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책 - 나도 모르게 나를 힘들게 하는 10가지 생각 버리기 연습
오언 오케인 지음, 정지현 옮김 / 갤리온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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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기대가 크고, 매사 완벽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반대로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나 자신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는 사람은 행복해지기 쉽다. 영국의 심리치료사 오언 오케인의 책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책>에 나오는 말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나는 완벽해야만 해.". "절대로 실패하면 안 돼", "누구도 절대로 실망시켜선 안 돼.", "나는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해"처럼 '~해야만 한다' 또는 '~해서는 안 된다' 같은 단정적인 말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강박적인 믿음 또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기 마련이고 타인에게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 쉽다. 이는 부메랑이 되어 또다시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결과를 낳는다. 


저자가 만난 어떤 내담자는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아주 강했다. 좋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매주 봉사 활동을 하고 무리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런 내담자에게 저자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해'라는 생각을 '항상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라는 생각으로 전환해 보라고 조언했다. 가끔은 나 자신을 위해 평소에 안 사는 꽃도 사보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봉사 활동에 가는 대신 기분 좋게 산책을 하는 식이다. 


내가 남들과 달라서 고민이라면, 남들에게 나를 맞출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저자는 어릴 때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을 당했다. 여러 면에서 또래 남자아이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깊은 우울증과 불안, 공포에 시달렸던 저자는 이후 심리치료를 받으면서 '난 이대로 충분하고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듯이 나를 괴롭히는 생각들을 내려놓으면, 지금보다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 때문에 힘들다면, 삶의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남의 떡만 보고 있으면 내 앞에 있는 떡이, 식탁 위에 있는 더 많은 음식들이 안 보인다. 마찬가지로 남이 가진 것만 부러워하면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기 어렵고, 살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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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기 위해 쓴다 - 분노는 유쾌하게 글은 치밀하게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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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노동의 배신>, <희망의 배신>, <긍정의 배신> 등을 쓴 미국의 체험형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신간이다. 저자가 그동안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어서 만든 책인데, 최근에 발표한 글은 물론이고 90년대, 80년대에 쓴 글도 다수 실려 있다. 저자의 글이 그만큼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서-라는 이유일 수도 있지만, 저자가 제기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거나 오히려 악화되었기 때문에 다시 한번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이 책에 실은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발표 연도와 무관하게 여전히 '시의적절'하고 심각하고 중요하다. 


책에는 저자의 관심 분야인 노동, 복지, 빈곤, 불평등, 여성 문제에 관한 글들이 주로 실려 있다. 대표작 <노동의 배신>을 통해 저자는 '열심히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이번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열심히 일할수록 가난해지는' 문제가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 계층을 넘어 고숙련 노동자 계층으로 왔음을 지적한다. 저자가 속한 언론 산업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프리랜서 언론인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언론 지형이 바뀌고 언론 매체가 직원 수를 줄이고 프리랜서 예산을 삭감하면서 고학력, 고숙련 프리랜서 언론인들이 먹고살기에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처지에 놓였다. 저자는 오늘날의 저널리즘 수준이 형편없이 낮고 편파적인 것은 해고될 염려가 없는 - 그래서 빈곤층이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 언론 재벌들과 이들이 고용한 임직원들이 언론 매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젠더 문제에 관한 지적도 흥미롭다. 저자는 여성성과 거리를 두는 것으로 자신의 남성성을 증명하려고 한 '구남성'과 구분되는 '신남성'이 도래했다고 쓰면서, 이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가정 살림에 능하며 외모 관리에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인다는 점에서 구남성과 구분되지만, 여성의 권리 향상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는 구남성과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신남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성성을 의심받는 것이 아니라 계층이 하락하는 것, 정확히는 실제보다 낮은 계층으로 보이는 것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남성들은 달리기를 하고("달리기는 앉아서 일해야 하는 직장을 가졌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운동"), 몸매 관리를 하고, 그루밍을 하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하고 파티를 연다. 이러한 변화가 여성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앞으로 두고 봐야 할 일인데, 놀랍게도 이 글은 최근이 아니라 1984년 <뉴욕타임스>에 발표되었고, 적어도 내 생각에는 신남성의 출현으로 인해 여성의 삶이 더 나아진 것 같지는 않다. 


<바쁨이 곧 능력이라는 믿음>이라는 제목의 글도 좋았다.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잘 나간다는 걸 과시하기 위해 바쁘다는 말을 버릇처럼 사용한다. 그런데 과연 바쁘다는 말이 잘 나간다는 의미를 내포한 휘장이 될 수 있을까. 저자가 보기에 진정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전혀 바쁘지 않다. 성공한 기업가, 학자, 창작자들은 반드시 자신이 해야 하는 일만 스스로 하고 반드시 자신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탁(아웃소싱)한다. 그러니 정말 바빠서가 아니라, 단지 잘나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바쁜 척을 하고 있다면 그만두는 편이 낫다. 사실은 한가한데 그 사실을 들키면 누가 나한테 뭘 시킬까 봐 바쁜 척하는 거라면 상관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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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없는 판타지 - 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
오혜진 외 지음, 오혜진 기획 / 후마니타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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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시각으로 읽는 한국 현대문화사'라는 제목으로 2018년 1월부터 총 10회에 걸쳐 진행된 강좌와 이를 바탕으로 쓰인 10편의 원고에 더해 추가로 의뢰해 얻은 네 편의 글들을 함께 묶어서 만든 책이다. '문화사'라는 제목에 걸맞게 상업영화, TV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현대미술, 대중가요, 디지털게임, 순정만화, 로맨스 소설, 동인지, 팟캐스트, 소셜미디어, 대중잡지 등 다양한 문화 매체 및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은 한채윤 선생의 <'톰보이'와 '언니부대'의 퀴어링>이다. 'F(X)'의 멤버 엠버는 데뷔 당시부터 소년 같은 짧은 머리와 반바지 차림으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심지어 엠버는 '여자답지 않다'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거나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질문에 시달리기도 했는데, 저자는 이 현상을 보면서 1980년대 '이선희 신드롬'을 떠올렸다. 엠버처럼 머리를 짧게 자르고 바지 차림을 고수하는 여성 연예인은 과거에도 있었다. 이선희가 대표적이고, 이상은, 임주연, 그룹 '유피(UP)'의 이정희, 그룹 '카사 앤 노바' 등이 뒤를 이었다. 저자는 이런 스타일을 '보이시'나 '톰보이'로 규정하거나 '여자답지 않다'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실제로 이런 머리 모양과 옷차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지우는 행위이며, 성별 표현의 다양성을 제거하고 나아가 성적 욕망과 상상력을 통제하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문학연구가 오혜진의 <할리퀸, 여성동아, 박완서>라는 글도 인상적이었다. 지금이야 문학 독자들의 절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인식이 팽배하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은 남성의 전유물이며 여성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했을까. 저자는 1980년대 할리퀸 로맨스의 대유행과,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박완서가 주부 대상 잡지인 <여성동아>를 통해 등단한 사실을 지적하며, 실제로는 책 읽는 여성이 아주 많았지만 이것이 의도적으로 은폐되거나 여성들 스스로 자신이 열렬한 독자임을 모른 채 지나왔음을 설명한다. 이어지는 허윤의 <한없이 투명하지만은 않은 '블루'>, 이승희의 <'한국적 신파' 영화와 '막장' 드라마의 젠더'>도 흥미롭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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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틀리기 쉬운 영어 - THE TIMES 교열기자 출신이 알려주는 유용한 영어 사용 팁
빌 브라이슨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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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이미 잘하지만 더 잘하고 싶어 하는 사람의 필살기가 담겨 있는 노트를 엿본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저자 빌 브라이슨은 2005년 영국 더럼대학교의 총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더 타임스>, <인디펜던트>의 기자로 일했다. 이 책은 저자가 <더 타임스>의 교열 기자로 재직할 때 기획, 집필되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제목을 '상당히 최근까지만 해도 지은이가 완전히 명확하게 알지 못하던 영어 어법의 모든 것에 대한 지침서'라고 붙였다면 설득력은 좀 떨어져도 더 정확했을 터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내용은 저자가 일간지 교열 작업을 할 때 여러 번 혼란을 겪은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영어 초보자부터 고급 영어 사용자까지 수많은 영어 사용자들이 자주 틀리거나 헷갈려 하는 영어 단어의 정확한 뜻과 용례가 A부터 Z 순서로 정리되어 있다. affect와 effect, bait와 bate, capital과 capitol처럼 철자가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운 단어들의 예가 잘 정리되어 있고, country와 nation(country는 지리적 특징을, nation은 정치, 사회적 특징을 가리킨다), abbreviation과 contraction과 acronym(각각 약어, 축약형, 두문자어를 뜻한다) 등의 차이도 나와 있다. but, due to의 정확한 사용법을 비롯한 문법 지식 및 영작을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사항도 실려 있다. 박식하기로 유명한 빌 브라이슨의 책답게, 영어에 관한 지식 외에 다양한 역사, 문화 상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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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 한국문학의 정상성을 묻다
오혜진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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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출판사에서 나온, 믿고 읽는 저자의 책이다. 문학 전공자도 아니고 문학 연구자는 더더욱 아닌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내용도 없지 않았지만,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와 조선희의 <세 여자>처럼 최근 한국 문학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나 역시 흥미롭게 읽은 문학 작품에 대한 비평은 수월하게 읽혔고, 여성 서사와 퀴어 서사 등 현재 한국 문학계에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문제에 관한 글이 많아서 어려워도 읽을 만했다.


누군가를 착취해야만 성장 가능한 이 시대에 '자아실현'이라는 신화에 스스로를 기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야말로 최은영의 인물들이 앓는 "우울증"의 정체다. 최은영의 소설은 '성별, 학력, 나이, 지역, 장애 유무 등과 관계없이 실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진 '알파 걸'의 시대에 '성장'을 일종의 '외상(trauma)'로 경험해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다. (268쪽) 


누가 봐도 엄연히 동성애서사를 써놨는데 그게 동성애서사로 읽히지 않아서 좋다니, 그게 무슨 미덕이고 칭찬이겠는가. (42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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