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20세기 - 오늘의 클래식, 시대의 아이콘, 나의 취향이 된 20세기 걸작들의 문제적 탄생기
김재훈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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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화를 대표하는 다양한 분야의 아이콘들을 그래픽 노블로 소개하는 형식의 책이다.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는 내셔널지오그래픽, 라이프, 전쟁 포스터, 디저트, 자전거, 철도, 2부에는 바우하우스, 타이프페이스, 펭귄북스, 솔 바스, 의자, 자동차, 마터호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3부에는 도무스, 위스키, 로버트 크럼, 팝아트, 비저네어, 하비에르 마리스칼이 나온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라이프, 펭귄북스처럼 지금도 유명한 잡지, 책의 역사를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자전거나 의자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즐겨 사용하는 물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했는지를 그림으로 볼 수 있어서 유익했다. 


이 책을 보니 20세기 문화의 특징은 산업, 상업과의 연계인 것 같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라이프 같은 잡지가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언론 및 광고 산업의 발달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자전거, 철도, 의자, 자동차 등이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 따르는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의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디저트나 위스키처럼 유럽 일부 지역에서 주로 소비되던 아이템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것 역시 교역의 발달, 세계화 등과 관련이 있을 터. 콘셉트도 좋고 내용도 좋고 작화도 좋아서 2권, 3권도 계속해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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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 - 그림으로 남긴 순간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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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진보다 그림이 풍경이 담고 있는 분위기나 정서를 더욱 잘 표현하기도 한다. 여행 드로잉 작가 리모 김현길의 책 <네가 다시 제주였으면 좋겠어>를 읽으며 여실히 느꼈다. 저자 리모 김현길은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여행과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여행 드로잉 작가가 되었다. 


저자의 전작 <혼자, 천천히, 북유럽>이 워낙 좋았기에 신간도 많이 기대했는데 읽어보니 역시 좋았다. 책에는 저자가 그동안 제주를 여행하면서 직접 보고 화폭에 담은 그림들과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저자는 학부생 시절부터 한 달이 멀다 하고 제주를 들락날락했을 만큼 제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 제주의 이곳저곳을 누비며 섬의 다양한 표정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을 주었고, 여행 드로잉 작가가 되고 나서는 매혹적인 그림의 소재가 되었다. 잠시 즐기다 떠나는 관광지가 아니라 오래오래 들여다보고 알아갈 가치가 있는 장소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책을 펼치면 먼저 여행 드로잉을 위한 준비물이 나온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연필부터 펜, 만년필, 붓, 수채물감 등 다양한 도구의 특징 및 장단점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장비(스케치북, 화판, 전용 가방, 의자 등)를 고를 때에는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등이 나와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목차는 동쪽 마을, 원도심과 동지역, 서쪽 마을, 중산간 마을 순으로 되어 있다. 처음에는 낯선 지명이 많았는데 읽다 보니 만춘서점, 소심한책방 등 익숙한 가게명이 많이 보여서 반가웠다. 카페 서연의 집(영화 <건축학개론> 촬영지)을 비롯해 인기 있는 제주 카페, 제주 맛집 정보도 잘 정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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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일회용이 아니니까 - 쓰레기 사회에서 살아남는 플라스틱 프리 실천법
고금숙 지음 / 슬로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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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라디오 <박진희의 공존일기>를 듣고 고금숙 활동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대학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접하고 여성환경연대에서 일을 시작해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생리대 유해물질 이슈화, 화장품 미세플라스틱 사용 금지 같은 일들을 해낸 분. 현재는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에서 일하고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을 운영하며 쓰레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다고. 화장품, 세제, 샴푸, 심지어 샤프심마저도 '껍데기'는 팔지 않고 '알맹이'만 파는 상점이라는 아이디어에 감탄하며 고금숙 활동가가 발표한 책들을 찾다가 발견한 이 책에는 쓰레기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담겨 있다. 


저자에 따르면 플라스틱 사회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하루 한 가지씩 365일 정리하기'나 '00가지 방법'처럼 심플한 해결책이 아니다. (28쪽) 원인은 정부와 기업에도 있는데 개인의 노력과 수고만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책에는 텀블러 사용하기, 친환경 제품 사용하기처럼 개인 차원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 외에 시민 참여 모니터링, 직접 행동(플라스틱 어택), 마이크로 시위(편지 쓰기), 청원운동, 소송 및 주민투표 등 단체 혹은 개인 차원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들이 자세히 나온다. 저자는 실제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거리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컵을 주워서 매장에 되돌려주는 플라스틱 컵 어택을 기획한 바 있다. 이를 통해 테이크아웃 컵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눈으로 알 수 있었고, 어택 참가자들과 서명 운동을 벌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달해 2020년 일회용 컵 보증제 법안 통과(2022년 시행 예정)라는 성과를 이뤘다. 


쓰레기 과다 사용은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관련이 있다. "전날 밤에 시키면 일회용 포장재에 둘둘 싸여 몇 시간 만에 도착하는 새벽 배송을 유통 혁신이라고들 한다. 미안하지만 내가 보기엔 빨리빨리 물결 위에서 이룩한 나쁜 혁신이다." (44쪽) 빨리빨리 문화도 잘못이지만, 내 생각에는 사람들이 일 끝나고 마음 편하게 장 보고 쇼핑할 여유가 없는 노동 환경 또는 사회 시스템이 문제의 근원인 것 같다.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은 실패자 취급하고 더 많이 욕망하도록 부추기는 매스 미디어와 인터넷, 사회 분위기도 문제다. 물건도 사람도 일회용품 취급하며 오로지 '빨리'만 사고파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저자의 주장에 적극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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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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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생애는 다른 예술가들의 생애보다도 더욱 애잔하게 느껴진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봤는데 가장 큰 이유는 미술 작업의 특성상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외부와의 접촉이 적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21번째 책 <페르메이르>를 읽고 더욱 그렇게 생각했다.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 페르메이르. '북구의 모나리자'로 칭송받는 <진주 귀고리 소녀>를 비롯해 <편지를 읽는 푸른 옷의 여인>, <델프트 풍경> 같은 명작을 남겼지만, 정작 그 자신은 평생을 태어나서 자란 고향인 델프트에서 보냈으며 그나마도 장모의 집 한쪽 구석에 위치한 비좁고 어두컴컴한 작업실에서 지냈다. 작업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일 년에 두세 점 정도를 겨우 완성했고, 금보다도 비싼 푸른색 물감을 선호한 탓에 작품의 단가가 비쌌다. 열한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해서 늘 돈 걱정에 시달렸고, 대가족이다 보니 수도인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결국 재능과 노력에 걸맞은 부와 명예를 누리지 못한 채 43세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페르메이르의 작품에 실내에 있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 건, 페르메이르 자신이 주로 실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드물게 남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이 두 점 있는데 <지질학자> 속 남성의 시선은 창밖을, <천문학자> 속 남성의 시선은 지구의(지구본)를 향해 있다. 이는 페르메이르 자신이 밖으로 나가서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오래전부터 페르메이르를 좋아했지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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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0-11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르메이르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거의 없다고 하던데 이 책에서 어떤 식으로 쓰였을지 궁금하네요. 제가 오늘 읽은 책에서 본건데 히틀러가 페르메이르의 저 표지 그림을 그렇게 좋아했데요. 전쟁의 패배가 가까워지자 비밀장소에 은닉해 영원히 소유하려고까지 했다는데.... 페르메이르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통곡했을듯요. ^^

키치 2021-10-12 07:59   좋아요 1 | URL
이 책에도 페르메이르의 그림이 히틀러의 사랑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정확하게 알고 계시네요! 저자가 직접 페르메이르의 고향에 가서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라서 그런지 내용이 생생하고 깊이가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바람돌이 님과 이야기 나누니 참 좋네요. 덧글 감사합니다 ^^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5 - 쇼팽·리스트, 피아노에 담은 우주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5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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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를 중심으로 클래식 음악의 세계를 소개하는 <난생 처음 한 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시리즈의 신간이다. 5권의 주인공은 피아노를 사랑한 작곡가 쇼팽과 리스트다. 쇼팽과 리스트는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음악가다.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파리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한동안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성향은 물론이고 성격 자체가 너무 달라서 만남을 오래 이어가진 못했다. 몸이 약한 쇼팽은 소수의 지인들이 모이는 살롱에서 연주하기를 즐긴 반면, 체력은 물론 카리스마까지 대단했던 리스트는 대규모 리사이틀을 즐겼다(리사이틀이라는 단어 자체가 리스트의 공연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쇼팽은 독실한 신자였고 가치관이 보수적이었던 데 반해, 리스트는 가치관이 자유롭고 진보적이었다. 


이 책을 쓴 서울대 작곡과 민은기 교수는 쇼팽과 리스트, 두 걸출한 음악가의 생애와 행적을 통해 당대의 음악계 분위기와 이것이 후대의 음악계에 미친 영향까지 재미있게 풀어낸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헌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피아노라는 악기의 매력을 최고조로 이끌어낸 것이다. 이때만 해도 피아노는 클래식 음악에서 흔히 쓰이는 악기가 아니라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기술이 집약된 발명품이었다. 


쇼팽과 리스트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최고의 기량을 선보임으로써 대중에게 피아노의 매력을 크게 어필했다. 그뿐만 아니라 피아노를 활용한 연주곡을 다수 작곡함으로써 오늘날까지 피아노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악기가 되는 데 일조했다. 쇼팽과 리스트의 곡을 들을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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