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의 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8
헨릭 입센 지음, 안미란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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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메르,

노라보다는 헬메르가 더 나를 후려친다.


마지막 부분에서 

노라를 붙잡기 위해 온갖 이설을 쏟아내는 헬메르,

얼마나 어이없고 가증스럽다 싶었는데, 

헬메르의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내 모습도 가히 그와 다르지않구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좋을 때는 주변인 모두가 좋다.

그러나 어떤 일에 엮이거나 부딪히게 되면 영락없이 내 모습도 헬메르였다.


잘 대해주면 웃음과 경쾌한 친절로 보답하면서

조금만 거슬리면 이내 언짢은 기색이 올라오는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헬메르에 대한 비난을 거둔다.



1879년의 노라, 그래서 이 책은 대단한 것 같다.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남자의 소유물이었던 여자의 존재라니,

그런 문화 속에서 어떻게 이런 노라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분명 사회적인 지탄도 대단했을 것 같은데 

입센은 어떻게 다 감내했을까, 마광수교수는 돌아가시고 말았는데......



전체적인 큰 틀은 입센과 친분이 있는 

라우라 킬레르라는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소재로 했으며

결론은 이 책과 달리,

라우라 킬레르는 남편으로부터 이혼을 당하고 아이들을 빼았겼다고 한다.

또한 오스트리아 작가인 엘프리데 옐리네크는 

독립한 노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작품에서 다루었는데,

옐리네크의 노라는 바깥세상에서 독립에 실패한다고 하니,

현실은 그러한 것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작품을 통해서

인형의 집을 떠나는 꿈과 희망의 상상으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현실을 만들어가야지 싶다,

헬메르에 대한 비난은 (정말 잘 안되지만) 거두어들이면서...






*자기 아내를 용서했다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건 남자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고 만족스러운 일이지. 자기 아내를 진심으로, 거짓없이 용서했다는 것 말이야. 그럼으로써 여자는 두 배로 그의 소유물이 되니까.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사건을 축소해야 해. 당신에 관한 일은, 우선 우리 사이는 전과 똑같은 것처럼 보여야 해. 물론 세상의 눈에만 그렇다는 거지. 당신은 계속 이 집에 있어야 해. 당연히 그렇지. (...) 오늘부터 행복은 없어. 나머지를, 나무 밑동과 껍질을 건지는 것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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