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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의 유쾌한 악마들 - 2005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이장욱 지음 / 문학수첩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빠르고 느린 리듬으로 행동을 감지?하는 서술방식에 묘한 매력을 느끼면서 왠지 그것에 집착하게 된다.
시인의 언어인가?
일단의 내용은 처음과 끝의 내용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의 결합으로 구성된다.
초반의 의아함과 어색함을 지나오면 그 서술 방식에 푹 빠지게 되는데 어느 부분은 섬뜩하기도 하고 어느 부분은 슬프기도 하고...
온갖 감정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듯한 이야기.
다만 캐릭터의 내밀한 속사정은 조금 피상적이어서 개연성?을 생각하게 하기도 한다.
십년전의 소설임을 생각하면 무척 세련된 느낌.
시인 이장욱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소설까지 조금씩 발을 디뎠는데, 역시나 하는 취향의 저격.
책장에 수납?되어 있는 다른 이장욱도 어서 읽게 되길.:)
2015. Aug.
남자는 신호등에 눈을 두고 있었다. 붉은 신호가 오래가고 있었다. 인생의 모든 것은 어쩔 수 없이 미묘한 타이밍에 이루어진다고, 남자는 생각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에 치여 있다가 갑자기 죽음 같은 것을 맞닥뜨리면,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리기라도 한 듯, 그제야 삶이라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돈을 벌기 위해 보낸 시간들이나, 다른 사람들의 허점과 약점과 단점을 파악한 후 비아냥 거리면서 보낸 시간들, 그리고 뭔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며칠이 지난 후에는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많은 사건들이, 갑자기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을 허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만, 그런 것이 허무라면, 허무야말로 그냥 인생 자체이자 인간의 역사 전체일 것이었다. 남자는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결론이 마음에 들었다. 남자는 조지 해리슨이 왜 인도에 가서 장례식을 치렀는지를 처음으로 곰곰 생각해보았다. 왠지 조지 해리슨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도에 가서 죽는 것 자체가 있는 자들의 사치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따라왔따. 결국 죽음이라고는 해도, 죽음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한다는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남자는 다시 결론을 내렸다. 죽음에 대해 생각한다고 해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문제는 애초부터 간단한 것이었다. 죽음이 온다면 죽음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허무의 본질이자 요체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살아 있을 때는 역시 삶과 몸과 기쁨과 슬픔 따위가 중요한 것 아닌가. 그것들을 최대한 즐기면 되는 것 아닌가. 삶과 몸과 기쁨과 슬픔을...... -p.73
시와 소설은 나에게 등소평의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의 느낌을 준다. 모든 종류의 고양이들은 괴로움이다가...... 즐거움이다가...... 즐거움이다가...... 괴로움이다가...... 둘을 한몸으로 끌어안고 울다가...... 문득 침묵에 닿게 될 것이다. 고양이들은 인생과 같다. -p.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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