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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사이 풀풀 - 우리들 사이에 풀이 있었으면 ㅣ 자기만의 방
안난초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11월
평점 :

삼십 대 비혼 여성인 온우, 하주, 서빈은 종종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구 사이다. 어느 날 둘레길을 걸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던 세 사람은 내부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가에 식물이 가득한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된다. 셋 중에서 식물을 특히 좋아하는 온우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그런 온우를 보다 못한 서빈이 가게 이름이 '컷과 파마의 집'이라고 알려주고, 하주는 나중에 머리할 때 와보라고 한 마디 던진다. 서두르는 친구들을 뒤따르는 온우의 머릿속엔 온통 식물 생각뿐인데...
안난초 작가의 <사이사이 풀풀>은 평범한 세 친구가 각자 식물을 통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일상의 새로운 장면을 발견하는 모습을 담은 휴먼 드라마 풍의 만화다. "돌 틈 사이사이에 풀이 자라듯 사람 사이사이에도 식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만화 속 인물들은 그동안 잘 몰랐고, 지나쳤고, 익숙하게 여겼던 식물을 발견하거나 재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일상을 돌아보고 다시 본다. 중심에 있는 세 친구가 각각 창작자, 자영업자, 직장인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각각의 인물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식물과 만나고 식물을 통해 치유받는 경험을 하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온우는 주로 작업실 또는 집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보니 사람과의 교류가 적은 만큼 식물을 접하는 시간도 길고 식물에 대한 관심도 많다. 온우는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가게의 '식물 고수'와 결국 직접 만나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세대와 지역을 초월한 우정을 나누는데 그 과정이 따뜻하고 사랑스럽다. 흑백 만화인데 식물만은 컬러로 인쇄된 점도 재미있다. 수수한 듯 편안한 안난초 작가 특유의 작화가 무척 마음에 들어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 읽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