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온 산을 감싸고 있어 가까이 선 나무도 흐릿한 백련암, 

하루 종일 굵은 빗줄기와 안개비가 오락가락했다.

법당 안으로 불어오는 안개비가 온 몸을 칭칭 감아대고, 비와 땀에 젖은 옷과 몸은 천 근 만 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도 따라간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죽고 싶다’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심장이나 피돌기가 멈추어 버린다면.......
마음이 원해도 몸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몸의 우직함과 단순함에서 마음의 경박함과 날렵함이 한 수 배우는 순간.

마음도 몸처럼 한 가지 동작에 한 가지 마음만 내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직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살기도 하지만 스스로 화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은,  화가 나는 순간, 이 마음이 곧 사라질 것이란 것을 알기에 몸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심호흡 다섯 번이면 사라지지 않는 화가 없다는 것을 절을 하면서 몸에게서 배운 미덕이다.

당장 그만두고 법당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을 몸의 단순 우직함에 맞추는 일. 미친 듯 날 뛰는 마음과 영리한 이성이 하지 못하는 일을 몸을 통해 배우는 일.  

삼천배가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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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6-2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삼천배 하셨군요.
심호흡 다섯 번이면 사라진다는 그 말씀 맞아요. 저도 그래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혜덕화 2010-06-27 20:12   좋아요 0 | URL
사는 일이 어쩌면 이렇게도 자꾸 빨라지는지, 그 흐름을 잠시 멈추어 두는 날이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입니다.
호흡만 잘 살펴도 알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어렵게 배우고 있으니......^^
반가워요.

라로 2010-06-2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생부터 엉망이었던거 같아요,,,,,

혜덕화 2010-06-27 20:24   좋아요 0 | URL
나비님, 다정다감한 카드를 만들어주는 남편과 함께 살면서 전생부터 엉망이었단 말씀을 하시면 안되죠.^^
저야말로 전생부터 엉망이라 남들은 그냥 아는 사실을 몸이 부서져라 절하면서 배워가는게 아닌가 합니다.
고마워요. 방학하면 서재 자주 들를게요.^^

hnine 2010-06-28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친정에 갔을 때 어머니께서 저희 형제들을 앉혀 놓으시고 기도하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답니다. 종교를 가지고 늘 기도하는 자세로 살아나가면 이 세상 살면서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은 일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요. 제 아래 여동생은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제 어머니는 절에 열심히 다니고 계신데 어떤 종교든 무슨 상관이냐, 마음을 모을수 있으면 되지, 그러시더군요.
오늘 바쁜 일 좀 빨리 마무리 하고 내일은 아이가 집에 없을 때 절에 잠시 다녀와야겠어요. 석가탄신일에 가서 등 달고는 이후로 못갔네요.
늘 뭔가를 깨우쳐주십니다.

혜덕화 2010-06-28 18:07   좋아요 0 | URL
어떤 종교를 가졌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종교를 통해서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에게도 힘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지요.
청안 스님께서 항상 "how can I help you?"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수행하는 목적이라고 하시더군요.
형제가 모두 모여 밥 먹는 것, 참 소중한 인연임을 늘 모일때는 모르고 살았더군요. 동생과 좋은 시간 많이 보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