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4시에 일어났다.

5시에 출발해서 일출을 기다리는 시간.

바간 숲의 탑과 나무는 어둠에 잠겨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탑 위에는 맨발로 입장해야 해서, 위에는 패딩을 입었지만 발도 시리고 몸시 추운 새벽.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는 순간, 그 동안의 추위와 발시림을 잊을 만큼 장관이 펼쳐졌다.

수많은 탑과 나무 사이에서 올라오는 아침 안개와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

사람들이 무척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

그런 고요와 안개와 여명과 어둠이 섞여서 마치 나 혼자 원시의 숲 속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에는 담기지 않는 감동,

바간에서의 일출은 정말 생애 한 번쯤은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쉐다곤, 쉐지곤 파고다의 웅장한 금탑과 골든락의 장관도 멋졌지만

정말 부러운 것은 사람들의 신심이었다.

사원에는 젊은 남녀와 사람들로 넘쳐나고,

법당에 앉아 도시락을 먹거나 누워서 쉬는 풍경도 낯설지만 아름답고 편안해 보였다.

마지막날 저녁 쉐다곤 파고다를 보고 나오는 길에

조그만 여자 아이가 스님을 보자 길에서 바로 엎드려 절하는 모습.

론지를 입은 작고 예쁜 아가씨들

그들만큼 작고 예쁜 젊은이들.

이 젊은 나라가 소중한 것을 지키면서 잘 발전해 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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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라마 존자님을 직접 보았다.

첫 3일은 통역을 통해서 법문을 듣고, 마지막 날 질의응답 시간엔 그냥 영어로 들었다.

짧은 영어 실력이었지만, 존자님의 쉬운 영어 법문이 생생하게 전달되어, 통역으로 듣는 것보다 훨씬 좋았던 기억이 남았다.

 

달라이라마를 만나러 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다.

부탄에서 델리까지 비행기로 이동, 델리 공항에서 찬디가르까지 거의 7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하룻 밤 자고 난 뒤, 찬디가르에서 다람살라까지 또 거의 8시간 정도를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다람살라 올라가는 길이 높고도 높았는데, 산길에는  흙과 자갈이 섞인 절벽이 바로 옆으로 깎아지른 듯이 보여서, 비만 한 번 오면 무너질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9월은 우기라 매일 저녁 비오고 천둥과 번개가 쳐서 호텔의 이불도 수건도 눅눅하고

마치 젖은 침대에 누워 자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존자님을 보는 감동이 그 모든 힘든 여정을 지워주었다.

 

 젊은 스님들의 손을 잡고 오시는 달라이라마님을 보면서,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분도 늙음과 노쇠함을 피할 수 없는 거구나, 하는 연민심이 컸었다. 이렇게 누구나 늙어가는 것이니, 이 귀중한 인간 몸 받은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남걀 사원 아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사는지, 존자님의 큰 그늘이 느껴졌다.

싱가폴, 베트남, 홍콩, 대만 등에서 온 사람들, 티벳의 승려들,

우리나라에서 온 삼백명의 보살들, 인도네시아에서 영국에서 법문 들으려 온 한국 보살들에게서 정말 깊은 신심을 볼 수 있었다.

 

 

                                                 <남갈 사원 입구>

     그리운 다람살라의 골목들

 

               <호텔에서 바라 본 풍경>

 

인도에서 돌아와서 티벳 스님의 법문을 듣고 나니, 예전에 멋모르고 읽었던 람림이 새롭게 와 닿고 훨씬 더 이해가 잘 되어서, 다시 읽고 있다. 초기 불교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냥 믿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 말씀을 다시 읽고 관찰하고 수행해서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지막 법문 시간에 존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복이나 공덕, 깨달음 등은 내가 많이 가지고 있어서 나누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도 그런 것을 여러분에게 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지혜와 연민심, 자비심을 닦고 수행하십시오.

정확하지는 않지만 나는 이렇게 법문을 정리했다.

행복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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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18-09-21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안녕하세요.^^
세계 행복지수 1위인 나라인 부탄과 다람살라에 잘 다녀오셨습니다.
파드마삼바바 불상과 달라이라마님도 친견하시구요.
해발 3200미터 길을 걷자면 고산증으로 많이 힘드셨을텐데...
덕분에 풍경을 보는 저도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행복한 추석명절 되세요.

혜덕화 2018-09-21 21:57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님, 잘 지내시죠?
얼떨결에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뜻 깊은 여행이었습니다.
이 글 덕분에 니르바나님과 인사 나누는 것도 여행이 준 선물이군요.^^
늘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부탄 여행을 다녀왔다.

행복 지수 1위라는 나라가 궁금하기도 했고, 부탄 여행을 하고 다람살라에 달라이라마님 법회에도 갈수 있는 여행상품이 있어, 실크로드사를 따라 다녀왔다.

부탄은 불교 국가라 관광도 종(사원)으로 시작해서 사원으로 끝나는 과정이었지만, 산세가 너무 수려하고 사원도 아름다워서 매일매일이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해발 3200미터의 탁상 사원을 오를 때에는 정말 숨이 차고 몇 걸음 걷기도 힘들었지만, 사원에서 보는 파드마삼바바의 불상과 발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감동이었다.

.

지금 사진에 보이는 이 길을 걸어서 도착한

 

탁상사원. 잊지 못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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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많이 버리고 기부하고 했는데도, 자꾸 사다보니 또 많아졌다.

친구들에게 한 권씩 나눌 책 10권을 우선 골랐다.

가볍게 읽고 또 다른 사람에게 주라고.

그 중 좀 신간은 이 책 세 권.

그냥 저냥 한 번 쓱 읽기는 좋았으나 소장할 마음은 없으므로

정리 대상 1호로 잡혔다.

다른 책은 간단하게 페이퍼로 쓴 것도 있고 해서, 이 책들은 읽었다는 표시로 기록해 둔다.

늙어가는 세대를 위한 마케팅에 성공한 책?

나에게는 그 정도의 의미였다.

읽어서 나쁘지는 않았으나, 우리 주변의 할머니들에게서도 들어 볼  수 있는 정도의 지혜와 그 정도의 삶의 이야기.

 

 

할머니들 책을 몇 권 산 것 같은데, 그 중 나았던 것이 '내가 내일 죽는다면' 이었고

 '세상에 늦은 때란 없습니다' 는 그림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까 싶어

남겨두기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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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을 읽는 기쁨을 다시 느꼈다.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엄청난 양의 책을 보고 '졸업하기 전에 저 책들을 다 빌려서 읽으리라' 다부진 결심을 했던 때가 떠올랐다. 참 많은 책들이 내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보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그 때 느꼈던 감동이나 감정이 다 사라지고 고전에 대한 향수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찰스디킨스에 대한 예찬을 보고 구입해서 읽었는데, 정말  고전이 왜 고전인지,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빠른 진행과 반전, 무엇보다도 사람의 품격이 느껴지는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이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왜곡된 사랑과 집착, 현란한 성에 대한 묘사가 없어도 아름다운 한 편의 소설이 된다는 것. 좋았다.

 

 

 

 

사과꽃이 피고, 밀감꽃이 폈다.

장미도 피고 포도꽃도 피고 마당에 심은 온갖 꽃들이 고개를 내민다.

풀을 뽑아야 하는데, 감기몸살로 누워있다.

심기만 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얼굴들이 매일 찾아온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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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5-1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몸살로 누워계시다니, 그동안 몸을 무리하신건 아닌지요. 돌봄을 기다리는 저 생명들이 얼른 쾌차하시는데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혜덕화 2018-05-10 19:40   좋아요 0 | URL
5월인데도 바람이 쌀쌀해요.
후배가 간암으로 먼저 갔어요,
문상 갔다 오는 길에 어찌나 바람이 찬지, 겨울이 다시 오나 싶더군요.
가는 일은 순서가 없네요.
그냥 이런 하루하루, 아픈 하루도 소중할 뿐입니다.
고맙습니다. _()_

2018-05-23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