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은 나무 7은 돌고래 민음의 시 55
박상순 지음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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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적인 시들.
시인 이상이 조금 연상되었다.

독서는 명확히 개인적인 일이므로 철저히 나에 입각해 시어와 싯구에 나만의 감상과 해석을 얹게 된다.
그게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인지 현실감은 최소화한 느낌이어서
시에서조차 현실적인 면을 찾는 것이 해석에 편리한 나는 거리감이 있는 시들.

- 오늘도 나는 썩어 가는 내 몸속에 갇혀 나의 우상을 만날 것이다. 내가 웅크린 만큼 나의 우상은 나를 가둔 나의 몸을 더 깊게 파헤치며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ㅏ. 지금 나의 우상이 나에게 다가올 준비를 하고 있다. 낸 몸을 파헤치며 통로를 만들고 있다. - 나는 더럽게 존재한다 중

- 나는 상자 속에 누워
꽃 피는 소리를 들었다 - 세 개의 귀를 가진 나 중

- 어디에도 내가 없는
내 꿈속에도 내가 없는
나의 꿈 - 내가 없는 나의 꿈 중

2024. dec.

#6은나무7은돌고래 #박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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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11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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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하고 허무함이 가득한 시선.

남아 있는 생이 지리멸렬하지만 작게 불어오는 바람에 문득 생을 작게 조금 기뻐하는 그런 시라고 늘 생각한다.

좋아하는 시인이다.

- 아름다운 선 하나에
고개 숙이는 날이 있다. - 시인의 말

- 알약들처럼 빗방울이 성긴 저녁. 용케 젖지 않은 자들의 안도 속에 하루가 접히고 있었다 - 삽화 중

- 몰락은 사족 없이도 눈부시다. 내밀한 서사가 창자밀려 나오듯 밀려 나와 있는 몰락은 눈부시다. 미리 약속하지 않았으므로 몰락은 눈부시다. - 몰락의 아름다움 중

< 후회에 대해 적다 >

"혼자 아프니까 서럽다"는 낡은 문자를 받고, 남은 술을 벌컥이다가 덜 자란 개들의 주검이 널려 있는 추적추적한 거리를 걸었다. 위성도시 5일장은 비릿했다.

떠올려보면 세월은 더디게 갔다. 지금은 사라진 하숙촌에서 나비 떼 같은 사랑을 했었고, 누군가의 얼굴이 자동차 앞 유리창에 가득할 때도 그게 끝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아득해지지 않았으니 세월은 너무 더디다.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거지

아득해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 스스로 가해자가 되어 문자로 답을 보냈다. 지금에 와서 나를 울린건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었을 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를 피해 은하열차처럼 환한 전철 속으로 뛰어들었고.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바짓단이 다 젖도록 거리에 서 있었다.
(전문)

- 나의 소혹성에서 그런 날들은 다른 날과 같았다. 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생은 그저 가끔씩 끔찍하고, 아주 자주 평범하다는 것을. - 나의 마다가스카르 3 중

- 도망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은
원래 없었다.
아주 느린 속도로
기억은 말라가고
인광처럼
시간은 가끔 반짝였을 뿐이다. - 미이라 2 중

- 말로 꺼내지 못한 신념들이 타들어가던 시간. 봄날은커녕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던 시간. 남지도 사라지지도 못한 내 탓이라고 치자. 하여튼 타인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 계급이다. - 좌표 평면 중

- 알면서도 다 알면서도 잔해를 남겼다. 후회한다. 돌아가고 싶다. 내가 짓고 내가 허물었던 것들에게. - 무념무상 2 중

- 허연의 시에서 부고는 죽음을 과거형으로 박제하는 말이 아니라, 서서히 죽어가는 일의 소식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따라서 부고로서 쓰이는 시는 죽어가는 일에 대한 시며, 그렇기 때문에 생생한 삶에 대한 시고, 궁극에는 미지를 탐구하는 시이기도 하다. - 해설 중

2024. dec.

#내가원하는천사 #허연 #문학과지성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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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 쇼팽의 삶과 작품을 총망라한 가이드북 피아노 작품 해설 시리즈 1
고사카 유코 지음, 박선영 옮김 / 음악세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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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쇼팽의 전작을 책을 읽으며 한번 쭉 들어보는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도 음악을 들으며 쇼팽을 돌아보는 '렉처 콘서트'를 계기로 그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음악 활동을 위해 조국을 떠났지만 항상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동시대에 같은 지역에 모인 수많은 예술가들과의 교류도 그 당시의 문화적 풍성함을 엿볼 수 있고...
쇼팽 음악의 섬세함에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상당히 예민한 감각의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자신이 편한 공간에서만 연주활동을 했고, 대중과 직접 결합하지 못했던 점이 그래서였던 듯.

그리고 어느 음악가와도 비교할 수 없게 전 생애에 걸쳐 여성에게 의지한 삶을 산 사람이라는 생각도...
그래서 조르주 상드, 제인 스털링, 동생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누나, 신분이 보장된 우아한 제자들의 의미를 지울 수 없는 삶.

피아노 해설서지만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는 글.
나폴레옹은 굳이 법으로까지 여성은 출산에 존재가치가 있다고 '정의'해 놓은 시대였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 솔랑주는 1899년 파리에서 숨을 거두기 3년 전쯤 있었던 쇼팽에 대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영혼, 기적적인 단 하나의 재능, 상냥하고 참을성도 강하며, 유머 센스도 넘쳤다. 그의 행동은 완벽했고, 사랑스러운 마음의 소유자였다. 밝고, 완곡한 역설을 입에 담고, 모든 면에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관대했다. 그의 음악과 함께 자라면서 하늘에서 내려온 마법은 그야말로 감미로워서 그것이 나의 행복한 어린 시절의 기억이 되었다. 첫 만남은 마조르카 섬으로 향하기 위해 들린 페르피냥에서로, 그 땐 우리 가족 사이에 들어온 침입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그러한 반감을 시간을 들여가며 풀어주었고, 상드가 마음속으로 차별한 아들과 딸의 일그러진 균형을 바로잡아주었다. 침착성 없는 나에게 항상 다정했고, 그리고 칭찬해 주었다. " - 270

- 쇼팽 탄생 200주년을 앞둔 2009년 3월 1일, 필자는 작품 번호 순서대로 악곡 해설을 진행하면서 그 시대의 쇼팽을 이야기하고 해당 작품을 모두 실제 연주로 듣는 '렉처 콘서트'를 시작했다. - 287

2025. mar.

#쇼팽 #고사카유코 #피아노작품해설시리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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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 드는 존재 - 멋진 주름을 만들어 가는 여자들
고금숙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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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숙, 김하나, 김희경, 송은혜, 신혜우, 윤정원, 이라영, 정수윤, 정희진.
9명의 중년 여성들.

다양한 직군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궁금해서 골랐다.

그러나 별로 읽을만한 내용이 없다는 게, 집중되지 않은 이야기 탓인가.

일부는 신문, 일부는 잡지, 일부는 다듬어지지 않은 에세이 같다고 느껴졌다.

기획이 치밀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된다.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호기심과 동질감을 아주 살짝만 충족시켜준다.

서문의 기획 의도에 조금 못 미친 게 아닐까...... 아쉽......

- 노화의 고충은 감추지 않고 드러내 공유하되, 노쇠가 나이 듦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나만 쇠약하거나 뒤처지는 것처럼 외로워하지 않도록, 나날의 새로움이 여전히 우리를 기다린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끔요. 동교로 한 귀퉁이에서 책을 만들며 4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편집자인 저는, 이 책의 원고 청탁서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넣었습니다. "오늘도 하루만큼 늙어가는 동지 여러분, 응답해 주십시오!" - 6 서문 중

- 매일의 시시한 과제, 사소한 습관이 ㅣ처음으로 늙어 보는 시간을 견디며 자신의 길을 찾아갈 마음의 근육을 키워 준다. - 79

- 혼자 살아도 서로를 지지해 줄 연결망을 인생 마지막까지 가질 수 있는 사회, '홀로'와 '함께'의 공존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선택지가 되는 공동체를 갖는 것이 나이 들어가는 내가 품은 소망이다. - 98

- '잘 늙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차피 기준은 '젊음'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달리해 보면, 나이에 따른 몸의 현상이 각기 다른데 왜 잘 늙어야 할까. 잘 젊어야 할 이유가 따로 없듯이, 잘 늙어야 할 이유도 없다. 노전이라는 말이 없듯이, 노후라는 말도 어불성설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나이 든다. 그래서 나는 '늙음' 대신 '나이 듦'이라는 표현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143

- 생애 주기와 노후 담론은 이데올로기다. 특히 노후 계획은 연령주의와 계급주의의 결합이다. - 144

- 나이 든다는 것. 노안이 오고 체력이 예전 같지 않고 살이 찌고 무릎과 허리가 아프고 눈, 치아, 머리숱 등 몸의 모든 부분이 관심을 요구한다. 이때 짜증이 난다면 아직 나이 들지 않은 것이다. 나이 듦은 그만큼 수용하기 힘든 인식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타자가 되는 것이며 그 이상의 경험이기도 하다. 죽음과 마주하는 문제다. - 145

- '다른 이야기' 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이야기, 창의적인 이야기는 쓰기의 계속적인 실패를 통한 모색에서만 가능하다. 공부는 하는 것이 아니다. '노가다,' 공부가 되는 것이다. - 159

- 내가 잘 사라지고 싶듯이 다른 생명, 다른 세계도 잘 사라지면 좋겠다. 잘 사라진다는 것은 잘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직업이 있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이런 사람이 있었다, 이런 언어가 있었다, 이런 동물이 있었다...... 나는 사라지는 세계를 꾸준히 추적한다. 사라지는 광산에 가고 사라지는 염전에 가고 사라지는 극장에 가고 사라지는 성병 관리소에 간다. 철원에 가면 분단으로 '김화'라는 한 마을이 사라진 흔적이 있다. 이렇게 사라지는 세계를 마주할 때면 내가 보는 것, 아는 것이 얼마나 표면적인지 깨닫는다. - 187

2025. mar.

#우리나이드는존재 #고금숙 #김하나 #김희경 #송은혜 #신혜우 #윤정원 #이라영 #정수윤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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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제1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멜라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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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보편교양, 혼모노가 좋았다.

김기태의 보편교양은 다시 읽어도 좋았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이 워낙 기억에 남는 단편집이라 다시 한번 주변에 추천하고 싶음.

혼모노의 신이 떠난 무당 이야기가 참 뭐랄까 이상하게 와닿았는데,

이 수상작품집의 전반적 이야기가 위악, 위선에 대한 것이 많았기에
이게 과연 시대 정신의 일부일까 생각하게 된다.

- 이번에도 내가 쏜 화살을 찾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잃어버린 화살을 찾으려면 같은 방향으로 한 번 더 활을 쏴야 한다고 할머니는 말했었다. 오래 고민할 것도 없다고 했다. 
"그 짓이 맞나 틀리나 긴가민가할 땐 똑같은 짓을 한 번 더 해 봐." - 10, 김멜라 , 이응 이응 

- 네가 왜 난리냐,라는 말을 듣고 주호는 그러게, 내가 왜 난리일까, 싶었다. 주호는 스스로 정의로운 사람도, 가슴이 뜨거운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런데 나는 정말 책임이 없는 걸까, 그 생각에 사로잡혔고 무슨 일을 대하든 습관처럼 이 질문을 마주했다. 점점 주호는 자신과 상관없는 뉴스들을 보면서도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몸이 물속 깊이 가라앉는 것 같았다. 인터넷 기사 댓글들은 책임자가 책임을 회피한다고 화내고 분노했다. 하지만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주호는 그 물음에 더 마음을 기울였다. 기울어진 마음은 점점 가라앉고 가라앉아서 주호의 세계를 무너뜨렸다. - 85, 공형진, 어차피 세상은 멸망할 텐데

- 한 장면을 상상한다. 내가 모르는 당신이 아무도 모르는 밤에 나의 소설을 읽고, 나의 입력값을 초월하여 당신의 출력값을 내는 일. 이는 나의 성취이자 당신의 성취로, 두 사람이 각자의 특별함을 함께 얻는 순간이다. 하나의 특별함이 곧 다른 하나의 평범함을 전제한다면, 둘이 함께 특별해진다는 모순적 사태는 어떻게 발생할까. 어쩌면 그러한 모순만이 우리를 진부한 삶에서 잠깐이라도 이탈시킨다. 한 사람의 개별성을 증빙하는 것은 상품도 상패도 아니라 다른 한 사람이다. 우리가 이미 사랑이나 우정 같은 이름을 붙이고 있는 이 호혜적 관계 속에서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이분법은 무의미하다. 다만 이 우연한 교류를 설명하려면, 두 사람 사이에 두루 미치고 통하는 무엇을 상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간차는 있을지언정 우리에게 공평히 깃드는 무엇이 전혀 없다면, 어떻게 사랑과 우정과 문학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내게 소설을 나누는 일은 나의 개별성과 우리의 보편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가장 덜 기만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맞춤형 개성을 구매하라고 재촉하는 이 세계에 잠식되고 싶지 않다. 하나이고 거룩하며 보편된 저 세계로 투신하기에는 이르다. 둘 사이에서 나는 일단 문학에 머물러보기로 했다. 당신도 그곳에 계심을 믿는다. - 김기태, 작가 노트 중

2025. feb.

#제15회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 #2024 #김멜라 #공현진 #김기태 #김남숙 #김지연 #성해나 #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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