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두근거리는 중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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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은 때늦은 일 투성이었지만, 때늦지 않았던 것도 있다. 내게 할당된 시간을 누군가가 갖고 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내일도 다음 주도 일년 후도, 누구도 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친구나 애인과 함께 즐겁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달이면 마흔한 살, 만화 <바카본 파파>의 주인공 파파와 동갑이 되는 나. 이걸로 좋을까? 아마 이것도 좋을 것이다. (p.159)

 


지난 주말에 모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 갔었다. 요즘은 아이돌 팬들 중에 누나팬도 많고, 내 주변에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색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공연이 시작되고 어느 순간부터 잘못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어로 표현하면 out of place, 있어서는 안 될 장소에 있는 느낌이었달까? 나보다 몇 살이나 어린 남자'애'들을 TV나 컴퓨터 모니터 너머로 볼 때는 이상하지 않았는데 막상 실물을 대하니 너무 어리고 풋풋해 보였다. 팬들도 나보다 한참 어린 느낌. 아무리 신체 나이가 높아져도 마음은 여전히 십대 때 그대로일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아아, 이젠 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십대들의 문화를 향유하기 어렵구나...... ㅠㅠ



만화 에세이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에 표현된 저자 마스다 미리의 심경이 그 때의 내 마음과 비슷하지 않나 싶다. 마스다 미리의 학창 시절은 좋게 말해 평범했고 나쁘게 말하면 암흑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데이트하기, 커플룩 입기, 수제 초콜릿 선물하기, 졸업식 날 고백하기, 데이트 도시락 싸기 등등 남자친구가 생기면 해보고 싶었던 일들은 무척 많았지만, 막상 이 많은 일들을 함께 해볼 남자친구는 없었다. 지금은 얼마든지 애인도 사귈 수 있고, 해보고 싶은 일들도 해볼 수 있지만, 그때 그 기분은 나지 않는다. 이십대만이 할 수 있는 연애, 삼십대만이 할 수 있는 연애가 따로 있는 것처럼 십대 때도 십대만이 할 수 있는 연애가 따로 있는 법. 듣기에 따라서는 노처녀의 투정으로도, 인기 없던 여자의 하소연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본질은 그런 소소하고 알콩달콩한 연애에도 가슴 뛰고 즐거워했던 그 시절의 나를 그리워하는 이야기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학창시절에 나는 지금보다 이성에게 인기가 있었던 편이어서(지금 인기가 없어도 너~~무 없다) 저자가 해보고 싶었던 일들 중에 몇 가지는 경험한 적이 있다. 한때는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글거려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나란 여자아이를 소중하게 생각해줬던 그 아이들이 고맙고, 내 쪽에서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더 많은 추억을 만들텐데, 아쉽게도 시간을 돌릴 수는 없다. 마음은 아직도 십대 때 그 시절과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남자친구가 준 편지 한 통, 초콜릿 하나에도 기뻐하던 연애는 이젠 내가 아닌 사촌동생이나 조카의 것. 세월이 변하는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 아니, 변한 건 세월이 아니라 나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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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룸 수납 인테리어 - 수납의 달인 ‘사오리’의 작은집 완벽 정리술
혼다 사오리 지음, 박재현 옮김 / 심플라이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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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이 있을 것이다. 앤틱 가구로 고풍스럽게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요즘에는 이케아 가구로 심플하게 꾸미는 북유럽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일본 스타일을 좋아해서 틈틈이 일본 인테리어 책을 참고해 내 방을 직접 꾸미고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다. 일본 인테리어의 특징은 기능적으로는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중점을 두고, 미적으로는 무채색과 원목을 베이스로 최대한 심플하고 조화롭게 꾸민다는 것이다. 효율적이면서도 깔끔한 일본의 인테리어 방식은 복잡한 걸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에 딱이다. 



이번에 만난 책 <투룸 수납 인테리어>의 저자 혼다 사오리도 복잡한 건 질색이라고 한다. 정리수납 컨설턴트인 저자는 남편과 살고 있는 43년 된 투룸을 직접 개조, 정리하며 그 과정과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거실과 침실, 주방, 화장실로만 이루어진 10평 안팎의 좁은 투룸. 아무리 직업이 정리수납 컨설턴트라도 43년 된 낡고 좁은 집을 새 집처럼 꾸민다는 건 벅찬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열심히 청소하고 개조하고 짐을 줄여 3년 만에 멋진 공간으로 대변신시켰다. 케이블에서 일본의 낡은 집을 새 집처럼 리모델링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그 방송의 미니 버전이랄까. 인테리어부터 수납, 정리, 청소, 생활 팁까지 많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얇은 책인데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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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서울여행 - 서울에서 꼭 가봐야 할 223곳! 코스 가이드
유철상 글.사진 / 상상출판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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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일곱 살이 되던 해 산본으로 이사를 갔고, 열한 살 때 다시 분당으로 이사를 가서 스물두 살 때까지 쭉 살았다. 서울로 다시 이사온 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그러니까 어렸을 때 7년과 스물두 살 때부터 지금까지 7년, 도합 14년째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학창시절을 이곳에서 보낸 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늘 스스로 서울사람이 아니다, 서울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참에 한번 서울 구석구석을 다녀보자는 생각에 큰맘 먹고 <주말엔 서울여행>을 샀는데, 읽으면서 든 생각은 딱 두 가지였다.



첫째는 내가 생각보다 서울에서 가본 곳이 많다는 것. 책에 소개된 서울 여행지가 무려 223군데에 달하는데 이중에 안 가본 곳은 두세 군데 정도일까(주로 북한산둘레길 같은 산이나 화계사, 조계사 같은 사찰들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서울에서 14년을 살았고, 산본과 분당에 살 때도 꾸준히 서울 나들이를 했으며, 대학은 신촌에, 집은 잠실에, 직장은 광화문쪽에 있어 그동안 틈틈이 많이도 쏘다녔나 보다. 맨날 가는 데만 가는 것 같아서 지겨웠는데 서울에 가볼 곳이라곤 고작 그 정도였던 것일까.



둘째는 책을 잘못 샀다는 것. 아무리 그래도 서울에 가볼 곳이 이곳뿐일 리가 없다. 신촌만 해도 이대앞, 홍대앞 같은 대학가 말고도 그 주변에 괜찮은 데이트 코스들이 꽤 있다. 잠실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정도지만, 성내천을 따라 걷는 것도 좋고, 한강에서 라이딩을 해도 좋고, 대중교통 좋고 걸어다니기 좋은 곳이 많은데 이 책에서는 다 못 담은 것 같다. 서울 사람도 잘 모르는 특별하고 새로운 명소들을 소개해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고궁이나 박물관, 쇼핑 명소 등 외국인 여행객이나 갈 법한 곳이 소개되어 있는 것도 아쉬웠다. 분류도 지역별이 아닌 여행 목적별로 했다면 어땠을까.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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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패키지 - 성공의 세 가지 유전자
에이미 추아.제드 러벤펠드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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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교 공부와 높은 성적을 최우선시하며 자녀를 엄격하게 양육하는 이른바 '타이거맘' 양육법으로 몇 년 전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열띤 토론과 논쟁을 야기했던 에이미 추아. 그녀의 저서 <타이거 마더>를 읽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가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거두기 위한 도구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수단도 아니며, 부모 마음에 들 때만 예뻐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다버릴 수 있는 '애완'동물('반려'동물과 다르다) 같은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식을 훈육이나 양육의 대상이 아닌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며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만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교육이자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트리플 패키지>를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불편했다. 에이미 추아와 그녀의 남편 제드 러벤펠드(두 사람 모두 예일대 로스쿨 교수이며, 제드 러벤펠드는 베스트셀러 <살인의 해석>의 저자로도 유명하다)가 공저한 이 책은 미국 내에서 최근 몇십 년 간 인도계 미국인, 동아시아계, 유대인, 모르몬교도 등 소수의 특정 민족, 특정 집단이 사회 각 분야에서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주목한다. 저자들은 이 집단들의 공통점을 우월 콤플렉스, 불안감, 충동조절- 이 세 가지로 요약해 '트리플 패키지'라고 명명했다. 충동조절은 그렇다 쳐도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과 불안감이 어떻게 성공으로 연결되는 것일까? 언뜻 보기에는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 같은데. 읽는 내내 회의적인 생각이 고개를 쳐들었지만 저자들의 설명에 수긍이 가는 대목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역시 이들의 주장에 백 퍼센트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니, 이들의 설명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는 있어도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그야 소수민족, 이민자 출신으로 어렵게 명문대에 입학하고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게 좋은 일일 수는 있다. 이들의 성공을 가족이나 가문, 민족 집단 전체의 성취로 받아들이고 기뻐하는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오로지 이로 인해 희생되는 아이들의 인격과 인권, 인생은 누가 보상할까? 아이 자신이 원해서 힘들게 공부하고 사회적 평판이 높은 직업을 얻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만약 부모가 자녀의 개인적인 의견이나 주장을 묵살하고 자신들의 희망대로 아이들을 조종한다면, 이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고 여기는 개발시대의 독재자나 기업가의 모습과 다를 게 없다(타이거 맘의 수혜자이자 피해자 중 한 명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로스쿨 석지영 교수 역시 저서에서 부모님의 양육 방식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



다행히도 이 책의 저자들은 트리플 패키지로 인한 문제점을 서술하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어렵게 성공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열등감에 시달린다든지, 부모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든지, 성공한 후에 우울감이나 허무감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든지 등등의 정신적인 폐해가 대다수다. A를 받아도 A+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야단을 맞고, 대통령이 되어도 의사가 된 오빠만큼 성공한 건 아니라며 비난받고, 오로지 명문대에 진학하라는 의미로 아이의 이름을 '프린스턴', '예일 등으로 짓는 부모들(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도 그녀의 직업을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이들의 자녀들이 자라는 동안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지 나로서는 상상조차 안된다.



기존의 성공 공식을 부정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점은 좋지만, 어디선가 이 책을 읽은 부모에게 또 다시 닦달당하고 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면(넌 왜 이 사람들처럼 못하니?) 마음이 쓰리다. 부디 부모가 보는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믿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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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 - 대한민국 30만 부모들이 열광한 구근회의 아빠 바로세우기 프로젝트
구근회 지음 / 와이즈베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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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아빠의 양육법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이 인기다. 어쩌다 시간이 나면 시청하는 나와 달리, 우리 아버지는 두 프로그램의 열렬한 팬이시다.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본방사수는 물론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 삼방까지 꼭꼭 챙겨보실 정도. 과년한 딸이 얼른 시집 가서 손주 얼굴 보여줄 생각을 안 해서 그러신가 하는 생각에 죄스러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어릴 때 아버지도 윤민수나 추성훈처럼 자식인 나를 예뻐해주셨겠지 하는 생각에 뭉클하기도 하다.



오름교육연구소 소장 구근회가 쓴 <잘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를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내가 평탄하게 살 수 있었던 건 다 아버지 덕분이라는 생각을 새삼 했다. 비록 우리 아버지는 요즘 유행하는 친구 같은 아빠, 일명 '프렌디' 타입의 아버지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한눈 팔지 않고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내가 무엇을 하든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고 지지해주셨다. 덕분에 유년 시절부터 학창 시절, 그리고 지금까지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별 탈 없이 잘 살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프렌디 타입의 아버지는 어릴 때 잠깐 자식들과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는 있어도 존경받는 아버지상이 되기는 어렵다는데,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는 어릴 때대로, 지금은 지금대로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다. 정말 감사하다.



아버지도 아버지이지만, 이제는 이런 교육 관련 서적을 읽으면 자연스레 미래의 내 남편이 어떤 아버지가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결혼도 안 한 처녀가 이런 책을 읽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ㅎㅎ). 시대가 변해 많은 아버지들이 아내에게 자녀 양육의 책임을 미루지 않고 분담한다고 하지만 막상 주변을 보면 아직도 자녀 교육은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나 역시 우리 아버지가 그저 내가 하는 일을 믿고 도와주시지만 말고 좀 더 대화하면서 아버지의 가치관이나 노하우 등을 가르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같이 놀아주는 것도 좋지만, 아버지는 어릴 때 어떤 학생이었고 어떤 과목을 좋아했으며 어떤 일을 하고 싶었는지 등을 자녀에게 알려준다면 자녀가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잘 되는 집은 아빠가 다르다>. 아이와 더 잘 지내고 싶은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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