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처음 책을 사고는 스님이 너무 젊어보이고 자기 출가 전의 이야기, 스님 생활하면서 여자 친구 사귄 이야기를 하는지라 읽으면서  당황했다. 마음이 교만했는지 젊은 스님이 알면 얼마나?’ 싶어 가벼이 생각했다. 솔직하고 담백해서 좋은 인상을 가지는 정도.

이번에 스즈키 선사의 선심 초심을  읽다가, 이 책도 두 번째 읽게 되었다. 일본은 승려의 결혼을 인정하고 이 스님의 아버지도 스님이었다고 한다. 스님의 솔직한 일상 이야기, 소비 생활 등 그냥 평범한 청년의 에세이 같기도 하다.

우리가 보통 1초 동안 집중하고 있다해도 그 중 0.8초는 다른 일을 생각한다. 다만 너무 짧은 시간 일어나는 일이라서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그저 집중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p.163)’

자극이 입력되면 뇌가 제멋대로 정보처리를 하고 반응하는 과정이 자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관찰도 예전에 그저 눈으로 읽었다면 이번엔 공감하며 읽은 부분이었다.

쉽게 읽었던 것이 결코 손쉬운 수행으로 보거나 알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고, 난 수행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잘 모르지만 스님의 내공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자기 농도를 엷게 하라.

요즘 유식을 들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기 도취, 자기 사랑, 자기 아만, 자기 견해에 휘둘리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깜짝 놀라기도 하는데, 그래서인지 자기 농도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비판의 뿌리는 자만이라는 말씀에 공감하며 내 말의 뿌리가 무엇인지 잘 봐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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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조금씩이라도 초기 경전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앙굿다라니까야 1권부터 시작했는데 1권은 읽는데 두 달 걸렸다.

2권은 석달째인데도 아직 절반 정도 밖에 읽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

니까야를 소리 내어 읽으면 참 좋다.

부처님 말씀을 지금 듣는 듯 하다.

 

얼마 전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묻지 않았는데도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고 나니 어찌나 마음이 편치 않은지, 나 자신을 경책하는 글로 옮겨 쓴다.

비구들이여, 네 가지 법을 구족한 자는 참되지 못한 사람이라고 알아야한다.

여기 참되지 못한 사람은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비난거리를 드러낸다. 하물며 물었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참되지 못한 사람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칭찬거리를 드러내지 않는다. 하물며 묻지 않았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참되지 못한 사람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난거리를 드러내지 않느다. 하물며 묻지 않았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참되지 못한 사람은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칭찬거리를 드러낸다. 하물며 물었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 P206

비구들이여. 네 가지 법을 구족한 자는 참된 사람이라고 알아야한다.

여기 참된 사람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비난거리를 드러내지 않는다.하물며 묻지 않았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여기 참된 사람은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의 칭찬거리를 드러낸다.하물며 물었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여기 참된 사람은 묻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비난거리를 드러낸다.하물며 물었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여기 참된 사람은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칭찬거리를 드러내지 않는다.하물며 묻지 않았을 경우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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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19-03-13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들어보는 경전입니다 ㅠ 얼굴이 화끈하는데... 검색을 해보니 그 방대함에 또 놀랍니다. 하긴요 2천 5백년 보다 더 오래된 일이니 말입니다.

혜덕화 2019-03-13 11:26   좋아요 0 | URL
니까야는 초기불교 경전입니다. 대승불교가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한다면 남방 불교에서는 니까야를 중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전현수 박사의 강의를 듣다보니 알게 되어서 초기 불교 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단계입니다. BTN에 전현수박사의 마음테라피2를 들어보시면 니까야 이야기가 나옵니다. 경전이다 보니 진도가 쑥쑥 나가지도 않고 정말 방대한 양이라서 금강경 독송하듯 읽고 있는 중입니다.

차트랑 2019-03-13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 관세음보살

니까야의 말씀이 귀하고도 귀합니다
고맙습니다 혜덕화님
 

사경 시작한 지 열흘 쯤 되었다.

하루에 한 바닥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지난 주엔 엄마가 집에 와 계셨고,

동생이랑 놀러다니느라 진도가 더디다.

한문 한 줄, 한글로 음을 달아서 한 줄, 이렇게 쓰고 뜻은 한글 대반열반경을 펴서 마음으로 읽으며 하고 있다. 한글까지 쓰려니 엄두가 안난다.

내 글자 크기를  기준으로 계산하니 사경노트 40권 분량은 될 것 같다.

한문을 더 작게 써야지 하는데 쓰다보면 커진다.

 

우연히 불교용품점에서 사경노트를 봤는데 쓰기에 좋다.

일반 대학노트는 진한 볼펜이나 만년필로 쓰면 뒷장에 스미는데, 이것은 대학노트보다 줄 간격도 넓고 한 장을 반으로 접어서 벌어진 쪽을 묶어서인지 잉크가 스밀 염려가 없다.

나는 줄 간격이 넓어서 좋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그냥 한 번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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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3-1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에 저도 사경해본적 있어요. 보고 쓸 필요없이 아예 공책 바닥에 엷게 내용이 인쇄되어있어 그 위에 덮어쓰면 되는 식이었어요. 친정어머니께서 주시면서 쓰라고하시기에 숙제하는 기분으로 채웠답니다. 잊고 있었는데 혜덕화님 덕분에 생각이 나는데 무슨 내용을 따라썼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철 없지요.

혜덕화 2019-03-11 18:47   좋아요 0 | URL
가능하면 하루 종일 내가 무엇을 하는지 관찰하려고 하는데, 늘 놓칩니다.
사경하는 동안은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어서 잡념을 없애는 데 아주 좋아요.
한문은 뜻을 찾아야 하고 한글 해설을 다시 읽어야 해서 번거롭긴 하지만, 우리말 법화경 같은 것은 사경하면서 재미도 있고 내용이 좋아서 아주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저도 스님께 숙제 받았다고 하니 옆에 도반이 그러더군요. 숙제가 아니라 선물이라고.^^
그래서 즐거운 선물로 생각하고 매일 조금씩 쓴답니다.

차트랑 2019-03-1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혜덕화님
제게는 더 없이 좋은 정보입니다.
현재 대학노트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한문을 대학노트에 써보니
줄의 간격이 모자라 아랫 줄을 넘겨버립니다.
모양새가 영 나질 않아 한 줄을 건너 뛰어쓰는데....
이것도 모양새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위에서 소개해주신 노트는 칸의 간격이 넓어 보이네요.
현재의 노트를 다 쓰고나면
사경 전용으로 이어가야겠습니다.

제게 매우 유익한 정보인지라 감사의 뜻을 전해드립니다.
고맙습니다 혜덕화님!


혜덕화 2019-03-12 17:07   좋아요 1 | URL
예, 차트랑님. 저도 예전엔 대학노트 썼는데 이 사경 노트를 쓰니 한문을 쓰기에 좋더군요. 재어보니 줄 간격이 거의 13mm네요.
도움 되는 정보였다니 제가 고맙습니다.^^
 

동생이 내려왔다.

통도사를 언제 가고 안갔는지 기억에도 없다고해서 엄마랑 셋이서 통도사에 가서 옥련암도 가고 서운암에도 갔다. 평일 오후라 절마당이 비어있어 더 좋았다.

서운암에 내렸는데 입구 표지석 위에 언뜻 보니 흰 공작 모양이 보여서,  조각인가 했더니 공작이 훌쩍 뛰어 내려왔다. 하얀 공작이 걷는 것만도 예뻐서 사진찍자고 했더니 얘가 마치 들은 듯이 날개를 활짝 펴는 것이 아닌가. 정말 아름답고 놀라웠다. 내 발 1미터 앞에서^^

그러자 또 다른 한 마리가 오더니 두 마리가 날개를 펴고 천천히 도는 모습이 마치

'사진 찍고 가'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

 

장독대 위로 보이는 하늘도 봄빛 같은 따스함이 느껴지고, 공작의 아름다운 날개도

오랫만의 소풍에서 받은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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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3-10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통도사 다녀오셨군요. 저는 어제 충청남도 청양 장곡사에 다녀왔어요. 매화와 산수유 피기 시작하기도 했지만 우선 공기가 겨울 공기가 아니라 완연한 봄 기운이더라고요.
흰공작은 그림책에서도 못본 것 같은데 여기서 처음 봐요. 너무 놀랍습니다.
통도사 저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데 최근에 성보박물관 때문에 가고 싶은 이유가 보태졌어요.

혜덕화 2019-03-10 09:54   좋아요 0 | URL
통도사 꼭 한 번 오시기를 권합니다. 서운암엔 흰 공작, 옥련암엔 푸른 공작이 살거든요. 전에는 푸른 공작도 날개를 펴는 모습 찍어서 제 카톡 프사로 하기도 했답니다. 성보박물관도 좋구요, 골짜기 골짜기 암자마다 고요하고 정갈하답니다.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평일에 오시면 더 좋답니다. 참, 서운암엔 봄에 들꽃 축제도 하는데, 그때는 정말 발디딜 틈도 없어서 축제기간 피해서 오는 것도 좋아요. 꽃은 축제기간만 피는 것이 아니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서담스님을 만났다. 큰 아이 고 3때 제주도에서 뵙고 10년 만에 뵌 스님은 더 맑고 단단해보였다.

3년 무문관 수행하셨다는 이야기 듣고 뵙고 싶었는데, 우연히 부산에 사시는 언니 집에 잠시 들러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도반들과 함께 가서 뵈었다.

대반열반경 한글본 주신 것을 읽었다고 하니, 한문으로 된 열반경을 주시면서 사경을 한 번 해보라고 하셨다.

 1200 페이지가 넘게 한문으로 빼곡한 책을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하기로 했다. 한문 음을 찾느라 네이버 사전을 펴 놓고 하려니 눈도 아프고 어떤 글자는 하나 찾는데 10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좀 쉽게 하려고 한문 음이 달린 것을 찾으니 없다. 한글 현토본도 서점에서 보니 한자의 음은 없고 한자 사이사이의 조사만 한글로 되어 있다. 결국은 모두 찾아서 쓰는 수 밖에.

 그래도 예전에 서예하면서 한문 쓴 것, 중학교에서 1년 정도 한문을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옥편을 주문했는데, 예전에 쓰던 것은 부수별로 찾기 쉽게 되어있었는데, 요즘은 획수별로 되어 있어서 보기에 익숙하지가 않다.

시작은 했지만 하루에 한 바닥만 사경해도 1200일이다. 5년을 마음으로 잡았는데 끝까지 잘 갈 수 있을지......

무사히 잘 사경해서, 세상의 모든 부모님께 회향이 잘 되기를 발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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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아 2019-03-07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사전 같은 데는 쓰기 기능이 있어 찾기가 좋은데 눈이 불편하시군요. 컴퓨터에서도 네이버 한자 쓰기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요. 마우스로 써야 하는 게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 테지만 휴대폰보다는 눈이 덜 불편할 거예요. 부모님께 회향하시는 거군요. 님의 서원이 이루어지길.

혜덕화 2019-03-07 19:51   좋아요 1 | URL
아, 쓰기 기능도 있나보군요. 몰랐어요. 저는 아무래도 인쇄된 활자 세대인가 봐요, 옥편에 적응하려고 노력중입니다. 님의 응원을 기억하며 끝까지 잘 가볼게요.^^

2019-03-07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7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7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8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9 1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1 14: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11 14: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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