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발~* > 이중 감정을 일으키는 그림책..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남자 - 2004년 칼데콧 상 수상작 I LOVE 그림책
모디캐이 저스타인 글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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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쌍둥이 빌딩 사이를 걸어간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은 상실에 대한 그림책이다. 그것도 911테러로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에 대한. 

그 남자가 묘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그 빌딩은 어디로 갔는가, 고 이 책은 묻는다. 네가 없앴는가? 네가 파괴했는가? 왜? 그런 물음들을 이끌어내려고 의도한다. 다분히 정서적인 환기법이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합리적인 관점에서 테러를 설명해줄 수도 있겠지. 그러나 테러를 야기했던 원인까지 이야기하기엔 길이 너무 멀다. 그 길을 생략한다면 역사적 맥락을 모르는 미국 아이들에게 대단한 선동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반테러에 대한 선동. 하지만 테러 일반을 생각하기엔 그들에게 너무도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따라서 오히려 상실이 먼저 다가올 수 있고, 상실에 따른 슬픔과 아픔이 다가오고, 그리고 이른바 911테러의 가시적인 발원자들에 대한 분노가 따라올 것이다. 미국인들에겐 이 책이 뉴베리 상을 줄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책을 소개한다면, 그것은 수상작이라는 이유이외에는 큰 이유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이른바 반테러의 공포가 스멀스멀 일어나는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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