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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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쓴 미국의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환경 에세이다. 환경에 관한 책은 종종 읽었지만 환경 에세이는 처음이라 어떤 형식과 내용을 담은 책일지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자가 그동안 환경에 관한 언론 보도나 다큐멘터리 영화 등을 보면서 생각하고 느낀 바를 저자의 문체로 풀어쓴 책이라는 느낌.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도 좋지만, 저자가 논지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이해를 돕기 위해 드는 예화, 문장들이 좋아서 글 자체로도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런 감상은 저자가 의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저자에 따르면 '아는 것'과 '믿는 것'은 다르다. 저자의 할머니는 유대인 학살 직전인 폴란드에서 탈출해 미국으로 갔다. 나치가 쳐들어오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사실을 '믿지는' 않았던 할머니의 고향 마을 사람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기후 위기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 사실을 '믿고' 이를 막기 위해 구체적인 실천은 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기후 위기가 과장되었거나 실제가 아니라고 '믿는다'. 


나아가 저자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채식을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채식은 유명한 환경 다큐멘터리 중 하나인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에서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권력이 막강한 축산업계의 반발을 걱정해서일 수도 있고, 앨 고어 자신이 채식을 할 용기가 없어서였을 수도 있다. 저자 역시 채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알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하루 한 끼만이라도 채식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한 사람이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보다 열 사람, 백 사람이 한 끼라도 채식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라는 부제의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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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만만해지는 책 - 넷플릭스부터 구글 지도까지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의 발견
스테판 바위스만 지음, 강희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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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 걸까. <수학이 만만해지는 책>을 쓴,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수학자 스테판 바위스만도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대학 입시를 위해 수학을 공부하던 시절에는 난해한 공식이나 직선 또는 포물선 모양의 그래프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학자로서 상당한 커리어를 쌓은 지금은 수학만큼 쉽고 유용한 학문은 없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수학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쓸모를 지닌다는 의견에 적극 동의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흔히 겪는 상황 속에 어떤 수학 원리나 수학적 접근법이 숨겨져 있는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어떻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미리 알고 추천하는 걸까. 여기에는 수학의 '그래프이론'이 숨어 있다. 이용자가 추천 목록에 포함된 영화를 보면 넷플릭스는 그 결과를 그래프로 만들어 목록을 갱신한다. 때로는 이용자가 추천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영화를 선택할 때도 있다. 넷플릭스는 그 모든 과정을 추적해 이용자의 취향을 감지하고 특정 장르물을 선호하는 이들을 해당 그룹에 추가한 뒤 추천 목록을 작성한다. 이는 구글 같은 검색 엔진 서비스나 내비게이션의 시스템과도 유사하다.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미분이나 적분이 사는 데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적분을 몰라도 충분히 잘 살 수 있고, 수학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해도 컴퓨터가 대신해주기 때문에 직접 다룰 일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적분이 어떤 영역에서 쓰이고 있는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속도를 조절하는 원리나 의사가 종양이 전이되는 속도를 예측할 때 미분이 사용된다. 자동차 충돌 시 차량 안전도를 검사할 때나 기상 전문가가 온도나 습도를 예측할 때는 적분이 사용된다. 


성별에 따른 임금격차를 이해하는 데에는 통계 지식이 필수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들에서도 여성 임금이 남성 임금의 8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의 임금격차는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남성 전체와 여성 전체를 비교했을 때 여성이 15퍼센트 덜 받는다는 뜻이다. 애초에 고용 단계에서 탈락한 여성이나 고용 후 결혼이나 임신, 출산 등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임금 수준을 포함하면 실제 남성과 여성의 임금 차이는 훨씬 더 크다. 또한 전체 여성의 평균 연봉이 낮은 까닭은 여성이 고위직에 진출하는 빈도가 낮기 때문이다. 정부 부 고위직이나 대기업 간부들의 성별이 대부분 남성인 점, 간병이나 간호, 교육 등 전형적인 여초 직종의 임금이 경찰 같은 남초 직종의 임금보다 낮은 점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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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 너머 -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12가지 법칙
조던 B. 피터슨 지음, 김한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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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 책을 쓴 조던 피터슨은 유례 없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1월에는 딸 미카엘라가 인공 발목을 교체하는 수술을 받았고, 3월에는 아내 태미가 신장암 진단을 받고 힘든 수술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저자의 우울증이 도져서 지독한 불안과 수면 과잉 상태에 시달렸고 종국에는 항우울제 금단 증상 전문 병원에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20년 초에는 폐렴에 걸려서 또다시 병원에 입원했고, 한동안 의학적 혼수상태에 놓여 있다가 깨어난 후에는 걷는 법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이후 무사히 미국에 돌아왔으나 이번에는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에 팬데믹이 발생했다. 


저자는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을 무사히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그전부터 간직해 온 용기와 인내, 가족들의 사랑과 친구들의 우정 덕분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독자들 개개인이 마주하고 있는 혼돈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또한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 자세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저자는 혼돈에 반대되는 개념인 질서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질서란 잘 통제된, 안정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완벽하게 통제된 상태란 없고, 오히려 완벽하게 통제된 상태일수록 맹목적이고 흉포한 상태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완벽한 혼돈과 완벽한 질서 모두를 거부하고 적절한 평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길로 저자는 다음의 12가지 법칙을 제시한다.

 

1. 기존 제도나 창의적 변화를 함부로 깎아내리지 마라. 

2. 내가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 

3. 원치 않는 것을 안갯속에 묻어두지 마라. 

4. 남들이 책임을 방기한 곳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인식하라. 

5.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마라.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7. 최소한 한 가지 일에 최대한 파고들고 그 결과를 지켜보라. 

8. 방 하나를 할 수 있는 한 아름답게 꾸며보라. 

9. 여전히 나를 괴롭히는 기억이 있다면 아주 자세하게 글로 써보라. 

10. 관계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성실히 계획하고 관리하라. 

11. 분개하거나 거짓되거나 교만하지 마라. 

12. 고통스러울지라도 감사하라. 


제목만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6번째 장 '이데올로기를 버려라'에서 저자는 "보수주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인종 및 젠더 사상, 포스트모더니즘 환경주의 등의 각종 '주의ism'들을 믿는 사람들'에 대해 언급하고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는 맹신이나 무비판적 수용을 경계한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지만, 결과적으로 현상을 유지하고 약자,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과도한 애국주의와 민족주의는 지양하는 것이 맞지만, 일제강점기 같은 식민 통치 하에서 피지배 국민이 독립운동을 하는 것을 무조건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페미니즘이 일부 선량한 남성들을 가해자 취급한다는 점에서 잘못되었다고 말하는데, 같은 논리라면 일부 선량한 백인들을 가해자 취급하는 흑인 인권 운동도 잘못인가. 


이 밖에도 동의하기 힘든 내용이 많은 책이었지만, 저자의 직업이 심리학자임을 감안하면 왜 이런 책을 썼는지 알 것도 같다. 일례로 저자는 어릴 때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저자는 내담자에게 과거의 기억을 자세히 떠올려보라고 주문한 뒤, 그때는 내담자도 어렸지만 사촌 오빠 또한 어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이제 내담자는 충분히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나이가 되었으니 더는 그와 같은 피해를 당하지 않을 거라고 위로해 준다. 이는 아마도 오랫동안 큰 고통을 받아온 내담자에게는 위안이 되고 나아가서는 치유가 될 수 있는 말이겠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친족 간에 이루어지는 성폭행과 이에 대한 처벌이 바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저자(심리학자)의 처방이 효과적일 수 있겠지만 과연 사회 전체에도 그러할까. 심리학 이론이 모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저자가 그토록 경계하는 이데올로기와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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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4-28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제부터 한 30페이지쯤 읽었는데 어마무시한 판매지수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키치님께서 마지막에 던져주신 질문 품으며 나머지도 읽어볼게요^^ 이분 동영상을 꾸준히 찾아서 보았는데, 건강이 안 좋다고는 싶었어도 이정도일지 몰랐어요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 - 나를 죽이는 바이러스와 우리를 지키는 면역의 과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
신의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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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멈춘 듯 보였지만 기적적으로 백신이 개발되고 비교적 원활하게 보급되면서 조금씩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매일같이 듣는 단어 -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바이러스 면역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KAIST 전염병대비센터장을 지내고 있는 신의철의 <보이지 않는 침입자들의 세계>는 바이러스와 면역에 대해 일반 대중들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예전부터 존재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한 가지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다 2003년 사스, 2012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새롭게 보고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전례가 없이 빠르게 백신이 신속하게 개발된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가 이제 처음 발견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존재한 바이러스의 변종인 까닭이다. 


면역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세기 말 세균학의 발달 과정에서 항체의 면역반응에 관해 알게 되었고, 당시 독일과 프랑스에서 대유행한 디프테리아의 치료법을 찾는 과정에서 항혈청 치료법을 고안한 폰베링은 1901년 제1회 노벨 생리, 의학상을 수상했다. 종두법을 개발한 제너, 백신을 개발한 루이 파스퇴르 등도 면역학 발전사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름이다. 1950~60년대에는 백신 황금기가 도래해 전 세계의 신생아들이 홍역, 이하선염, 풍진 등을 기본적으로 예방 접종하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집단 면역은 한 인구 집단의 상당수가 특정 감염성 질환에 면역을 가진 상태가 되면 면역이 없는 사람도 간접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면역은 개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인 동시에 사회 전체의 안전과 이익을 지키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선택이다. 책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외에 면역과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이나, 문장이 어렵지 않고 내용도 시의성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생각보다 큰 어려움 없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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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미각 - 짜장면에서 훠궈까지, 역사와 문화로 맛보는 중국 미식 가이드
김민호.이민숙.송진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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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소설학회에서 활동하는 인문학자 19명이 각각 하나씩 중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선택해 해당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채(오향장육, 량반황과), 주요리(북경오리구이, 동파육, 농어회, 쑹수구이위, 마파두부), 식사류(만두, 호떡, 양주볶음밥, 짜장면), 탕(솬양러우, 훠궈), 후식(장원병, 광동당수, 반도복숭아), 음료(백주, 약주, 용정차), 간식(야식), 연회차림표(만한전석) 순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 책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으면 잘 차린 중국 음식 한 상을 대접받은 느낌이 들지도.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글은 '한국인'의 소울푸드, 짜장면에 관한 글이었다. 짜장면이 북경 사람들이 여름에 즐겨 먹는 비빔면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는데, 이 음식이 1883년 인천 개항 당시 중국 산둥지방에서 건너온 화교 1세들에 의해 한국에 전해져 현재의 짜장면이 된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짜장면은 원래의 춘장에 캐러멜 소스를 더해서 보다 달착지근한 맛이 강조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워가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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