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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야마모토 아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삼시 세 끼 빵만 먹어도 좋은 빵덕후까지는 아니지만, 삼시 세 끼를 밥만 먹는 건 싫고 한 번은 (간식으로라도) 빵을 먹어줘야 하는 경도의(?) 빵순이다. 그것도 아무 빵이나 좋은 건 아니고 그날의 날씨와 기분 등등에 따라 맛있는 빵, 새로운 빵을 찾아다니는... 빵 미식가? 빵 구루메?
전국의 빵순이, 빵돌이의 눈길을 사로잡는 빵 만화 - 야마모토 아리의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과 <역시 빵이 좋아!>가 출간되었다. <고독한 미식가>를 비롯해 수없이 많은 음식 만화가 있지만 빵만 다룬 책은 많지 않다. 게다가 이 책을 그린 만화가 야마모토 아리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조리사 면허를 취득한 음식 전문가! 넘치는 음식 만화, 흔하디 흔한 빵 리뷰와는 다른 정보와 재미가 있다.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 <역시 빵이 좋아!> 둘 다 재미있지만, 더 좋았던 건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이다. 이 책에서 저자 야마모토 아리는 절친 아코와 돈도 없는데 무조건 북유럽 여행을 감행한다. 도넛 모양의 핀란드 전통 호밀빵 '하판 레이페', 감자와 캐러웨이 씨를 반죽에 넣은 호밀빵 '페루나림푸', 거칠게 씹히는 식감에 신맛이 강한, 햄버거 번스로도 사용하는 '루이스 레이페', 우유죽을 품은 호밀빵 '카리알란 피라카' 등등 이름도 입에 붙지 않고 일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재료로 만든 북유럽 특유의 빵을 맛보기 위해서!
그렇게 떠난 북유럽 빵여행... 순탄치만은 않았다. 공항 직원에게 놀림을 당하지 않나, 백야에 적응하지 못하지 않나, 어렵게 찾아간 빵집이 그날따라 쉬지 않나, 지름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가지 않나... 이렇게 크고 작은 해프닝이 이어져도 이들의 빵여행은 멈추지 않는다. 호밀빵으로 만든 햄버거를 시작으로, 페루나림푸, 카리알란피라카 등 일본에서부터 먹어보기로 점찍어둔 빵을 하나씩 정복(?) 하고, 고기나 야채로 속을 채운 파스테이아, 속을 버터로 채운 보이실메풀라 등 처음 보는 빵에도 용감하게 도전한다. 핀란드와 덴마크, 국경을 넘나들며!
빵도 좋지만, 빵을 먹기 위해 두 친구가 여행하는 이야기는 더 좋다. 두 사람이 낯선 나라에서 오로지 서로에게만 의지하며 목적지를 찾아가고 맛있는 빵을 사 먹고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과정을 보며 지난날 내가 친구들과 했던 무수한 여행들이 떠올랐다. 그때 우리도 저렇게 헤맸지, 그때 먹었던 그 빵 맛있었지... (아아 떠나고 싶다!!!)
이제까지 북유럽 하면 핀란드의 무밍이나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소설가 요 네스뵈 정도밖에 몰랐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온갖 다양한 빵을 맛볼 수 있는 빵의 천국, 빵덕후의 낙원이라는 인상이 강해졌다. 나도 언젠가 나만의 '북유럽 빵빠라빵 여행'을 떠날 일이 있을까. 북유럽이 안 되면 가까운 일본에서라도, 그것도 안 되면 서울, 아니 동네에서라도 빵빠라빵 여행을 해봐야겠다.
위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