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 오늘을 만끽하는 이야기 (양장본) 오늘을 산다 2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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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직장인인 히토미는 70대인 부모님과 함께 산다. 히토미는 여태까지 한 번도 부모님 곁을 떠나 살아본 적이 없는데 특별한 사유나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다. 히토미는 20대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연애를 하며 결혼 상대를 물색했지만 한 번도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 결과 독신인 채로 40대를 맞이했다. 이제 더는 연애할 기회가 없겠지, 라고 내심 체념하고 있던 히토미에게 말로만 듣던 '모테키('인기 있는 시기'를 일컫는 일본어)가 도래한다. 상대는 무려 히토미보다 한참 어린 20대 남자 직원. 여기에 히토미가 한때 짝사랑했던 남자 동창이 이혼 후 싱글이 되어 돌아와 히토미의 하루하루가 바빠진다.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의 주인공 사와무라 히토미는 마스다 미리가 <주간문춘>에 연재 중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다. 2022년 6월 연재 500회를 기념해 히토미를 주인공으로 한 특별편이 제작되었는데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한국에는 마스다 미리의 또 다른 만화 <누구나의 일생>과 함께 <오늘을 산다> 시리즈라는 제목으로 동시 출간되었다. <누구나의 일생>에 비해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는 분량도 많지 않고 내용도 무겁지 않다. 어떻게 보면 40대 싱글 여성 히토미의 연애담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줄거리인데, 나이가 가까워서 그런지 읽는 내내 의외로 설렜다.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연하남에게 대시 받는 걸 보면 히토미 정말 매력 터지는 듯 ㅎㅎ (부럽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그렇고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이 만화도 그저 연애 이야기만 있진 않다. 40년 넘게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히토미는 더 이상 부모님이 젊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이 점점 늘어나 속상하다. 2,30대에는 결혼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사는 일이 큰일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40대인 지금은 자신이 집을 떠나면 두 노인만 집에 있으니 걱정되고 불안하다. 젊고 건강한 자신이 두 분 곁에 머무르면서 생활을 살피고 간병도 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나 싶다. 나는 아직 이런 생각에는 미치지 못했는데 이 만화를 보니 조만간 내 현실이 될 것 같다. 물론 나의 부모님은 빨리 짝 찾아서 결혼하라고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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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의 일생 - 오늘이 소중한 이야기 (양장본), 2024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단편상 수상작 오늘을 산다 1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새의노래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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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비혼 여성 나쓰코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하나뿐인 언니는 결혼과 함께 집을 떠났고, 어머니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나쓰코는 낮에는 도넛 가게에서 알바를 하고 밤에는 만화를 그려서 인터넷에 올린다. 어떻게 보면 단조롭고 어떻게 보면 쓸쓸한 일상이지만, 나쓰코 자신은 매일매일이 분주하고 충만하다. 어느 날은 도넛 가게를 찾아온 손님이 재미있는 말을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는 아버지가 엉뚱한 짓을 하기도 하고, 팬데믹 이후로는 상식 자체가 뒤바뀌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나쓰코는 그런 매일매일을 자신의 만화에 담으며 오늘을 정리하고 내일을 맞이한다.


<누구나의 일생>은 2022년 작가 데뷔 20년을 맞은 마스다 미리의 만화다. 원제는 '쓰유쿠사 나쓰코의 일생'인데 마스다 미리의 또 다른 책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와 함께 시리즈로 묶여 동시 출간되면서 지금의 제목이 되었다. 나는 <누구나의 일생>과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을 둘 다 구입해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를 먼저 읽고 <누구나의 일생>을 읽었는데, <행복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도 좋았지만 <누구나의 일생>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12년 전 한국에 처음으로 마스다 미리의 책이 소개된 이래 마스다 미리의 책을 거의 다 읽은 독자로서 자신있게 말하건대 이 책이 최고다. (직전 최고작이 <미우라 씨의 친구>인데 더 좋다고 느껴지는 책을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이야. 계속해서 최고를 갱신하는 작가, 대단하다...!) 


마스다 미리 하면 다양한 연령대의 비혼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소박한 그림체로 그리는 작가라는 인상이 있고 그게 맞는데, <미우라 씨의 친구>나 <누구나의 일생> 같은 최근작들을 보면 마스다 미리가 소소한 일상물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우라 씨의 친구>가 SF라는 (마스다 미리의 작품 세계에서는) 새로운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한 작품이라면, <누구나의 일생>은 초점이 한 사람의 일상에서 누구나의 일생으로 확대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면에서 한국어판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들고, 더 많은 독자들에게 이 만화가 가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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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 갈 곳 없는 마음의 편지
오지은 지음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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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엽서나 편지를 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엽서나 편지를 써본 적이 없고, 그래서인지 남에게 그런 엽서나 편지를 받아본 적도 없다. 누구라도 보내준다면 여러 번 읽고 소중히 간직할 텐데... 이런 내 마음에 응답하는 듯한 책을 읽었다. 오지은 작가가 2023년에 출간한 산문집 <당신께>이다. 이 책은 오지은 작가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장장 7년에 걸쳐 완성했다. 이 책의 첫 번째 글이 이 책보다 먼저 출간된 오지은 작가의 또 다른 산문집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마음이 하는 일>보다 먼저 쓰였다니, 작가가 이 책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이 책은 오지은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작가는 여행을 앞두고, 여행 중의 비행기 안에서, 여행지의 숙소에서,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등등 다양한 시간과 장소, 상황에 각각의 편지를 썼다. 앞에 쓴 대로 <이런 나라도 즐겁고 싶다>, <마음이 하는 일>과 집필 기간이 겹치다 보니 기시감(기독감?)이 드는 대목들도 있지만 이건 작가 자신의 삶을 글감으로 삼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책이나 방송에서 추억담 정도로 작가가 가볍게 언급하고 지나갔던 과거의 여행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전에는 몰랐던 여행 전후의 사정이나 심정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도 있고, 작가가 그때그때 많은 걸 이야기하고 공유하는 것 같아도 시간이 흘러서 겨우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고 그래서 더 추천하고 싶은 책과 영화, 드라마에 대한 글도 있다. 패티 스미스의 책 <M트레인>, 앨런 릭먼의 영화 <블루밍 러브>,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항구 마을 식당>, 일본 드라마 <콩트가 시작된다>를 앞으로 읽을 것, 볼 것 목록에 적었다. 사노 요코와 박완서의 책은 나도 많이 읽었는데 앞으로 오지은 작가가 사노 요코와 박완서처럼 오래오래 많은 책을 써주었으면...! 아, 그리고 이 책에 언급된 피치카토 파이브의 곡을 요즘 즐겁게 듣고 있다. 뮤직비디오가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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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 풀풀 - 우리들 사이에 풀이 있었으면 자기만의 방
안난초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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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 비혼 여성인 온우, 하주, 서빈은 종종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 사이다. 어느 날 둘레길을 걸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세 사람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가에 식물이 가득한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된다. 셋 중에서 식물을 특히 좋아하는 온우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가게 안을 들여다 본다. 그런 온우를 보다 못한 서빈이 가게 이름이 '컷과 파마의 집'이라고 알려주고, 하주는 나중에 머리할 때 와보라고 한 마디 던진다. 서두르는 친구들을 뒤따르는 온우의 머릿속엔 온통 식물 생각뿐인데...


안난초 작가의 <사이사이 풀풀>은 평범한 세 친구가 각자 식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일상의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는 모습을 담은 휴먼 드라마 풍의 만화다. "돌 틈 사이사이에 풀이 자라듯 사람 사이사이에도 식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만화 속 인물들은 그동안 잘 몰랐고, 지나쳤고, 익숙하게 여겼던 식물을 발견하거나 재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다시 본다. 중심에 있는 세 친구가 각각 창작자, 자영업자, 직장인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각각의 인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식물과 만나고 식물을 통해 치유받는 경험을 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온우는 주로 작업실 또는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보니 사람과의 교류가 적은 만큼 식물을 접하는 시간도 길고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온우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게의 '식물 고수'와 결국 직접 만나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세대와 지역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데 그 과정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흑백 만화인데 식물만은 컬러로 인쇄된 점도 재미있다. 수수한 듯 편안한 안난초 작가 특유의 작화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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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나가의 셰프 1
카지카와 타쿠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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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교토의 대장장이 나츠는 강에서 우연히 병사들에게 쫓기는 희한한 옷차림의 사내들을 목격한다. 그중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내 한 명을 구해서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는데, 이 사내는 자신의 이름이 켄이라는 사실 정도만 겨우 기억할 뿐 과거의 기억이 전혀 없다. 나츠는 켄에게 강에서 잡아온 장어로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려고 하고, 그런 나츠를 지켜보던 켄은 나츠의 칼을 빼앗아 나츠로서는 듣도 보도 못한 요리를 만들어낸다. 몇 개월 후 켄의 요리 실력이 교토 전역에 소문이 나고, 소문을 들은 이 지역의 새로운 실력자가 켄을 찾아온다. 그가 바로 오다 노부나가. 일본 전국시대를 최초로 평정한 인물이다.


카지카와 타쿠로, 니시무라 미츠루의 만화 <노부나가의 셰프>는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연재된 장편 만화다. 나는 이 작품을 동명의 일본 드라마로 먼저 접했다. 너무 오래전에 봐서 내용이 가물가물했는데 만화를 보니 새록새록 떠올랐다. 노부나가에게 발탁된 켄은 이후 노부나가를 따라 기후성으로 가서 노부나가가 내리는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게 된다. 그때마다 켄은 자신이 가진 역사적 지식을 활용해 당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현대의 음식들을 이것저것 만들어내 위기를 모면한다. 역사물이지만 기본적으로 음식 만화의 틀을 따르기 때문에 일본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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