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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노래
비노바 바베 지음, 김문호 옮김 / 실천문학사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세 번째 읽는다.
마치 김재웅 법사님의 금강경에 대한 글을 읽는 듯 하다.
일상의 모든 행위를 부처님께 바치면서 행하라는 말과
일상의 모든 평범한 행위를 신께 바치는 기도로 행하라는 말이 겹쳐진다.
머무는 바 없이 행하라는 말도
기도와 행위의 결과, 즉 열매를 가지려고 하지 말라는 말과 겹친다.
결국 모든 위대한 종교는 나를 위한 열매를 구하는 기도에서 시작해서, 열매에 집착하지 않는 단계까지 나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싶다.
나의 고통에서 시작해서,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하는 마음.
나의 행복을 바라는 기도에서,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무량심 기도와 맞닿아있다.
비노나 바베가 어린 시절 거지를 보고 어머니에게 물었다.
"이 거지는 정정하고 건강해요. 우리가 그에게 자선을 베푼다면 게으름과 나쁜 습관만 길러주게 되는 거예요."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구걸을 하러 오는 사람이 적선을 받기에 합당한지 아닌지를 판단할 자격이 너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이런 저런 질문들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구나. 나에게는 그 사람이 신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문제일 경우에는 나는 합당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 자신의 배를 채우는 일이 될 때에는 합당한가 아닌가에 대한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p223
요즘 나는 아이 하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화를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시도때도 없이 소리 지르고 울고 짜증 내고 아이들과 다투고 교실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린다.
5월 삼천배 이후, 새벽에 하는 108배에서 그 아이만 따로 떼어서 기도하던 말을 멈추었다.
"우리반 00이가 아이들과 다투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자리이타하는 존재가 되기를 바랍니다." 하던 기도에 그 아이에 대한 나의 분별심이 들어 있었다.
삼천배 이후 내내 마음에 머물던 소리. 거룩한 침묵을 생각하고 자고 일어나서 인지 나도 모르게 월요일에 기도하는 말이 바뀌어져 있었다.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행복의 씨를 심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고통의 씨를 심지 않기를 발원합니다.
모든 존재가 멀고 가까움, 좋고 싫고를 떠나서 평등심에 머물기를 발원합니다."
내가 먼저 평등심을 가져야겠구나.
올 한 해 하루하루가 수행이 되기를...
고요한 일요일 아침, 마음에 에너지를 주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여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