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발~* > 잘 만들어진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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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구야? ㅣ 사계절 저학년문고 30
황선미 지음, 최정인 그림 / 사계절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고아의 위탁 가정의 아이인 나 '유찬'이 겪는 갈등을 그린 동화. 한 마디도 깔끔하다. 짜임새도 훌륭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운도 감동도 남지 않는다. 대체 왜 일까? 되풀이해서 읽어본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의 눈이 아니어서? 그럴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만약 그렇다면 애시당초 동화 따위엔 감동을 느끼지 말아야 할 거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고아원의 아이, 성주의 마음은 설정에서부터 배제되어서? 하지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철저히 위탁가정의 아이 '나'의 눈으로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성주라는 아이의 갈등은 울음과 도둑질로만 보여질 수 있을뿐이다. 그렇기는 해도 뭔가 부족하다. 바로 그 일인칭 서술이야말로 작가는 성주를 주체적 인간으로 보려는 걸 포기한 것이 아닐까? 머릿말을 보면 그럴 것도 같다.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린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성주는 주로 그것을 되살리는 장치로서 기능한다. 고아로서의 존재 방식이 아니라... 찬이 엄마도 고아원 출신, 친구 오종민이 엄마 성을 쓰는 것, 말더듬이 동일이... 소도구들도 나무랄 데 없지만, 그러나 작가의 시선은 성주가 아니라 찬이로 대표되는 커버린 아이, 또는 어른의 어린시절에 가 있었던 거라고 하겠다. 게다가 성주의 여섯 손가락. 마치 사족같은 느낌 -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다 너무 많이 붙인. 그렇게 잘 만들어진 동화지만, 감동까지 짜넣는데는 성공하지 못한 것만 같다. 하긴, 감동은 짜넣으려고 해서 짜넣어지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기대했던 작가의 작품이라 실망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