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도서관에서 빌려 온 만희네 집을 보고 소현이의 첫 마디가 "엄마 우리 외할아버지 집이다." 고 소리 쳤다. 난 빌릴 때 그것을 생각도 않했는데...

첫표지의 집은 말 그대로 나의 어린 시절 집이었다. 몸이 편찮으신 아버지는 소일거리로 나무를 심고 꽃을 심고 가꾸셨다. 사계절 온갖 꽃들이 피고 열매를  맺고.   그러나 얼마전 이사를 하기 전 까지도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의 집이 이토록 가슴 아프게 와 닿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하였다.

몇년 전 아파트로 이사하기 전 아버지는 집 보다도 나무와 꽃들을 더 안타까워 하셨다. 그런 마음을 전혀 이해도 못하고 나는 평생을 산 이 집이 지겹지도 않냐고 아파트는 얼마나 편안하고 좋다고 하면서 아버지의 나무와 꽃에 대한 애정은 깡그리 무시를 해 버렸다.

그리고 잊혀졌다. 그러나 아버지가 이사를 한 아파트는 그 이후로 그리 발걸음을 잘 하지 않았다. 가도 별 할 일이 없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고.

장독대의 석류나무는 지금 쯤 어떻게 되었을까?

앞마당의 대추나무는 베어 없어 졌을까?

앞뜰 뒤뜰 60평 남짓한 터에 옮겨 심어 놓은 아버지의 발자취.

엄마의 손길.

나무 한그루 한그루 우리가 태어남을 기념하기 위해 심었다는 그 나무들.

(난 지금 부모가 되었지만 우리 아버지와 같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그 힘든 상황에서조차 자식을 생각하는 그마음을 이제서야 알았다니...

눈물이 난다. 온갖 추억과 가슴아픈이 깃든 집을 떠나 새출발하는 기분으로 새살림을 차리시는 아버진 그 집을 생각하며 얼마나 우셨을까?  그 나무와 꽃들을 잊지 못해 지금도 옛집을 헤매지나 않으실까?

그 집을 잊고 이제서야 기억해 내다니. 이제 아이들과 같이 가는 친정엔 대추를 따서 입에 넣을 수도 없고 이 밭 저 밭 아이들이 뛰어 다닐 수도 없고 쪼그리고 않아 쑥도 캘 수가 없게 되었다.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자꾸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을 보니.

"엄마 우리 복구와 복실이는 팔러 갔어요." 소현이의 물음에 잊었던 똥개들도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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