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찍 출근하는 날엔 선암사에 들른다.
한 달 전 쯤 우연히 배가 고픈듯 우는 고양이를 만났다.
가방 안을 뒤져도 아무 것도 먹을 것이 없어서 그 날 이후로 핸드백에 <천하장사>를 하나 사서 넣어 다녔다.
한 달 가량 그렇게 넣어 다녀도 만날 수가 없어서 , 다른 데로 갔나보다 했는데 지난 주 월요일에 다시 만났다. 그런데 포동포동 살 찐 새끼가 3마리 옆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새끼들은 털도 윤이 나고 활발하게 장난을 치는데, 어미는 뼈만 앙상했다.
반가운 마음에 가방에 든 소시지를 주었더니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도 아쉬운 듯 울어서 마음이 아팠다.
새끼들은 사람을 경계하는 지 아예 옆에 오지도 않는데, 어미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았다.
다음날, 소시지를 좀 더 넣어서 선암사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혹시 못만나면 어쩌나 했는데, 어제 먹이 준 자리에 기다린 듯이 있다가 나를 보더니 가까이 오는 것이 아닌가.
수요일은 비가 많이와서 못만나고, 어제까지 4번 만났다.
어젠 더 맛있는 거 줄 거라고 치즈가 섞인 햄토리를 사 갔는데, 의외로 처음엔 먹지 않으려고 했다.
나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아줌마는 방학하면 이 시간에 못 와. 그러니 너도 절 주변에서 살려면, 입맛에 맞지 않아도 공양간 음식에 길들어야 해. 공양간의 채식이라도 먹어야지 새끼 키우고 살지."
뼈만 앙상한 어미를 보면서, 주름 깊은 부모님과 시어머니와 세상의 모든 부모님을 생각했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배고픈 고양이를 먹이면 되지, 거기에 부모의 모습을 연상한 것은 내 생각일 뿐이다.
내 생각에 내가 또 걸려 넘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