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일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4
장 주네 지음, 박형섭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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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고 하면 인물들 간에 일어나는 사건이나 갈등이 잘 드러나야 하는데, 이 소설은 한 인물의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것도 과거 회상으로, 어떤 특이한 사건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러니 주절주절대는 주인공의 목소리를 한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 지리한 소설. 그리고 비도덕적 소설. 아마도 도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또 소설을 통해서 무언가를 얻으려 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은 실망만을 안겨줄 것이다.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뭐 이 따위 소설이 다 있어 하면서 집어치울 것이다.

 

제목 그대로 "도둑일기"니까. 도둑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소설에서도 직접 이런 구절이 나온다.

 

'배반과 절도와 동성애가 이 책의 근본 주제이다.' (245쪽)

 

이것이다. 고아로 자란 주인공이 고아원에서 또는 감옥에서 동성애에 빠지게 되고(?) 수많은 도둑들과 동성애들을 만나 온 과정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소설. 학교 교육을 충실히 받은 소시민적 도덕관을 지닌 사람에게는 이 책은 너무도 비도덕적인, 청소년들을 타락으로 몰고가는 나쁜 소설일 것이다. 아마도 어떤 이는 왜 이런 소설이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느냐고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장 주네의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장 주네의 삶이 실제로 이랬다고 하니,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 정도 장 주네라고 할 수 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가, 사람이 환경을 만드는가라는 고전적인 질문은 필요없다.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살아온 인물의 모습, 환경이나 사람이 아니라, 그냥 자신의 욕구대로 살아온, 어쩌면 그것을 본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살아온 한 인물이 바로 이 소설에 나온다.

 

환경 탓을 하지도 않고, 사람 탓을 하지도 않는다. 그 시간, 그 공간에서 그냥 자신에게 필요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없으니 훔칠 뿐이고, 남자가 좋으니 남자를 사귈 뿐이고, 필요가 없어지면 배신할 따름이다. 진실한 관계? 그런 것은 없다.

 

그냥 필요에 의해 만나고 이용하고 헤어질 뿐이다. 여기에는 경찰도, 도둑도, 강도도 모두 똑같을 뿐이다.

 

그런 삶에서 어떤 도덕을 발견하려고 하면 안 된다. 도덕적 설교를 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게 그냥 삶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데란 말이 자꾸 떠오른다. 장 주네는 결국 감옥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글을 쓰기 시작함으로써 그는 도둑의 세계에서 문학, 문화의 세계로 나오게 된다.

 

그가 이런 도둑일기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단지 악의 세계를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악의 세계를 절대악이라고 할 수 없음을, 오히려 그들의 삶에도 선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사랑이 있는 것이다.

 

사랑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배신 때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서 수치심을 느끼면 견딜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이들은 그냥 악할 뿐이다.  선이 무엇인지,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배운 사람들이 지닌 알량한 도덕심은 없다.

 

알량한 도덕심으로 무장한 배운 사람들, 그들은 도덕을 무기로 오히려 약한 사람들을 더 악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 않는가.

 

장 주네가 이 소설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이 이 사회에서는 비록 '악의 세계'에 속해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없애버려야 할 절대악이 아니라, 바로 우리 삶의 어두운 면이라는 것 아니겠는가.

 

즉, 그들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들 삶에 함께 하는 존재들이라는 것, 장 주네의 삶을 통해 보면 이들 역시 우리와 같이 울고, 웃고, 사랑하고, 행복해지길 바라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결국 우리는 무언가 근원적인 접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들을 그냥 나쁜 놈들이라고 욕하기는 쉽지만, 그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들 역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장 주네가 자신의 삶을 기록한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도둑일기"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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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08: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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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08: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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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09: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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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4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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