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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수학개념 100
라파엘 로젠 지음, 김성훈 옮김 / 반니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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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 시간에 달달 외워 풀던 시험 문제가 수학의 전부가 아니다 


숫자만 봐도 치를 떠는 전형적인 문과생인지라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솔직히 심드렁했다. '과연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끝까지 읽기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책장이 멈추지 않았다. 위상수학, 매듭 이론 같은 들어본 적도 없는 수학 개념이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지하철 노선도, 매번 엉켜 있는 이어폰 줄 같은 데에 숨어있을 줄이야. 



# 생활 곳곳에 숨어 있는 수학 개념


맨홀 뚜껑을 삼각형이나 사각형이 아닌 원형으로 만드는 이유는 뭘까? 이는 원형만이 맨홀 뚜껑을 아무리 돌려도 맨홀로 떨어지지 않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골프공에 홈이 있는 이유는 뭘까? 골프공 표면에 움푹 팬 딤플이 공 표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를 공에 더 가깝게 붙잡아 공이 더 멀리 날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M&M 초콜릿이 완전한 구체가 아니라 납작하게 눌린 구체 형태인 이유는 뭘까? 이는 납작하게 눌린 구체, 즉 회전타원체가 완전한 구체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간을 채우기 때문이다. 


일기예보에서 내일 비 올 확률이 40%라고 할 때 그 말은 비가 전체 시간 중 40% 동안 내린다거나, 일기예보 해당 지역의 40%에 비가 내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일 조건과 비슷한 조건을 갖는 열흘 중 나흘 정도 강수가 있다는 뜻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할 때 남들은 친구도 많고 잘 나가는 것 같다고 질투를 느끼는 이유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어떤 네트워크건 인기가 많은 사람, 적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인기가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될 확률이 인기가 적은 사람과 친구가 될 확률보다 높다. 이를 수학적으로는 네트워크 구조라고 설명한다. 



#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싶다면 수학을 공부하라 


수학을 이용해 시험 점수를 높이는 팁도 나온다. 먼저 시험지를 훑어보면서 금방 풀 수 있는 문제만 골라 푼다. 그런 다음 남은 시간을 남은 문제의 수로 나누면 문제 당 풀이 시간을 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풀기 쉬운 문제를 빨리 풀수록 풀기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평균 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산대나 화장실에 긴 줄이 있을 때는 오른쪽보다 왼쪽에 서는 편이 낫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른손잡이라서 오른쪽에 줄을 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풍문으로 들었으면 꼼수라고 여겼을 텐데 수학적 근거가 있다고 하니 솔깃하다. 수학을 잘하면 성적만 오르는 게 아니라 삶이 더 가벼워질 수도 있겠구나. 다른 팁들도 궁금하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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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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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삼시 세 끼 빵만 먹어도 좋은 빵덕후까지는 아니지만, 삼시 세 끼를 밥만 먹는 건 싫고 한 번은 (간식으로라도) 빵을 먹어줘야 하는 경도의(?) 빵순이다. 그것도 아무 빵이나 좋은 건 아니고 그날의 날씨와 기분 등등에 따라 맛있는 빵, 새로운 빵을 찾아다니는... 빵 미식가? 빵 구루메? 


전국의 빵순이, 빵돌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빵 만화 - 야마모토 아리의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과 <역시 빵이 좋아!>가 출간되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음식 만화가 있지만 빵만 다룬 책은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책을 그린 만화가 야마모토 아리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조리사 면허를 취득한 음식 전문가! 넘치는 음식 만화, 흔하디 흔한 빵 리뷰와는 다른 정보와 재미가 있다.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역시 빵이 좋아!> 둘 다 재미있지만, 더 좋았던 건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이다. 이 책에서 저자 야마모토 아리는 절친 아코와 돈도 없는데 무조건 북유럽 여행을 감행한다. 도넛 모양의 핀란드 전통 호밀빵 '하판 레이페', 감자와 캐러웨이 씨를 반죽에 넣은 호밀빵 '페루나림푸', 거칠게 씹히는 식감에 신맛이 강한, 햄버거 번스로도 사용하는 '루이스 레이페', 우유죽을 품은 호밀빵 '카리알란 피라카' 등등 이름도 입에 붙지 않고 일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재료로 만든 북유럽 특유의 빵을 맛보기 위해서! 


그렇게 떠난 북유럽 빵여행...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항 직원에게 놀림을 당하지 않나, 백야에 적응하지 못하지 않나, 어렵게 찾아간 빵집이 그날따라 쉬지 않나, 지름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가지 않나... 이렇게 크고 작은 해프닝이 이어져도 이들의 빵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호밀빵으로 만든 햄버거를 시작으로, 페루나림푸, 카리알란피라카 등 일본에서부터 먹어보기로 점찍어둔 빵을 하나씩 정복(?) 하고, 고기나 야채로 속을 채운 파스테이아, 속을 버터로 채운 보이실메풀라 등 처음 보는 빵에도 용감하게 도전한다. 핀란드와 덴마크, 국경을 넘나들며! 


빵도 좋지만, 빵을 먹기 위해 두 친구가 여행하는 이야기는 더 좋다. 두 사람이 낯선 나라에서 오로지 서로에게만 의지하며 목적지를 찾아가고 맛있는 빵을 사 먹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지난날 내가 친구들과 했던 무수한 여행들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도 저렇게 헤맸지, 그때 먹었던 그 빵 맛있었지... (아아 떠나고 싶다!!!) 


이제까지 북유럽 하면 핀란드의 무밍이나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소설가 요 네스뵈 정도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온갖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는 빵의 천국, 빵덕후의 낙원이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을 떠날 일이 있을까. 북유럽이 안 되면 가까운 일본에서라도, 그것도 안 되면 서울, 아니 동네에서라도 빵빠라빵 여행을 해봐야겠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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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빵이 좋아!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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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빵순이, 빵돌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빵 만화! 야마모토 아리의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과 <역시 빵이 좋아!>가 출간되었다.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이 새로운 빵을 맛보기 위해 북유럽으로 떠난 여행기라면, <역시 빵이 좋아!>는 일본에서 맛볼 수 있는 다채로운 빵을 소개한다. 북유럽이나 일본이나 빵 먹자고 가기 힘든 외국인 건 마찬가지이지만, 언젠가 일본에 가게 된다면 이 책에 나온 유명 빵집, 편의점 빵을 하나씩 맛보면 좋을 것 같다. 


저자 야마모토 아리는 조리사 면허를 갖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매일 빵을 먹을 정도로 빵을 좋아하는 빵덕후다. 저자는 절친 아코와 함께 71종에 이르는 일본의 빵을 맛본다. 빵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해서 빵의 이름과 재료, 특징 등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칠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빵의 재료, 특징, 크기, 맛, 냄새, 제빵 기법, 곁들이기 좋은 것 등을 자세하게 일러주어 저자의 '덕후력'을 짐작하게 한다. 


빵 맛도 그저 '맛있다'고 밋밋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포카치아 베이스에 양파와 안초비를 올린 '포카치아 양파 안초비'의 맛을 표현할 때는 양파를 닮은 머리 스타일로 유명한 일본 연예인 쿠로야나기 테츠코( <토토의 창가>의 저자이기도 하다)를 흉내 내고, 깍둑썰기 한 소시지가 풍성하게 들어있는 '스페셜 핫도그'의 맛을 표현할 때는 영국의 록그룹 Queen의 노래 'We are the champions'를 패러디해 맛도 정확하게 전달하고 웃음도 자아낸다. 


71종에 이르는 빵 중에 내가 먹어본 빵도 있다. 바로 도쿄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안젤리카'의 명물 카레빵! 2009년 도쿄에 갔을 때 먹어본 것이라서 정확히 어떤 맛이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어렵게 찾아간 빵집에서 익숙지 않은 일본어로 빵을 주문해 우롱차와 함께 먹은 맛이 기가 막혔던 것은 기억난다. 유명 빵집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맛볼 수 있는 빵도 소개되어 있다. 도쿄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고베, 교토, 나고야, 지바, 가나가와, 홋카이도 등 일본 각지의 빵이 소개되어 있고, 책의 뒷부분에 만화에 나오는 빵집들의 주소와 영업시간 등의 정보도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책의 뒷부분에는 저자가 절친 아코와 빵이 좋아 독일에 간 여행기도 실려 있다.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에 비하면 길이도 짧고 내용도 적어 아쉽다. 좀 더 길게 보고 싶은데. 독일 말고도 빵 하면 대표적인 나라 프랑스나 영국, 미국처럼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의 빵 문화도 알고 싶다. 그림도 귀엽고 내용도 재미있는 야마모토 아리의 빵 만화를 국내에서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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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기시미 이치로 지음, 장은주 옮김, 하지현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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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새 책이 나왔다. 읽어보니 <미움 받을 용기>와 겹치는 대목이 없지 않지만, <미움 받을 용기>를 읽고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을 쉽게 풀어주어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아들러 심리학의 특징은 인간의 모든 행동이 목적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목적론'이다. 인과론이 시험 스트레스 때문에(원인) 배가 아프다고 본다면, 목적론은 시험을 피하려고(목적) 배가 아픈 증상을 만들어낸다고 본다. 삶이 고단한 것도 삶을 이루는 조건이 부조리하거나 환경이 각박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나 자기답게 살기를 피하기 위해 삶이 고단하다는 핑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 같은 환경이라도 180도 다른 관점과 태도로 삶을 마주하는 사람은 고단하지 않다. 


선 사람과 스쳐 지나가는 상황에서 상대가 일부러 자신의 눈을 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똑같은 상황에서 상대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어 눈을 피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아가고 있다. 만약 후자의 경우처럼 생각하는 사람을 부러워한다 해도 실제로 자신의 견해를 바꿀 의사는 전혀 없다. 견해를 바꾸려면 자신에게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미지의 세계로 한 걸음을 내디뎌야만 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깊게 관계하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배반당할 일도 없다. 그런 험한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불편한 라이프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다. (p.67) 


목적론의 장점은 원인을 바꾸는 게 아니라 목적의 결과 나타난 행동이나 태도를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쉽고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행동, 나의 태도를 어떻게 바꿀까. 가장 중요한 건 인생의 의미가 나 하나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돕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공동체 안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것은 타인을 적으로 보고 공동체에 공헌할 마음이 없기 때문이다. 남들이 나를 '왜' 싫어할까(원인)를 따지는 게 아니라, 남들과 잘 지내려면(목적) 어떻게 해야 할까를 살핀다면 지금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고 공동체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손님을 태우고 난 다음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전하는 시간은 사실 '일'을 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렇다면 제게는 언제가 '일'일까요? 바로 손님을 내려주고 다음 손님이 탈 때까지죠. 그때는 그저 막연히 차를 몰아서는 안 돼요. 언제 어디에서 손님을 태울 수 있는지 정보를 모아야 하거든요. 이런 생각으로 10년간 차를 몰면 그 후의 10년이 달라집니다. '손님이 적어서', '오늘은 일진이 나빠서'와 같은 말을 해서는 이 일을 할 수 없어요. (p.215) 


성실하게 살고 최선을 다하는 걸 부끄럽게 여겨서도 안 된다. 남에게 성실하거나 근면해 보이는 걸 두려워하는 태도는 실패했을 때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둘러대기 위함이다. 인용문 속 택시기사가 손님이 없는 시간이야말로 '일'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남들 다 잘 나가는데 나만 멈춰있는 것 같은 때야말로 진정한 공부요, 일이요, 도전이요, 성공의 기회다. 그 시간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 없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영혼을 뒤흔드는 경험을 할 수도 없다. 자신을 피해자로만 여기고 과거에서 원인을 찾으며 제자리에 멈춰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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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 권리 -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인문학 선언
정여울 지음 / 민음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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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니 가르침을 구할 스승이나 선배, 배움을 공유할 친구를 찾기 어렵다. 대학 시절 가장 존경했던 교수님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나셨고, 알고 지냈던 선후배나 동기들은 각자 살기 바빠 만나지 못한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서로 돕기보다 끌어내리기 일쑤다. 어쩌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도 직장이 바뀌거나 사는 곳이 달라지면 관계를 지속하기 힘들다. 


스승이 그립고 사람이 아쉬울 때 나는 정여울 작가의 책을 읽는다. 학교도 전공도 다르고 직접 뵌 적도 없지만, 정여울 작가의 책을 읽으면 앞으로 어떤 책을 읽고 어떻게 공부할지 사사하는 기분이 든다. 남들 다 꺼리는 책 읽고 글쓰는 삶을 택한 죄로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 잘 알고 있다고 위로받는 듯하다. 힘든 길인 건 맞지만 틀린 길은 아니라고, 그러니 용기를 내라고 격려받는 듯하다. 


인문학 공부의 무서운 맨얼굴은 파고들수록 '넌 지독한 무식쟁이야!'라는 것을 기쁘게 깨닫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지함을 깨달을수록 신이 났습니다. 내가 무엇을 아는지를 깨닫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모르면서 아는 척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순간 진짜 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p.345) 


<공부할 권리>를 읽으면서는 더 많이 더 치열하게 공부하라는 자극을 받았다. 저자는 오랫동안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무지하고 아는 척 하는 게 많은지 깨달았다. 덕분에 시간 강사라는 불안정한 밥벌이를 가지고도 버틸 수 있었다. 출판사에 보낸 원고가 돌아오거나 원래의 기획 의도와 다른 책으로 만들어져도, 독자로부터 인문학 공부를 왜 하냐는 당돌한 질문을 받아도 꿋꿋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인문학을 공부하며 자신의 밑바닥을 보았기 때문에 힘든 순간이 와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무지한 자의 괴로움을 알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글을 쓸 수 있었다. 


인문학 공부를 하면서 자기가 얼마나 인간답지 못하고 정의롭지 않은지, 말만 하고 행하지 않는 일이 많은 지도 깨달았다. 고병권의 <철학자의 하녀>를 읽으며 '남들의 탐욕을 욕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부터 탐욕의 습관을 절제하자'는 깨달음을 얻었고,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을 읽으며 '진짜 내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들은 결코 남의 것을 빼앗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욕망을 줄일 수 없으면 '다른 삶을 욕망하'고, '진짜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꿈을 찾아 사는 사람들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걸까요. 책임을 다하며 사는 사람들은 꿈을 완전히 잊어버린 것일까요. 우리는 이렇게 쓸데없는 일과 쓸모 있는 일을 나누고, 꿈을 찾는 삶과 책임을 다하는 삶을 나누고, 나만 잘 사는 것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삶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더욱 불행해지는 것은 아닐까요. (p.203) 


과 책임이 별개가 아니라는 조언도 얻었다. 저자는 이십대 후반부터 읽고 쓰고 공부하는 삶을 꿈꿨고 현재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저자와 같은 삶을 꿈꾸지만 쉬이 이루지 못하는 건 꿈과 책임을 별개로 보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을 외따로 여기고 일과 취미를 나누어 생각하니, 꿈은 이루기 어렵고 현실은 팍팍하고 일은 지루하고 취미는 허무하다. 그렇다면 내가 읽는 책, 내가 쓰는 글, 내가 하는 공부, 내가 하는 일과 취미를 연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현재 내 생활을 이루는 모든 활동들이 언젠가 하나로 연결되리라는 확신은 든다. 글로든 일로든, 아니면 둘 다로든. 확신이 현실이 되는 날까지 나만의 '공부할 권리'를 열심히 누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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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4-10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한달 넘게 델꾸 있었는데 이제 주문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키치님 리뷰 너무 좋아서 화르륵 타올랐어요 읽고 싶다는 욕망이 화르르륵ㅋㅋㅋㅋ

cyrus 2016-04-10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345쪽 인용문에 공감이 됩니다. 자신의 무지함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자세는 정말 좋은 거죠.

알라딘 서재/북플은 내 생각이 담긴 글이 공개되는 공간이라서 자신의 무지함 또한 노출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남의 글을 읽다가 잘못된 점이 발견되면 공손하게 알려줄 수 있어요. 상대방의 지적을 받고난 뒤에 자신이 썼던 글을 다시 읽으면 나의 무지함이 보입니다. 이러면 무지함을 깨닫게 되는 거죠. 그런데 상대방의 지적으로 인해 자신의 무지함이 들통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무지함을 깨달으면 조금은 부끄러워도 그냥 좋게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인데, 도리어 화를 내거나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서재/북플에 이런 분들을 가끔씩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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