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 빚, 비만, 음주, 도박으로 살펴본 자멸하는 선택의 수수께끼
이케다 신스케 지음, 김윤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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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방학숙제를 내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에는 방학숙제로 탐구생활이라는 문제집 비슷한 책을 풀고 곤충채집, 만들기, 일기쓰기 등을 해야했다. 학생들 중에는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숙제를 일찌감치 끝내놓고 신나게 노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방학 내내 놀다가 개학 전날이 되어서야 울면서 밀린 숙제를 하는 아이가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전자였는데, 지금도 그 성격이 변하지 않아서 할일을 미루거나 계획을 못이루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시험에 불합격한다거나 상황이 따라주지 않아서 못하는 일은 있지만, 운동이라든가 일정관리 같은 작은 일은 대개 마음먹은대로 해내는 편이다. 


나와 달리 마음먹은 일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만났다. 제목은 <왜 살찐 사람은 빚을 지는가>. 저자 이케다 신스케 오사카대 교수는 일본 행동경제학회 회장을 지내고 있는 명실상부 행동경제학 분야의 일본 최고전문가이다. 저자는 책에서 행동경제학에 입각해 사람들이 빚, 비만, 음주, 도박 등의 문제를 겪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는 빚도 없고, 비만도 아니고, 술도 안 마시고, 도박도 안 하지만, 이런 큰 문제말고도 밀린 일을 언제 할지, 운동을 언제 할지, 공과금을 언제 낼지 등 일상적인 고민은 비일비재하게 겪는 편이고, 이런 일까지도 행동경제학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의 내면에는 장래의 일을 중시하는 자아(천사)와 오직 당장의 이익에 솔깃한 자아(악마)가 있다. 천사는 낮은 시간 할인율에 의해 멋지게 장기적인 활동 계획(다이어트, 시험공부, 퇴직 후를 대비한 저축)을 세우지만, 그 실행 여부는 그때그때마다 조급한 악마의 손에 맡겨진다. 따라서 조급한 실행자는 모처럼 세운 장기 계획을 수포로 만들고 단기적인 이익에 근거한 방종 또는 건강을 해치는 행동을 한다. (p.43)


저자는 사람들이 어떤 행동에 따르는 이익과 비용을 정확히 알면서도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는 '시간 할인율'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간 할인율 개념은 보통 임기 제한이 있는 정치인들이 장기적 이익이 큰 정책대신 단기적 이익이 큰 정책을 선호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쓰이는데, 저자는 정치인뿐 아니라 개인도 시간 할인율로 인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하면 장기적으로 살도 빠지고 몸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운동을 안하고 쉬거나 노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운동을 안한다. 또한 금연을 하면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좋고 돈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단기적으로는 주머니에 있는 담배 한 개비를 피우는 것이 훨씬 좋기 때문에 금연을 못한다. 이밖에도 비슷한 예가 참 많다.


방학 숙제를 언제 할까, 다이어트를 언제 시작할까, 운전면허 변경 절차를 언제 밟을까, 싫어하는 음식을 언제 먹을까...... 어떤 의사 결정이든 장래의 자신을 과신하는 사람은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고, 자신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그 폐해를 다소나마 회피할 수 있다. (p.145)

곧바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고, 이익의 실현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유익한 일이라 하더라도 미룬다. 일의 선택에 관해서는 '청소'보다 장기적으로 더욱 큰 이익을 가져올 '중요한 리포트'가 선택되는 한편, 그 리포트를 쓰는 시기에 관해 당장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큰 경우에는 그 시기를 미루는 상황이 생긴다. (p.161)


그렇다면 이러한 잘못된 선택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을 자꾸 미루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나중이 되면 자신이 올바른 선택을 할 것이라고 '과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령 집안이 어질러져 있을 때 지금 치우지 않아도 '미래의 나'가 치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청소를 미룬다. 그러나 나는 나다. '지금의 나'가 하지 않는 일을 '미래의 나'라고 할 리가 없다. 그러니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좋다. 할 일을 너무 많이 만들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 할 일이 청소밖에 없을 때에 비해 청소, 시험 공부, 쇼핑, 모임 등 할 일이 여러가지일 때 사람들은 청소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 해야할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해치워서' 할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나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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