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오 크뢰거 / 트리스탄 /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
토마스 만 지음, 안삼환 외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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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독서를 시작했다가 그만둔 적 있는 책이다.

아마 지루해서였겠지?

이번엔 토마스 만의 작품들을 좀 읽어봐야 겠다는 나름의 목표가 있어 생각보다 수월했다.

구체적으론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읽기 위해서 였다.

전체적인 구식의 냄새, 시간의 흐름이 요즘과는 사뭇 다를 시대의 사색이랄까.

어쩌면 전심전력을 다하는 그 시대의 의식의 흐름이 이전의 실패했던 독서에서와는 달리 조금 느껴졌다.



현존하는 거의 모든 위대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 베니스에서의 죽음 중.


그러나 토니오 크뢰거는, 변치 않는 마음이란 이 지상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환멸감에 가득 찬 채, 그 불 꺼진 제단 앞에 아직도 한동안 서 있었다. 이윽고 그는 양 어깨를 한번 으쓱 하고는 자기 갈 길을 갔다. - 34

그의 말을 빌리면, 이미 오래전부터 자기의 유일한 생활 신조로 삼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차피 천상의 담당 감독으로부터 깊은 배려 없이 아무렇게나 상연되는 연극과도 같은 이 풍진 세상은 회의도, 주저도 없이 그저 마음껏 향락할 일이며, 그러고 나서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그렇게 하지 말걸 그랬나?’하고 자문하면 된다는 것이다. - 189

그가 스스로 인정하는 바에 따르면 그것은 탈출하고자 하는 충동이었다. 미지의 새로움을 동경하고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하면서 모든 짐을 덜고 모든 걸 망각하고자 하는 충동 - 그건 곧 작품에서, 경직되고 냉정하며 고통스럽기까지 한 일상의 작업장소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충동이었다. - 423



2017.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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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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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여의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

특유의 알싸한 불편함과 체념, 그럼에도 존재하는 유머가 있는 글들.

오직 두 사람, 최은지와 박인수가 특히 좋았다.

아무 소용이 없는 줄 알면서도 매일 전단지를 돌린 것처럼, 남들이 보기엔 아무 희망도 없는 부부관계에서 그는 삶을 지탱할 최소한의 에너지를 쥐어짜내고 있었다. 그에게 미라는 카라반의 낙타와도 같은 존재였다. 목표와 희망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었다. 말을 못해도 돼. 웃지 않아도 좋아. 그저 살아만 있어다오. 이 사막을 건널 때까지. 그래도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이 끔찍한 모래지옥을 함께 지나가겠는가. - 71, 아이를 찾습니다

깊은 상실감 속에서도 애써 밝은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세상에 많을 것이다. 팩트 따윈 모르겠다. 그냥 그들을 느낀다. 그들이 내 안에 있고 나도 그들 안에 있다. - 작가의 말 중.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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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과 함께 읽는 나쓰메 소세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6
강상중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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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쉽게 소세키의 생애가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었는지 설명하는 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3,4 권 정도 읽었는데 현암사 전집을 들이고 나니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읽어보았다.

매우 도움이 된다.

이미 읽은 작품의 이해도도 높아졌다.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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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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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마음이 습할 때는 이 책을 읽지 않는 편이 좋다.

착오와 실수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사람들, 슬쩍 다가온 불행을 그저 받아들이는 일 외엔 할 수 있는게 없는 불운한 인간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헛헛해져가는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역시 술 뿐이라서.

그런 변명으로 술잔을 기울이는 나에게 ‘이보쇼‘ 나 ‘어이 거기‘가 아닌 ‘안녕 주정뱅이‘라고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아서.

‘산다는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가 첫 문장인 이 책이 그냥 막 마음을 헤집어 놓아서.

결핍이 축적되어 결국 죽음으로 완성되는 두 개의 인생이 묘한 여운을 주어서.

분명 마이너스를 계속 누르는 계산을 했는데 그저 0일 뿐인 결과물이라는게 이 책에서 그려내는 인생인 것 같아서.

급속도로 나쁜 사람이 되어간다는 처량한 대사가 남의 얘기 같지 않아서.

천박하게 타인의 인생을 재단하지 않겠다는 무력한 다짐이 언젠가 나의 다짐 같아서.

그냥이 어딨냐고 말하는 나와 그래도 그냥이라고 말하는 나를 목격할 수 있어서.

견딜 수 없어서, 이해할 순 없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서.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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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05-30 0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ellas 님이 별 다섯개 주신 건 저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외롭고 마음이 습할 땐 읽지 않는게 좋다고 하셨지만 ...

hellas 2017-05-30 13:18   좋아요 0 | URL
아닌데 다섯개 몇번 있었어요 ㅋㅋ ㅡㅡa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 :):)
 
자코메티의 아틀리에
장 주네 지음, 윤정임 옮김 / 열화당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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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필요한 때라서.

부담없는 볼륨이라서.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은 소멸해 버린 세대에 속한 느낌, 숱한 시간과 밤이 지혜롭게 갈고 닦아 부식시킨 후 부드럽고도 견고한 영원성의 기운을 담아 우리 앞에 내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마에서 아주 뜨거운 열로 구워낸 후에도 잔여물이 남듯이, 그의 조각상들은 활활 타오르던 불꽃이 사그라진 후에도 그 자리에 남을 것이다. - 30

조각상들은 단지, 마치 저 끝으로 밀려난 수평선의 밑바닥 아주 먼 곳에 있었던 것 처럼 당신들에게 다가올 뿐 아니라, 당신들이 어느 자리에 있든 간에, 스스로의 위치를 조정해 당신들이 저 아래 낮은 쪽에 있도록 한다. 조각상들은 수평선이 밀려난 아주 멀리 떨어진 높은 곳에 있고, 당신들은 둔덕의 발치에 있는 것이다. 조각상들은 당신들을 만나러 서둘러 다가오고 당신들을 앞질러 가버린다. - 45

자코메티는 동시대 사람들이나 다가올 미래의 세대를 위해 작업하지 않는다. 그는 결국 죽은 자들의 넋을 사로잡을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 58

2017.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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