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실체가 없다. 

이천배가 가까워질 무렵 습관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생각은 실체가 없다는데 그렇다면 몸의 어디가 가장 힘들지? 

절을 하면서 몸을 보았다. 

무릎도, 허리도 아프지 않다. 

땀이 나긴 하지만, 산바람이 서늘해서 괜찮다. 

머리카락이 얼굴에 붙어 귀찮긴 하지만 힘든 것은 아니다.

 

몸의 아무 곳에도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는 곳은 없다. 

그렇다면, 힘들다는 것은 단지 습관적으로 올라오는 생각일 뿐이다. 

그것을 보는 순간 힘들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생각은 실체가 없다는 것을 경험한 멋진 날.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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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0-07-1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길을 물으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 쪽 코너에 호프집이 있거든요. 거기서 오른쪽으로 돌면 막걸리집이 보입니다. 거기서 300미터 직진하시면 됩니다."
목사님에게 길을 물으면 당연히..“저기 교회 보이시죠? 네 그 교회를 지나서 100미터 가면2층에 교회가 보입니다. 그 교회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됩니다."
사람들에게 ‘+’ 가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면
수학자는 덧셈이라고 하고, 산부인과 의사는 배꼽이라고 합니다.
목사는 십자가라고 하고, 교통경찰은 사거리라고,
간호사는 적십자라고, 약사는 녹십자라고 대답합니다.

모두 다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사람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늘 이해의 대상입니다.

생각은 맨날 '자기'입장에서만 보죠. 나쁜 놈이에요. ^^
실체도 없는 것이...
날이 더워지고 있습니다. 혜덕화님의 정진에 저도 동참하고 싶어요.
저도 배고플 때면, 아 암것도 아닌 뭔가가 있구나... 배고파하고 있구나... 이러고 느끼려 공부하고 있는데... 느끼기 전에 식당으로 향하는 내 발길은... 바보같아요. ㅠㅜ

혜덕화 2010-07-11 20:36   좋아요 0 | URL
글샘님, 안녕하세요?
아는 것과 느끼는 것, 체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불평하기 않기, 비난하지 않기.
입 밖으로 내지 않기는 쉬워도 마음 속으로 멈추기는 어렵습니다.
남과 다른 나를 보는 동시에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나를 내려놓는 것.
이렇게 어려워 출가하고 정진하는 것이겠지요.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후애(厚愛) 2010-07-22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놀러 왔습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혜덕화 2010-08-05 17:51   좋아요 0 | URL
후애님, 즐거운 휴가 보내시기 바랍니다.
너무 덥지요?
보고 싶은 이들 만나 행복으로 가슴 가득 채워 가시기 기원할게요.
 

안개가  온 산을 감싸고 있어 가까이 선 나무도 흐릿한 백련암, 

하루 종일 굵은 빗줄기와 안개비가 오락가락했다.

법당 안으로 불어오는 안개비가 온 몸을 칭칭 감아대고, 비와 땀에 젖은 옷과 몸은 천 근 만 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도 따라간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죽고 싶다’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심장이나 피돌기가 멈추어 버린다면.......
마음이 원해도 몸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몸의 우직함과 단순함에서 마음의 경박함과 날렵함이 한 수 배우는 순간.

마음도 몸처럼 한 가지 동작에 한 가지 마음만 내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직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살기도 하지만 스스로 화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은,  화가 나는 순간, 이 마음이 곧 사라질 것이란 것을 알기에 몸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심호흡 다섯 번이면 사라지지 않는 화가 없다는 것을 절을 하면서 몸에게서 배운 미덕이다.

당장 그만두고 법당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을 몸의 단순 우직함에 맞추는 일. 미친 듯 날 뛰는 마음과 영리한 이성이 하지 못하는 일을 몸을 통해 배우는 일.  

삼천배가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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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6-2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삼천배 하셨군요.
심호흡 다섯 번이면 사라진다는 그 말씀 맞아요. 저도 그래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혜덕화 2010-06-27 20:12   좋아요 0 | URL
사는 일이 어쩌면 이렇게도 자꾸 빨라지는지, 그 흐름을 잠시 멈추어 두는 날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호흡만 잘 살펴도 알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어렵게 배우고 있으니......^^
반가워요.

라로 2010-06-2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생부터 엉망이었던거 같아요,,,,,

혜덕화 2010-06-27 20:24   좋아요 0 | URL
나비님, 다정다감한 카드를 만들어주는 남편과 함께 살면서 전생부터 엉망이었단 말씀을 하시면 안되죠.^^
저야말로 전생부터 엉망이라 남들은 그냥 아는 사실을 몸이 부서져라 절하면서 배워가는게 아닌가 합니다.
고마워요. 방학하면 서재 자주 들를게요.^^

hnine 2010-06-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정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 저희 형제들을 앉혀 놓으시고 기도하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답니다. 종교를 가지고 늘 기도하는 자세로 살아나가면 이 세상 살면서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은 일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요. 제 아래 여동생은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제 어머니는 절에 열심히 다니고 계신데 어떤 종교든 무슨 상관이냐, 마음을 모을수 있으면 되지, 그러시더군요.
오늘 바쁜 일 좀 빨리 마무리 하고 내일은 아이가 집에 없을 때 절에 잠시 다녀와야겠어요. 석가탄신일에 가서 등 달고는 이후로 못갔네요.
늘 뭔가를 깨우쳐주십니다.

혜덕화 2010-06-28 18:07   좋아요 0 | URL
어떤 종교를 가졌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종교를 통해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에게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청안 스님께서 항상 "how can I help you?"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수행하는 목적이라고 하시더군요.
형제가 모두 모여 밥 먹는 것, 참 소중한 인연임을 늘 모일때는 모르고 살았더군요. 동생과 좋은 시간 많이 보내기 바랍니다.
 

올 봄 내내 비가 오고 추워서, 백련암엔 이제 목련이 피어있고 철쭉은 봉오리만 맺혀 있다. 철쭉제로  절에서는 맛있는 쑥떡을 해 두었는데도 꽃이 피지 않아서 마당이 조용했다.  

 마음이 거울처럼 맑아지면 사물과 인과의 부침과 질곡을 비추되 따라가지는 않는다고 청안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절 하면서 그 말씀을 떠올렸다. 슬퍼하되 상하지 말고, 기쁜일에 즐거워하되 빠지지 말라던 서장의 한 구절도 떠올랐다. 

젊은 생목숨을 바닷물에 수장시키고 슬퍼하는 가족을 바라보는 4월은 내내 참담하고 우울했다.  세상엔 지치도록 슬프고 아픈 사람이 많은데, 햇살이  이렇게  아름답고 따뜻할 수 있나, 믿을 수 없는 오월이 오고 꽃들은 지천으로 피어 삶의 무상함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갈 수록 할 말도 없고, 들을 말도 없고 읽고 싶은 책도 없고 그냥 가만히 물 흐르듯 일상을 보냈다. 

 부엌 살림을 한 번 더 정리하고, 옷장을 정리하고, 듣고 싶은 강의를 듣고 새벽마다 일어나서 백팔배를 하고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 하루를 보낸다.  

사월이 겨우겨우 지나갔다. 

가끔씩 동생을 생각하며 남몰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거실에 걸린 "無一物"이라는 글자의 의미를 법정 스님의 글에서 다시 찾으면서 보낸 사월. 

그리고 오월이다. 

신문엔 구제역과 선거와 사대강 이야기로 아우성이지만 철쭉이 피고 바람이 부드러워지고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오월에 조카는 군입대를 했다. 

함께 입대한 모든 우리 아들들이 무사히 부모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내내 백련암 햇살과 바람이 함께 해주어 감사한 삼천배였다. 

나무 관세음보살.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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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0-05-1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혜덕화님. 잘 지내시나요?
전 며칠전 다니는 절에 가서 1년연등 달고왔어요. 제겐 여전히 3천배는 커녕, 108배도 힘겹습니다. 불심의 문제일까요? 체력의 문제일까요? ^^

혜덕화 2010-05-11 20:0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야클님.
아기는 잘 자라고 있지요?
휴일에 아기 하루 보는 것이 삼천배 못지 않은 체력을 요한답니다.^^
아기와 아내에게 부처님 같은 사랑으로 대한다면, 굳이 절에 갈 필요도 없겠지요. 아기에게도 님의 가정에도 무량대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_()_
 

부모님을 모시고 쑥을 캐러 갔다. 

배넷골에 5월이면 산딸기를 사러 가는데, 가죽잎이 나왔나 보기도 할 겸 물금을 지나 언양쪽으로 넘어갔다. 

물금을 넘어서는 순간, 낙동강 유역에 그 많던 채소밭과 모래감자 밭이 모두 다 파헤쳐져 사라지고 없었다. 

신문에서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사진을 보기는 했지만, 자주 지나다니면서 보던 풍경을 이렇게 순식간에 삭막하게 바꾸어 놓은 것을 만나는 것은  충격이었다.  

인간의 어리석음과 오만이 어디까지일까.  

 

법정 스님 다비식이 시작될 때, 이미 혼은 떠나고 없을 스님의 죽은 몸에도 

" 불 들어 갑니다." 외치며 불을 당겼는데 어쩌자고 우리는 멀쩡하게 살아있는 강에게 이런 고함의 소리조차 없이 황폐한 시신을 만들어버리는 것인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인 효과"가 산 목숨을 불지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그 산 목숨을 태워서 얻고자 하는 것이 과연 그만큼의 의미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비가 많이 내리고 어둡던 봄, 

비가 그치자 이틀만에 벚꽃이 만개해서 온세상을 하얗게 아름답게 나부끼게 한다. 

스님 법문에, 내가 다 하지 못한 말은 피어나는 꽃에게서 들으라던 말씀이 생각난다. 

꽃에게서 듣는 법문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삶을 꾸려가는 우리의 무지가 빚어내는 하루하루의 촌극을 보고 있자면 우리의 무지와 어두움이 태산처럼 무겁다. 

물 속에 자식을 묻어 두고, 죽음의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일상을 꾸려가는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봄은 찬란하게 꽃으로 제 몸을 열어보이는데 

우리는 무엇이 그리 가릴 것이 많아서, 알맹이 없는 뉴스를 보고 또 보고 

사람이 간섭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잘 흘러흘러 우리를 먹여살리던 강과 산하를  

천안함처럼 이렇게 댕강 잘라내어야 하는 것이지

경제에도 거시적인 문화에도 문외한인 나는 정말 모르겠다.  

 

"스님, 불 들어갑니다."

외치던 소리만 쟁쟁하게 가슴에 남아 

불 들어갑니다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수장되고 잘라진 무수한 죽음들이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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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5-04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일 없으시죠?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놀러 왔다가 안부 인사 남기고 갑니다.

혜덕화 2010-05-10 18:4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후애님.
어째서 사는 일은 갈수록 익숙해지기 보다는 낯설고 바빠지는 것인지
알라딘에 마음 놓고 접속해 있기도 쉽지않은 세월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_()_
 

바닷가의 조약돌을 그토록 예쁘게 만드는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결인 것을. 

-법정스님 무소유 중에서- 

어제 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이희재의 세상수첩'에서 인용한 이 글귀를 보았다.  

저녁 뉴스에서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책을 소유하려는 열기가 뜨거워서 비싼 값에 팔린다는 소식도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제나 본질을 보지 않고 그림자를 본다. 

나는 다행히 시숙이 이 책을 가지고 계시다고 해서 빌려 볼 수는 있지만, 빌려볼 수도 없는 사람 입장이 되면 꼭 저렇게 갖고 싶어지는 것일까 알 수 없다.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열망, 책을 소유한다고 그 분이 남긴 정신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어젯밤 '감산자전'을  읽다가 이 글귀를 만났다. 

" 사물에는 욕망할 만한 것이 없지만, 사람이 그것을 욕망하므로 욕망할 만한 것이 된다. 욕망은 애착에서 생기는데, 애착하면 반드시 가지게 되고, 가지면 반드시 그것에 빠져들며, 빠져들면 반드시 이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성을 잃으면 자기는 작고 사물은 크며, 생명은 가법고 사물은 중요하며, 사람은 없고 물건만 남게 된다. 옛날 삶을 휼륭하게 산 사람들은 사물을 섬기지 않았으므로 욕망함이 없었다. 비록 온갖 것이 눈앞에 벌어져 있다 해도 마치 서시가 사슴에게 색을 파는 것과 같아서 전혀 동요가 없을 것이다."   

 

올케랑 조카랑 친정 부모님이랑 봄 나들이. 

쑥도 캐고 냉이도 캐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날씨가 좋아서 봄 햇살이 주는 은총을 온 몸으로 느끼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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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무소유]의 소유 욕망
    from 뻥 Magazine 2010-03-22 13:07 
    법정스님 입적 후 <일기일회>와 <내가 사랑한 책들> 두 권을 구입해서 모두 열 권의 '법정스님 컬렉션'을 만들었다  법정스님의 <무소유>가 '소유의 잔칫상'에 올랐나보다. 주요 포탈 일간지에 오르는 기사 제목들은 '무소유'의 위력을 반증한다. <무소유> 부르는 게 값, <무소유>의 소유 열기, <무소유> 소유하기 등 법정 스님 입적 후 <무소유&g
 
 
hnine 2010-03-2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햇살도 자연이 주는 은총, 맞지요. 오랜만에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다니 저도 덩달아 푸근해져요.

글샘 2010-03-21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 참 어리석죠. 달을 보라면 손가락만 보고...
무소유를 소유하려는 바보들... ㅎㅎㅎ 스님이 헐~ 하실 노릇입니다.
저는 91년판 범우문고가 한 권 있네요. ^^

혜덕화 2010-03-22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글샘님, 파란 여우님.
비가 잦은 봄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그림들도, 비오고 흐리고 맑은 날처럼 모두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이겠지요. 소유에 대한 욕망만을 안고 달려가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비가 영원히 올 수는 없는 것, 욕망이 개이고 가끔씩 반짝하는 본질을 보는 날이 오겠지요. 그것 또한 어리석은 눈엔 일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