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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인 Lean In - 200만이 열광한 TED강연! 페이스북 성공 아이콘의 특별한 조언
셰릴 샌드버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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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남아선호사상이 지배적인 집안에서 자란 우리 부모님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아들이기를 바랐다. 내가 딸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둘째라도 꼭 아들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둘째마저 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아버지는 실망했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그 후로는 나와 동생이 딸이라서 아쉬웠다는 내색을 결코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내가 아들로 태어났다면 부모님이 실망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동생이 딸이라서 원망을 들을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살면서 남자이길 바란 적은 훨씬 많다. 여자라서 반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똑똑한 남자는 좋지만 똑똑한 여자는 재수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여자는 혼자 여행을 하면 안되고, 연애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등등. 한때는 내가 여자라는 것이 너무 싫어서 남자를 미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대를 다니고 여성학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행복해요'까지는 아니지만 여자라서 좋은 점이 적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남자에게는 없는 여성만의 장점이나 특기도 깨달았다. 또한 남자라고 해서 세상의 특권을 다 누리는 게 아니며 그들에게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연애를 한 덕이 크지 않나 싶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이며 <포춘>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셰릴 샌드버그의 책 <린 인>을 읽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다른 책(어떻게 나를 최고로 만드는가)에서 먼저 접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부모님 슬하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졸업후 세계은행에 입사, 인도에서 일했고, 은사인 래리 서머스의 조언을 받아 하버드 MBA에 입학, 세계적인 기업 맥킨지와 정부 등에서 일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글에 입사, 현재는 페이스북의 COO로 일하고 있는, 일하는 여성의 성공 사례로서 소개되어 있었다. 짧은 글이었지만 너무나도 인상적이어서 언젠가 셰릴 샌드버그라는 인물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녀의 자서전 <린 인>을 통해 그녀 자신의 이야기와 사회에 대한 생각, 앞으로의 계획 등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폴린과 앤더슨은 실험 대상 학생의 절반에게 하이디의 사례를 읽는 과제를 내주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같은 사례를 제시하되, 주인공의 이름만 '하이디'에서 남성 이름인 '하워드'로 바꾸었다. (중략) 학생들은 하워드를 인간적으로 좀 더 매력적인 동료로 보는 반면 하이디는 이기적이고 "고용하거나 그 밑에서 일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을 제외하고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은데도 하이디와 하워드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인상은 엄청나게 달랐다. 이 실험은 이미 분명하게 드러난 연구 결과, 즉 '남성에게는 성공과 호감도가 긍정적 이미지로 연결되지만 여성에게는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된다'를 뒷받침한다. 성공한 남성은 남녀 모두에게 사랑을 받는다. 하지만 성공한 여성을 향한 호감도는 남녀 구별 없이 떨어진다. (p.67)
페이스북의 최고 임원이자 성공한 기업인인 그녀가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나 경영, 마케팅에 관한 책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그녀는 여성에 관한 책을 썼다. 저자는 어린 시절에 이미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여성'이라는 족쇄가 따라다니는 현실을 자각했다. 발표를 하면 선생님과 친구들은 '나댄다'고 했고, 공부를 잘하면 '여자로서 매력이 없다'고 했다. 저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사회적으로 성공을 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그 때쯤이면 여성이 일을 하고 리더로 뽑히는 일이 별스럽지 않은 세상이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CEO 가운데 여성은 4%에 불과하며 중역은 14%, 이사직은 17%에 그쳤다. 전 세계 195개 국가 가운데 여성이 수장인 나라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17개국뿐이며, 여성 국회의원은 전 세계 국회의원의 20%에 불과하다.
페미니즘 운동 이전에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적은 이유가 단순히 '유리 천장' 같은 사회적 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페미니즘 운동이 오래 진행된 지금은 여성들 스스로가 사회 참여를 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젊은 여성들은 어머니 세대가 일과 가사를 양립하면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를 목도했기 때문에 일찍부터 일을 포기하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적은 것은 여성의 탓이라기보다 사회적 차별이나 장애물 때문인 경우가 더 많다. 또한 반드시 직업적 성공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직업적 성공이라는 것을 꼭 대기업의 임원직이 되는 것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다. 또한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남성들의 룰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억지로 '남성'이 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요즘은 전통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겨졌던 가치들을 지양하는 추세이고, 일이나 사회적 책무에 몰두하다가 가정에서 소외당하는 남성들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일하고자 마음먹은 여성들에게는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애초에 그런 꿈조차 꿀 수 없었던 여성들에게 꿈을 꿀 기회는 주어야 한다. 아직도 전세계의 수많은 여성들은 사회 참여는커녕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고, 전통이나 관습의 이름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여성들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던진다. 첫째는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 남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미남이라고 생각하고 여자들 대부분이 자신을 추녀라고 생각한다는 말이 있듯이, 여자들은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며 자신감을 잃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약간 높게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평가일 수 있다. 둘째는 완벽추구 성향을 버리라는 것. 단적인 예로, 입사지원을 할 때 남자는 지원자격의 60%만 해당해도 지원을 하는 반면, 여자는 100% 해당되지 않으면 포기한다고 한다. 성공의 비밀은 '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배우는 능력'이므로, 능력이 없다고, 부족하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셋째는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을 버리라는 것. 남자는 아이가 생겨도 육아와 가사 부담을 느끼지 않지만, 여자는 결혼을 하기 훨씬 전부터 - 심지어는 어릴 때부터(내가 그랬다) -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고민한다. 육아 문제는 여자 혼자 해결하기가 참 어렵다.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지원 및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기업의 최고임원인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임신 여성 전용 주차공간을 마련하고 출산 휴가를 지급하는 등 좋은 정책을 많이 마련했다고 한다. 이렇게 여성 개개인이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다른 여성들이 편안하게 일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책을 쓰기 전부터 저자는 강연이나 매체를 통해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자주 했는데, 그 때마다 '똑똑한 척한다', '악마다' 등등의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왜 남성이 남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면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까? 정말 이상한 일이다. 오늘 아침에도 샌드버그의 성공은 그녀가 의사 아버지를 두었고, 좋은 가정교육을 받았으며, 하버드 출신이기 때문이라는 글을 보았다. 물론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저자는 세계 상위 1%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고, 그녀가 맞닥뜨렸던 시련이라는 것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착취에 시달리는 여성들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다. 그러나 저자와 하버드대 동기인 여성들 중에 저자처럼 일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비슷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같은 기회가 주어져도 누구는 그 기회를 이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 것이다. 저자가 남들이 가질 수 없었던 행운을 얻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비슷한 행운을 가지고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 비하면 그녀는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