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 (감귤 에디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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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내 귀에 '제주'라는 단어가 빈번하게 들렸다. 쉬려고 제주를 찾았다는 사람, 글 쓰고 공부하러 제주에 갔다는 사람, 아예 살려고 제주로 떠났다는 사람 등등 이유도 형태도 다양했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많았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제주로 떠난 여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곳에서 여자는 오래전부터 자신을 괴롭혔던 악몽이 제주의 아픈 역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된다.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황정은 작가님이 <조선과 일본에 살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들려주신 '백조일손지묘' 이야기도 오랫동안 뇌리에 남았다. 4.3 사건 직후 정부가 무고한 양민들을 예비검속이라는 이름으로 검거하고 학살했는데, 이때 죽은 132명의 시신을 나중에 발굴하기는 했으나 누구의 시신인지 알 수 없어 머리 하나, 팔 둘, 등뼈 하나, 다리 둘 등을 이어 맞춰 1명의 봉분으로 만든 것을 일컫는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제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다가 만난 것이 이 책이다.


2012년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주편으로 출간되었고 2021년 감귤 에디션이라는 이름의 특별판으로 다시 출간된 이 책에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볼거리 등이 잘 정리되어 있다. 아무래도 나는 제주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이 책에서도 제주의 역사를 설명한 부분에 주로 눈길이 갔다. 제주의 현대사는 4.3 사건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학, 미술, 영화 등은 전부 4.3과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도 그렇고, 강요배의 그림도 그렇고, 영화 <지슬>이 그러하다. 책에는 4.3 사건을 비롯해 그 이전 시기의 제주의 역사와 문화가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책에는 조상들이 남긴 문화와 유적을 어떻게 지키고 보전할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드러나는 대목도 많다. 저자는 이른바 '뽈대'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관료주의식 유적 보존 및 관리를 지양한다. 그 대신 유적의 본모습을 지키면서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제주처럼 육지와는 다른 문화와 전통을 가진 지역의 경우에는 고유의 특색을 보전하기 위해 민간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런 식으로 인문학적, 사회학적 고민을 하면서 제주를 여행한다면, 여행이 얼마나 다채롭고 풍성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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