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다닌다.

종함병원은 노인 혼자서 가기엔 좀 복잡하다.

 

심장 초음파 하느라 윗 옷을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라고 해서

엄마를 따라 탈의실에 들어갔다.

엄마의 등이 너무 야위었다.

혼자 입으시라고 하고 나와서 복도를 오락가락

눈물 참느라 혼났다.

 

오늘 결과 보러 갔다.

심전도, 심장초음파, 또 무슨무슨 검사 많이 했는데

다행히 깨끗하단다.

 

더운 날, 엄마 혼자 병원 가지 않도록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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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노래
비노바 바베 지음, 김문호 옮김 / 실천문학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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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 번째 읽는다.

마치 김재웅 법사님의 금강경에 대한 글을 읽는 듯 하다.

일상의 모든 행위를 부처님께 바치면서 행하라는 말과

일상의 모든 평범한 행위를 신께 바치는 기도로 행하라는 말이 겹쳐진다.

머무는 바 없이 행하라는 말도

기도와 행위의 결과, 즉 열매를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말과 겹친다.

결국 모든 위대한 종교는 나를 위한 열매를 구하는 기도에서 시작해서,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나의 고통에서 시작해서,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는 마음.

나의 행복을 바라는 기도에서,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무량심 기도와 맞닿아있다.

 

비노나 바베가 어린 시절 거지를 보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이 거지는 정정하고 건강해요. 우리가 그에게 자선을 베푼다면 게으름과 나쁜 습관만 길러주게 되는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구걸을 하러 오는 사람이 적선을 받기에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자격이 너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이런 저런 질문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구나. 나에게는 그 사람이 신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문제일 경우에는 나는 합당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이 될 때에는 합당한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p223

 

요즘 나는 아이 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화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소리 지르고 울고 짜증 내고 아이들과 다투고 교실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다.

5월 삼천배 이후, 새벽에 하는 108배에서 그 아이만 따로 떼어서 기도하던 말을 멈추었다.

 "우리반 00이가 아이들과 다투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리이타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던 기도에 그 아이에 대한 나의 분별심이 들어 있었다.

삼천배 이후 내내 마음에 머물던 소리. 거룩한 침묵을 생각하고 자고 일어나서 인지 나도 모르게 월요일에 기도하는 말이 바뀌어져 있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행복의 씨를 심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고통의 씨를 심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멀고 가까움, 좋고 싫고를 떠나서 평등심에 머물기를 발원합니다."

 

내가 먼저 평등심을 가져야겠구나.

올 한 해  하루하루가 수행이 되기를...

고요한 일요일 아침, 마음에 에너지를 주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여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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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난다, 영혼의 자서전 - 궁극의 자유와 행복으로 이끄는 심오하고 풍요로운 영적 순례
파라마한사 요가난다 지음, 김정우 옮김 / 뜨란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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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인간 만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눈을 감을 수 있는데, 그것은 편협한 자기 고통 속으로만 잠기기 때문이지.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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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백련암은 눈부시다.

지난 토요일 백련암의 철쭉은 고요한 산사를 온통 꽃의 소리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절은 겨우 겨우 삼천배를 따라 하는 시늉만 내었지만

마음 속의 고민은 좀 내려놓고 왔다.

 

교직 생활 하는 동안, 올 해 처럼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를

만난 적이 없어서 정말 지난 주엔 힘들었고, 탈진 상태였다.

절을 하는 동안 그 동안 만나왔던 순한 인연들이 새삼 감사했다.

이제야 이런 아이를 만난 것은 '니 마음 한 번 더 깊이 봐라'하는 공부로 삼기로 했다.

 

법정 스님의 '거룩한 침묵'이라는 말이 절에 다녀온 후 내내 마음에 남았다.

고요한 산사에 가득 피어있던 철쭉들이 주는 말

아름답고 연한 초록잎들이 주는 거룩한 침묵에 내 마음도 일시에 조용해졌다.

 

마치 한 여름 귀를 찢을 듯 시끄럽던 매미 소리가 갑자기 뚝 그치고 고요해진 느낌.

이번 삼천배는 내게 그야말로 거룩한 침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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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도반들의 이야기가

토요일에 방송되었다.

보고 나니 마음에 울컥하는 감동이 일었다.

만 배 한다고 할 때 '독한 년들'이라는 애칭으로 놀려먹으며 동참할 생각도 못했다

십분에 백 배씩, 똑같은 리듬으로 만 번을 일어났다 앉았다 하기도 힘든데

실제로 하는 장면을 보니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깊은 소리로 울리는 것 같았다.

 

한 번 씩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너는 왜 삼천배를 다니니?'

내가 생각한 답이 도반의 입에서 나왔다.

인생에 어떤 일이 일어나건 마음 속에 굳건한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고 영선화가 말했다.

그리고 대영암보살도 말씀하셨다.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입고 하는 거 너무 일시적인 행복 아니냐고

 

남은 이기려고 그렇게 애 써서 살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은 평생을 모르고 살다 죽는다.

비록 몸은 일어났다 앉았다 움직이지만

결국 삼천배나 만 배가 몸으로 하는 명상이라는 대영암보살님의 말씀에 공감했다.

 

다른 사람에게서 무언가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보게 되면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내 마음의 어떤 것에 걸려서 저 사람의 행동이 내 마음에 들지 않을까 하고...

잘 생각해 보면 쉽게 남을 비난하는 그 손가락 끝에

상황과 강약만 다르지 나도 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손에 자식을, 남편을 쥐고서

서로 고통을 주고 미워하면서 이 삶을 지옥으로 만들며 사는 사람들을 본다.

그것이 사랑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상대가 내 마음대로 해 주지 않는다고

상대 때문에 내가 고통받는다고 하면서도

그 상대를 놓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남 탓만 하다 이 생에서 무엇을 배워갈까?

죽으면 일시에 놓아버릴 무언가를

왜 지금 이 순간, 나 자신과 상대를 위해 미리 놓지는 못하는 걸까?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통도사를 다녀왔다.

온 세상에 초록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가족 등을 올리면서

세월호 아이들을 위한 등도 올렸다.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가

5월에 가득한 초록빛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물들기를 바란다.

좋은 도반을 만난 인연에 감사드리며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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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5-01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천배, 저는 감히 꿈도 못 꾸지만 세월호 아이들 생각하며 백팔배라도 해야겠어요. 그건 할 수 있겠어요.

혜덕화 2017-05-01 20:51   좋아요 0 | URL
예, 나인님
세월호도 오늘 사고난 삼성 중공업 타워크레인 사고도
높은 건물에서 단식하며 농성중인 노동자들도
가슴 아픈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 배 한 배 마음을 낮추고 몸을 낮추다보면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된답니다.
세상이 아프니 개인도 행복할 수가 없네요.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