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프레이야 > 독서능력검정시험이라니
. 이 세상 어느 나라에 이런 시험이 있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그 뜻이 좀
3월 10일 자 굴렁쇠 신문의 1면에 '이거 정말 너무 간 것 아닌가요?'라는 붉은색 큰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조미숙 기자의 글을 그대로 옮긴다.
<< 전국독서새물결모임, 한국독서능력평가원, 중앙일보, 홍선생교육이 함께 여는 '한국독서능력검정시험' 이란 게 치러질 모양입니다. 초등, 중등, 고등,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시험인데, 1급에서 10급까지 있다고 해요.
이걸 두고 사람들이 말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세상에 뭐 이런 시험이 있나 하고 반대를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보다 더 못되고 장삿속이 더 훤히 들여다보이는 시험도 있는데, 이 정도는 봐줄 수 있는 것 아니냐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 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봐줄 만 하더라도 책 읽는 것을 점수로 내고, 그걸로 등급을 매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은 듯합니다.
더구나 이 시험을 여는 쪽에서는, 이 시험 결과를 생활기록부에 넣게 한답니다.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정말 그렇게 된다면 이 나라 교육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교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 어느 나라에 생활기록부에, 이 학생은 지금까지 독서 능력 검정 시험에 몇 급까지 함격했고 또 몇 권 읽었다 하는 기록을 남기겠습니까?
또 이 시험을 여는 단체는 시험 결과를 대학입학시험이나 회사 입사 시험에 독서 능력 검정 자료로 쓸 수 있게 한답니다. 이 또한 상식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나 있습니다. 책이란 그저 틈나는 대로 재미있게 읽으면 그만입니다. 또 사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탈 아닙니까? 우리 어른들은 그렇게 책 많이 안 읽었어요 이 세상 바르고 건강하게 잘 살고 있잖아요.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이 시험이 황당하고 장삿속이 뻔히 보이는 시험이라 할지라도 많이 볼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굴렁쇠 동무들이라도 이 시험을 안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뜻 있는 어린이 문화 단체에서도 이런 시험 정도는 앞으로 다시는 못 치르게 의논이라도 한번 해 봤으면 합니다.>>
# 이미 독서가 하나의 과목처럼 아이들에게 짐만 하나 더 얹어준 현실이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무슨 검정시험이라니, 정말 어른들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독서를 권하는 사회분위기에 따라 평소 책 한 권 잘 읽지도 않는 엄마들까지 그러지않아도 여러가지 많이 시키는 아이들에게 독서까지 많이 하라고 책을 잔뜩 사준다. 그보다는 책 한권을 아이랑 엄마랑 같이 읽고 여유있게 도란거리며 이야기 나눠 봄이 어떨까. 독서능력검정시험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아이들의 어깨가 더 무거워보인다. 감당할 수 없어 터져버리는 지경이 되면 그 때엔 아이들에게 또 뭐라고 훈계할 건지. 우리 애가 사춘기라 요새 반항적이고 내게서 벗어나려한다고 투덜거리고 화 낼 것인지. 독서지도를 하면서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이런 거다.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지. 아이들과 내가 지금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거 맞아? 서로 원해서 눈 반짝이며 책 읽은 이야기 나누고 뭔가 넘쳐나는 걸 표현하고 싶은 거 맞아?
빨리 가서 학원 숙제, 학교 숙제 다 해야한다, 고 말하는 아이를 붙잡고서 말이다. 그래도 적극성을 보이는, 적어도 그럴려고 노력하는 아이들은 대견하다. 어제 3학년 남자아이 한명은 무슨 문제 틀린 거 다 다시 하고 자려면 매일 1시도 넘어서 잔다고 말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이 아인 눈에 띄게 집중력이 부족하고 다른사람의 말을 듣는 게 기본적으로 안 되는, 한마디로 다분히 문제가 보이는 아이다. 별로 어렵지 않은 동화책도 여섯번을 읽고 왔다면서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 엄마 왈, 내가 집에서 너무 잔소리를 많이 해서 그럴까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거기에다 덧붙여, 이제 3학년밖에 안 되는 아이한테 쓸데없이 무슨 문제집을 그렇게 풀리시나요? 그 시간에 아이책 함께 읽고 10시쯤엔 잠자리에 들게 하지요, 이다. 다음에 이 엄마에게 편하게 이런 이야기를 꺼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