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트리플 패키지 - 성공의 세 가지 유전자
에이미 추아.제드 러벤펠드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교 공부와 높은 성적을 최우선시하며 자녀를 엄격하게 양육하는 이른바 '타이거맘' 양육법으로 몇 년 전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열띤 토론과 논쟁을 야기했던 에이미 추아. 그녀의 저서 <타이거 마더>를 읽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가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한 도구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며, 부모 마음에 들 때만 예뻐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다버릴 수 있는 '애완'동물('반려'동물과 다르다)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을 훈육이나 양육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리플 패키지>를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에이미 추아와 그녀의 남편 제드 러벤펠드(두 사람 모두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며, 제드 러벤펠드는 베스트셀러 <살인의 해석>의 저자로도 유명하다)가 공저한 이 책은 미국 내에서 최근 몇십 년 간 인도계 미국인, 동아시아계, 유대인, 모르몬교도 등 소수의 특정 민족, 특정 집단이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주목한다. 저자들은 이 집단들의 공통점을 우월 콤플렉스, 불안감, 충동조절- 이 세 가지로 요약해 '트리플 패키지'라고 명명했다. 충동조절은 그렇다 쳐도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과 불안감이 어떻게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 같은데. 읽는 내내 회의적인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지만 저자들의 설명에 수긍이 가는 대목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역시 이들의 주장에 백 퍼센트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니, 이들의 설명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는 있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그야 소수민족, 이민자 출신으로 어렵게 명문대에 입학하고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게 좋은 일일 수는 있다. 이들의 성공을 가족이나 가문, 민족 집단 전체의 성취로 받아들이고 기뻐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오로지 이로 인해 희생되는 아이들의 인격과 인권, 인생은 누가 보상할까? 아이 자신이 원해서 힘들게 공부하고 사회적 평판이 높은 직업을 얻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부모가 자녀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묵살하고 자신들의 희망대로 아이들을 조종한다면, 이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고 여기는 개발시대의 독재자나 기업가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타이거 맘의 수혜자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로스쿨 석지영 교수 역시 저서에서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들은 트리플 패키지로 인한 문제점을 서술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어렵게 성공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린다든지, 부모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든지, 성공한 후에 우울감이나 허무감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든지 등등의 정신적인 폐해가 대다수다. A를 받아도 A+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고, 대통령이 되어도 의사가 된 오빠만큼 성공한 건 아니라며 비난받고, 오로지 명문대에 진학하라는 의미로 아이의 이름을 '프린스턴', '예일 등으로 짓는 부모들(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도 그녀의 직업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들의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안된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점은 좋지만, 어디선가 이 책을 읽은 부모에게 또 다시 닦달당하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넌 왜 이 사람들처럼 못하니?) 마음이 쓰리다. 부디 부모가 보는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