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오늘도 우울하게 보입니다. 아마 아빠의 말씀대로 마음의 아픈 병이 또 도졌나 봅니다.
지난주는 외할아버지께서 아파트로 이사를 하셨습니다.
엄마가 말하던 그 기쁜 날 외할아버지께서 우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은 조금 이상했습니다. 저는 왜 우는지 괜히 겁이 났습니다.
엄마께서 짜증스런 목소리로 외할아버지께 뭐라 하셨습니다.
“아버지 왜 우세요? 이 집이 지겹지도 않으세요. 그놈의 나무와 꽃이 뭐가 대수라고....
지금 가는 아파트는 겨울에는 춥지 않고 여름에는 시원해요. 얼마나 살기 좋은데.. 이 촌집에
뭔 미련이 남아서...... 평소에 목소리가 큰 엄마는 그날따라 더 컸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더 이상한 건 엄마 말씀에 꼼짝도 안하고 마당 한가운데 서있는 대추나무만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엄마는 나빴습니다. 저는 엄마와 아빠한테 말대꾸하고 큰소리로 말하면 버릇없다고 하고선
엄마는 할아버지께 더 버릇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외할아버지가 챙기시는 살림살이에까지
일일이 참견을 하셨습니다. “아파트에 가는데 다 버리고 가세요. 이 구닥다리 살림 어디가도 쓸모도 없어요.
쓰레기 밖에 안되요.
“아니다. 이건 가져가면 된다.”
“아버지 필요 없다니까요.”
그러기를 옥신각신 .극기야 아빠께서 나섰습니다.
“장인어른 그냥 시키는 대로 하세요. 사실 아파트에 이런 것이 다 있어요.”
“그러냐. 알것다. 그런데 이거는 아까운데. 이것도 아까운데. 저것도 아까운데.”
할아버지의 눈에는 모든 것이 아까워 보이는 가 봅니다.
끝내 엄마가 이기나 봅니다. 옆집에 사시는 할머니가 필요한 것은 모조리 다 챙기십니다.
엄마는 신이 난 듯 “할머니 이것도 가져가세요. 할머니 이 장독도 필요하면 좀 가져가세요.”
그렇게 짐을 사시는 엄마의 옆에서 전 눈치만 보고 서 있다가 살짝 외할아버지께 다가갔습니다.
“할아버지 왜 울어. 울지마.”
“소현아 이 나무좀 봐라 이 대추나무는 할아버지가 이집에 이사온 첫날 심은 나무단다. 그리고
이 석류나무는 너거 외삼촌 태어났을 때 심은 거고. 이 소철은 너거 엄마 태어났을때 심은거고.
이 감나무는 너거 이모 태어났을 때 심은거고. 저 쪽 감나무는 너거 작은 외삼촌 태어났을 때
심은거고.“
할아버지께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저는 뭔지 모르겠지만 괜히 슬펐습니다.
“할아버지 그럼 가져가>”
“그래 다 가져가자.”
그러는 가운데 엄마를 흘끗 쳐다보니 엄마는 아예 눈물을 펑펑 흘리고 계셨습니다.
뭐가 슬픈지 모르는 가운데 저도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미련 다 버리세요. 새 살림 차려서 이제 사람답게 살아야 되지 않겠어요. 혼자 살면
얼마나 외로운지 아시잖아요. 그것보다 저도 이제 진절머리가 나요. 아버지만 생각하면
밤에 자다가도 뭔 일이 있는지 잠이 안와요.“
“그래 고생했다.”
“저도 새엄마한테 잘할게요. 아버지 세끼 밥 차려 주시는 것만 해도 항상 감사할게요.
그리고 살면 얼마 살겠어요. 죽은 사람은 지복이 없어서 그렇고 산 사람은 살아야 되요.“
그제서야 전 저희 외할머니 말씀을 하시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네 사람의 전송을 받으며 간 아파트는 동네에서 10분정도 차로 가면 되는 읍에 있는 아파트였습니다.
짐이랄 것도 없고, 외할아버지께서 애지중지하시던 화분만 잔뜩 실렸습니다.
“어머니 저 왔어요. 살림 정리는 대충 다 했어요.”
“그래 수고했다. 내가 너거 친엄마 만큼은 안해도 너거 아버지한테 잘 할거마.”
“정말 고마워요.”
그렇게 새 외할머니와 대화가 오가고 새 아파트에 들어섰습니다. 그제서야 외할아버지 얼굴에는
웃음이 조금 보였습니다.
“우와 멋있다. 정말 좋다.”
저는 외할아버지의 시골집보다 넓은 아파트가 더 좋아 보였습니다.
아버지께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손을 꼭 쥐어 주었습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걱정일랑 하지 말고 두 분 몸이나 건강하게 신혼이라 생각하고 사십시오.”
그 소리에 우리는 모두 웃고 말았습니다.
차로 한 시간 진주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자꾸 자꾸 우셨습니다.
“마 그만 해라 아도 있는데.”
아버지가 그만 울어라고 하시는 데 엄마는 자꾸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저도 괜히 따라 울었습니다.
매일 매일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깨소금이 쏟아지게 잘 사신다고 합니다.
엄마는 정말 너거 외할아버지 늙어서 복이 터졌다고 웃어댑니다.
그러나 이렇게도 말합니다.
“이제 친정엔 뭔 재미로 간다냐. 대추 따올 일도 없고 호박따올 일도 없고 그 비싼 석류도따 사먹어야
되고 그 꽃들은 언제 본다냐. 집에 가서 이제 쑥 캘 일도 없고.....“
“어이쿠 아까워라 그 장독대 내가 다 실어오는 건데. 그 나무 내가 다 파와서 이고라고 있는건데.”
그날 아깝다고 하시는 외할아버지껜 고함을 치시고선...
엄마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외할아버지집 복구와 복실이는 어떻게 되었지?
깜박 잊고 있었던 똥개 두 마리가 이제야 생각났습니다.
아마 행복한 주인 만나 잘 살고 있겠지요.
할아버지 할머니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