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3
김선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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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지금 여기에서
오직 한 걸음씩 - om의 녹턴 중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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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들 토라 시리즈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 지음, 박진희 옮김 / 황소자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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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처음 읽은 아이슬란드 작가의 소설.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결말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은 있다.

북유럽인의 pc함이랄까 여하튼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가져야 할 모든 선량함과 정의감은 토라에게는 충분한데.

이게 또 지루할수 있는 부분이고, 역시 결함이 없는 캐릭터는 매력이 없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루하게 읽히고 반면 내던져 버리기엔 결말이 너무 궁금했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기사를 읽다보니 왠지 남자의 시신인 듯한 인상을 받았어. 상황을 서술하는 방식이 그렇더라고. 아무리 21세기라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여자들에 관해서는 다르게 글을 쓰지. 기사에서 어딘가 좀 더 조심스러워 하는 느낌이 들었달까. - 188

2017.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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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의 번역수첩 - 1974~2014
김화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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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언어의 세계를 내가 믿고 의지해 읽어 나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번역이라는 작업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여기는 것과는 또 별개로 때때로 나의 오독과 몰이해를 번역의 탓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니 참 간사한 것.

이번에 이방인에 대해 좀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어 겸사겸사 ‘미리 사두었던’(ㅋㅋㅋㅋ 책은 쟁여두면 다 쓸모가 있는 것이다) 그간의 작업 후기를 엮어 낸 번역수첩을 읽었다.

카뮈에 대한 이해를 해보고자 읽었는데, 실비 제르맹의 작품이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얼마전 분노의 날들 사두었는데 후훗… 역시 쟁여두면 인연이 닿는다.

그야말로 1도 모르는 누군가의 책을 사두었는데, 다른 책을 읽다가 그 구매의 당위성을 얻는 기분. 일종의 면책일수도 있지만….



작가가 한 권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은얼굴도 모르는 남녀 군중들 속으로 종이로 된 수천 마리의 새를, 바싹 마르고 가벼운, 그리고 뜨거운 피에 굶주린 새떼를 날려보내는 것이다. 이 새들은 세상에 흩어진 독자들을 찾아간다. 이 새가 마침내 독자의 가슴에 내려앉으면 그의 체온과 꿈을 빨아들여 부풀어오른다. - 132, 미셸 투르니에의 독서론

놀랍게도 그 속에 내 글도 한 편 실려 있는 거예요. 아무리 봐도 내가 쓴 적이 없는 글이라 여간 의아하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바로 내가 독일 신문에 독일어로 쓴 바로 그 글을 누군가가 프랑스어로 번역한 것이었어요. 그런데도 그 글은 전혀 내 글이 아니더군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 이상한 번역을 원문과 대조해보니 한 군데도 ‘틀린 데’가 없더라는 점이에요. 문학 텍스트의 번역은 이처럼 그냥 틀리지만 않으면 되는 게 아녜요. - 140, 미셸 투르니에 대화 중

찬미할 줄 모르는 사람은 비참한 사람이다. 그와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정은 함께 찬미하는 가운데서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예술은 무엇보다 찬미의 한 방식이다. - 152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적어도 얼마간의 침묵이다. 고래고래 소리치는 사람들, 무엇보다도 ‘입담’좋은 리얼리스트들로부터 거리를 두고서, 예컨대 전기 불빛이 전혀 보이지 않는 시골 마을의 밤하늘 같은 것, 그 시끄러운 세상을 다 지나고도 거기에 아직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 같은 것이 내게는 필요하다. 적어도 잠시 동안만이라도. 이러한 마음 상태 속에서 생각해낸 것이 르 클레지오였다. - 192

어느 가을날 저녁 프라하의 구시가 골목으로 한 여자가 걸어간다. 심하게 다리를 전다. 그녀의 왼쪽 다리는 오른쪽 다리보다 훨씬 짧다. 그녀가 다리를 쩔뚝거리는 것은 두 세계 사이를 번갈아 딛고 가기 때문이다. 여자는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 현재의 세계와 과거의 세계, 살과 숨의 세계와 먼지와 침묵의 세계 사이에서 끝없이 다리를 쩔뚝거리고 있다. 그 여자는 하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 사이를 오간다. 사라진 자들과 살아 있는 자들의 것이 한데 섞인 눈물의 남모르는 밀사가 되어. 그 여자는 존재하지 않는 침묵 위에 한 발을 디딘 다음 다른 한 발은 언어의 세계로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그래서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우리 독자들의 마음도 심하게 다리를 전다. - 341, 실비 제르맹, 프라하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번역 후기 중


2017.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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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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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바깥은 여름이라는 계절.

언제나 얼마만큼의 기대가 있고 그것이 충족이 되는 이야기들.

온전한 자기의 것을 하나하나 성실하지만 더디게 채워가는 사람들에게 닥친 시련이 어떤 모양으로 자라는지 그리듯 보여주는 입동이 첫 이야기. 온몸이 두 팔이 후들후들 바들바들 떨린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나면 아무래도 한숨 크게 돌려야 할 수 밖에 없다.

비슷한 시대와 인물들의 고난과 갈등을 그린 다른 작가의 작품들보다 조금 덜 신랄한 점, 조금 더 톤 다운되는 차분함이 있다는 점.
그것이 호불호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나’의 불편함과 몰입의 차이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
취향의 측면에서 말한다면 김애란의 그런 점들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노찬성과 에반을 읽는다면 뭔가 더 안좋은 일이 닥칠지도 모르다는 불안감이 생기지만, 그 불안이 정점을 찍지는 않는다는 점이랄까. 독자인 나의 마음은 뭔가 안도랄까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그러면서 이렇게 끝인가? 라고 생각하는 모순.
결국 어쨌으면 좋겠다는 건지… 이래서 여러 작가의 책들을 찾아 읽는 거 아닌가 하는 결론으로.

결국 바깥은 여름은 이별을 감당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일까.

아이와 이별하는 부부, 에반을 떠나보내는 노찬성, 이수와 헤어지는 중인 도화, 사라져가는 언어들(과 언어사용자들), 여행을 떠나와서도 현실의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는 사람, 사랑스럽기만 하던 아이의 당혹스러운 성장을 목격한 엄마, 남편을 떠나 보낸 명지…

<입동>,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특히 좋았다.

장편 소식은 언제 쯤 들려올지 문득 궁금해진다.

아내에게는 정착의 사실뿐 아니라 실감이 필요한 듯했다. 쓸모와 필요로만 이뤄진 공간은 이제 물렸다는 듯, 못생긴 물건들과 사는 건 지쳤다는 듯. 아내는 물건에서 기능을 뺀 나머지를, 삶에서 생활을 뺀 나머지를 갖고 싶어했다. - 16, 입동

아내 말대로라면 ‘다 엉망이 되어버린’ 하루를. 가끔은 사람들이 ‘시간’이라 부르는 뭔가가 ‘빨리 감기’ 한 필름마냥 스쳐가는 기분이 들었다. 풍경이, 계절이, 세상이 우리만 빼고 자전하는 듯 한. 점점 그 폭을 좁혀 소용돌이를 만든 뒤 우리 가족을 삼키려는 것처럼 보였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이유도, 눈이 녹고 새순이 돋는 까닭도 모두 그 때문인 것 같았다. 시간이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편드는 듯했다. - 21, 입동

그가 눈감기 전 모습이 떠오른다. 감정을 가진 로봇처럼 기계음을 내며 몸을 떨던 검은 얼굴이 생각난다. 그가 “우어어, 흐어어”하고 웅얼댈 때 그것은 빙하가 무너지는 풍경과 비슷했다. 수백만년 이상 엄숙하고 엄연하게 존재하다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는 얼음의 표정과 흡사했다. 그것은 무척 고요하고 장엄했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였다. 뭐랄까, 세상에 아무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멸망, 침몰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그는 마지막에 온전한 문장 하나 완성 못하고 숨을 거뒀다. 그가 눈을 감자 세상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고요에 휩싸였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 143, 침묵의 미래

‘둘이 정상에 올랐나보다……’
조소인지 질투인지 모를 감정이 일었다.
‘등산이라니, 참 전형적으로 사신다.’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가을 풍경 속에 안긴 두 사람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쩐지 두 사람이, 좋은 일은 금방 지나가고,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으며, 온다 해도 지나치기 십상임을 아는 사람들 같아서였다. - 182, 풍경의 쓸모

겁이 많은 지용이가 마지막에 움켜쥔게 차가운 물이 아니라 권도경 선생님 손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여요. 이런 말씀 드리다니 너무 이기적이지요? 평생 감사드리는건 당연한 일이고, 평생 궁금해하면서 살겠습니다. 그때 권도경 선생님이 우리 지용이의 손을 잡아주신 마음에 대해 그 생각을 하면 그냥 눈물이 날 뿐, 저는 그게 뭔지 아직 잘 모르겠거든요. - 264,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하지 못한 말과 할 수 없는말
해선 안 될 말과 해야 할 말은
어느 날 인물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 작가의 말 중.

2017.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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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7-07-04 16: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저도 입동과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가 가장 좋았습니다.. ㅎㅎ

hellas 2017-07-04 16:41   좋아요 0 | URL
두 작품은 읽고나서 힘이 쭉빠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슬프지만 위로되는. :)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문학과지성 시인선 492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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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건 내 마음
고양이를 봐도 슬프고 비둘기를 봐도 슬프다
가게들도 슬프고 학교도 슬프다
나는 슬픈 마음을 짓뭉개려 걸음을 빨리한다
쿵쿵 걷는다
가로수와 담벼락 그늘 아래로만 걷다가
그늘이 끊어지면
내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그림자도 슬프다 - 그림자에 깃들어 중.

나도 살아 있다
우리를 오래 살리는,
권태와 허무보다 더
그냥 막막한 것들,
미안하지만 사랑보다 훨씬 더
무겁기만 무거운 것들이
있는 것이다 - 그 젊었던 날의 여름밤 중.

2017.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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