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다지 개선되지 않는 울적한 기분을 달래고자

이 밤에 김밥을 말았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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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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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불능의 나날을 보내는 와중에도

뭔가 타계책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는 책덕후.

그래서 골랐네.

줌파 라히리의 에세이.

뭔가 초반의 느낌은 뭔가 외국어정복기랄까.

그러나 결국 다 읽고 나니

어린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한 인도계 미국인으로서의 언어적 자아가

결국 또 다른 언어로 작가를 이끌었다는 왠지 초현실주의적(이중언어 이상의 사용자는 초현실적이니까...) 주장이 담긴 에세이.

그러나 그 주장이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본문 중에도 언급되었듯 이미 명성을 얻은 작가가 구지 새로운 언어로 글을 쓰는 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뭔가 좀 더 단촐해진 문장들은 (난독의 계절을 맞이한 나에게도) 쉽게 다가오면서 소담스런 시골풍경을 보는 청량감도 살짝..

왠지 마음에 들었던 제목은 뭔가 철학적인 의미가 있는가 했더니.

여기서 말하는 이 작은 책은 포켓판 이탈리아어사전을 일컫는 말이다.

왠지 허무하게 속은 기분이 들기도.:)

표지도 참 청량청량하다.

2015. sep

갑자기 내 모든 책이 더는 필요치 않았다. 단순한 물건들인 듯했다. 내 창작 생활의 닻이 사라지고, 나를 이끌던 별들이 물러났다. 내 앞에 새로운 빈방이 보였다. - p. 37

처음 쓴 책의 초고처럼 자신의 인생이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어떤 언어의 텍스트를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자신도 다른 형태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아름다운 드레스 자락 솔기에서 풀려나온 실오라기를 가위로 싹둑 잘라내듯, 때때로 이 땅에서 자신의 존재를 없애고픈 충동을 느꼈다. -p. 60

내 불완전을 잊기 위해, 삶의 배경으로 숨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글을 써왔다. 어떤 의미에서 글쓰기는 불완전에 바치는 경의다. - p.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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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십 퍼센트 에스프레소 노벨라 Espresso Novella 9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안현주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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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패드 ios9 업그레이드 이후 블루투스 키보드의 한영 전환 키가 불능이 되어버렸다.

신경을 벅벅 긁는 어떤 인간의 등장으로 매우 꿀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날이 추워지면서 자꾸 비염이 심해진다.

이런 날들을 지내고 있자니 책도 눈에 잘 안들어오고,

맨해튼의 열한가지 고독을 읽고 있었는데,

그 건조하고 아득한 인생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니 더더욱 기분이 가라앉는 것 같아,

아! 이럴 땐 펄프 픽션을 읽어야 겠군!

이러면서 당신 인생의 십퍼센트를 꺼내 들었는데,.....

결정적으로 왜 재미가 없는 걸까?

그저 기분 탓인가?


흥...

˝말썽거리가 내 일이죠. 하루에 이십오 달러, 일을 마치면 이백오십을 보증해 줘요.˝ 내가 말했다.
˝나도 내 몫을 좀 챙겨야지.˝ 애나가 징징거렸다.
˝좋습니다. 이 동네엔 쿨리들이 넘쳐나니까요. 잘 지내는 모습 보니 반가웠습니다. 잘 있어요, 애나.˝
이번에는 일어났다. 내 인생이 그렇게 가치 있지는 않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었다. - p. 68

이 부분을 읽다보니.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잠시....

내 인생이 그렇게나 가치 있다고 우기고 싶진 않지만, 그만한 가치는 있다고......

너무 기분 안좋을 땐 어떤 장르를 읽어도 별로입니다. 여러분.

+ 블루투스 키보드 한영전환은 기존의 펑션키 대신 컨트롤 스페이스로 가능하다.

2015.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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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09-21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책이 잘 안잡힐때는 과감히 덮어버리세요.~~ ^^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서 그냥 미친듯이 쏘다니고 싶긴합니다.ㅎㅎ

hellas 2015-09-22 05:31   좋아요 0 | URL
안잡히는 책이지만 억지로 장르를 바꾸어 또 시도 합니다. 자꾸 놓으면 책장이 숨을 못쉬어서;ㅂ;
 
독한 연애 문학동네 시인선 67
김윤이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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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숱한 불면의 연속이고,

모조리 소모해 버리는 것은 청춘이고,

자꾸 말하다 보면 귀여워 지는 것은 이미 가버리고 없는 세월이다.

경계의 나이를 눈 앞에 둔 시선은 이런 것일 수도 있다.

모조리 공감하고 있는 것도...

2015. Sep.

이빨을 몽땅 빼뜨린, 내 늙은 사랑은 또 싸움꾼으로 돌변해 어딜 가네.
너무도 외롭기 때문에 불과 어제 일은 잊고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는 듯이
- 사랑을 둘러보다 , 세잎 클로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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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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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사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곧 60을 앞둔 가정판사 피오나는 어느 틈엔가 생긴 결혼생활의 균열에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여호와의 증인인 곧 성년을 앞둔 애덤은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세계의 가치관에 따라 수혈을 거부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책의 중반이 될 때까지 이 둘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두 주인공의 만난다면 뭔가 심상찮은 심경의 변화들이 생기리라 충분히 짐작된다.

다만 그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

외곬수의 신앙의 벽을 넘어온 소년의 혼돈스러운 마음은 결국 그런 결말로 이어지는데,

보고 있자면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분노같은게 생기고야 만다.

이러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듯 서술하는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들에게서 멀찍히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인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 것 처럼.

이언 매큐언의 책을 많이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번 그 깊이에 감동? 하고 있다.

결코 실망하기 어려운 작가.

책장에 꽂아두기만 한 다른 책도 어서 읽어야 한다고 ˝또˝ 생각하게 된다.

2015. Sep.

피오나는 지적으로 조숙한 이 어린 친구가 그저 자극이 부족해 지루해한다는, 그래서 자기 생명을 위태롭게 만듦으로써 매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든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중요한 어른들, 간청하는 어른들을 침대 주위로 줄줄이 끌어들이는 드라마. 그게 정말이라면 이 아이가 더욱더 좋았다. 중병도 아이의 활기를 꺼뜨리지는 못한 것이다. -p. 144

강변의 들판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지.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가 눈처럼 흰 손을 얹었네.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 흘리네.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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