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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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사건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곧 60을 앞둔 가정판사 피오나는 어느 틈엔가 생긴 결혼생활의 균열에 혼란스러운 상태였고,

여호와의 증인인 곧 성년을 앞둔 애덤은 이제까지 자신이 살아온 세계의 가치관에 따라 수혈을 거부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책의 중반이 될 때까지 이 둘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지만,

두 주인공의 만난다면 뭔가 심상찮은 심경의 변화들이 생기리라 충분히 짐작된다.

다만 그 변화가 가져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뿐.

외곬수의 신앙의 벽을 넘어온 소년의 혼돈스러운 마음은 결국 그런 결말로 이어지는데,

보고 있자면 뭐라고 형용하기 어려운 분노같은게 생기고야 만다.

이러한 감정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듯 서술하는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이 만들어낸 인물들에게서 멀찍히 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인물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 것 처럼.

이언 매큐언의 책을 많이 봤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번 그 깊이에 감동? 하고 있다.

결코 실망하기 어려운 작가.

책장에 꽂아두기만 한 다른 책도 어서 읽어야 한다고 ˝또˝ 생각하게 된다.

2015. Sep.

피오나는 지적으로 조숙한 이 어린 친구가 그저 자극이 부족해 지루해한다는, 그래서 자기 생명을 위태롭게 만듦으로써 매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모든 장면의 주인공이 되어 중요한 어른들, 간청하는 어른들을 침대 주위로 줄줄이 끌어들이는 드라마. 그게 정말이라면 이 아이가 더욱더 좋았다. 중병도 아이의 활기를 꺼뜨리지는 못한 것이다. -p. 144

강변의 들판에 내 사랑과 나는 서 있었지.
기울어진 내 어깨에 그녀가 눈처럼 흰 손을 얹었네.
강둑에 풀이 자라듯 인생을 편히 받아들이라고 그녀는 말했지.
하지만 나는 젊고 어리석었기에 이제야 눈물 흘리네.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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