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인사를 했고 평생 함께할 거야
겸연 외 42인 지음 / 곰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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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고양이 만난 경험 자랑! 하기.
반려와 함께 하는 일이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우리가 한 약속을 지키는 일은 소중하다고 말하는 책.
43명의 반려인간의 고양이를 바라보는 얼굴과 표정과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사랑스러운 책이다.

-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구제했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 17

- 긴장했는지 가냘픈 소리로 자꾸 우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내가 이미 이 작고 연약한 생명과 인연을 맺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인사를 하면 서로 아는 사이가 된다. 우리는 이제 인사를 했고, 같이 집으로 돌아갈 거고, 평생 함께 할거야. 그런 결심을 했다. - 41

- 마음이 아프기 시작하면 망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 68

2020. F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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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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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를 하고 시작했지만, 역시 쿵하는 감정의 정지를 겪게 된다.
상대의 잠든 자세를 가만히 따라해보고, 아... 나를 바라보며 이 자세로 잠들었겠구나. 데칼코마니 처럼 닮은 자세로 자세를 잡아보는 그 조용한 장면이 계속 생각난다.

가족의 죽음을 겪어내며 죽음에 대해 삶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것 자체도 어쩌면 이미 이전에 수양이 되어 있었기에 가능할지 모른다. 죽음과 생에 대해 아무런 관점과 의지가 없다면 사유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생에 대해서는 케세라 세라의 마음으로 죽음에 대해서는 메멘토 모리의 마음으로.... 클리셰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살고 있는데, 막상 닥친 죽음과 죽음과 죽음에 나는 그다지 의연하지는 못했지만 내색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억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해놓고서도... 맞닥뜨리니 얼음처럼 굳어버렸다고 해야할까.

이 책은 1월에 읽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3월26일이고, 오늘은 내 고양이 에코가 떠난지 일년 된 날이다.
사랑해... 라고 생각하면 고양이별 우편배달부가 고양이한테 그 말을 전해준다는 만화를 마침 또 오늘 보았다.
에코 잘지내? 즐겁게 지내고 있었으면 좋겠어. 사랑해. 나중에 꼭 다시 만나.:):):)

- 슬픔이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그 사실을 믿지 않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 치욕스러움에 사무치는 때가 있다. 밥을 먹는게 치욕스러울 수도 있고 잠을 자는 게 끔찍할 때도 있다.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게 치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견뎌야 한다. 그 치욕을 견디고 살아가야 한다. 치욕을 견디고, 나아가 치욕의 힘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더 소중한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 치욕스럽다는 이유로 소중한 것을 더 읽어허는 안 된다. - 20

- 커다란 고통은 우리는 집어 삼키려 한다. 그러나 그 고통은 전에 없던 것이 아니다. 이미 누군가 겪은 고통이다. 또 다시 나에게 고통이 찾아온다면, 그와 같은 고통을 먼저 겪은 이들이 남긴 글을 읽을 것이다. 그 책에서 위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쓸 것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나는 여전히 그 말을 믿는다. - 53

- 돌이켜보니 나는 죽음과 함께 살아왔다. 어쩌면 죽음의 힘으로 살아 왔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약속한 이유는, 죽음의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안간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죽음과 마주칠지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지만 누군가는 내 곁을 떠날 것이다. 왜 죽음으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나는 또다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을 것이다. 죽음으로 인해서도 달라지지 못한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건 가당치도 않을 테니까. - 202

- 너만 두고 올 수 없어서
내 마음도 거기 두고 와야겠지.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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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인용하세요 문학과지성 시인선 534
김승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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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눈물의 방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이 언제 울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눈물의 방에서 살아가야 한다 - 눈물의 방 중

- 책에 써야지. 땅 속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종이에 쓰고보니 불필요했다. 그래서 지웠다 - 가장 좋은 목표 중

- 내가 너의 새를 사서 대신 날려주고 싶다 너는 남고 그 옆에 나도 남고 물가에 발을 담그면 죽이고 싶다는 생각과 죽고 싶다는 생각보다 같이 있단 생각이 먼저 들겠지 - 종로 육가 중

- 회상은 늙은이들이나 하는 것이고, 망각은 탐미주의자나 하는 것이다 - 에필로그 중

2020. J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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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도둑맞은 가난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11
박완서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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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파괴된 가족.
오죽하면 전쟁 전에 죽어버린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될 지경. 바스라진 내면을 제대로 하소연 할 곳 없이 생존을 위해 정신을 다잡은 딸이라는 무게가 제대로 느껴진다.

시대를 통찰할 뿐 아니라 인생역시 통찰하는 작가.
전율이 오는 대목들에서 멈칫거리는 생각들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시련의 시대에는 깊은 내상을 입는 사람이 여성이기가 얼마나 쉬운지.

아닌 척, 모른 척 한다 한들. 사실이 그렇다.

- 가슴 밑 명치께가 요사이 늘 그렇듯이 체중 비슷한 거북함으로 보깨기 시작했다. 나는 엎드린 채 그 밑에 베개를 괴고 지그시 눌렀다. 난 알고 있었다. 그 속에서 사랑하고픈 마음이 얼마나 세차게 꿈틀대고 있는지를. 그러나 도대체 누구를 덩달아, 누구를, 무엇을 좋아할 수 있을 것인가? - 16

- 엄마, 우린 아직 살아 있어요. 살아 있는건 변화하게 마련 아녜요. 우리도 최소한 살아 있다는 증거로라도 무슨 변화가 좀 있어얄게 아녜요?
왜? 이대로도 우린 살아 있는데.
변화는 생기를 줘요, 엄마. 난 생기에 굶주리고 있어요. 엄마가 밥을 만두로 바꿔만 줬더라도...... 그건 엄마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일이잖아요. 그런 쉽고 작은 일이 딸에게 싱싱한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걸 엄만 왜 몰라요?
어머니의 부연 시선이 아무런 뜻도 지니지 않은 채 나를 보는지 내 어깨너머로 윗목의 장롱을 보는지 초점없이 한군데 머물러 있었다. 나는 이내 그녀가 다만 나에게 잡힌 그녀의 치맛자락을 놔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란 걸 알아차렸다. 그리고 또한 내 바람이 완강하게 거부당하고 있음도, 그 거부 앞에 내가 얼마나 무력한가도 알아차렸다. 나는 치맛자락을 놓으면서 맥없이 지껄였다.
줄창 그러자는게 아니에요. 네, 엄마, 때때로, 아주 때때로 만이라도...... - 98

- 나는 늘 두 죽음을 억울하고 원통한 것으로 생각해왔는데 그 생각조차 바뀌어갔다. 정말로 억울한 것은 죽은 그들이 아니라 그 죽음을 목도해야 했던 나일지도 모른다 싶었다. 그 나이에,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가장 반짝거리고 향기로운 시기에 그런 것을, 그 끔찍한 것을 보았다니, 그리고 그것을 소리도 없이 삼켜야 했다니! 정말이지 정말이지 억울한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나인 것이다. 나는 그들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삼킴 죽음을 토해 내고 싶었다. 그 무렵 나는 낯선 길모퉁이 초상집에서 들리는 곡성에도 황홀해져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오래 서성대기가 일쑤였다. 저들은 목이 쉬도록 곡을 함으로써, 엄살을 떪으로써, 그들이 겪은 죽음으로부터 놓여나리라. 나에겐 곡성이 마치 자유의 노래였다. - 324, 부처님 근처 중

- 나는 그것들을 다시 수습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내 방에는 이미 가난조차 없었다. 나는 상훈이가 가난을 훔쳐갔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다. 나는 분해서 이를 부드득 갈았다. 그러나 내 가난을, 내 가난의 의미를 무슨 수로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아흔아홉냥 가진놈이 한 냥을 탐내는 성미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 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 한다는 건 미쳐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나는 쓰레기더미에 쓰레기를 더하듯이 내 방 속에, 무의미한 황폐의 한가운데 몸을 던지고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 - 442, 도둑맞은 가난 중


2020.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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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스티븐 킹 걸작선 1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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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한 줌의 힘이 된 것은 폴의 작가로서의 자아 때문일 것이다.
철옹성같은 비이성의 괴물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포기하고 말아버릴 순간에도 창작에 대한 욕구, 열망이 있었기에 말이다.
애니의 전사는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약간 인간적인 호기심이 생기는데, 고립된 환경과 메말랐던 정서적 상황이 그런 인물을 만들어 낸 것일 뿐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읽은 지 한참이 지나 독후감을 남기지만, 책을 조금만 들춰봐도 폴의 고통이 훤히 드러나서 두번 보기는 괴로운 책이다.
남은 일생을 애니라는 괴물의 기억과 함께 해나가야 할 예민한 감성의 작가에 대한 무한한 안쓰러움이 밀려왔다.

- 처음으로 폴 셸던의 마음 속에 너무나 또렷한 생각이 떠올랐다. ‘큰일 났다. 이 여자는 제 정신이 아니야!‘ - 33

- 글쓰기가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고통이 작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 것이다. - 몽테뉴

- ˝진작 타자기를 바꿔 줬어야 하는 건데.˝
애니는 정말로 미안해하는 기색이었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폴은 가끔씩 찾아오는 그런 순간이 어느 때보다도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어린 시절에 올바른 교육 환경에서 자랐거나 몸속에 자리잡은 얄궂고도 작은 내분비선들이 뿜어 댄 신경물질들이 조금이라도 덜 해로운 것이었더라면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여인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었다. 환경도 좋고 해로운 신경 물질도 덜했더라면. - 511

- 위크스는 잠시 말을 멈추고 자기가 느끼는 상반된 감정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공포와 연민과 슬픔과 혐오감. 그 중에서도 가장 절절히 느낀 감정은 경이롭다고까지 할 만한 놀라움이었다. 이렇게까지 심한 몰골로 망가진 남자가 여태 살아남을 수 있었다니. 위크스는 자신의 심정을 정확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 사람이 우리를 보더니만 울기 시작했어.˝
그는 말하고나서 뒷말을 조금 덧붙였다.
˝그는 나를 보고 계속 다윗이라고 부르더군. 왜 그랫는지는 나도 모르지만.˝ - 543

2019.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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