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온 산을 감싸고 있어 가까이 선 나무도 흐릿한 백련암,
하루 종일 굵은 빗줄기와 안개비가 오락가락했다.
법당 안으로 불어오는 안개비가 온 몸을 칭칭 감아대고, 비와 땀에 젖은 옷과 몸은 천 근 만 근.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몸도 따라간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어 있을까?
‘죽고 싶다’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심장이나 피돌기가 멈추어 버린다면.......
마음이 원해도 몸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싶다.
몸의 우직함과 단순함에서 마음의 경박함과 날렵함이 한 수 배우는 순간.
마음도 몸처럼 한 가지 동작에 한 가지 마음만 내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아직도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며 살기도 하지만 스스로 화의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은, 화가 나는 순간, 이 마음이 곧 사라질 것이란 것을 알기에 몸이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를 참는 것이 아니라 정말 심호흡 다섯 번이면 사라지지 않는 화가 없다는 것을 절을 하면서 몸에게서 배운 미덕이다.
당장 그만두고 법당을 뛰쳐나오고 싶은 마음을 몸의 단순 우직함에 맞추는 일. 미친 듯 날 뛰는 마음과 영리한 이성이 하지 못하는 일을 몸을 통해 배우는 일.
삼천배가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