장을 세워 제국주의 침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책은 주관적인 서술을 최대한 자제하고 객관적인 사실 위주의 서술이 이어진다는 점에서 교과서를 연상케 한다. 지도와 연표 등의 자료도 다양하게 첨부되어 있어서 세계사를 처음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읽을거리 또한 다채롭고 풍부하다. 대만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중국과 독립적 지위를 유지하고 싶은 대만의 갈등을 다룬 '중국과 대만의 끝없는 전쟁', 한반도 분단의 역사와 대한민국 역대 정권의 대북 정책을 짚어보는 '남북한은 통일을 실현할 수 있을까' 등의 칼럼은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정치 이슈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두 문제를 야기한 원인 중의 하나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면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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